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랭보 =그렇습니다. 이들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설득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경제주체가 여기에 동조할수 있는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지요. 유럽과 같이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국가들에 있어서는 많은 규정과 규책들이 현실과
동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이나 관리들은 과거의 타성에 젖어 단순히
집행하는데만 익숙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이를 저해하고 방해하는 규정들을 과감히
철폐해야 합니다.

어설프게 규정을 다시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정확히 철폐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지요.

민영화도 마찬가지지만 규제철폐보다는 더 어렵고 복잡하지요. 예를들어
다양하고 상호연관된 기업들의 소유주를 어떻게 분산할 것인가하는 문제는
용이하지 않지요.

프랑스에서는 공공서비스가 민간서비스보다 더 잘 운영된 경험이 있으므로
개별적으로 어느경우가 더 경제발전에 기여하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
합니다.

따라서 규제철폐및 민영화원칙은 좋으나 여건에 따라 사회적 필요에 맞도록
추진되어야 합니다.

<>.김교수 =좀더 멀리 내다본다면 21세기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은 무엇
이라고 생각하십니까.

F 페루는 인류의 장래는 잘 운영되는 자본주의에 달렸다고 했는데 새로이
부각될 많은 문제들을 예상해 볼수 있습니다.

<>.말랭보 =하하, 너무 큰 질문입니다. 문제는 발전의 의의, 사회가치및
목적등이 어떻게 전개되는냐에 달렸습니다.

그중에서도 어떤 목적을 추구하느냐가 기본과제입니다. 전혀 다른 성질의
목적들이 한 사회내에 가능하다는 자체가 21세기에 당면할 도전이라고 생각
합니다.

만약 단순히 소비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생산하느냐가 문제라면
해답은 간단합니다.

그러나 소비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유럽은 타 대륙과는 다르게 복지
국가의 발전방향에 장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제껏 우리가 생활화하고 익숙해온 복지국가에 따르는 이익들이 경제의
원만한 운영과 함께 어떻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갈수 있느냐가
자본주의에 대한 진정한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교수 =선진경제가 오랜 경기침체나 실업을 경험하면서 현대 경제학이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함은 물론 제대로 진단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현실에 대한 이론적 접근에 있어서 여러 한계가 있는 것만은 사실이지요.

<>.말랭보 =현실경제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또 너무나도 다양한 견해가
있다는 점은 부인할수 없습니다.

나는 오랜기간 경제현상을 관찰해온 학자로서 동일한 상황에 대해서 진단
이나 처방이 교수들간, 지식인간, 연구원들간, 관리들간, 그렇게들 다를수가
있나 하고 개탄을 금치못합니다.

그 이유중의 하나는 경제현상이 복잡하다는데 있고 따라서 정확한 경험적
관찰을 통하여 원인을 규명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신고전파적 접근만 하더라도 결코 두드러진 약점이 있다고는 할수
없습니다.

이 접근은 시장의 상호의존적 기능을 설명하는데 효율적이고 또 이자체가
경제생활의 일부입니다.

그러나 시장에 있어서 불균형, 특히 실업, 정부의 역할, 장기발전등을
이해하는데는 불충분합니다.

<>.김교수 =따라서 이들을 종합하고 나아가 세계경제의 발전방향을 제시
하는 세계적 경제철학자의 출현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요.

<>.말랭보 =나는 오히려 대가연하는 사람들을 싫어합니다. 경제학자는
정확히 관찰하고 잘 판단하고 적절히 경제현실을 설명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개인적 공명심이나 섣부른 독창력은 비현실적 처방을 가져올수 있고 위험을
초래할수도 있습니다.

주어진 경제현실의 틀 속에서 경제학자들이 차분히 협력하고 공동노력하는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김교수 =얘기는 좀 다르지만 유럽통합주의자들이 주장하듯이 서유럽의
완전한 시장통합은 현재 경기침체를 벗어날수 있는 하나의 탈출구가 될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92년 계획이나 마스트리히트조약이 의욕적입니다마는 많은 장애에 부딪쳐
오고 있지 않습니까.

따지고 보면 유럽통합의 장래는 결국 각국이 과연 주권의 일부를 포기할수
있으냐, 내셔널리즘이 어느정도 완화될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보는데요.

<>.말랭보 =그렇습니다. 각국의 복잡한 이해관계 그리고 장래에 대한 불안
등이 중요요인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프랑스의 것"에 대한 애착, 농업문제, EU내 공동의사결정
방식 또는 EU집행위원회의 관료화등 통합에 대한 저항이 있지요.

나만 하더라도 EU의 각종회의에 참석한 경험이 있습니다만 의사결정방식을
보면 정직하지 않은때가 종종 있습니다.

회원국 대표가 강한 성격의 소유자거나 비중이 크지 않으면 EU공무원에
비하여 항상 열세에 있지요.

<>.김교수 =끝으로 INSEE에서 40년 근무 그리고 원장으로서 오랜기간
재직을 하면서 프랑스내 통계작성, 처리및 활용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렸고 이 자체는 전후경제.사회발전에 절대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낳고 있습니다.

<>.말랭보 =과찬입니다. 프랑스가 전후통계처리, 정확성및 활용등에
있어서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크게 뒤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수요의 측면에서 공공부문의 경제.사회현상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대단했습니다.

그래서 체계적인 통계, 정보의 수집, 처리, 작업체계를 확립했고 이를
토대로 분석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결과 집단적 의식의 진작과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교수 =어떻게 하면 통계원과 같은 체계를 정착시키고 또 당초의
취지대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게 할수 있는지 혹시 교훈이라도 있는지요.

<>.말랭보 =정확한 통계의 작성 분류및 분석은 국가발전의 기본이며 간단한
논리입니다.

우선 국민의 합의를 전제로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다음 이러한
전제가 충족되면 우수한 인적자원및 정부의 재정지원은 자연히 뒤따르리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조사.연구작업을 위해서 우수한 인력을 확보할수 있었던 것은
하나의 행운이었다고 믿습니다.

<>.김교수 =장시간 감사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