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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 서욱진 기자
    서욱진 기자 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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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욱진 국제부장입니다.

  • [데스크 칼럼] '골디락스' 정말 올 수 있을까

    숲속에서 길을 잃은 소녀는 오두막을 발견했다. 빈집 식탁에는 수프 세 그릇이 놓여 있었다. 하나는 막 끓여서 뜨겁고, 하나는 식어서 너무 차가웠다. 소녀가 선택한 마지막 하나는 먹기에 딱 좋은 온도였다. 배가 불러 졸음이 오자 침대들이 눈에 들어왔다. 소녀는 돌처럼 딱딱하지 않고, 너무 쿨렁거리지도 않는 적당한 쿠션의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 금발머리를 묶은 이 소녀의 이름은 ‘골디락스(goldilocks)’. 요즘 미국 월가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 중 하나다. 힘 받는 '노 랜딩' 시나리오파이낸셜타임스(FT)는 2004년 중국이 9.5%의 고도성장을 이루면서도 물가 상승이 수반되지 않는 것을 일컬어 ‘중국 경제가 골디락스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영국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의 주인공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즉 고성장에도 물가가 상승하지 않는 이상적인 경제 상황을 가리키게 됐다.미국 중앙은행(Fed)은 작년부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섰다. 지난해 1월 연 0.25%였던 미 기준금리 상단은 연 4.75%까지 높아졌다. 경기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소프트 랜딩(연착륙)’이냐 ‘하드 랜딩(경착륙)’이냐가 관심사였다.하지만 물가가 정점을 지났다는 평가가 나오는데도 경제 지표들은 여전히 좋게 나오고 있다. 가장 견조한 고용부터 소매판매, 도매물가까지 기대 이상이다. 이 대로라면 긴축 충격 없이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CNBC에 “우리는 연착륙에서 ‘노 랜딩(무착륙)’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 랜딩은 경기 충격 여부에 방점을

    2023.03.08 18:06
  • [데스크 칼럼] '악덕 CEO' 머스크를 위한 변론

    지난해부터 전 세계에서 욕을 가장 많이 먹고 있는 사람을 대라고 하면 아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떠오를 것이다. 이에 못지않은 인물을 한 명 더 꼽으라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강력한 후보 중 한 명이다. 그의 이름 앞에 붙었던 수식어 ‘테슬라 신화’는 이제 ‘테슬라 리스크’로 바뀌었다. 테슬라 주가는 작년 한 해 70%가량 폭락했다. 혹평받는 경영 방식머스크는 지난해 트위터 때문에 연일 구설에 올랐다. 비판의 요지는 이렇다. 트위터 인수 후 직원의 50%를 해고하는 ‘막가파식’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엉망으로 만들었고 이용자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트위터의 경영은 악화했고, 덩달아 테슬라 주가도 곤두박질쳤다.그는 수익성 강화안을 조기 시행하기 위해 트위터 직원들에게 주 7일 24시간 쉬지 말고 일하라는 지시까지 했다. 악명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고 경영자로 나선 기간은 세상에 형편없는 리더십이란 게 무엇인지 보여주는 본보기가 된 시간”이라고 혹평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머스크를 깎아내렸다. 그는 “큰 회사의 경영은커녕 내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일조차 머스크에게 믿고 맡기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테슬라 주가 폭락 때문에 분통이 터진 투자자들도 머스크 손절에 나섰다.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 CEO직 사임 여부를 투표에 부치자 과반수가 찬성했다. 결국 그는 후임자가 찾아지면 트위터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했다.그러나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트위터 인수 이

    2023.01.25 18:06
  • [데스크 칼럼] 中에도 할 말은 다 해야

    1592년 임진년 4월 조선을 침략한 왜군은 압도적인 전력으로 4시간여 만에 부산진성을 부수고 동래성으로 향했다. 왜군은 동래성 남문에 여덟 자가 적힌 목패를 세웠다. ‘싸우려면 싸우고 싸우지 않으려면 길을 빌려달라(戰則戰矣 不戰則假道).’한마디로 싸울 자신이 없으면 그냥 항복하라는 회유였다. 동래부사 송상현의 답은 여섯 자로 더 짧았다. “싸워서 죽는 것은 쉽지만 길을 빌려주기는 어렵다(戰死易 假道難).”‘기백(氣魄)’이란 이런 것이다.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강약을 뛰어넘는 게 정신이다. 동래성은 결국 함락됐지만, 끝내 조선이 무너지지 않은 것도 이런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선 넘은 北 미사일 도발지금 한반도는 휴전 상태다. 전쟁을 잠시 멈추고 있다는 얘기다. 이 상황을 남과 북의 대결로만 보는 시각은 없다. 북한 뒤에는 중국이, 한국 뒤에는 미국이 있다. 조태용 주미대사는 최근 워싱턴 특파원의 간담회에서 “북한이 전례 없는 수준의 도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가장 많이 발사한 때가 25발을 쏜 2019년이었는데 올해만 벌써 63발째 발사했다. 지난 9월 하순부터 지금까지 쏜 것만 32발이다.물론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에도 미사일을 쏘는 것은 기백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대적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막가는 상대가 더 까다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너무 익숙해져서 별다른 감흥을 못 느끼지만, 북한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도 거리낌 없이 할 말을 쏟아낸다. 박정천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한·미 연합공중훈련과 관련해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미국을 위협했다. 그렇다

