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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 송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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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신문 송종현 유통부장입니다.

  • 팬도 안티도 온통 '이준석 얘기'…K정치에 부는 신드롬 [정치 인사이드]

    “빠(팬)와 까(안티팬)를 모두 미치게 한다.”스포츠 마니아들이 첫손가락에 꼽는 ‘슈퍼스타’의 공통점이다. “나는 내가 ‘스페셜 원’이라고 생각한다”“아르센 벵거(아스날 감독)는 관음증 환자” 같은 논쟁적 발언으로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 감독 시절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던 조제 모리뉴 전 AS로마 감독이 이 말에 딱 맞는 사람이다.지난 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마무리되고 3일이 지난 지금, 한국 정치판의 슈퍼스타는 누가 뭐래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화성을 당선인)다. 자녀 교육과 지역 발전에 관심 많은 ‘철옹성’ 동탄맘들의 마음을 빽빽하게 자필로 쓴 공보물, 100개 단지 현장 방문 등으로 돌려세운 건 벌써 지난 이야기가 돼 버렸다. 이준석 대표는 선거가 끝난 후 단 며칠 만에 한국 정치권의 모든 관심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192석을 휩쓰는 역대급 대승을 끌어낸 범야권의 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조차 이번 총선의 주인공이 아니다. 이 대표 뒷순위일 뿐이다. 금기어 ‘탄핵’까지 꺼내 들어이런 실상은 주요 인터넷 정치 커뮤니티에서 일단을 엿볼 수 있다. 2030 남성이 핵심 구성원이어서 원래부터 친(親)이준석 성향이었던 ‘에프엠코리아’가 열광의 도가니인 것은 그럴 만하다.대표적 진보 커뮤니티 ‘클리앙’ 등에서는 “이준석 꼴 보기 싫어 대승이 대승 같지 않다”, “도저히 당선될 수 없는 곳에서 순수 개인기만으로 생환했다. 이놈은 이제 진짜 위험하다” 같은 글들이 넘쳐난다. 좌파 성향의 정치 컨설턴트인 박시영 주식회사 박시

    2024.04.13 15:40
  • [인사]한국경제매거진

    ◈한국경제매거진◎한경MONEY▷편집장 장승규▷차장 이현주◎한경ESG▷편집장 한용섭▷차장 이미경◎한경BUSINESS▷디지털뉴스팀 차장 정유진▷마케팅본부 마케팅기획팀장(부국장) 김형철  

    2024.03.29 17:19
  • 디지털타임스 박학용 대표 재선임

    디지털타임스는 지난 22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박학용 대표(사진)를 대표이사 사장에 재선임했다.박 사장은 문화일보 경제부장과 편집국장, 논설위원 등을 거쳐 2018년 디지털타임스 대표이사 겸 발행인으로 임명됐다. 지난해 4월부터 한국온라인신문협회장도 맡고 있다. 이송렬 기자 yisr0203@hankyung.com

    2024.03.26 08:46
  • 한경 '국제 대학생 창업교류전' 서포터즈 워크숍 개최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고 KT&G가 후원한 '2024 국제 대학생 창업교류전(ASVF)' 서포터즈(사진) 워크숍이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성수동 KT&G상상플래닛에서 열렸다.  이번 워크숍은 오는 4월 열리는 ASVF의 성공적인 준비와 진행을 위해 마련됐다. 지난 14일 면접을 통해 선발된 총 15명의 대학생 서포터즈들이 참가했다. 서포터즈들은 ASVF의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발표하고, 글로벌 비즈니스매너와 퍼스널 이미지 브랜딩에 관한 강연을 들었다. 워크숍에 참가한 서포터즈 김채은 씨(27·연세대)는 "국제 행사를 직접 기획해보고,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를 배우는 시간이 매우 뜻깊었다"며 "이번 ASVF 서포터즈 경험을 발판 삼아 국제무대에서 멋지게 활약하는 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기자 chachacha@hankyung.com

