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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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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연수 기자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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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신문 문화부에서 공연예술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신연수의 3분 클래식]을 연재 중입니다.

  • [책마을] "中의 태평양 진출 저지선 대만, 美는 어떻게 지킬까"

    지난 13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 수백 발과 드론 공격을 퍼부어 중동지역에 전운이 감돌았다. 10여일 전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습한 것에 따른 보복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벌어진 전쟁은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구촌은 이제 동시다발적인 전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이 쓴 <세 개의 전쟁>은 국제정치의 본질을 전쟁이란 렌즈로 파헤친 책이다. 평소엔 모호하거나 은밀하게 감춰진 강대국 정치의 민낯이 전쟁이란 특수 상황에서 투명하게 드러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책이 다루는 전쟁은 세 종류다. 20세기 미국과 일본의 태평양전쟁,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그리고 긴장관계가 심화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가상의 대만전쟁이다.이들 세 개의 전쟁은 싸움의 주체와 시기, 갈등 원인 등이 달라 얼핏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전쟁의 본질이 모두 같다고 주장한다. 강대국 간 세력권의 충돌이 갈등의 핵심이고, 국제 정치 무대에서 패권 국가로서 지위를 보전하기 위해 사수해야 하는 이익선(利益線)을 위한 다툼이라는 점에서다.태평양전쟁은 아시아의 패권을 쥐기 위한 일본 제국주의가 시발이었다. 일본은 서구 세력의 침탈에 맞서 아시아 민족들의 독립을 지켜내기 위한 ‘대동아전쟁’으로 포장했지만 본질은 지역 내에서 미국과 영국 등을 몰아내고 패권을 빼앗으려는 것이었다.우크라이나전쟁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소비에트연방 붕괴 후 급속히 추락한 지정학적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시도라고 강조한다. 우크라이나는 풍부한

    2024.04.19 17:46
  • [책마을] 스펙보다 끈기를 보는 하버드대 입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미국 대학입시 자격시험(SAT)에서 최상위 10%의 점수를 받았다. 주어진 문제를 풀고 정답을 찾는 능력은 인간보다 AI가 우월해질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공부만 잘하는 아이는 AI로 대체됩니다>는 미국 명문대 입시와 명문 기숙 학교, 한국과 중국의 교육시장 등 다양한 교육 현장을 접한 저자가 내놓은 자녀교육서다. 다년간 교육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만난 실제 아이들의 사례, 세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이자 교육 디렉터로서 가정과 학교에서 적용한 방식 등을 토대로 현실적이고 유용한 조언을 내놓는다.저자에 따르면 최근 하버드대 등 미국 명문대들은 개인적 특성을 중시한다. 적극성, 인내력, 협력할 줄 아는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의 ‘소프트 스킬’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스펙보다 끈기, 창의성, 몰입 등 남다른 개인적 자질을 지닌 사람을 발탁한다는 설명이다.책은 자녀를 체인지 메이커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크게 다섯 가지로 설명한다. 테이블 세팅을 달리해 막힘 없이 자기 생각을 펼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팀 프로젝트를 통해 협력할 줄 아는 능력을 높여준다. 그 밖에 디자인 싱킹을 통해 작은 아이디어도 크고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능력을 키우고, 게임 시스템을 활용해 아이 내면에 강력한 동기 부여를 해줄 것,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끈기 있기 도전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 등이다.신연수 기자

    2024.04.19 17:44
  • [책마을] <일류의 조건><여행의 이유>, 복간이나 개정판 '톱10' 진입

    4월 셋째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모건 하우절의 절대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23가지 이야기 <불변의 법칙>이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유튜버 ‘빨모쌤’(빨간모자쌤)의 첫 책 <빨모쌤의 라이브 영어회화>가 예약 판매만으로 3위에 올랐다. 18년 만에 복간된 자기계발서 <일류의 조건>과 인생 후반을 따스하게 감싸줄 햇볕 같은 문장을 담은 <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이 각각 4·5위에 자리했다. 김영하 작가의 에세이 <여행의 이유> 개정증보판이 10위에 올랐다.신연수 기자

    2024.04.19 17:43
  • "미중 패권 경쟁의 화약고는 대만… 세계는 강대국의 눈으로 봐야" [서평]

    지난 13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 수백발과 드론 공격을 퍼부어 중동지역에 전운이 맴돌았다. 10여일 전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습한 것에 따른 보복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벌어진 전쟁은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구촌은 이제 동시다발적인 전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이 쓴 <세 개의 전쟁>은 국제정치의 본질을 전쟁이란 렌즈로 파헤친 책이다. 평소엔 모호하거나 은밀하게 감춰진 강대국 정치의 민낯이 전쟁이란 특수 상황에서 투명하게 드러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책이 다루는 전쟁은 세 종류다. 20세기 미국과 일본의 태평양전쟁과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전쟁 그리고 긴장관계가 심화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 가상의 대만전쟁이다.  이들 세 개의 전쟁은 싸움의 주체와 시기, 갈등 원인 등이 달라 얼핏 연관성이 없어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전쟁의 본질이 모두 같다고 주장한다. 강대국 간 세력권의 충돌이 갈등의 핵심이고, 국제 정치 무대에서 패권 국가로서 지위를 보전하기 위해 사수해야 하는 이익선(利益線)을 위한 다툼이라는 점에서다. 태평양전쟁은 아시아의 패권을 쥐기 위한 일본 제국주의가 시발이었다. 일본은 서구 세력의 침탈에 맞서 아시아 민족들의 독립을 지켜내기 위한 ‘대동아 전쟁’으로 포장했지만 본질은 지역 내에서 미국과 영국 등을 물러내고 패권을 빼앗으려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소비에트 연방 붕괴 후 급속히 추락한 지정학적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시도라

    2024.04.19 14:20
  • 홀로 늙어가는 사람들 이야기… 노후 거주지는 이것 따져라 [서평]