    2022.12.07 17:37
  • [데스크 칼럼] Fed가 볼커를 소환한 이유

    키가 2m가 넘는 그의 입에는 항상 큰 시가가 물려 있었다. 온갖 협박과 살해 위협에 시달린 그는 권총도 지니고 다녔다. 1981년 빚더미에 앉게 된 미국 농민들은 트랙터를 몰고 워싱턴으로 올라와 그가 있는 건물을 봉쇄하고 퇴진을 요구했다. 이 남자가 경제를 망친 탓에 지미 카터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했다는 건 미국 정가의 정설이다. 마피아 두목이 연상되겠지만 아니다. 싸움꾼은 맞는데 상대가 물가다. 바로 ‘인플레이션 파이터(inflation fighter)’ 폴 볼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다. 인플레 파이터의 전설Fed가 지난달까지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자 세계 증시가 얼어붙었다. 하지만 한 번에 금리를 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스텝도 지금은 고인이 된 볼커에겐 대수롭지 않을 것이다.그는 취임 2개월 만인 1979년 10월 경기 침체 상황도 아랑곳하지 않고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단번에 금리를 4%포인트 올렸다. 연 11.5%이던 기준금리는 하루아침에 연 15.5%가 됐다. 당시 언론들은 이 조치를 ‘토요일 밤의 학살’이라고 불렀다. 볼커는 1981년 6월 기준금리를 연 21.5%까지 높였다. “볼커가 자기 키만큼 금리를 올렸다”는 웃을 수 없는 농담이 유행했다. 이런 고금리는 3년이나 지속됐다.이자율이 연 20% 선으로 치솟으며 미국 실업률은 10%를 넘어섰다.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소비는 꽁꽁 얼어붙었다. 기업들이 줄도산했지만 볼커는 눈도 꿈쩍하지 않았다. 당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토빈 예일대 교수가 사석에서 금리를 내려달라고 요청하자 볼커는 이렇게 답했다. “Fed는 금리를 정하지 않았다. 시장이 정했다.”

    2022.10.23 17:20
  • 英 신임 재무장관 "세금 올리고 지출 줄여야"

    영국 신임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제러미 헌트(사진)가 증세와 재정 지출 삭감을 예고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지난달 내놨던 감세 정책에서 ‘유턴’할 뜻을 밝힌 것이다.헌트 장관은 1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트러스 총리의 감세 정책을 두고 “너무 멀리, 너무 빨리 갔다”며 “(앞으로는 재정) 안정성을 바탕으로 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도 “세금은 사람들이 바란 만큼 줄지 않을 것이고 일부는 인상될 것”이라며 “모든 정부 부처에 추가 절감 방안을 찾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지난달 23일 트러스 총리와 쿼지 콰텡 전 재무장관은 450억파운드(약 72조5200억원)의 대규모 감세안을 담은 ‘미니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혼란시켰다. 금리 인상 중인 영국중앙은행(BOE)의 긴축 기조와 상충했기 때문이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1.03달러까지 떨어지고 영국 국채 금리가 연 5%를 웃도는 등 시장 불안이 커졌다. 트러스 총리는 결국 부자 감세안을 철회한 데 이어 지난 14일 콰텡 장관을 해임하고 후임으로 헌트 장관을 임명했다. 그러면서 추가 감세안 철회 방침을 밝혔다.헌트 장관은 콰텡 전 장관이 내놨던 감세안의 문제점으로 고소득층 감세와 영국 예산책임처(OBR)와의 협의 부족을 꼽았다. OBR은 별도 독립기관으로 재정 전망을 내놓는 역할을 한다. 헌트 장관은 “모든 사람의 희생을 요구하는 시기에 최고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낮춘 건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그는 16일 트러스 총리를 만난 뒤 오는 31일 새 경제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일부 현지 언론은 내년 기본 소득세율을 20%에서 19%로 1%