    2024.02.28 17:33
  • [전문가 칼럼]전세사기 근본해법은 협회 법정단체화와 감독, 교육혁신

    전세사기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툭하면 불거지는 사회적 문제로 개업 공인중개사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최근에도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주범인 건축왕과 연루돼 중개보조원 등이 징역형을 받았다.  전세사기 왜 끊이지 않나정부도 발 빠르게 대처에 나섰다. 안심전세앱을 만들고 임대인 정보공개, 처벌강화, 대체주택제공과 주택임대차 관련법도 개정했다. 그런데도 전세사기가 끊이질 않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다양하고 복합적이다.첫째, 전세사기는 잘못된 주택시장 예측 및 대응, 비합리적인 임대차 관련법 그리고 중개제도의 한계가 빚어낸 합작품이다. 사기꾼들이 이러한 제도적 허점 내지 사각지대를 집중 공격해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한 것이다.둘째, 현실적으로 역전세, 깡통전세를 포함한 전세사기는 국민 입장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골치덩어리다. 특히 부동산 경험이 부족한 젊은 층, MZ세대의 부동산경험과 법률 지식 수준은 굉장히 낮은 편이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주택의 매매,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부동산 특성, 시장분석, 물건 및 임대인정보를 비롯해 계약관련 법률, 대출, 보험 등 금융지식, 중개제도를 제대로 모르고 행동

    2024.02.26 14:26
  • 대한상공인당 창당 발기인 대회 연다

    대한상공인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공동위원장 정재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인과 함께하는 중앙당 창당준비위원회 발기인대회를 3일 서울 강남 스페이스쉐어 삼성COEX센터 리젠시홀에서 연다. 위원회 측은 "현재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의 후유증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저출산·고령화, 국내소비 급감 등 총체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어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며 "이처럼 사정이 어려운데도 거대 여야는 상공인 등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거나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재훈 대한상공인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따뜻한 공동체, 꿈과 미래가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 총사업자 수의 99%를 차지하는 상공인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대한상공인당의 창당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상공인들을 비롯해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노인, 다문화가정, 새터민과 간호 및 문화예술종사자 등 소외된 근로자의 지위 향상을 위해 강력하게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2024.02.02 17:55
  • [데스크 칼럼] '온라인 가락시장'에 거는 기대

    지난달 30일 있었던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출범은 한국 유통사(史)의 큰 발걸음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물가 안정 정책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본격적인 준비에서부터 출범 때까지 걸린 기간은 단 10개월. 이 정도 이벤트가 어떻게 이렇게 빠르고 조용히 지나갔나 싶다. 호들갑이 아니다. 우선 역사적 의미가 상당하다.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은 정부가 구축한 온라인 플랫폼, 저장창고 등 산지 인프라를 통해 농가와 식품·유통기업이 직거래할 수 있게 한 게 핵심이다. 짧게는 38년, 길게는 47년 전 시작된 공영도매시장 체제의 해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작지 않다. 활짝 열린 전인미답의 길신선식품 공영도매시장은 전국에서 33곳이 운영 중이다. 1976년 제정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1985년 서울 가락시장이 건립되면서 농산물 유통 격변이 시작됐다. 공영도매시장 설립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공정·투명한 거래 질서 확립이었다. 위탁상에 의해 자행되던 ‘깜깜이 유통’을 투명화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정보 독점으로 도매시장 이해 관계자들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에 직면한 게 사실이다. 초고령화 등으로 인한 지역 궤멸로 가락시장 청과부류(채소+과일)의 거래 물량은 지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그런데도 가락시장 5대 도매시장법인(서울·중앙·동화·한국·대아청과)의 영업이익률은 대부분 20%대(2022년)에 달했다. 물론 대형마트, e커머스의 급성장으로 농가·유통사 간 직거래가 활성화해 유통시장에서 도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자연스레 축소(농촌경제연구원 추산 2003년 77.3%→2021년 43.7%)되긴 했다. 그렇더라도 유통사 눈높이를 맞출 역