    비혼과 딩크(아이를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족이 늘면서 '혼자 나이 드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해졌다. 신체적 노화 뿐 아니라 경제적 빈곤, 관계로부터의 단절과 고립 등은 1인 가구나 반려자와 사별한 이들에게 더욱 절실한 문제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솔로 에이저>를 쓴 사라 제프 게버는 다양한 형태로 홀로 나이들어 가는 이들을 직접 만나 이들의 어려움이나, 그것을 헤쳐나간 이야기들을 모았다. 미국의 상담 및 조직 행동 박사인 게버는 인생 2막 설계 전문가다. 저자는 "혼자가 익숙한 시대는 앞으로의 노년 풍경도 바꿀 것"이라고 말한다. 흔히들 재정과 건강만을 노후 준비의 전부로 여겨왔지만, 저자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한다. 인간은 관계에서 행복을 느끼고 의미를 추구하면서 보람을 찾는 존재다. 행복한 미래를 위해 좀 더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책에는 다양한 '솔로 에이저'들이 등장한다. 이웃 노부부의 유언 집행자이자 후견인이 된 안드레아와 피터 부부부터 알츠하이머에 걸린 홀어머니를 돌보는 60대의 독신자 리사, 단계적 퇴직 방법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찬드라, 세번째 남편과 사별하고 지역 축제에서 모자를 팔면서 전국을 여행하는 샤리 등이다. 이들은 각자의 문제에 맞서 각자의 해법을 찾아가면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삶들을 개척하고 있다.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저자는 혼자서도 행복한 노후를 위해 가치 설계와 주거 설계, 돌봄 설계 등 세가지 축을 중심으로 미래의 삶을 설계하라고 제안한다. 저마다 다른 상황이나 선호, 욕망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워크시트와 체크

    2024.04.19 09:29
  • AI가 시험 더 잘 보는 세상, 아이에겐 끈기, 몰입, 창의가 필요 [서평]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에게 미국 대학입시 자격시험(SAT)을 치르게 하자, 최상위 10% 점수를 받는 결과가 나왔다. 주어진 문제를 풀고 정답을 찾는 능력은 인간보다 AI가 우월해질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공부만 잘하는 아이는 AI로 대체됩니다>는 미국 명문대 입시와 명문 기숙 학교, 한국과 중국의 교육 시장 등 다양한 교육 현장을 거친 저자가 그동안 교육자로서 쌓아온 내공과 경험담을 바탕으로 AI 시대에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자녀교육서다.  저자에 따르면 최근 하버드대 등 미국 명문대 입시의 경향이 바뀌고 있다. 뛰어난 교과 성적이나 높은 SAT 점수, 각종 교내외 활동과 수상 경력 등 아무리 좋은 스펙을 가진 학생이라고 할지라도 합격 통지서를 받기가 어려워졌다. 대신 이들 학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바로 '개인적 특성'이다. 개인적 자질과 인격, 인성 등으로 번역이 가능한 이 항목은 적극성, 인내력, 협력할 줄 아는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 정량적으로 측정이 가능한 '하드 스킬'과 대조되는 역량인 '소프트 스킬'을 가리킨다. 즉 오늘날 미국 명문대 등 글로벌 교육 트렌드를 선도하는 학교들은 학생이 가진 스펙보다 끈기, 창의성, 몰입 등 남다른 개인적 자질을 지닌 사람을 발탁한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미래가 원하는 인재는 '체인지 메이커'라고 강조한다. 소프트 스킬을 바탕으로 판을 바꾸는 사람,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가져오는 사람을 일컫는다. 세태에 이끌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그 자신이 변화의 주체가 되어 사회의 판도를 뒤바꾸는 인물이다. 단순히 학업 성적이 높다고 해서 가질

    2024.04.19 09:23
  • 황석영 소설가 "부커상 수상 욕심나…다음엔 노벨상까지"

    “주위에서 욕망을 저어하지 말라고 해 마음을 바꿨어요. 부커상을 받으면 다음 작품을 열심히 써서 그다음 상(노벨상)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황석영 소설가(81·사진)는 17일 <철도원 삼대>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것과 관련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황 소설가는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서 한 걸음 더 올라가야 하는 것을 뜻하는 ‘백척간두진일보’란 말이 있다”며 “요즘 그런 기분”이라고 했다.부커상 후보작인 <철도원 삼대>와 관련해선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말년에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연재를 시작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2019~2020년 한 웹진에 <마터 2-10>이란 제목으로 매주 두 번, 원고지 50매 분량씩 연재한 소설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삼대에 걸쳐 철도업에 종사한 가족과 4대손의 이야기를 담았다.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은 오는 5월 2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된다.신연수 기자

    2024.04.17 18:06
  • '철도원 삼대' 황석영 "부커상 수상 욕심나..다음엔 노벨상까지"

    "'백척간두진일보'란 말이 있습니다.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서 한 걸음 더 올라가야 하는 거죠. 원로 작가로서 요즘 그런 기분입니다."황석영 소설가(81)는 17일 <철도원 삼대>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것과 관련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7년 <수인>이란 자전을 발표한 뒤 온 몸의 내장이 다 빠져나간 느낌처럼 더이상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말년에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레지던시(예술가들이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하는 공간)에 들어가 <철도원 삼대> 연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이번 작품은 황 작가가 앞서 2019~2020년 한 웹진에 <마터 2-10>이란 제목으로 연재한 소설이다. 당시 매주 두번, 총 원고지 50매 분량의 소설을 연재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이 소설은 일제강점기부터 삼대에 걸쳐 철도업에 종사한 노동자 가족과 오늘날 공장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해고 노동자인 4대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근현대사 100년에 담긴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다루고 있다. 연재 당시 제목이자 영문판 제목이기도 한 '마터 2-10'은 '마터 2형 10호'란 뜻으로,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1943~1946년 운영한 증기기관차 이름이다.황 작가는 이번 작품을 비롯해 그동안 쓴 작품이 '근대의 극복과 수용'이란 주제로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의 근대는 왜곡된 근대"라며 "외양은 포스트모던 사회에 진입한 모양을 갖췄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근대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분단이란 장애물로 근대적 민족국가를 해결하지 못했