    2022.10.16 17:51
  • 美 30년 만에 '철도 파업' 임박…치솟는 인플레에 기름 붓나

    미국 철도 노조의 파업으로 장거리 여객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노조가 예고대로 17일(현지시간) 전면 파업에 들어가면 물류 대혼란으로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미국 철도 노사가 합의하지 못해 파업이 일어나면 1992년 이후 최대 규모의 철도 파업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철도 노동자 12만5000명가량이 파업에 참여하고, 하루 평균 7000대의 장기 화물열차가 운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미국철도협회는 철도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하루 평균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철도는 2020년 기준 미국 내 화물 운송의 26.9%를 담당한다. 트럭(45.4%)에 이은 제2의 화물 운송 수단이다.미국에서 철도는 해상운송과 육상운송을 연계해주는 역할을 한다. 컨테이너선이 항구에 화물을 내리면 기차가 이 상품을 내륙으로 옮기는 식이다. 그런데 철도가 멈춰서면 화물이 최종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기 힘들다. 트럭으로 철도 운송을 대체할 수 있지만, 미국 내 트럭과 트럭 운전사가 모자라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철도 파업 시 기존 철도가 담당한 화물을 처리하려면 장거리 운행 트럭이 46만7000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결국 물류 대란으로 공급망 위기가 심화하고 인플레이션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세라 하우스 웰스파고 이코노미스트는 “철도 파업이 일어나면 인플레이션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WSJ는 철도 파업으로 여객 운송도 차질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여객철도는 화물 운송 철도회사들이 관리하는 선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미국 여객철도공사인 암트랙(Amtrak)은 이런 점을 고려해 장거리 대륙횡단철

    2022.09.15 17:46
  • [데스크 칼럼] 누가 '미친 집값' 잡았나

    영국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가 1898년 내놓은 공상과학 소설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은 지금까지 영화, 드라마 등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걸작이다. 화성에 종말이 닥치자 거대한 눈과 촉수를 가진 화성인은 지구를 공격한다. 인간은 초록색 열선과 독가스로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이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가 정복당했다고 절망하는 순간 대반전이 일어난다. 화성인은 지구의 박테리아에 감염돼 갑자기 전멸한다. 그들은 인간의 반격과 관계없이 허무한(?) 최후를 맞을 운명이었다. 정권 바뀌자 안정된 부동산출범 초기부터 문재인 정부를 가장 괴롭힌 것은 집값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두 달 뒤인 2017년 7월 “부동산 가격을 잡으면 기획재정부에 피자 한 판씩을 쏘겠다”며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2019년 11월)는 현실 부정은 끝까지 갈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은 ‘정말 부동산 부문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다”(2021년 5월), “부동산 문제는 제가 여러 차례 송구스럽다는 사과 말씀을 드렸다”(2021년 11월)며 고개를 숙였다.부동산 정책 실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거의 궤멸하다시피 한 보수정당을 되살렸고 정권 교체에까지 이르게 했다면 과언일까. 집값 급등이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이런 철옹성 같은 부동산 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놀랍게도 집값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족’이 대거 몰렸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외곽부터 하락이 시작되더니 &

    2022.08.31 17:49
  • [데스크 칼럼] 신냉전 시대 한국의 선택은

    중세 유럽 최강의 전투집단은 신앙이나 조국을 위해 싸우지 않았다. 스위스 용병(라이슬로이퍼)은 돈을 위해 싸웠다. 척박한 스위스 땅에서 돈을 받고 전쟁터에 대신 나가는 것은 거의 유일한 밥벌이였다.이들은 항복하거나 도망치지 않았다. 당장은 살 수 있을지 몰라도 일자리를 잃게 돼 살길이 막막해진다. 싸우다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매한가지였다. 신용을 잃으면 자식도 용병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끝까지 싸웠고 기꺼이 죽었다. 물론 이런 군대를 이기기는 쉽지 않았다. 종렬로 긴 창(파이크)을 앞세워 진격하는 스위스 용병은 무적이었다.그러나 변화가 없다는 게 한계였다. 결국 자신들의 전술을 그대로 모방한 독일 용병(란츠크네흐트)이 등장했다. 스위스 용병은 1512년 이들을 간단히 격파하지만, 10년 뒤 재대전에서는 참패한다. 독일 용병은 스페인 화포 등 신기술을 받아들였지만, 스위스 용병은 그대로였다. 포병의 등장은 개인의 용맹만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패러다임의 변화였다. 전쟁이 일깨운 '힘의 논리'세계화의 시대가 끝나고 신냉전이 시작됐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른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와 공급망 붕괴는 자급자족의 필요성을 일깨웠다. 지난 2월 터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오랫동안 잊고 있던 ‘힘이 없으면 먹히는’ 정글의 법칙을 환기시켰다.유엔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가진 거부권은 힘의 논리를 잘 보여준다. 안보리 결정은 유엔 헌장에 의거해 회원국들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강제성을 지닌다. 하지만 상임이사국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안보리는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거부

    2022.07.13 17:26
  • [데스크 칼럼] 세계화의 종말 시작됐다

    “The world is closing in. Did you ever think that we could be so close like brothers?(생각해 본 적 있나요? 우리가 이렇게 형제처럼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1991년 스콜피언스 ‘wind of change’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 붕괴는 냉전 시대의 끝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1990년 독일 통일과 1991년 소비에트연방(소련) 붕괴로 1940년 이후 계속됐던 미국과 소련의 대립 구도는 막을 내렸다.이후 열린 것은 세계화의 시대였다. 미국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1999년 출간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이 변화를 ‘기술·정보·금융의 민주화’라고 했다. 세계화의 특징은 ‘연결성’이다. 지구 반대편 금융회사의 파산이 우리나라에 금융위기를 몰고 온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 세계는 하나로 엮여 있다. 위협받는 자유무역하지만 세계화 시대는 흔들리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주주 서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리가 지난 30년간 경험한 세계화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했다.전쟁 이후 독자 생존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세계를 엄습했다. 세계적 곡창지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곡물 가격을 폭등시켰다. 식량 부족을 우려한 다른 나라들까지 수출 금지에 나섰다. 인도의 밀과 설탕,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중단이 대표적이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식량을 수입할 수 있다는 믿음은 사라지고 있다. 에너지와 원자재 상황도 비슷하다. 자유무역주의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자유무역주의는 영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르도의 ‘비교우위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손쉽게 생산할 수 있는 상품에 집중