    2023.12.03 17:49
  • [데스크 칼럼] 지금이 내년 폭염 대비할 때

    한낮 기온이 20도를 넘지 않는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이다.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한여름 폭염이 언제 있었나 싶다. 그러다가 사과, 대추 등 상당수 신선식품 가격이 가을 제철에도 여전히 고공행진하는 실상을 확인하면, ‘과연 여름이 가긴 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여름 생육기에 닥친 무더위로 시장에 내놓을 만한 A급 품목이 자취를 감춘 바람에 가격이 진정되지 않는 품목이 상당수여서 하는 말이다. 대형마트 등에서 지난달 한때 개당 1만원에 거래돼 ‘금(金)사과’ 소리가 나온 사과가 그렇다. 최대 성수기인 추석 연휴를 지나면서 가격이 다소 진정되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도 1년 전보다 20% 이상 비싼 값에 판매된다. 진정되지 않는 신선식품 물가여기에 직격탄을 날린 게 지난여름 번갈아 가면서 나타난 폭염과 폭우, 곧바로 이어진 탄저병 창궐이다. 이 여파로 대형마트 바이어들 사이에서 “상(上)품 매물의 씨가 말랐다”는 얘기가 돌 정도다. 올해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3.1% 급감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사과뿐 아니라 대추·엽채류를 비롯해 심지어 수산물에 이르기까지 이상고온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신선식품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우려되는 건 정부가 폭염이 야기한 신선식품 인플레이션을 비축물량 방출과 같은 관행적 대증요법에 의존해 해결하려는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물가 안정에 전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하자 관계 부처가 처음 들고나온 카드는 배추 2200t, 천일염 1000t 공급이었다. 김장철을 앞두고 재료값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자 내놓은 해법이었다. 정부가 비축 물량을 풀어 공급을 늘리면 해당 품목 가격은 영향을 받는다. 배

    2023.10.24 17:59
  • 이탈리아 럭셔리 콜롬보, 마카오에 첫 부티크 연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콜롬보는 마카오의 ‘더 파리지앵 마카오’에 첫 부티크를 마련해 다음달 2일 그랜드 오픈한다. 더 파리지앵 마카오 콜롬보 매장에서는 콜롬보 헤리티지 라인의 정수인 ‘오데온’과 ‘디오네’부터, 최근 각광받는 ‘토트’ 라인까지 다채로운 제품을 만날 수 있다. 10월 2일 열리는 그랜드 오픈 행사에는 밀라노 아뜰리에를 대표하는 장인 리카르도 에도아르도 도나도니가 참석해 콜롬보의 독자적인 제조기법을 시연한다. 86년 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시작해 세계 최고의 악어가죽 브랜드 반열에 오르기까지 한결같이 고수해 온 기술을 고객들이 직접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특별 초청된 리카르도 에도아르도 도나도니는 오프닝 인사를 시작으로 재단 시연과 구매고객 네임택 인그레이빙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다른 주인공인 가수 겸 연기자 제시카도 오프닝부터 참석해 자리를 빛낼 예정이다. 코로나 이후 동남아에 첫 매장을 여는 만큼 방문객들께 증정할 다양한 사은 선물도 준비했다. 콜롬보 마카오 부티크는 더 파리지앵 마카오 레밸 3에 위치한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양지윤 기자

    2023.09.22 10:31
  • [데스크 칼럼] '글로벌 한국' 준비돼 있나

    가까운 지인이 사는 서울 잠원동은 들락날락한 지 10년이 된 꽤나 익숙한 동네다. 정확히는 지하철 3호선 잠원역 근처의 아파트촌이다. 아는 독자도 많겠지만, 여기는 ‘그냥 주거지’다. 유흥시설, 식당, 카페 같은 게 거의 없어 차분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최근 1~2년 새 이 동네를 방문할 때면 비현실적인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다. 잠원역을 나와 휴대폰을 쳐다보며 어디론가 향하는 외국인이 부쩍 늘었다. 올림픽대로 방면으로 한강 구경 가겠다고 아침 일찍부터 4~5명씩 짝지어 다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광경이어서 ‘저 친구들은 이 동네까지 왜 왔지’란 생각이 절로 든다. 명실상부한 전세계적 'K열풍'소위 K열풍이 거슬렸던 적이 있다. ‘실체가 모호하다’고 여긴 온갖 움직임에 K를 다 갖다 붙이니, ‘이런 침소봉대가 또 있나’ 싶었다. 지금은 아니다. 잠원동 외국인들에게서부터 열풍의 일단을 어렴풋이 느낀다. 취재 현장에서 만나는 글로벌 기업 임직원의 움직임은 이보다 더 명백한 증거다. 코로나19 창궐 후 한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해외 패션 브랜드를 보면서까지 ‘우리가 이렇게 중요한 존재가 됐다’며 자위할 필요는 없다. 그런 구석이 없지 않더라도 한국인들은 지난해 명품에 세계에서 돈을 가장 많이 쓴 VIP 고객(모건스탠리 추정 1인당 325달러)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받게 된 건 당연한 결과다. 이보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비행기로 10시간 이상 걸리는 북미, 유럽 등 선진국에서까지 “트렌디한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는 해외 기업 임직원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자타공인 최고 명품 에르메스의 프랑스 본사에서 멀리 한국 근무를 자청하는 직원이 나오는