    2024.04.17 17:07
  • [책마을] '제2의 우크라이나' 나올 수도…국제 정세 최대 변수는 트럼프

    2022년 2월 21일 새벽 3시께, CNN 앵커이자 수석안보분석가 짐 슈토가 자고 있는 우크라이나 키예프 호텔 방에 전화벨이 울렸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경고 전화였다. 슈토가 동료 기자들에게 이 메시지를 공유했을 때 많은 이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사흘 후 실제로 공격이 시작됐다. ○발트해 상공의 러시아 항공기<강대국의 귀환: 러시아, 중국 그리고 다음 세계대전>에서 슈토는 중국과 러시아의 팽창주의로 더욱 위험해진 세계를 묘사한다. 그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로 돌아가 우크라이나와 미국, 유럽 전선을 따라 역사가 전개되는 과정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서술한다. 책에선 러시아 항공기가 발트해 상공에 출현해 윙윙거리는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됐다.슈토는 대만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은 대만 해협에서 군사 훈련을 반복적으로 하는 등 대만을 향해 점점 더 도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만과 중국 사이 비공식적인 정치적 연결고리도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만 관료들은 그들의 메시지가 중국 지도부에까지 전달되는지 불확실하다고 말한다.슈토는 중국과 러시아가 사이버 해킹부터 인공지능(AI), 우주 군사화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미국의 취약점을 파고들어 강대국 지위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슈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고, 마치 도미노처럼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이 두 나라를 따라 주변국을 공격하는 시나리오를 그리며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세계 시장 위협하는 중국의 AI기술법 분야 변호사 조지 타카치가 쓴 <냉전 2.0: 중국, 러시아,

    2024.04.12 19:10
  • [책마을] "韓 압축 성장 비결은 기업·정부의 공생관계"

    “두유 노 김치?” “두유 노 지성 팍, 강남스타일?”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인을 만날 때 으레 쏟아내는 질문이 자조의 대상이 되곤 했다. 자부심의 표현인 것과 동시에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비슷한 질문을 하기 민망할 정도로 수많은 K팝과 콘텐츠, 기업 등이 세계 주류 시장에서 대세가 됐다.그래도 아직 우리 마음속에 남은 인정 욕구가 있다면 <새우에서 고래로>는 그것을 마저 채워주는 ‘한국 안내서’다. 스페인 출신으로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치는 저자 라몬 파체코 파르도는 대학 시절 교환학생으로 한국과 처음 연을 맺었다. 이후 벨기에 브뤼셀자유대 한국 석좌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에 대한 저서를 여러 권 쓴 이른바 ‘한국통’이다.2022년 영국에서 먼저 출간된 이 책은 1948년부터 현재까지 연대기 순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정치·사회·문화·경제 등 전 분야에서 개괄한다. 책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약한 새우가 아니라 당당한 고래 위치에 올라선 한국의 변화를 외부자 시선으로 분석했다.저자는 책을 쓰기 전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 영상을 수차례 돌려봤다고 한다. 한국 사회 변화와 발전의 핵심 원동력이 된 민족주의를 상징하는 장면이라서다. 당시 개막식에선 과거 일제강점기 일장기를 달고 뛰어야 했던 마라토너 손기정이 66세의 노장이 돼 성화를 들고 달리는 모습이 감동을 줬다. 단군 시대부터 일찍이 자리 잡은 한민족이란 개념은 각종 수난의 역사를 거치며 강화됐다. 때때로 민족이란 강력한 구심점은 독재 정권

    2024.04.12 19:05
  • [책마을] <불변의 법칙>, <일류의…> 등 '톱5' 중 4권이 자기계발서

    자기계발서의 순위가 약진했다. 4월 둘째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18년 만에 복간된 인기 자기계발서 <일류의 조건>이 2위를 차지했다. 절제와 겸손의 힘을 강조하는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는 3위다. <세이노의 가르침>도 지난주 9위에서 이번주 5위로 올랐다. 1위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저자 모건 하우절이 전하는 절대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23가지 이야기 <불변의 법칙>이다. 삼성의 공개채용이 진행되는 가운데 관련 수험서가 종합 9위에 올랐다.신연수 기자

    2024.04.12 18:15
  • [책마을] 초대형 건축물을 짓는 공학기술들

    수백m 높이의 마천루를 짓기 위해선 무거운 자재와 부품을 나르는 타워크레인이 필수다. 타워크레인은 어떻게 제자리에서 수백m 높이로 높아질 수 있을까?건물, 다리, 터널, 도로, 통신망 등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현대 사회의 인프라는 건축·공학 기술의 집합체다. 신간 <도시를 만드는 기술 이야기>는 우리 주변을 둘러싼 도시 인프라의 원리와 구조를 어렵지 않게 풀어낸 대중 공학서다.책의 저자 그레이디 힐하우스는 토목공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다. 구독자 369만 명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 ‘프랙티컬 엔지니어링’을 운영하며 대중을 상대로 공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 영상을 제작해 왔다.현대인의 평범한 일상은 밝은 빛을 선사하는 전력망,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상수도, 휴대폰을 연결하는 통신망 등이 제 역할을 했기에 가능하다. 수십, 수백 년 동안 인류가 고민한 끝에 발견한 공학적 기법이 조합된 기념비적인 결과물들이다.책은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인프라 뒤에 자리잡은 공학적 원리를 소개한다. 고속도로 나들목은 왜 스파게티처럼 생겼는지, 태풍이 지나간 뒤에 빗물은 다 어디로 가는지 등 일상을 영위하게 만든 핵심 인프라를 하나씩 펼쳐 보인다. 책장을 덮고 나면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구조물을 새롭게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책 속에 삽입된 다채로운 그림 자료도 이해를 돕는다.신연수 기자