    2022.05.25 17:30
  • IPEF 참여는 '安美經世'의 시작이다

    2020년 10월 3일 이수혁 당시 주미대사는 “한국이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기대고 있는 상황에서 두 요소는 같이 가야 한다”는 발언으로 미국 외교가를 발칵 뒤집어놨다.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 기조였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관계 설정이 다시 이뤄지고 있다. 후보 시절부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등 미국 기조에 부합하는 메시지를 던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본보다 먼저 한국을 찾았다. 양국은 군사·안보는 물론이고 경제·기술까지 포괄하는 글로벌 전략동맹으로 관계를 격상시켰다.일본으로 건너간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한국 등 13개국이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켰다. 24일에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안보협의체인 쿼드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중국의 확장을 막으려는 미국은 속속 동맹연합체를 결성하고 있다.중국은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왕이 중국 외교장관은 IPEF에 대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를 미국 패권주의의 앞잡이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당장 보복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도 참여하고 있어서다.하지만 갈등이 고조되면 언제든 ‘제2의 사드 보복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2016년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로 중국 정부는 한국 콘텐츠 등을 금지하는 ‘한한령(限韓令)’을 내렸다.한국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이다. 지난해 전체 수출과 수입의 각각 25.3%, 22.5%를 차지했다. 전체 수입 중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50.2

    2022.05.23 18:00
  • [데스크 칼럼] 키이우가 함락되지 않는 이유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미사일로 공습하고 지상군을 투입하면서 전면 침공을 감행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결정은 충격이었다. 2021년 10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대규모 병력을 집중시키면서 위기가 고조됐지만 진짜 전쟁이 터질지는 몰랐다.개전 초기에는 러시아군이 단숨에 키이우를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전 세계 최강인 미군과 맞설 수 있다는 ‘붉은 군대’의 압승이 점쳐졌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됐다. 구심점이 된 코미디언 대통령이변(?)을 이끈 것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었다. 러시아의 공격이 시작되자 일부 언론에서는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이 무책임하게 NATO 가입을 운운한 게 문제였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벌써 외국으로 도망갔다는 소문도 퍼졌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에 남아 항전의 구심점이 됐다.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달 2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어떻게 우크라이나를 수호하고 세계를 통합시켰나’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럽의회에서 “삶이 죽음을 이길 것이며, 빛이 어둠을 이길 것”이라고 연설한 것을 두고 “찰리 채플린이 윈스턴 처칠로 변모한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도 거셌다. 해외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우크라이나인들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속속 귀국했다. 복싱, 테니스, 축구 등 스포츠 스타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폴란드 국경에는 가족을 피신시키고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는 차량 행렬이 줄

    2022.04.03 17:40
  • [데스크 칼럼] '집값과의 전쟁' 이젠 끝내야

    물레방아가 유일한 생계 수단인 방앗간 주인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방아를 관찰하다가 맷돌이 회전축, 바퀴 등으로 이어져 최종적으로 물(강)의 힘에 의해 밀가루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이전처럼 가루를 잘 빻기 위해 맷돌을 관리하는 대신 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주위 우려가 컸지만, 그는 “물 없이는 어떤 물레방아도 돌아갈 수 없다”고 소리쳤다. 방치된 물레방아는 결국 엉망으로 망가진다.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 《인생론》의 이 일화는 최우선 목표가 무엇인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벗어나 다른 것에 집착하면 의도와 상충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본연의 목표 망각한 주택 정책주택 정책의 목표는 무엇이 돼야 할까. 어렵게 생각할 필요없다. 국민이 원하는 집에서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방향은 달랐던 것 같다. ‘시장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뒀다. 한마디로 집값을 못 오르게 하고, 오른 집값을 다시 원상 복귀시키겠다는 것이다. 물론 집값이 단기간에 많이 뛰면 주거 안정을 해친다. 하지만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현실을 인정하고 여기에 맞춘 정책을 펴는 게 옳았다.이번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대결의 장으로 봤다. 상대도 명확했다. 각종 규제에도 급등세를 이어간 집값은 ‘투기의 산물’이라고 진단 내렸다. 집값 상승은 불로소득을 얻는 것이고, 과거 복부인 같은 투기 세력이 시세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내 집 마련하겠다는 실수요는 못 본 척하거나 ‘광의의 투기’로 간주했다. 전세 낀 집을 사면 실수요가 아니라 ‘갭투자’로 보는 게 대표적이다.이번

