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신의 음악가 정명훈씨(41)가 프랑스 국립 파리오페라(일명 바스티
유 오페라)를 상대로 낸 "계약유효확인소송"에서 승리, 이 오페라의 음악감
독겸 상임지휘자로서의 권한과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파리지방 제1 민사법원의 프랑수와즈 라모프 판사(여)는 29일 정씨가 지난
25일바스티유를 상대로 계약의 유효여부에 대한 급속심리를 신청한데 대해
정씨와 바스티유간에 "지난92년 체결된 계약은 전적인 효력이 있음을확인"
하고 "오페라측의 일방적인 계약파기는 원고에게 명백히 불법적이며 고통을
초래했음으로 원상태로 환원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라모프 판사는 따라서 바스티유측은 정씨의 동의없이는 오는 9월19일 공연
될 94-95시즌 개막작품인 베르디의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의 리허설및
공연을 위한지휘자를 교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라모프 판사는 또 정씨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후임 지휘자를 부
당하게 임명한 바스티유측이 정씨에게 1만프랑(약1백50만원)의 배상금을 지
급하는 동시에 일체의 소송비용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라모프판사는 이와함께 바스티유측이 정씨와의 계약이 ''노동계약''이라며
이 문제를 노동분쟁조정위원회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데 대해 이 계약
은 정씨와 공공 공연기관간의 ''서비스계약''이며 정씨는 노동계약상의 상하
종속 관계에 있는 통상적인 해고대상이 아니다고 판시, 피고측의 주장을 기
각했다.
이같은 판결에 따라 정씨와 바스티유간의 계약은 만료시 까지 또는 바스티
유측의 항소에 따라 법원의 새로운 결정이 나올 때까지 효력을 발생하게 되
며 따라서정씨는 일단 바스티유 오페라의 음악감독겸 상임지휘자로서의 위
치를 고수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바스티유측은 이같은 판결에 불복, 항소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프랑스의 방송들이 보도했다. 한편 정씨는 이날 오후 파리 주재 한국특파원
단과 만나 "오늘판결은 바스티유측이 법적으로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
이며 권력 보다 법의 힘이 강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결과가 예상했던 것 보다 더 잘 됐다"면서 "당장 다시 연습을 시
작할수 있게 된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앞으로 바스티유측과의 관
계는 상대의태도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씨의 변호사인 모니크 펠르티에르씨(여)는 "프랑스인으로서 정씨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데 대해 고통을 느꼈다"면서 "프랑스 사법기관이
정씨가 바스티유의 음악감독임을 확인하는 첫 단계의 판단인 이판결을 환영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