    2024.04.12 18:10
  • [책마을] 타코벨 음식 하나에도 2000개의 아이디어가 필요

    실리콘밸리 혁신의 산실로 불리는 미국 스탠퍼드대 디스쿨의 교수이자 글로벌 기업의 경영 멘토 제러미 어틀리·페리 클레이반이 쓴 <아이디어 물량공세>는 아이디어의 질보다 양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두 교수는 기업의 탁월한 솔루션은 신중하게 던져진 소수정예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많이 던져진 아이디어 중에서 등장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패스트푸드 타코벨의 히트 메뉴 ‘도리토스 로코스 타코’는 개발되기까지 2000개가 넘는 버전의 아이디어가 실험대에 올랐다.저자들은 ‘아이디어플로(ideaflow)’란 지표를 제시한다. 주어진 시간 동안 주어진 문제에 대해 개인 및 집단이 생성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 수를 가리킨다. 이들에 따르면 시장을 지배하는 조직이나 기업은 늘 높은 아이디어플로를 보인다. 아이디어가 더 많을수록 더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책은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행위는 쓸모없는 것들을 먼저 쏟아내 훌륭한 아이디어가 나올 통로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하나의 훌륭한 아이디어 뒤에는 최소 대략 2000개의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다이슨을 청소기 시장의 승자로 자리매김하게 한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는 5127개의 시제품을 제작한 끝에 탄생했다. 일본의 제약회사 에자이는 하나의 약을 출시하기까지 약 2만 가지 후보물질을 테스트한다. “그물을 넓게 칠수록 대어를 낚을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는 설명이다.물론 단순히 아이디어를 쏟아내기만 한다고 끝이 아니다. 쏟아낸 아이디어를 테스트하는 데도 양이 중요하다. 마블스튜디오는 촬영에 앞서 장면 전체를 디

    2024.04.12 18:09
  • 외국인이 외국인에게 보여주려고 쓴 '코리아 안내서' [서평]

    "두유 노 김치?" "두유 노 지성 팍, 강남스타일?" 몇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인을 만날 때 으레 쏟아내는 질문이 자조의 대상이 되곤 했다. 김치부터 시작해서 국내 출신 유명 스포츠 스타, 대중가요 등을 아는지 확인하는 물음들이다. 자부심의 표현인 것과 동시에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몇년만에 비슷한 질문을 하기 민망할 정도로 BTS, 블랙핑크, 기생충, 오징어게임, 폴더블폰 등 수많은 K팝과 콘텐츠, 기업 등이 세계 주류 시장에서 대세가 됐다. 그래도 아직 우리 마음 속에 남은 인정 욕구가 있다면 <새우에서 고래로>는 그것을 마저 채워주는 '한국 안내서'다. 스페인 출신으로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국제 관계학을 가르치는 저자 라몬 파체코 파르도는 대학 시절 교환학생으로 한국과 처음 연을 맺었다. 이후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학교 한국 석좌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에 대한 저서를 여러 권 쓴 이른바 '한국통'이다. 2022년 영국에서 먼저 출간된 이 책은 1948년부터 현재까지 연대기 순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개괄한다. 총 6장으로 구성됐으며 시대별로 정치·사회·문화·경제 등의 측면에서 일어난 중요한 사건과 그 배경을 외부자의 시선으로 분석한다. 책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국제사회에서 더이상 약한 새우가 아니라 당당한 고래의 위치에 올라선 한국의 변화를 통시적 관점에서 다룬다. 저자는 책을 쓰기 전에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 영상을 수차례 돌려봤다고 한다. 한국 사회 변화와 발전의 핵심 원동력이 된 민족주의를 상징하는 장면이라서다. 당시 개막식에선 과

    2024.04.12 14:38
  • 타코벨 메뉴 하나에도 2000개 넘는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서평]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혁신의 화신으로 인정받는 타코벨은 매년 300~500개의 신메뉴 아이디어를 검토한다. 이중 실제로 출시되는 건 10분의 1도 않된다. 이 체인점의 초대형 히트 메뉴 중 하나인 '도리토스 로코스 타코'는 개발되기까지 총 2000개가 넘는 버전의 아이디어가 시험을 거쳤다. 실리콘밸리 혁신의 산실로 불리는 미국 스탠퍼드대 디스쿨의 교수이자 글로벌 기업의 경영 멘토 제러미 어틀리·페리 클레이반이 쓴 <아이디어 물량공세>는 아이디어의 질보다 양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두 교수는 기업의 탁월한 솔루션은 신중하게 던져진 소수정예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많이 던져진 아이디어 중에서 등장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아이디어플로(ideaflow)'란 지표를 제시한다. 주어진 시간 동안 주어진 문제에 대해 개인이나 집단이 생성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수를 가리킨다. 이들에 따르면 시장을 지배하는 조직이나 기업은 늘 높은 아이디어플로를 보인다. 아이디어가 더 많을수록 더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책은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행위는 쓸모없는 것들을 먼저 쏟아내 훌륭한 아이디어가 나올 통로를 만드는 과정"이며, "시장에 충분히 통할 아이디어가 내면의 검열로 입 안에서 삼켜지는 것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한다.두 교수들이 지금껏 수많은 기업의 사례를 연구한 바에 따르면, 하나의 훌륭한 아이디어 뒤에는 최소 대략 2000개의 아이디어가 숨어있다. 다이슨을 청소기 시장의 승자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는 5127개의 시제품을 만든 끝에 탄생했다. 일본의 제약회사

    2024.04.12 09:17
  • [이 아침의 소설가] 부커상 최종 후보 오른 해방 전후 3대 이야기…황석영

    황석영 작가(81·사진)의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올해 최종 후보에 오른 여섯 작품 중 아시아권 작품은 황 작가의 소설이 유일하다. 이 소설은 철도원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한반도의 역사를 꿰뚫는다.황 작가는 1943년 만주 창춘에서 태어나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고교 재학 중 단편 <입석 부근>으로 월간지 ‘사상계’에서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이후 한·일회담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서 유치장에서 만난 일용직 노동자를 따라 전국 공사판을 떠돌았다. 공사장과 오징어잡이배, 빵공장 등에서 일하다가 승려가 되기 위해 입산하기도 했다. 이후 해병대에 입대해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이때 체험을 담은 단편소설 <탑>이 1970년 일간지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다시 문학계에 돌아왔다.<객지> <삼포 가는 길> 등을 발표하며 국내 리얼리즘 문학의 대가로 자리잡았다. 1970년대 이후 도시화와 산업화로 야기된 농촌 붕괴 현상 등 당시의 사회적 상황과 모순을 예리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그의 소설엔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미래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성격의 인간이 등장하는 점이 특징이다.신연수 기자