    2023.09.13 18:03
  • 한국맥도날드 점장 4인, 세계 상위 1%에

    한국맥도날드는 소속 점장 네 명이 세계 최고의 맥도날드 점장에게 주어지는 ‘레이 크록 어워드’를 받았다고 6일 발표했다. 맥도날드 창립자인 레이 크록의 이름을 따 1999년 제정한 레이 크록 어워드는 전 세계 매장 중 상위 1%에 속하는 점장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2년마다 선정한다. 이번 수상자로는 세계 70개 시장에서 총 398명이 선정됐다. 한국에서는 강은희 서울역점 점장, 박장미 안산고잔DT점 점장, 양용식 속초DT점 점장, 이연정 오산DT점 점장이 수상했다. 이들은 내년 4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2024 레이 크록 어워드 시상식’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하는 수상자 축하 갈라 디너에 참석할 예정이다. 또 1개월치 급여에 해당하는 상금과 스페인 왕복 항공권, 호텔 숙박권 등을 제공한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점장만 받을 수 있는 글로벌 어워드를 네 명의 한국 점장이 수상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scream@hankyung.com

    2023.09.06 18:47
  • [데스크 칼럼] 부실공사 부르는 초고령화

    초고령화가 우리 삶을 실질적으로 타격하는 실상을 직시해야 한다. 다음 세대 얘기라고, 먼 나라 일이라고 치부할 단계는 일찌감치 지났다. 녹차 산지인 경남 하동의 농가가 최근 10년도 안 돼 1918가구(2012년 말)에서 1066가구(2021년 말)로 절반 가까이 사라져 업(業)이 궤멸하는 현실 같은 건 애써 외면할 수 있다. 역사가 유구하다고 한들 녹차 없이 못 사는 건 아닐 테니까. 하지만 부실 공사로 아파트가 무너질 지경에 이른 건 다른 문제다. 잇달아 수면 위로 부상한 ‘부실’이 우리 사회의 초고령화와 연관 있다고 주장하는 건 뜬금없는 비약이 결코 아니다. 젊은이 발길 끊긴 건설현장문제가 된 GS건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은 최후까지 지켜야 할 안전이란 가치를 훼손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정부가 수사 고발, 인사 조치, 이권 카르텔 분쇄 같은 서슬 퍼런 대응에만 혈안이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저의를 의심받고, 이면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데 되레 방해되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엔 젊은이들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 결과 2000년 전체 근로자의 5.4%에 불과했던 60대 이상 비중이 지난해 24.6%로 치솟았다. 50대(35.0%)와 합치면 60%에 육박한다. 건설업만큼 근로자의 신체 기능이 품질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업종이 있을까. 고령의 감리원들은 장시간 일하면 힘들어한다. 집중도가 떨어져 골조는 제대로 올라가는지, 빠진 철근은 없는지 확인조차 버거워하는 게 지금의 현장이다. 그렇다고 밀려오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한국인 선배’들이 보여줬던 책임감을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굴지의 건설사는 이들을 관리·감독할 역량이라

