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고의 수준의 의료진과 시설을 자랑하는 서울대병원마저 잦은 의료사
고와 그에 따른 분쟁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특히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한 의료소송중에는 잘못된 시술,마취사고 등 담
당의사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나 허술한 진료체계 때문에 발생한 것들이 많
아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8일 전서강대교수 엄정국씨(당시 48.전산과)유족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 의료진의 잘못을 인정 1천2백만원의 손해배상
금을 주고 화해를 했다.
유족들은 92년 10월 엄씨가 숨지자 "병원측이 수술중 부주의로 배안에 핀
셋을 넣은 채 봉합해 재수술을 받게하는 고통을 줬다"며 소송을 냈었다.
병원측은 이에 대해 "엄씨는 입원당시 이미 직장암 3기로 살아날 가능성
이 희박한 상황이라 핀셋제거 수술이 사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배상을 할 수 없다"고 버텨왔다.
그러나 담당재판부는 병원측의 실수를 어느정도 인정 병원측에 화해를 적
극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씨는 수술후 복부통증에 시달려 X-ray촬영 결과 배안에 수술용 핀셋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돼 재수술을 받은 뒤 7개월만에 숨졌다.
또 서울민사지법 합의12부(재판장 심명수 부장판사)는 최근 척추교정 수술
을 받은 뒤 하반신이 마비된 대학원생 이종하씨(31)와 가족들이 서울대병원
과 정형외과과장 석세일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이
씨에게 1억9천4백6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현재 서울민사지법과 고등법원에 계류중인 서울대병원 상대 의료소송은 모
두 13건에 달하며 이중 2건은 올해 새로 접수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에는 90년 5월 척추교정수술뒤 증세가 악화된 하모씨(여)가 "담당의사
가 자세한 설명도 해주지 않고 수술을 강행,전치 3개월의 후유증에 시달렸
다"며 낸 소송 등 담당의사의 시술잘못을 문제삼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심한 복통으로 서울대병원에 옮긴지 6시간만에 숨진 이모군(당시
생후 10개월) 유족들이 지난 5일 낸 소송처럼 진료시스팀의 구조적인 허술
함을 지적한 소송도 있었다. 이군 유족들은 소장에서 "전공의 과정에 들어
온지 1년이 채 안된 남모씨가 경험부족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바람에 아들
이 죽었다"며 "한국 최고수준의 병원 응급실엔 당연히 전문의가 배치돼 긴
급상황에 유효적절하게 대처했어야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