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표적인 조각가 베르나르 브네(53)씨가 서울에서의 개인전(갤러
리현대.토탈미술관,18일~11월1일)을 위해 내한했다.

"예술작품의 제작은 기존의 모든것에 의문을 던지는 도전정신에서
비롯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의무감과 열망이 바탕이 돼야지요.

단순히 자기자신을 즐겁기 위해 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제 작품은 철재빔 타르등 재료 자체가 주제를 내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베르나르 브네씨는 산업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철재를 이용한 대형조각으로
유명한 작가.

지난 여름 파리에펠탑주변의 거대한 잔디밭에 설치돼 보는 이들의
시선을 끌었던 "미정의 선"( Indeterminate Line )을 만든 장본인이다.

브네씨는 "한국에서 전시회를 갖게돼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말하고
"섬세하고 감정표현이 뛰어난 동양의 예술과 실제적이고 합리적인
서양의 정신이 만나면 동서양의 삶과 문화예술이 보다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출품작은 거대한 철재빔을 구부려 두세개 또는 여러겹의 나선형
구조물 형태로 만든 "미정의 선"시리즈등 조각20여점과 드로잉20여점.
브네씨는 "미술은 신과 귀족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일에서 출발,점차

보통사람과 경치 정물등 평범한 주제를 다루는 쪽으로 변화하면서
"구속으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해왔다"면서 "석탄 철재빔등 재료자체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변화하는,따라서 "확정된 형태가 없는 조각"이
자신의 작품"이라고 얘기했다.

그의 작품은 뉴욕근대미술관을 비롯해 프랑스 퐁피두미술관,미구겐하임
미술관,독일 카이버빌헬름미술관,이탈리아 시립근대미술관등 전세계의
유명미술관에 소장돼있다.

브네씨는 "조만간 세계에서 가장 큰 자신의 조각물이 프랑스에
설치될것"이라고 전했다.

< 신재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