    2023.07.31 18:01
  • "흰 우유 L당 3000원 넘어야 하는데"…정부 '인상 자제령'에 유업계 속앓이

    지난달 9일부터 한 달 반 이상 지루하게 이어진 낙농가와 우유업계 간 원유(原乳) 기본가격 협상이 지난 27일 타결됐다. 음용유와 가공유 기본가격이 L당 각각 8.8%(88원), 10.8%(87원) 오른 1084원, 887원으로 결정됐다. 예년 같았으면 결정된 원유가격에 기반해 우유업계가 곧이어 제품 가격 책정에 들어갔겠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속앓이가 시작된 분위기다. 10년 만에 최대 인상 폭이 적용됐는데도 정부가 식품업계 전반에 제품 가격 동결·인하를 압박하고 있어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8일에도 매일유업, 남양유업, 서울우유협동조합 등 우유업체와 유통업체 관계자를 소집해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7일에 이어 이번달에만 두 번째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새로운 원유 가격이 적용되더라도 제품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추석연휴(9월 28~30일)를 앞두고 생활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게 식품업계의 설명이다. 정부는 그동안 “원유가격 인상이 가공식품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혀왔다. 주요 식품류 중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을 제외하면 원유나 유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제품 비중이 높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라 우유업계도 당분간 원가 상승분을 감내하겠다는 반응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업계에서는 원유값 협상 이후 시중에서 판매하는 우유 가격이 L당 3000원을 넘길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다. 원유 기본가격에 농가로 들어가는 인센티브, 제조비, 물류비, 유통마진 등이 더해지면 이 정도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봤다. 작년에도 원유 가격이 5.1%(49원) 올라 L당 996원이 되자 유업체

    2023.07.28 18:19
  • "2030년 美 라면 1위…매출 3배 늘릴 것"

    인구 감소로 인한 내수시장 축소 등의 요인으로 해외 공략은 국내 식품회사들에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그런 측면에서 라면 1위 농심은 업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회사다. 일찌감치 해외시장 공략에 ‘올인’해 이제는 이익을 폭발적으로 늘려가는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1일로 취임 2주년을 맞은 신동원 농심 회장(사진)은 “미국으로 대표되는 해외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국 라면시장 1위 오르겠다”신 회장은 3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연매출을 3배 끌어올리고 라면시장 1위에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2025년에 미국 제3공장을 착공하겠다”고도 했다. 신 회장은 1987년부터 1991년까지 일본 도쿄사무소 근무를 아버지인 고(故) 신춘호 회장에게 자청할 정도로 해외 영토 확장에 진심이다. 회장 취임 후 타깃으로 점찍은 곳은 세계 식품기업의 각축전이 치열한 북미 시장이다. 농심은 1984년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소를 설립해 미국에 처음 진출했다. 2005년에는 첫 현지 공장인 로스앤젤레스(LA) 공장을 가동했다. 주로 한인을 대상으로 라면을 판매한 농심은 2010년대부터 ‘프리미엄 라면’으로 포지션을 잡았다. 일본의 저가 라면과 차별화하려는 목적이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집계한 농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1년 기준 25.2%로 일본 도요스이산(47.7%)에 이어 2위다. ○해외 부문 이익 대폭 늘어농심의 북미 사업은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2020년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에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등장해 세계적 관심을 모았고,

    2023.07.13 17:25
  • [데스크 칼럼] '왜'가 중요한 관광객 3000만 유치

    이수진 야놀자 창업자(대표이사)의 지난 20일 기자간담회 발언은 관광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인사들이라면 되새겨볼 만하다. 지난해 인수한 인터파크의 사명 변경 등을 이유로 6년 만에 기자들 앞에 선 그는 “2028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5000만 명을 유치하겠다”며 작심한 듯 생각을 쏟아냈다. “여행이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인바운드(입국) 상품을 지방 국제공항 중심으로 다변화하고, 지역 관광지와 연계하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인공지능(AI)을 통해 언어·문화의 벽을 뛰어넘겠다”고도 했다. 관광정책, 공감 얻고 있나“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몸값’ 올리려는 소리”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야놀자는 쿠팡, 무신사와 함께 e커머스 시장에 안착한 몇 안 되는 기업이란 평가를 받는다. IPO에만 목맬 것으로 여겨지는 곳은 아니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아젠다의 당위성, 실현 가능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힘들다. 이 대표의 비전은 ‘2027년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한 정부 정책의 또 다른 지향점을 제시한다. 정부는 2023~2024년을 ‘한국 방문의 해’로 정하고 이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다. 외국인 관광객이 역대 최다를 찍은 건 2019년(1356만 명)이었다. 올해는 엔데믹, 절정에 달한 K콘텐츠의 인기 등 우호적인 여건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도 1~4월 성적(260만 명)은 2019년 동기(547만 명)의 47.5%에 불과했다.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유치가 공허한 선언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국민의 관심과 성원이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정책 양산과 법제화가 힘을 받을 수 없다. 문제는 국민이 공감할 만