    2022.02.20 17:44
  • [데스크 칼럼] '反시장' 부동산 정책의 종말

    왕이 인간의 역사가 궁금하다고 하자 현자가 책 500권을 가져왔다. 왕이 읽기에는 너무 많았다. 현자는 20년 동안 책을 50권으로 압축했다. 하지만 바쁜 왕은 더 줄이라고 했다. 다시 20년이 흘러 책 한 권이 완성됐지만, 늙은 왕은 임종을 앞두고 있었다. 현자는 인생을 단 한 줄로 요약했다. ‘사람은 태어나서, 고생하다가, 죽는다. 인생에는 아무런 뜻이 없었다.’영국 작가인 서머싯 몸의 1915년 장편소설 《인간의 굴레》에 나오는 이야기다. 막바지에 이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간략히 요약해볼 수 있을까.출범 초기 이 정부는 시장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고 단언했다. 이후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규제는 세제, 금융 등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2017년 ‘8·2대책’부터 ‘규제 끝판왕’으로 불린 2018년 ‘9·13대책’, 고가 주택 담보대출을 금지한 2019년 ‘12·16대책’, 2020년 새 임대차법 등을 발표했다. 5년간 규제 쏟아낸 文정부정부는 뒤늦게 수요 억제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인정하고 3기 신도시 등 공급 확대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공공개발을 내세운 ‘2·4대책’ 등을 내놓았다.그럼 시장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시장은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규제가 나오면 잠시 주춤했지만 곧 여지없이 반등했다. 강남을 잡으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 뛰고, 마용성을 잡으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움직였다. 6억원 초과 주택의 대출을

    2022.01.19 16:42
  • [데스크 칼럼] 2030에 더 가혹한 대출 규제

    “여기 돼지간볶음 한 접시하고 황주 한 잔 가져오라고. 황주는 따뜻하게 데워서 말이야!”생사(生絲) 공장에서 일하는 허삼관은 병원에서 피를 뽑아 팔고 나면 항상 승리반점으로 가 탁자를 치며 소리쳤다. 보혈과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소박한 음식. 피를 팔아 돈을 벌어야 하는 자신을 위한 작은 위로다. 한 번 피를 뽑으면 최소한 석 달은 쉬어야 하지만, 허삼관은 아들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열흘에 네 번 매혈을 감행한다. “설령 목숨을 파는 거라 해도 전 피를 팔아야 합니다. 아들이 간염에 걸렸거든요.”위화의 1996년 장편소설 《허삼관 매혈기》는 국공내전, 문화대혁명 등 굴곡진 중국 현대사 속에 피를 팔아 가족을 부양했던 한 가장의 이야기다. 요즘 집을 사기 위해 대출받으려는 사람들의 심정이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년부터 꽉 막히는 대출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10·26 대책’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면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된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를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이번 정부의 시각은 한결같다. 대출받아 집을 사는 것은 ‘투기’다. 가족과 실제 입주해 살 집 한 채도 예외가 아니다. 규제지역에서 3억원 초과 주택 구매 시 신규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고 기존 대출금도 회수당한다. 15억원 초과 주택은 담보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하지만 최근 집을 산 사람들이 정말 가격 상승을 노리면서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댄 투기 세력일까? 지금 집 사는 사람들은 불안해서 산다. 지금보다 더 오르면 영영 못 살 것

    2021.11.24 17:11
  • [데스크 칼럼] 집값 꼭지라면서 사전청약 받아라?

    “화가들은 죽고 묻히지만 자신의 작품을 통해 다음 세대에, 아니면 그다음 세대에 말을 건넨다. 화가의 삶에서 죽음은 그렇게 두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빨강머리 미치광이’로 불린 화가가 1888년 동생에게 보낸 편지다. 2년 뒤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것일까. 평생 인정받지 못한 화가로 궁핍한 생활을 하고, 고갱과의 불화로 자신의 한쪽 귀를 자르고, 정신질환으로 고통을 받던 그는 1890년 권총 자살로 37세의 생을 마감한다. 그는 생전 800여 점의 그림을 그렸지만, 단 한 점밖에 팔지 못했다. 하지만 사후 그는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이 된다. 네덜란드의 후기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이야기다. 조급증에 빠진 주택 정책미술 작품만큼은 아니더라도 정부 정책은 10년, 20년 뒤를 내다봐야 한다. 부동산 정책은 더 그렇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처럼 아파트는 빵처럼 밤을 새운다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는 너무 조급하다. 집값 안정이라는 단기 목표만 신경 쓰다 보니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지금 집값이 고점이라고 거듭 경고하고 있다.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으로 이제 거품이 꺼져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3기 신도시 등의 사전청약 물량은 대폭 늘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2024년까지 공급할 사전청약 물량을 애초 계획보다 10만1000가구 늘어난 16만3000가구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지난 7월 인천 계양 등의 사전청약에서는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졌다. 분양가가 그리 싸지 않다는 말이다. 사전청약 후 입주 때까지