    2024.04.11 18:41
  • 제2의 우크라이나가 나올 수도 있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WSJ 서평]

    2022년 2월 21일 새벽 3시께, CNN 앵커이자 수석안보분석가 짐 슈토가 자고 있는 우크라이나 키예프 호텔방에 전화벨이 울렸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경고 전화였다. 슈토가 동료 기자들에게 이 메시지를 공유했을 때 많은 이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가 국경에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는 증거들은 명백했지만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몇차례 러시아발 허위 정보에 속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사흘 후 실제로 공격이 시작됐다. <강대국의 귀환: 러시아, 중국 그리고 다음 세계대전>에서 슈토는 중국과 러시아의 팽창주의로 더욱 위험해진 세계를 묘사한다. 그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로 돌아가 우크라이나와 미국, 유럽 전선을 따라 역사가 전개되는 과정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서술한다. 책에선 러시아 항공기가 발트해 상공에 출현해 윙윙거리는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슈토는 대만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은 대만 해협에서 군사 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하는 등 대만을 향해 점점 더 도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만과 중국 사이 비공식적인 정치적 연결고리도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만의 관료들은 그들의 메시지가 중국 지도부에까지 전달되는지 불확실하다고 말한다.슈토는 중국과 러시아가 사이버 해킹부터 인공지능(AI), 우주 군사화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미국의 취약점을 파고들어 강대국의 지위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슈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고, 마치 도미노처럼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이 두 나라를 따라 주변국을 공격하

    2024.04.09 17:45
  • 유고작 잇단 출판…마르케스 책은 유언도 어겨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는 친구인 막스 브로트에게 이런 유언을 남기고 1924년, 마흔한 살의 이른 나이에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친애하는 막스, 마지막 부탁이네. 내 유품에서 일기, 원고, 편지, 스케치 등 발견되는 것은 읽지 말고 남김없이 불태워 줘.”하지만 브로트는 카프카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는 카프카가 생전에 미완성한 장편소설 세 개를 발표했다. <소송(심판)>, <성>, <실종자(아메리카)> 등이다. 카프카는 브로트를 원망할지도 모르지만, 브로트가 아니었다면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불후의 걸작이 빛을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얼마 전 카프카 서거 100주기를 맞아 출간된 <디 에센셜: 프란츠 카프카>는 세 유작 가운데 하나인 <실종자>를 비롯해 카프카의 단편 소설, 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보낸 편지 등을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거장 소설가와 시인의 유고작을 모아 출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카프카뿐 아니라 한국 서정시의 대가 박목월 시인, 라틴아메리카 대문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등의 유작이 연달아 나왔다. 작가 자신이 발표를 원하지 않았던 작품도 포함돼 있어 이를 바라보는 문학계의 시선이 엇갈린다.지난달 전 세계 동시 출간된 마르케스의 소설 <8월에 만나요>는 앞서 2014년 작가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 만에 세상의 빛을 봤다. 소설은 매년 8월 어머니의 무덤을 방문하기 위해 카리브해로 여행을 떠나는 중년 여성이 남편과 가족으로부터 잠시 해방된 순례길에서 매번 새로운 연인을 만나는 내용이다.마르케스는 1999년부터 이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소설의 일부가

    2024.04.09 17:38
  • [책마을]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上'…일본 인기 만화가 신작 1위

    드라마·영화 원작 소설이 강세를 보였다. 4월 첫째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넷플릭스 신작 공상과학(SF) 시리즈 ‘삼체’의 원작 소설 <삼체 1~3 세트>가 4위를 차지했다. 동명의 영화가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된 <이처럼 사소한 것들>도 10위에 올랐다. 이번주 1위는 인기 만화가 와야마 야마의 신작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上>이다. 이어 세계적 베스트셀러 저자 모건 하우절이 절대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쓴 <불변의 법칙>과 18년 만에 복간된 자기계발서 <일류의 조건>이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신연수 기자

    2024.04.05 17:45
  • [책마을] 인류는 1000살까지 살면서 바다 서핑을 할 것

    영국의 생물학자 오브리 드 그레이는 1000세까지 살 수 있는 인간이 이미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그것도 아주 건강한 삶을 사는 상태로 말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1000세가 된 인류는 휠체어를 탄 모습이 아니라 바다에서 파도를 타며 서핑하는 모습에 가깝다.최근 나온 신간 <호모 엑스 마키나>는 트랜스휴머니즘이 인류에게 가져오는 기회와 위험을 총체적으로 다룬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호모 엑스 마키나’는 ‘기계가 된 인간’이란 뜻으로, 유전공학 기술 등으로 신체적·정신적 능력이 또 다른 차원으로 진화한 인간이다. 의학 교수이자 항노화 연구 전문가 베른트 클라이네궁크와 철학 교수 슈테판 로렌츠 조르그너가 함께 썼다.트랜스휴머니즘과 유전자 기술은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유전자 진단은 지난 20년간 일상처럼 이뤄졌다. 산전 진단이 대표적이다. 임신 중 태아 검사는 이제 흔한 일이 됐고, 유전자 질환이 발견되면 태아를 포기하는 일도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다운증후군으로 불리는 21번 삼염색체성 장애 아이가 태어나는 건 드문 일이 됐다. 이미 우리는 유전자 진단만으로도 아이를 낳을지 말지 선택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저자들은 부모가 자녀의 건강을 위해 유전자를 변형하는 행위가 큰 틀에서 교육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자녀가 좋은 삶을 살기를 바라면서 교육하는 일이 자녀나 후손이 잘살 수 있도록 건강하고 좋은 유전자로 개선해주려는 유전자 편집·변형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설명이다.이 책이 트랜스휴머니즘이 가져올 미래를 장밋빛으로만 예견하는 건 아니다. 발전한 기술의 혜택을 볼 만한 재산과 건강한 유전자를 갖지 못

