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되고 난 후 자선파티 등을 통해 군인과 정부관료의 부인들이
자주 만나도록 주선했습니다. 또 사관생도와 일반대학생의 모임및 상호
교환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대통령이 왜 저러나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 이해하고 가까워져 임기중 여러가지로 도움이 됐습니다"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대통령은 29일 낮12시 서울힐튼호텔 2층 지리사룸
에서 가진 여기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군부와 학생들을 다스릴 수 있었던
방법을 이같이 전했다.

남편을 살해한 군부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으나 자신이
여성이고 어머니이기 때문에 참고 기다리는 마음으로 법에 따라 해결
하고자 했고 서로 적대관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게끔 한 것이 재임기간중 내분을 줄일 수 있었던 바탕이었다는 것.

아키노여사는 따라서 한국의 경우 어렵더라도 남쪽에서 북한에 더 많이
양보하고 참으며 나누어 줄 때 통일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먼저 통일된 독일의 사례를 보고 연구할 수 있는 것은 한국
으로서 는 행운이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빨간색 샤넬투피스 차림의 아키노여사는 "젊고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기자들의 얘기에 "한국여성들이야말로 피부가 좋다. 특별한 비결이
있는가"라고 되묻는 등 시종일관 편안하고 솔직한 태도로 대통령시절과
현재의 삶및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9세때 아키노씨를 처음 만나 19세때 결혼을 생각하고 21살때 결혼했다는
아키노여사는 남편이 죽기전까지는 악수밖에 할 줄 몰랐다고 털어놓은 뒤
자신은 따라서 연설이란 20분이 넘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란색을 심벌로 삼은데 대해 "사랑하는 이의 귀환을 환영하기 위해
나무에 노란리본을 매달았다는 얘기를 알지 않느냐"고 말한 다음 남편인
아키노씨가 미국으로 추방됐다가 귀국할 때부터 노란색옷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시절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히로히토국왕이 만나자마자 2차대전
당시 일본이 필리핀에 저지른 만행을 사과한다고 말해 첫기자회견에서
그대로 전했다가 "왕의 얘기는 아무런 의미나 효력을 지니지 못하는
것"이라는 일본정부의 반박으로 곤란을 겪기도 했다는 아키노여사는
다시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치는 그동안 한 것으로 충분
하다.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대통령이 된 다음 크리스마스파티에서 노래를 해달라는 말라카스궁
사람들의 요구에 그만둘때 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해 재임
마지막 크리스마스파티에서 "다시는 웃지 않겠다"는 제목의 노래를
"다시는 출마하지 않겠다"로 가사를 바꾸어 불렀다고.

1남4녀의 어머니로 퇴임후 피나투보화산 폭발로 인한 이재민구호사업
등 민간단체의 빈민구제사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아키노여사는 다시
태어나도 필리핀인이자 여성으로 태어나고 싶지만 다만 한가지 "키는
좀더 컸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으며 립스틱을 다시 바른 뒤 일어났다.

<박성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