    2021.10.13 17:04
  • 수도권 이달 1만8400가구 청약…광명·안양 재개발 단지 관심

    9월 수도권에서만 약 2만 가구가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분양은 여전히 ‘로또’로 평가받고 있어 높은 경쟁률이 예상된다. 서울에서도 오랜만에 신규 공급이 이뤄지면서 예비 청약자들이 대거 몰릴 전망이다. 교통, 학교 등 주거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서울 및 수도권에서 나오는 분양 물량은 최우선적으로 노려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가을 분양 성수기 시작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이달 수도권에서는 1만8424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이 같은 물량은 지난달 5479가구 대비 3.4배로 대폭 증가한 수치다. 서울에서는 1744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외 경기에서 9990가구, 인천 6690가구가 나온다.가장 분양 물량이 많은 경기에서는 대단지 분양이 주목받고 있다. ‘준서울’로 꼽히는 경기 광명에서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베르몬트로 광명’을 선보인다. 광명2R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아파트다. 총 3344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은 전용 36~102㎡ 726가구다. 도보권에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이 있어 도심 접근성이 좋다.대우건설·현대건설·GS건설은 경기 안양 동안구 비산3동에서 ‘평촌 엘프라우드’를 분양한다. 지하 4층~지상 29층, 35개 동, 전용 22~110㎡, 총 2739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689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편리한 교통이 장점이다. 관악대로, 경수대로 등이 주변에 있고 제2경인고속도로 석수IC 진입이 수월하다. 월곶~판교 복선전철 안양운동장역(가칭)이 2026년 개통 예정이다. 학의천과 비봉산을 끼고 있는 만큼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다.경기 수원에서

    2021.09.08 15:55
  • [데스크 칼럼] 임대차법 고집하는 진짜 이유

    19세기 후반 제정 러시아 시대 시골 지주인 카라마조프가의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살인범으로 의심받는 사람은 맏아들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그는 한 여자를 두고 아버지와 다투고 있었다.“인생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이 모두 있다”는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친부 살인’이 서사의 중심을 이룬다. 물론 존속 살인은 최악의 패륜 범죄다. 하지만 양육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던 방탕한 호색한이자 지독한 수전노라면 어떨까. 이 작품은 ‘자격이 없어도 아버지이기 때문에 무조건 존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세입자·집주인 모두 고통요즘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법을 보는 부동산 시장의 시각이 딱 이렇다. 세상만사는 이익 보는 사람이 있으면 손실 보는 사람도 있는 ‘제로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임대차법은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었다. 세입자는 전세 못 구해 힘들고, 집주인은 자기 집 마음대로 못해 괴롭다. 정부는 전셋값 인상률 5% 이내로 2년 계약을 연장한 사람들은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후 1년간 서울 100대 아파트의 임대차 갱신율이 77.7%를 기록했다”고 했다.국토교통부의 페이스북 등 SNS에는 홍보 게시물까지 등장했다. 미소를 띤 40대 임차인 B씨는 “집주인이 집을 비워달라고 했지만 갱신청구권을 활용해 5% 인상으로 재계약했다”고 했다.그러나 과연 B씨는 2년 뒤에도 웃을 수 있을까. 내년 하반기께 만기가 돌아오면 30% 이상 오른 가격에 전세 계약을 맺어야 한다. 돈이 없으면 집

    2021.08.18 17:30
  • 공공재개발 첫 사업시행자 선정

    서울 동대문구 용두1-6구역이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 중 처음으로 사업시행자를 선정하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19일 동대문구에 따르면 청량리재정비촉진지구 용두1구역 6지구(용두1-6구역)의 공공재개발 사업시행자로 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가 지정됐다.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 중 처음이다. 재개발을 통해 999가구가 들어선다. 2026년 12월 준공 예정이다.공공재개발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공사 등 공공이 사업시행자로 참여해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주민 간 갈등으로 정체된 재개발 사업의 속도를 높여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용적률 상향과 분양가 상한제 적용 제외, 각종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받고 그 대신 조합원 분양분을 제외한 공급 물량의 절반을 임대주택 등으로 기부채납(공공기여)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 1월 1차 시범사업 후보지로 용두1-6구역을 비롯해 8곳, 2차 후보지로 16곳을 선정한 바 있다.서울 내 24개 후보지 중 사업시행자 지정을 위한 주민동의율을 확보한 곳은 5개 구역이다. 용두1-6구역(70%)을 비롯해 동작구 흑석2구역(60%), 종로구 신문로2-12구역(71%), 동대문구 신설1구역(67%), 관악구 봉천13구역(50%) 등이다. 주민동의율은 3분의 2 이상이 원칙이지만 재정비촉진구역은 50%로 완화된다. 신설1구역도 LH로 사업시행자 지정을 신청했다. 사업시행자 지정이 완료되면 본격적인 공공재개발 사업에 들어갈 수 있다.흑석2구역 등은 상가 소유주 등 일부 주민 반발로 사업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서울시에 진정서를 냈다. 비대위 측은 “임대 수입에 의존해 생활하는 고