    2023.06.27 18:05
  • [데스크 칼럼] 다시 신춘호 회장을 떠올린다

    ‘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 닌텐도 대표이사 펠로(대표에게 직보하는 임원)는 전 세계 게이머 사이에서 ‘게임의 신(神)’으로 통한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를 비롯해 ‘동키콩’ ‘젤다의 전설’ 등 시대를 대표하는 게임들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나왔다. 그랬던 그가 지난달 개봉한 애니메이션 ‘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로 또다시 대박을 터트렸다. 닌텐도가 공동 제작한 이 애니메이션은 세계 매출 10억달러를 돌파했다. 韓·日의 닮은꼴 '쟁이'들그는 1977년 입사 후 지난 46년간 오직 게임업의 본질인 ‘재미’만 천착했다. 일관되게 “게임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애니메이션에도 그랬다. “1시간 반 동안 모두가 ‘즐거웠다’고 생각할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지난달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일본 시사회). 슈퍼마리오는 평론가들에게 “서비스가 연출의 유일한 목표”(이동진 평론가)라는 등의 혹평을 받았다. 그런데도 관객들은 순도 100%의 재미에 흠뻑 빠져들었다. 오래전부터 그의 궤적을 추적해오면서 ‘이 사람은 참 고(故) 신춘호 농심 회장과 닮았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한국에도 시게루 펠로같이 위대한 성과를 거둔 경영인(그가 개발자인지, 경영인인지는 논쟁적이다)이 많지만, ‘OOO의 아버지’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붙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신 회장은 명실상부한 ‘라면왕(월스트리트저널)’이자 ‘신라면의 아버지’ 아닌가. 장인정신도 그렇다. 신 회장은 자신을 스스로 ‘라면쟁이’라고 불렀다. 집요하게 맛이라는 식품업 본질에 집중했다. 그는 1990년대 초 해외 공략에 나설 때 특유의 매운맛을 순화시키

    2023.05.14 17:47
  • [데스크 칼럼] 'MB 쌀과자'와 밥 먹기 운동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자신에게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강권했다는 재계 30위권 식품그룹 오너의 증언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후보 시절 한 간담회에서 눈여겨봤다가 대통령 되고 나서 여러 차례 압박했다는 얘기다. 그는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끝내 고사했더니, 애국심이 그것밖에 안 되냐고 타박하시더라”며 웃었다. 農政이 그렇게 가볍나‘기업인을 농림부 장관으로 앉혀야겠다’는 아이디어가 얼마나 진지하게 검토됐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누구보다 기업을 잘 아는 MB가 총수의 주식백지신탁 문제를 몰랐을 리 없어 하는 말이다.궁금한 건 ‘왜 하필 기업인이었을까’다. 진의를 모르는 상태에서 유추해보자면 ‘꼬일 대로 꼬인 농정을 기업인 시각으로 풀어보자’고 생각한 게 아니었을까 싶다.임기 초 “현실성 떨어진다”며 욕먹었던 ‘쌀과자 이슈’도 그렇다. MB는 “남아도는 쌀로 쌀과자 등을 만들자”고 했다. 수요 촉진이 1차적 목표였을 터다. 그게 다였을까. 한 꺼풀 더 들어가 이를 실현하려면 기업·농민 간 재배계약이 필요하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기업은 정부처럼 가격이 하락한다고 무작정 사주지 않는다. 농민들은 기업의 철저한 수요예측에 근거해 생산량을 조절해야 한다. 품질·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건 기본이다. 만성화한 쌀 과잉 공급을 시장경제의 논리로 풀 수 있는 방편이다.새삼 MB 시절을 되돌아보는 건 ‘밥 한 공기 다 먹기’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 때문이다. “예산, 법제화 없이 실생활에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아이디어를 소개한 것일 뿐”이란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

