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그룹 해체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 국제상사의
경영권을 한일합섬이 인수한 것은 정당하다는 서울고법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6부(재판장 김영일 부장판사)는 4일 전국제그룹회장
양정모씨(73)가 한일합섬을 상대로 낸 국제상사주식 1백19만주
반환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공권력에 의한 국제그룹해체는 위헌이지만
한일합섬의 주식인수는 강박이 아닌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사적계약
이었던 만큼 강박의 의한 주식인도였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없다"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로써 양전회장은 1,2심에서 모두 패소함으로써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
의 위헌결정의 여세를 몰아 이번 재판에서 승소, 재기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날 판결선고직후 양 전회장의 측근들은 이번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사표시의 자유가 완전히 박탈된 상태에서 법률
행위가 이뤄진 경우 이는 무효가 된다"며 "그러나 당시 주식매매계약이
원고의 의사결정 자유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어 원고의 강박에 의한 무효주장은 이유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헌법적 시각에서 국제그룹해체는 위헌이지만 한일합섬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공권력개입을 요청한 사실이 없고 단지 권유를
받아 사법상의 거래로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이상,위헌이라는 점만으로
이 계약이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국제상사는 지난 85년 2월 5공의 국제그룹 정리방안 및 제3자인수방안에
따라 85년 3월 주식 및 경영권양도 가계약과 86년 본계약을 거쳐
한일합섬에 넘겨졌었다.

이번 서울고법의 판결은 신한투자금융의 전사주 김종호씨가 지난86년
강박에 의해 제일은행에 주식을 양도했다며 소송을 제기, 대법원에
계류중인 "신한투금주식인도소송"에서 김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시사하고 있다.

<고기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