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세기초부터 2백여년동안 안남국(지금의 베트남)을 지배했던
화산이씨의 후예 이창근씨(37.서울 서초구 방배동). 비록 서울에서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가고있지만 이씨는 13세기초 고려로 건너와
귀화한 화산 이씨 이용상왕자의 직계 26대손이다.

이씨는 최근 고국을 떠나온지 무려 7백69년만에 베트남을 방문,화산
이씨가 지닌 오랜 망향의 한을 풀었다.

"가슴속에만 담아두었던 조국을 막상 찾아가보니 지난 세월의 회한과
함께나도모르게 감격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수구지심외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로 이씨의 마음은 애틋했다.

현재 이씨처럼 우리나라 각지에 흩어져살고있는 화산이씨 일가는
모두 2백여가구. 주로 수도권지역과 경북 안동 봉화지방에 살고있는데
북한지역일가까지 감안하면 상당수에 이를것으로 추정된다.

안남국 화산 이씨일가가 우리나라땅에 정착하게된 사연은 다음과
같다.

서기 1009년에 안남국의 맹주가 된 화산 이씨왕조는 베트남역사상
가장민족성과 정통성이 강한 왕조였다.

그러나 13세기초 외척들의 발호로 왕위세습이 좌절되면서 7대왕자
이용상은 정치적박해를 피해 꿈에도 잊지못할 조국을 등지고 일엽편주에
몸을 맡겨야했다.

이과정에서 서기 1226년 고려고종때 용진현에 도착한 이왕자에게
당시 고종은 용진군 마산면 주위 30리,30호주민으로 식읍을 삼게해
극진한 대접을 해준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이왕자는 이에대한 보답으로 고종 30년 원나라가 고려를 침입했을때
용진현감을 도와 원군 70여명을 사로잡아 공을 세웠고,고종은 공을
치하하여 화산군으로 봉하기도 했다.

이후 7백50여년동안 이땅에서 살아온 이씨일가가 귀향의 희망을
품게된것은 지난 92년말 한국.베트남수교가 이뤄지면서였다.

이창근씨는 그때부터 흩어진 조상들의 각종 기록과 흔적을 수집하는가하면
대사관의 협조를 요청하는등 "고향방문"의 수순을 밟아나갔다.

지난 10월에는 빈 베트남주한대사와 하노이시부시장등을 초정,서울
팔래스호텔에서 "한국에 귀화한 이용상왕자의 공적과 그후손들의
활약상"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기도했다.

마침내 11월23일 베트남을 공식방문하게된 이씨는 현지언론에 연일
대서특필되면서 베트남정부를 비롯,현지주민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그옛날 이왕조의 근거지였던 하바크성에 위치한 화산이씨의 사당을
참배할때는 관람객들로 주변일대가 인산인해를 이뤘다는 후문이다.

이씨는 "이왕조의 사당이 있는 하바크성에는 사당의 우거진 나무가
잘려나가고 개화가 되면 왕조의 후손이 찾아온다는 전설이 내려오고있었다"
며 "이지역주민들은 나의 참배를 지켜보고 전설처럼 왕조의 후손이
돌아왔다고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앞으로도 한국사람으로 살아갈 것이지만 "마음의 조국"베트남에
대한 항상 애정을 잊지말고 살아갈것이라고 한다.

이를위해 "양국의 친선과 우호증진을 위해 기회가 닿는대로 현지발전에
도움이되는 투자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현지장학사업도 벌일 계획"이라고
포부를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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