    2021.07.19 17:47
  • [데스크 칼럼] 맨큐경제학에 실릴 韓임대차법

    폭격 외에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일까. 1980년대 초 미국 뉴욕 브롱크스, 브루클린 등이 유령도시로 바뀐 것도 이 때문이다. 《맨큐의 경제학》에 나오는 정답은 바로 ‘임대료 규제’다.과거 읽은 책의 내용이 갑자기 떠오를 때가 있다. 그때는 눈으로만 읽었지만, 세월이 흘러 무슨 말인지 머리로 이해하게 되는 경우다. 무료한 주말 장식품처럼 항상 그 자리에 꽂혀 있는 책 한 권을 빼보니 2007년 출간된 《맨큐의 경제학(Principles of Economics by N.Gregory Mankiw)》 4판이다.주류경제학의 관점에서 쓴 이 책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경제학 입문서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 책에는 마침 임대료 통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상세히 나와 있다. 가격 통제가 불러온 전세난지난해 7월 31일 한국에서는 임대료를 5%만 올릴 수 있도록 규제하는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됐다. 세입자가 원하면 첫 2년 계약에 2년을 더 살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제와 함께. 올 6월부터 적용된 전·월세신고제까지 임대차3법이 모두 시행됐다.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임대차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재앙을 경고했다. “도대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이런 것을 점검하지 않고 법으로 달랑 만듭니까? 이 법 만드신 분들, (중략) 우리나라의 전세 역사와 부동산 정책 역사, 민생 역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이 발언은 당시 법안을 통과시키고 손을 들어올리며 기뻐하는 여당 지도부의 모습과 묘한 대비를 이뤘다. 국민은 궁금했다. 과연 누가 지금 우리를 속이고 있는 것인지….1년 가까이 지난 현재 임대차 시장은 어떻게 됐을까. 한마디로 초

    2021.07.04 17:23
  • [데스크 칼럼] 부동산 대책이 안 먹히는 이유

    제자 자공이 “국가 경영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공자는 경제(足食), 국방(足兵), 신뢰(民信) 세 가지를 들었다. “이 중 어쩔 수 없이 하나를 버린다면”이라고 묻자 국방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둘 중 하나를 포기한다면”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경제였다. 논어 ‘안연(顔淵)’편에 나오는 무신불립(無信不立). 공자는 끝까지 지켜야 할 가장...

    2021.05.23 17:00
  • [데스크 칼럼] 뉴타운 사업이 계속됐다면

    고지대에 있는 3885가구 대단지여서 마포에 살지 않아도 인근을 지날 때 꼭 눈에 띄는 아파트. 서울의 신흥 인기 주거지역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마래푸(마포래미안푸르지오)’다. 2003년 뉴타운으로 지정된 아현동에 가보면 상전벽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마래푸는 최근 새로 입주한 마포프레스티지자이(1694가구), 신촌...

    2021.03.31 17:54
  • [데스크 칼럼] 뜬구름 잡는 '특단의 공급'

    전갈이 강을 건널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자 독침이 무서운 개구리는 망설였다. 전갈은 독침을 찌르면 자신도 물에 빠져 죽게 된다며 개구리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강을 반쯤 건넜을 때 전갈은 개구리를 찔렀다. 죽어가던 개구리가 왜 그랬냐고 묻자 전갈은 말했다. “나는 전갈이고, 그게 내 본성이야.” 주는 것보다 뺏는 게 커보여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예고한 대로 ‘2·4 부동산 대책&rsq...

    2021.02.21 17:05
  • 위례자이더시티, 수도권 역대 최고 경쟁률 기록

    경기 성남시 수정구 착공동에 들어서는 '위례 자이 더 시티' 공공분양 1순위 청약이 수도권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1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날 1순위 청약을 받은 이 단지는 74가구 모집에 해당지역·기타경기·기타지역을 합쳐 4만5700명이 신청, 617.6대1의 평균 경쟁률로 모든 주택형의 청약을 마감했다. 지난해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벽산빌라...

    2021.01.12 22:06
  • [데스크 칼럼] 누가 '미친 집값'을 만들었나

    1958년 중국 쓰촨성 농지를 시찰하던 마오쩌둥은 참새들이 수확을 앞둔 벼를 쪼아먹는 것을 봤다. 식량 증산이 숙제였던 마오쩌둥은 “저 새는 해로운 새다. 없애라”는 지시를 내렸다. 한순간 참새는 쥐, 파리, 모기와 같은 유해 동물로 지정됐고, 베이징에는 ‘참새 섬멸 총지휘부’가 만들어졌다. 중국 전역이 참새 잡기에 나서면서 1958년 한 해에만 2억1000만 마리가 몰살됐다. 그러나 기다리던 풍년은...

    2021.01.06 17:44
  • [데스크 칼럼] 임대차법 수정 없는 대책이라니

    그냥 가만히 놔두면 내릴 집값이었다. 세금 부담을 대폭 높인 ‘7·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자 상승론자들도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3.3㎡당 1억원짜리 집을 가진 재력가라고 해도 1년에 억단위 보유세를 내면서 버티기는 힘들다. 대책 발표 후 “효과가 제한적일 것” “계속 버틸 것” 등의 반응도 나왔지만, 상당수 다주택자...