    2023.04.11 17:49
  • [데스크 칼럼] '구인 대란 시대'의 방조자들

    사태의 원인과 결과를 혼동해선 안 된다. 잘못된 처방이 나오기 때문이다. +, -, ×, ÷ 같은 기호가 앞서 있었던 게 아니다. 그 너머에 있는 수학의 원리가 먼저다.사칙연산의 발명자들이 3○3=6이라고 적어놓고 빈칸에 ×를 채워 넣었다면, 오늘날엔 ×가 ‘더하기’의 의미로 쓰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학교에선 태초부터 +가 더하기였던 양 가르친다. 적지 않은 학생이 ‘계산기계’로 자라는 데엔 이유가 있다. 로봇을 왜 쓰는가이건 뜬금없는 얘기가 아니다. 요즘 같은 ‘구인 대란의 시대’에 이런 일들은 도처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키오스크나 로봇을 인건비 아끼려고 도입하는 것 같은가. 월 환산 임금 450만원을 제시해도 “궂은일은 싫다”며 젊은이들이 찾아오질 않아서 쓴다. 일손 부족이 먼저고, 무인화는 그다음이다.푸드테크 기업들이 가까스로 짓는 스마트팜도 마찬가지다. 농민들은 한국인 근로자는 언감생심이니 외국인이라도 쓰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젠 외국인마저 고된 일을 안 하려고 한다. 정보기술(IT)과 첨단 농기계를 도입하지 않으면 도저히 업(業)을 유지할 수 없다.실상이 이런데도 이익단체, 노동조합의 선동꾼들은 100년도 넘은 ‘자동화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도그마를 강변한다. 잇속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적 원인·결과의 오독(誤讀)이다.DB그룹(옛 동부그룹)이 스마트팜도 아닌, 유리온실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가 농민들 반발에 부딪혀 포기한 게 10년이 다 돼 간다. 이젠 대다수 농민이 첨단 농법이 없으면 생업을 잇지 못한다는 걸 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7개 단체가 정초부터 “정부의 푸드테크

    2023.03.15 18:59
  • [데스크 칼럼] 기대 반 우려 반 '지역활력타운'

    어머니의 농사일을 곁눈질한 지도 15년이 돼 간다. 초봄 파종기와 늦가을 수확기에 힘쓰는 일을 돕는 정도지만, 은퇴 후 귀촌할 꿈을 키울 정도로 흥미를 갖게 됐다.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도 귀농·귀촌인의 일상을 담은 EBS ‘건축탐구 집’ ‘한국기행’ 같은 것들이다. 인터넷에서 ‘선배’들의 성공·실패기도 꼼꼼하게 살핀다. ‘나의 귀촌 일지’는 이미 쓰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귀촌 도우미' 될 수 있을까그런 사람들이 보기에 흥미로운 정부 발표가 최근 있었다. 국토교통부 등 5개 부처가 인구 소멸 위기 지역에 지역활력타운이란 걸 조성하는 업무협약을 지난달 17일 체결했다는 내용이다. 이들 부처는 기반시설 부족으로 귀촌을 꺼리는 도시민을 위해 타운하우스 등을 지어 공급할 계획이다.이 사업에 관심이 가는 건 순탄하게 진행될 경우 도시민이 지역에 손쉽게 내 집을 마련할 공산이 커지기 때문이다. 예비 귀촌인이 준비 과정에서 가장 애를 먹는 게 평생 살아본 적 없는 곳에 집을 짓는 문제다.토지 개발에 관한 전문 지식 없이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이웃 땅 주인과 송사에 휘말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수년에 걸친 소송 끝에 몸과 마음이 탈진해 끝내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지역활력타운은 이런 난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 정부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신경 썼으면 하는 대목도 있다. 먼저 지역 선정이다. 정부는 소멸 위기를 겪는 89곳 등을 대상으로 공모를 거쳐 올해 7곳의 시범지역을 정하겠다고 했다.‘인구 소멸 저지’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그런데 이런 지역들이 귀촌 여력이 있는 도시민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올지 의문이

