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가칭 "집단분쟁처리를 위한 특별절차법"은
소송법상 집단분쟁의 처리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는 다수인간의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법원판결의 효력이 소를 제기하지
않은 "불특정다수"에까지 미친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높은 소송비용과 송사에 대한 위험부담이 상존하는 현실에서 법원에
대한 일반의 심리적인 거리감을 좁히는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만하다.

법무부가 이같은 특별법제정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우선 고도산업사회의
진행과 함께 지난 87년부터 국내민주화과정에서 분출되기 시작한 각계각층의
욕구로 인해 집단소송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들수 있다.

또 집단소송이나 집단민원이 제기되는 대상도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이다.

특히 근래에 자주 발생하는 유조선의 해난으로 인한 기름유출로 연안어민
의 손해배상, 망원동수해사건으로 인한 다수주민의 재해배상, 김포주민의
각종 쓰레기매립장 설치계획금지청구사건등 환경보호영역에 있어서 집단
소송양상은 더욱 현저해지고 있다.

또 사업자의 독점또는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집중에서
오는 각종 부당행위, 제조물결함으로 인한 손해의 발생, 부당한 상품선전과
부정표시로 인한 손해등 산업사회에서 "약자"인 소비자들이 당하는 각종
피해사례들도 집단소송의 "단골손님"이 돼버렸다.

그러나 이처럼 광범위한 소비자나 환경피해를 당한 주민이 입은 피해는
"개인"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적절한 보상을 받을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행 소송법이 소를 제기한 사람들에게만 구제혜택을 부여하는 법체계를
지녔기 때문이다.

또 현행 민사소송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선정당사자제도"는 공동소송수행
과정에서 개별당사자들로부터 소송수행의 "수권절차"를 밟아야 하는
까다로움이 있어 효율적인 송사진행이 어렵다.

이와함께 그동안 소송비용부담이나 소송수행능력의 측면에서 "다수의
피해자"는 대기업이나 행정당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할수
밖에 없었다.

"집단분쟁처리절차법"은 이같은 현실을 감안, 최근들어 자기목소리를
찾아가고 있는 소액소비자의 피해구제나 넓은 지역에 걸치는 다수주민의
공해피해보상, 이들 피해집단의 행정당국에 대한 피해의 방지나 구제신청을
보다 쉽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소송제기방식도 질적으로 개선, 개인차원에서 제기하기 힘든 집단소송의
경우 한국소비자보호원이나 대한법률구조공단등 비영리법인이 소송을
대리수행하는 길을 열어놓음으로써 송사의 효율적인 진행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집단분쟁처리절차법"이 현실화되기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행정당국이나 기업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특히 내년에 지방자치제가 본격 실시되면서 주민들의 자치의식고양과 행정
참여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집단소송이 늘어날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예상
되는 일이다.

또 지하보상권과 토지수용등 행정행위에 대한 이의신청을 거의 사법적인
판단에 의존하게 될경우 "법적인 판단"과 "행정부의 입장"간의 불일치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각종 개발사업에서 보여지는 지역이기주의양상과 결합한다면 집단
소송이 걷잡을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기업입장에서는 비용상승부담을 안게된다는 점에서 그리 "반가운"일이
될수는 없다.

특히 현재 국내제조업의 생산방식과 소비자의 의식수준을 감안한다면
다소 성급한 입법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즉 무분별하게 분출되는 집단소송이 기업경영과 재무구조에 상당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 결과적으로 제조업종을 기피하는 기업이 늘어날지도 모른다
는 것이다.

이와함께 국가전체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도로와 항만등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수 있는 주민들의 반발이 "집단소송"이라는 형태로
나타날 경우 사업의 지연등 전체의 "공익"을 저해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법무부가 마련중인 "집단분쟁처리절차법"이
선진국인 미국과 독일에서 시행중인 집단소송과 단체소송의 장점만을 흡수,
국내실정에 맞게 제정한다면 부작용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세대학교의 김홍규교수(법학과)는 "갈수록 상거래의 공정성확보나 환경
보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사실상 법적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과 소비자들의 권익을 증진하는 것이야말로 선진사회를 앞당기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국내의 실정을 충분히 감안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각계각층의 지혜를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