    2024.04.05 17:42
  • [책마을] 난공불락 애플에 균열…'팀 쿡 천하'에 무슨 일 있었나

    애플이 쌓아 올린 견고한 성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지난 1분기 애플 주가는 약 11% 하락해 테슬라(-30%)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올해 초엔 2011년부터 굳건하게 지켜 온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내줬다. 2위 자리마저 엔비디아에 위협받고 있는 상태다. ‘애플카’ 개발 실패에 이어 중국 내 판매 부진, 반독점 소송 등 거센 바람이 애플을 흔들고 있다. 애플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2011년 애플의 아버지이자 정체성과 같은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지 13년이 지났다. <애프터 스티브 잡스>는 그동안 애플이 겪은 격동기를 낱낱이 기록한 책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테크 전문 기자 트립 미클이 200명 이상의 전·현직 애플 임직원과 모바일 및 패션업계 주변인 등 수많은 사람을 취재해 썼다. 총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이 책이 기록한 애플의 고군분투는 사실상 잡스의 자리를 이어받은 최고경영자(CEO) 팀 쿡의 고군분투기와도 같다. IBM과 컴팩 등에서 일하며 성과를 인정받은 쿡은 1998년 잡스로부터 직접 스카우트돼 애플에 입사했다. 애플에 온 첫해에 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등 경영관리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잡스는 그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 쿡을 CEO로 승진시켰다.쿡의 경영 스타일은 잡스와 확연히 다르다. 잡스가 직감에 의존해 본능적인 결정을 내린 것과 달리 쿡은 천천히 분석하기를 선호한다. 예컨대 아이폰의 크기를 키울 때 잡스라면 직원들에게 대형 아이폰 제작을 요구했겠지만, 쿡은 다양한 크기의 아이폰을 분석해 크기별 이점을 먼저 평가해볼 것을 제안했다.쿡은 제품 개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도 삼갔다. 잡스

    2024.04.05 17:41
  • '팀 쿡 천하' 13년 만에 애플 위기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서평]

    애플이 쌓아 올린 견고한 성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지난 1분기 애플의 주가는 약 11% 하락해 테슬라(-30%)에 이어 두번째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올해 초엔 2011년부터 굳건하게 지켜 온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내줬다. 2위 자리마저 엔비디아에 위협받고 있는 상태다. '애플카' 개발 실패에 이어 중국 내 판매 부진, 반독점 소송 등 거센 바람이 애플을 흔들고 있다. 애플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2011년 애플의 아버지이자 정체성과 같은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지 13년이 지났다. <애프터 스티브 잡스>는 그동안 애플이 겪은 격동기를 낱낱이 기록한 책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테크 전문 기자 트립 미클이 200명 이상의 전·현직 애플 임직원과 모바일 및 패션 업계 주변인 등 수많은 사람을 취재해 썼다. 총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이 책이 기록한 애플의 고군분투는 사실상 잡스의 자리를 이어받은 최고경영자(CEO) 팀 쿡의 고군분투기와도 같다. IBM과 컴팩 등에서 일하며 성과를 인정받은 쿡은 1998년 잡스로부터 직접 스카웃돼 애플에 입사했다. 애플에 온 첫해에 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등 경영관리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잡스는 그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두달 전 쿡을 CEO로 승진시켰다.쿡의 경영 스타일은 잡스와 확연히 다르다. 잡스가 직감에 의존해 본능적인 결정을 내렸던 것과 달리 쿡은 천천히 분석하기를 선호한다. 예컨대 아이폰의 크기를 키울 때 잡스라면 직원들에게 대형 아이폰 제작을 요구했겠지만, 쿡은 다양한 크기의 아이폰을 분석해서 크기별 이점을 먼저 평가해볼 것을 제안했다.쿡은 제품 개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도

    2024.04.05 15:05
  • "원고 태워달라" 유언에도…박목월부터 카프카까지, 유고작 열풍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사진)는 친구인 막스 브로트에게 이런 유언을 남기고 1924년, 마흔 한살의 이른 나이에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친애하는 막스, 마지막 부탁이네. 내 유품에서 일기, 원고, 편지, 스케치 등 발견되는 것은 읽지 말고 남김 없이 불태워 줘."하지만 브로트는 카프카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는 카프카가 생전에 미완성한 장편소설 세개를 발표했다. <소송(심판)>, <성>, <실종자(아메리카)> 등이다. 카프카는 브로트를 원망할지도 모르지만, 브로트가 아니었다면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불후의 걸작이 빛을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얼마 전 카프카 서거 100주기를 맞아 출간된 <디 에센셜: 프란츠 카프카>는 세 유작 가운데 하나인 <실종자>를 비롯해 카프카의 단편 소설, 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보낸 편지 등을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거장 소설가나 시인의 유고작을 모아 출간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카프카뿐 아니라 한국 서정시의 대가 박목월 시인, 라틴아메리카 대문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등의 유작이 연달아 나왔다. 작가 본인이 발표를 원하지 않았던 작품도 포함돼 있어 이를 바라보는 문학계의 시선이 엇갈린다. 지난달 전세계 동시 출간된 마르케스의 소설 <8월에 만나요>는 앞서 2014년 작가가 세상을 떠난지 10년만에 세상의 빛을 봤다. 소설은 매년 8월 어머니의 무덤을 방문하기 위해 카리브해로 여행을 떠나는 중년 여성이 남편과 가족으로부터 잠시 해방된 순례길에서 매번 새로운 연인을 만나는 내용이다.  마르케스는 1999년부터 이 소설 집필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04.04 15:54
  • [이 아침의 화가] 韓 첫 안데르센상 받은 '글 없는 그림책' 작가 이수지

