서울농대를 수원에서 관악캠퍼스로 옮기는 문제를 놓고 건설부가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건설부는 서울농대의 관악으로의 이전이 수도권정비계획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알면서도 연초에 수도권정비계획법령을
고쳐 서울농대의 관악이전이 가능하도록 법적으로 뒷받침해 주었다.

개정전 수도권정비계획법에는 수도권안에서 기존대학의 이전을 금지하는
것으로 돼있었으나 이를 "이전가능"으로 법령을 바꿨던 것이다.

그랬던 건설부여서 서울시에서 최근 서울농대의 이전의 문제점을 들고
나오자 서울시를 설득할 명분이나 정책적인 논리를 찾지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건설부도 수도권집중을 억제하는 것이 국토정책의 최우선과제로
내세우는 터여서 서울농대의 관악이전은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서울시내 다른 대학들에 대해선 가능하면 서울밖이나 지방으로 나가주면
수도권집중에 큰 도움이 된다면서 유도해온 처지에서 국립서울대학에 대해선
정반대 입장을 취한다는 것은 명분도 정책적인 설득력도 찾을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설부는 서울대학의 종합적인 학문연구등을 위해선 농대를 관악
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과 이를 지원하는 교육부, 서울대관련인사들의
강력한 요청에 밀려 마지못해 법적인 뒷받침을 해주었다.

건설부는 연초에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고칠때 이미 정부차원에서 서울농대의
이전을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보고 수도권정비심의에서 형식적인 절차만
밟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뜻하지 않게 서울시에서 수도권집중과 녹지훼손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서자 크케 당혹해하고 있다.

일의 성격상 건설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개정 당시 당연히 이 문제를
공론화했어야 했지만 고위층 눈치를 살피느라 제대로 반대 한번 못해보고
법을 고쳐준 처지에 서울시의 반대를 묵살할 명분을 찾을 수 없게된 것이다.

그렇다고 수도권정비계획을 책임진 건설부가 스스로 농대이전이 가능하도록
법개정까지 해준 터에 이제와서 공개적으로 서울시편을 들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에 빠진 것이다.

건설부는 고심끝에 교육부에 "수원에서 서울로 농대를 이전하기 위해선
관악산 녹지훼손이 불가피하므로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하고 관악캠퍼스의
학생등 인구증가가 예상되므로 인구및 교통영향평가를 해야 한다"고 통보
했다.

농대이전을 위해 환경, 인구, 교통영향평가를 하는 것은 지극히 원론적인
것으로 이들 평가에 걸려 이전이나 증설을 못한 사례는 거의 전무한 실정
이다.

환경및 교통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더라도 서울대측에서
주차장 추가확보등 적당한 대비책을 마련하면 수도권정비심의에서 통과될
것은 확실하다.

다만, 건설부는 "서울대측이 현재 녹지로 돼있는 수원농대자리를 업무나
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한후 오른 땅값에 팔아서 이전경비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의 용도변경은 안된다"는 입장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그렇지만 수도권정비계획법령을 마꿀때의 건설부의 소신없는 태도에
비추어 이 역시 슬그머니 해결해줄 가능성이 없지 않다.

< 이동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