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진기자] 철도와 지하철이 파업으로 치닫고 있다.지난 88년7월 철도
기관사들의 파업 이후 국가 운송체계에 최대의 위기가 닥쳐온 것이다.

전국기관차협의회,서울지하철노조,부산교통공단노조 등 3개 궤도교통
노동자 단체는16일 오후 최근의 파업찬반 투표에서 각각 투표 참가자의
90% 이상이 찬성,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 지지 않으면 오는 27일
오전 4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지난 88년에는 철도부문에서만 파업이 이루어졌으나 이번에는
철도와 지하철이 공동으로 파업할 움직임을 보여 국가 운송망이
유사이래 최대의 혼란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전국노동자대표자회의와 일부 대기업 노조들도 철도, 지하철
파업시기에 맞춰 쟁의행위에 돌입할 예정이기 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철도의 경우 지난해 수송 분담률은 여객이 27%, 화물이 20%에 달하고
있는데다 서울과 부산 지하철도 대중의 발 역할을 맡고 있는 운송 수단
이기 때문에 이들의 파업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다.

과연 전국지하철협의회는 파업을 강행할 것인가.

법의 보호를 받고 있는 서울지하철노조와 부산교통공단노조는 임금인상,
임의단체인 전기협은 하루 8시간 근무체제 및 연간 휴일 67일 보장 등의
각기 다른 요구안을 내놓고 공동으로 근로개선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3월 발족된 전지협은 부산지하철이 생긴후 전국단위의 지하철
노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서울지하철의 주도로 생긴 지하철
노동자 단체 성격을 띠고 출발했다.

이때 기존 철도노조와 노선을 달리하며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던 전기협은
철도외의 세력과 연계, 철도노조안에서의 세력확장을 꾀하기 위해 전지협
에 옵서버자격으로 가입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의 공동 파업투쟁에서 서울과 부산지하철노조는 전기협을
선두에 내세움으로써 투쟁 효과의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협은 이미 철도청뿐만아니라 노동부 등도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파업에 가더라도 지하철노조보다는 전기협측의 타격이 더
심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철도청은 2개 지하철 노조는 현재 내세우고 있는 주요 요구사항이 임금
인상이므로 막판에 가서 노.사양측이 합의점에 도달, 파업 단계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전기협의 경우는 그동안 공동으로
보조를 맞춰 왔던 지하철노조가극적으로 파업을 피하더라도 단독으로
파업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특히 현재 서선원 전기협 의장 등 주요 전기협 집행부 간부들은 이미
수차례 불법집회를 주도했기 때문에 사법적인 제재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이번 사태를 주도했으므로 파면 등의 중징계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전기협 집행부 간부들은 "철도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한
톨의 밀알이 되기 위해 일신상의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기로 다짐했다"는
강경한 결의를 보인 것과 같이 이번 투표결과에 따라 불법으로라도
파업을 시도할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 것이다.

그러나 김연환 전지협 상임의장은 서울과 부산 지하철이 극적으로
노사간에 임금협상 등에 타결을 보더라도 전기협의 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 공통 투쟁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어 철도,지하철 공동파업
가능성은 남는다.

전기협측은 자신들의 요구 사항이 철도청 차원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었다. 이는 다시말하면 전기협은
정부차원에서 자신들의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어쨌든 정부가 불법 파업 등에 대한 강경입장만을 고수, 관련자를 전원
구속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궤도교통 노동자들은 파업을 선언해 하나의
레일위에서 양방향으로부터 달려오는 두 기관차가 충돌하는 형국이 돼
버렸다.

오는 23일까지 서울과 부산 지하철 노사간에 정부차원의 단안이 내려져
쟁점이원만하게 타결될 것인지와 철도청이 17일 발표할 예정인 변형
근로제 개선안 등을 담은 철도개혁안이 현재의 파국을 막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