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집에서 가까운 구청으로 보내주던가 아니면 강남등 물좋은 구청으로
보내주오"

요즘 서울시 중 하위직공무원들의 최대관심사는 내년부터 자신이 퇴직시
까지 "붙박이"로 일할 근무처가 어디냐는데 있다.

재정이 취약한 구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이번기회에 선호도가 높은
구청으로 옮기기 위해 혈안인가 하면 물좋은데 있는 구청직원들은 어떻게
하면 현자리를 고수할수 있을까 하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대부분이 "동상이몽"인 셈이다.

서울시의 인사교류는 지금까지 본청과 구청 또는 22개구청간에 너무 빈번할
정도로 활발한 편이었다.

그러나 내년6월 자치단체장선거가 끝나면 이같은 교류는 종지부를 찍게
된다.

구청직원들의 인사권을 민선구청장이 갖기 때문이다.

최소한 5급이하 공무원들은 지금처럼 서울시장이 인사를 주무를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이들은 내년6월 단체장선거직전의 근무처가 평생직장이 되는
셈이다.

해당자만도 4만4천8백명으로 서울시전체공무원 5만4천4백여명의 82%에
달한다.

이들 중하위직공무원들은 집근처 구청에서 근무하기를 가장 원한다.

선호도 2위는 재정상태가 양호한 강남 서초 송파 종로 중구청등이다.

그러나 해결책이 간단치 않다.

중하위직공무원들의 대부분은 노원 목동 가양 개포 고덕 명길동등
몇몇지역에 몰려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지역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구청은 경쟁이 치열할게 뻔하다.

가난한 구청인 중랑구의 지난해 예산은 6백94억원으로 부자동네인 강남구청
(1천3백16억)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기준재정수요충족도(구의 재정수요에 대비한 수입)는 중랑구가 강남구의
4분의1수준에 불과하다.

구청간 빈부격차가 이처럼 심하니 시공무원들이 풍요로운 구청을 선호하는
현상은 당연한 셈이다.

이들 공무원들은 요즘 내적으로 심한 동요를 일으키고 있다.

단체장선거직전까지 자신이 원하지 않는 곳에 근무하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이에대해 서울시관계자는 "지역별 근속기간을 고려한 하위직 인사를
지속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중에 대폭적인 인사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공무원들중에 이러한 시의 입장을 곧이 믿는 직원은 별로
없다.

불안한 중하위직원들이 자신이 원하는 근무처에 가기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할게 확실하고 그러다보면 시가 어쩔수없이 인사를 단행하지 않을수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내년초부터 서울시에는 단체장선거전까지 "인사회오리바람"이 크게
불어닥칠것 같다.

<이성구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