    최근 에세이집 <만질 수 있는 생각>을 출간한 그림책 작가 이수지(50)는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꼽히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2년 전 국내 최초로 수상한 작가다. 그는 아시아 작가로서 38년 만에 이 상을 받았다.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이 작가는 영국 캠버웰예술대에서 북아트 석사 과정을 밟은 뒤 본격적인 그림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종이책의 물성을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업을 잇따라 선보여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책을 펼쳤을 때 가운데 제본선으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표현한 이른바 ‘경계 그림책 3부작’으로 잘 알려졌다. 그중 하나인 <그림자놀이>는 온갖 물건이 들어 있는 창고 방에서 한 소녀가 그림자를 만들어 노는 과정을 묘사했는데, 책장을 위로 넘겨 생기는 경계 부분을 실제와 그림자의 구분선으로 사용했다.이 작가는 ‘글 없는 그림책’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파도야 놀자>는 글이 없고 그림만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미국과 브라질,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등 14개국에 출간돼 인기를 끌었다. 이 작가는 <토끼들의 복수>로 2003년 스위스의 가장 아름다운 책 상을 받았으며, 볼로냐 국제 어린이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됐다.신연수 기자

    2024.04.03 18:47
  • 인류는 1000살까지 살면서 바다에서 서핑을 할 것이다 [서평]

    영국의 생물학자 오브리 드 그레이는 1000살까지 살 수 있는 인간이 이미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그것도 아주 건강한 삶을 사는 상태로 말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1000살이 된 인류는 휠체어를 탄 모습이 아니라, 바다에서 파도를 타며 서핑을 하는 모습에 가깝다.1000살까지는 아직 조금 급진적으로 보일진 몰라도, 유전자 편집 기술이나 몸속을 돌아다니며 암세포를 미리 감지하는 초소형 로봇 등 인류의 노화 방지와 수명 연장을 위한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다. 이처럼 노화와 죽음 등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그에 따른 잠재적 위험과 윤리적 문제 등을 연구하는 운동을 '트랜스휴머니즘'이라고 한다. 최근 나온 신간 <호모 엑스 마키나>는 트랜스휴머니즘이 인류에게 가져오는 기회와 위험을 총체적으로 다룬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호모 엑스 마키나'는 '기계가 된 인간'이란 뜻으로, 유전공학 기술 등으로 신체적·정신적 능력이 또 다른 차원으로 진화한 인간이다. 의학 교수이자 항노화 연구 전문가 베른트 클라이네궁크와 철학 교수 슈테판 로렌츠 조르그너가 함께 썼다. 클라이네궁크는 기술의 흐름을 중점적으로, 조르그너는 기술 변화에 따른 문화적 흐름과 전통적 가치관의 변화를 주로 다룬다. 트랜스휴머니즘과 유전자 기술은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유전자 진단은 지난 20년간 일상처럼 이뤄졌다. 산전 진단이 대표적이다. 임신 중 태아 검사는 이제 흔한 일이 됐고, 유전자 질환이 발견되면 태아를 포기하는 일도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다운증후군으로 불리는 21번 삼염색체성 장애 아이가 태어나는 건 드문 일이 됐다. 이미

    2024.04.03 15:37
  • 타워크레인은 어떻게 수백 미터 위로 올라갈까? [서평]

    수백미터 높이의 마천루를 짓기 위해선 무거운 자재와 부품을 나르는 타워크레인이 필수다. 타워크레인은 어떻게 제자리에서 수백미터 높이로 높아질 수 있을까? 건물, 다리, 터널, 도로, 통신망….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인프라는 현대 건축 및 공학 기술의 집합체다. 최근 나온 신간 <도시를 만드는 기술 이야기>는 우리 주변을 둘러싼 도시 인프라의 원리와 구조를 어렵지 않게 풀어낸 대중 공학서다.이 책의 저자 그레이디 힐하우스는 토목공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다. 구독자 약 369만명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 '프랙티컬 엔지니어링'을 운영하며 대중을 상대로 공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 영상을 제작해 왔다.현대인의 하루는 거의 모든 것이 공학 기술의 도움을 받아 이뤄졌다. 예컨대 아침에 일어나 조명을 켜고, 화장실에서 세안을 하고, 스마트폰으로 자는 동안 일어난 이야기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같이 평범한 일상은 밝은 빛을 선사하는 전력망,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상수도, 핸드폰을 연결하는 통신망 등이 제 역할을 했기에 가능하다. 수십, 수백년 동안 인류가 고민한 끝에 발견한 공학적 기법이 조합된 기념비적인 결과물들이다.이 책은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인프라 뒤에 자리잡은 공학적 원리를 소개한다. 고속도로 나들목은 왜 스파게티처럼 생겼는지, 태풍이 지나간 뒤에 빗물은 다 어디로 가는지, 풍력 발전소는 어떻게 전기를 만드는지 등 일상을 영위하게 만든 핵심 인프라를 하나씩 펼쳐 보인다. 책장을 덮고 나면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구조물을 새롭게 인지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세상을 보는 스펙트럼도 넓어진다.책 속에 삽입된 다채

    2024.04.02 21:39
  • '바람의 손자' 이정후, MLB 데뷔 3경기 만에 첫 홈런 '쾅'

    ‘바람의 손자’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데뷔 후 첫 홈런을 쳤다.이정후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2024 MLB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8회초 우중간 담을 넘겼다. MLB 데뷔 3경기 만에 첫 홈런이다.샌프란시스코가 3-1로 앞선 가운데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샌디에이고의 왼손 사이드암 톰 코스그로브의 시속 125㎞ 스위퍼를 잡아당겨 우측 펜스를 넘겼다. 타구는 시속 168㎞로 우중간 124m를 날아가 외야 관중석에 떨어졌다.홈런을 확인한 이정후는 그라운드를 힘차게 돌고 홈 플레이트를 밟고 난 뒤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더그아웃에 들어서자 동료들은 이정후와 하이 파이브를 하거나 헬멧을 두드리며 첫 홈런을 축하했다.경기 후엔 한국 취재진뿐만 아니라 현지 취재진도 몰려들어 이정후의 첫 홈런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정후는 취재진에 “감은 나쁘지 않았고 직선 타구도 계속 나와서 공이 조금만 뜨면 홈런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며 “아직 뭔가 보여줬다는 생각은 안 하고, 빨리 적응하려고 하루하루 열심히 하려다 보니깐 나왔다”고 말했다.이날 경기에서 이정후는 4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28일 빅리그 데뷔전에서 3타수 1안타, 1타점을 올린 이정후는 다음날 첫 멀티 히트(5타수 2안타, 1타점)를 달성했고, 이날은 홈런포까지 쏘아 올리며 바람몰이를 시작했다. 빅리그 진출 후 3경기에서 12타수 4안타(타율 0.333), 1홈런, 4타점으로 순항 중이다.현지 중