    2020.11.30 01:41
  • [데스크 칼럼] 집값 안정, 수급부터 풀어야

    겸재 정선의 웅혼하고 장엄한 ‘인왕제색도’에 나오는 기와집에는 간절한 우정이 담겨 있다. 그 집에 사는 사람은 임종을 앞둔 60년 절친. 일흔여섯의 정선은 기적처럼 그가 다시 일어나기를 염원했다. 긴 비가 그친 뒤 인왕산이 다시 햇빛을 맞는 것처럼…. 제주도에 유배된 추사 김정희가 그린 ‘세한도’의 허름한 집은 염량세태(炎凉世態)를 꾸짖는 선비의 올곧은 의지를 나타낸다. 공자가 &ldqu...

    2020.09.27 18:17
  • [서욱진의 데스크 칼럼] 내집 마련 사다리 끊은 정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40대 김씨는 전세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가슴을 졸이는 세입자다. 10년 전세살이 동안 집 없는 서러움도 많이 당했다. 쑥쑥 커가는 아이 데리고 번듯하게 외식 한번 못했다. 그렇게 모았지만 전세 낀 집밖에 살 수 없었다. 김씨는 앞으로 4~5년 더 저축해 전세보증금을 내줄 돈을 마련하려고 한다. 그때는 온 가족이 꿈에 그리던 내집에서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집 마련기다. 정도와 방법의 차...

    2020.08.12 17:46
  • '핀셋'으로 강남 잡겠다더니…'풍선효과'로 수도권 집값 더 불안

    꽃들이 만발하고 잔디가 짙은 녹색을 띤 초여름. 평화로운 광장에 모인 마을 사람들이 풍년을 기원하는 제비뽑기를 한다. 젖먹이 어린아이부터 77세 노인까지 모두 제비를 뽑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뽑힌 사람은 마을 사람들의 돌에 맞아 죽는다.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르는 이 마을의 잔혹한 관습이다.20세기 영문학을 대표하는 셜리 잭슨의 1948년 단편소설 《제비뽑기(The Lottery)》는 내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포가 오랜 기간 계속되면 내성이 생긴다. 어쩌면 자신이 희생자가 될지도 모르지만, 마을 사람들이 태연하게 광장에 모이는 이유다. 규제도 마찬가지다. 시장을 조종하고 싶다면 계속해서 더 강한 규제를 내놓아야 한다.문재인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이 17일 발표된다. 이번 정부가 2017년 5월 출범했으니 한 달 반에 한 번꼴로 규제를 발표하고 있는 셈이다.이번 정부 들어서 서울 아파트값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시기는 딱 세 번 있었다. 2017년 8·2대책이 나온 직후인 그해 9월 -0.01%로 내렸다. 가장 오랜 기간 하락세를 보인 것은 ‘규제 끝판왕’ 2018년 9·13대책 이후로 그해 12월부터 2019년 6월까지 7개월 동안 하락했다. 지난해 12·16대책 여파로 지난 4월(-0.1%)과 5월(-0.2%)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7년 8·2대책을 발표하면서 “강남의 다주택 보유자는 본인이 사는 집 말고 파시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줄곧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은 더 이상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집값은 어김없이 반등했고, 정부 말을 믿고 판 사람만 ‘바보’가 됐다.정부는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핀셋 규제’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핀셋이 아니고

    2020.06.16 17:22
  • 상암 집값 넘어선 수색증산뉴타운…"입주권에 웃돈 3억 붙어"

    서울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은 대형 변전소 주변에 낡은 다세대 주택이 밀집해 낙후된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재개발을 통한 대규모 신축 아파트 건립이 잇따르면서 서울 서북권 개발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수색증산뉴타운에서 입지가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증산2구역 입주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수억원씩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마포구 상암동 집값을 이미 넘어섰다. 상암동 DMC업무지구 등 배후 수요가 탄탄한 데다 수색역세권 개발 사업 등 호재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입주권 매수 문의 끊이지 않아”20일 증산동 일대 중개업소와 증산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등에 따르면 GS건설은 오는 7월 증산동 213의 20 일대에 지하 3층~지상 30층 14개 동, 1388가구(전용면적 55~84㎡) 규모의 자이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다. 당초 이달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3개월 연기됐다. 현장에선 이 단지 조합원 입주권에 최대 3억원가량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조합원 분양가가 4억2000만원인 전용 59㎡ 입주권 시세는 6억8000만~6억9000만원이다. 전용 84㎡도 평균&n

    2020.04.20 15:44
  • [데스크 칼럼] 反시장적 부동산 규제 되돌려야

    중국 삼국시대의 군웅 원소는 조조군에게 군량과 마초를 빼앗기자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린다. 당시 원소의 최고 모사(謀士)인 심배를 후방에 군량을 관리하라고 보낸 것이다. 이문열 《삼국지》는 “한 번 불에 덴 아이가 불을 무서워하듯 원소는 군량을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 모양”이라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군량이 물론 중요하지만, 전체 전쟁의 전략을 짜야 할 이에게 맡길 정도는 아니었다. 한마디로 원소의 대응은 ...

    2020.04.1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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