    2024.03.31 18:01
  • '바람의 손자' 이정후, MLB 데뷔 3경기 만에 첫 홈런

    '바람의 손자'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데뷔 후 첫 홈런을 쳤다. 이정후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2024 MLB 정규시즌 방문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8회초 우중간 담을 넘겼다. MLB 데뷔 3경기 만에 첫 홈런이다. 샌프란시스코가 3 대 1로 앞선 가운데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샌디에이고의 왼손 사이드암 톰 코스그로브의 시속 125㎞ 스위퍼를 잡아당겨 우측 펜스를 넘겼다. 타구는 시속 168㎞로 우중간 124m를 날아가 외야 관중석에 안착했다. 홈런을 확인한 이정후는 그라운드를 힘차게 돌고 홈 플레이트를 밟고 난 뒤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더그아웃에 들어서자 동료들은 이정후와 하이 파이브를 하거나 헬멧을 두드리며 첫 홈런을 축하했다. 경기 후엔 한국 취재진뿐만 아니라 현지 취재진도 몰려들어 이정후의 첫 홈런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정후는 취재진에게 "감은 나쁘지 않았고 직선 타구도 계속 나와서 공이 조금만 뜨면 홈런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며 "아직 뭔가 보여줬다는 생각은 안 하고, 빨리 적응하려고 하루하루 열심히 하려다 보니깐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이정후는 4타수 1안타 2타점을 올렸다. 지난 28일 빅리그 데뷔전에서 3타수 1안타 1타점을 올린 이정후는 다음날 첫 멀티 히트(5타수 2안타 1타점)를 달성했고, 이날은 홈런포까지 쏘아 올리며 바람몰이를 시작했다. 빅리그 진출 후 3경기에서 12타수 4안타(타율

    2024.03.31 15:25
  • [책마을] 데님 바지를 파란색으로 염색하는 이유

    “청바지는 왜 하필 블루인가요?”패션 디자이너 출신으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옷을 입다 패션을 만들다> 저자 정연이는 수업 시간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 청바지가 광부의 작업복으로 사용된 데님 원단에서 출발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것을 왜 파란색 염료로 물들였는지는 굳이 궁금해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이 책은 청바지를 비롯해 줄무늬 티셔츠, 검은색 미니드레스, 밀리터리룩 등 일상적으로 자리잡은 패션의 역사에 대해 저자가 공부한 결과물이다. 청바지의 ‘블루’가 인기를 끈 건 1774년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출간되고부터다. 소설이 흥행하자 베르테르가 입은 것으로 묘사된 파란색 프록코트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유행했다. 여성들은 베르테르가 사랑한 샤를로테처럼 파랑과 하양이 섞인 드레스를 입었다. 여기에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파란색은 자유라는 상징을 획득했다. 청색은 곧 시민들이 사랑하는 색깔이 됐다.파란색은 긍정적인 상징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실용적으로도 청바지에 적합한 색이다. 데님 원단은 너무 두꺼워 완벽하게 염색하기가 어렵고, 따라서 입을수록 색이 바래는 현상이 발생했다. 물 빠진 파란색은 자연스럽고 검소한 이미지를 준다. 청바지는 그렇게 노동자를 대변하는 패션이 됐고, 이어 제임스 딘 등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을 통해 젊음의 상징으로 거듭났다.신연수 기자

    2024.03.29 18:59
  • [책마을] 퇴임 이후 더 호감 가는 대통령…부시는 퇴역 군인들과 골프 즐겨

    콘돌리자 라이스, 힐러리 클린턴 등 미국 국무부 장관의 정책 고문을 거쳐 골드만삭스 등에서 임원을 지낸 재러드 코헨이 쓴 <권력 이후의 삶(Life After Power)>은 역대 미국 대통령의 퇴임 후 삶을 들여다 본다.책에서 다루는 전임 대통령은 총 7명이다. 미국 건국 주역 중 한 명이자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1801~1809년 재임)부터 존 퀸시 애덤스(1825~1829년), 그로버 클리블랜드(1885~1889년·1893~1897년), 윌리엄 태프트(1909~1913년), 허버트 후버(1929~1933년), 지미 카터(1977~1981년), 조지 W 부시(2001~2009년) 등이다. 저자는 “몇몇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안에서보다 (퇴임 후) 그 밖에서 더 많은 것을 성취해냈다”고 말한다.백악관에서 나온 뒤 대학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대통령이 많다. 제퍼슨은 퇴임 후 버지니아대를 설립했다. 태프트는 1913년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예일대에서 연봉 5000달러를 받으며 헌법을 가르쳤다. 당시 껌을 씹으며 강의를 지루해 하는 학생들을 위해 더욱 활기찬 수업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의 강의 내용은 오늘날까지 정치학자와 비평가가 종종 인용하곤 한다.후버는 스탠퍼드대에 자신의 이름을 딴 ‘후버연구소’를 세워 현대 미국 보수주의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 연구소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싱크탱크로 평가받는다. 후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과 학술 활동을 이어갔다. 이는 40년 후 카터에게 본보기가 됐다.카터 역시 퇴임 후 정치 밖에서 자신의 무대를 찾았다. 미국 애틀랜타의 ‘카터센터’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농업 혁명 운동을 전개했다. 동시에 치명적인 기생충 질환인 기니흡충증 퇴치에도 나섰다. 마침내 카터는 2002년 노벨평화상

    2024.03.2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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