    2023.02.05 17:54
  • [데스크 칼럼] 대형마트 '10년 대못'부터 뽑아라

    “내년에 평생 경험 못 한 위기가 올 것”이란 성기학 영원무역·영원아웃도어 회장의 ‘제31회 다산경영상’ 수상(12월 7일) 일성은 섬뜩하다. 1974년 창업해 50년 가까이 전 세계를 누빈 그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단 한 번 적자를 내지 않은 장사꾼의 경고다. 무게감이 남다르다.한편으로는 의문도 든다. 스멀스멀 밀려오는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를 애써 외면할 순 없다. 그렇더라도 그 파장이 칠순을 넘긴 기업인이 평생 보지 못 한 수준일 거라니, 과장은 아닐까.“최근 수년간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이 언제까지 버티는지를 시험하는 것 같은 시도가 이어져 왔어요. 이제는 임계점에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와중에 다가오는 충격이니, 더 우려될 수밖에요.” "구조적 위기가 터진다"성 회장의 대답대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무차별적 주 52시간 도입, 과도한 노조 편향 등 문재인 정부 5년간 시장 원리를 벗어나 자행된 ‘좌편향’이 한둘이 아니다.그나마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이런 구조적 퇴행이 바로잡힐 듯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은 그 어느 정부도 손대지 못한 국민연금 개혁 의지까지 밝혔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박근혜 정부의 비극적 결말의 원인 중 하나였다는 건 세간에서 그럴싸하게 받아들여지는 추론이다. 훨씬 파급력이 클 국민연금을 손댄다면, 그보다 더 파격적인 일도 없을 것이다.문제는 실행 여부다. 벌써 “정치적 아군의 표를 의식해 말만 앞세우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제기된

    2022.12.21 17:27
  • [데스크 칼럼] 비건이 '종교'가 되면

    비거니즘(동물 착취에 반대하는 철학)이 어떤 극단적 정치 이념보다 위험할 수 있음을 항상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식품·외식시장을 휩쓰는 ‘비건 열풍’을 보면서 되뇌는 생각이다.요즘 국내 식품업계는 비건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식물성 식품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지 않은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 보수적인 농심마저 비건 레스토랑을 내놓을 정도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업계 종사자들이 한둘이 아니다.그나마 한국은 바람이 늦게 불었다. 뉴욕, 파리 같은 글로벌 대도시에서 미쉐린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스타 셰프’ 알랭 뒤카스, 대니얼 흄 등이 육류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전문 레스토랑을 내는 건 뉴스거리도 아니다. '신(新)반달리즘'의 부상대세가 된 비건을 두고 “어떤 이념보다 위험할 수 있다”고 하면 느닷없을지도 모르겠다. 새삼 이런 얘기를 하는 건 그게 우리 삶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영양의 균형, 기후 위기 대응이란 명분은 거스르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비건이 신념을 넘어 ‘사이비 종교’가 되더라도 저항하기 쉽지 않다. 밀집 사육한 소가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이 콩에 비해 100g당 50배나 많은 건 ‘팩트’다. 마찬가지로 동물성 단백질이 식물성보다 필수 아미노산 함량 등의 측면에서 더 우수하다는 것도 ‘과학’이다.하지만 광신도가 된 채식주의자들은 성장기 자녀에게까지 고기를 먹이는 걸 거부한다. 급기야 미국 플로리다에선 한 엄마가 18개월 된 자식을 굶겨 죽였다. 전 세계 주요 맥도날드 매장, 영국 런던 해러즈백화점 등이 극단적 채식주의자들의 테러 타깃이

    2022.11.06 17:52
  • [데스크 칼럼] '최후의 보루'로 부상한 기업들

    코로나19 사태는 미증유의 위기 국면에 정부가 더 이상 ‘최후의 보루(last resort)’가 아닐 수 있음을 입증했다. 정부가 미지의 바이러스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새 자칫 무너질 뻔한 사회 시스템을 지탱한 건 기업들이었다. 미국에선 아마존이 고립된 소비자들에게 생활필수품과 의료용품을 배송했다. 당시 84만 명에 달했던 전 세계 직원의 임금을 인상해 이들의 주머니 사정을 두껍게 했다. '인플레 방어벽' 대형마트한국도 다르지 않았다. 쿠팡 등 e커머스 기업들은 ‘실핏줄 배송 시스템’을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안전하게 이용할 물품을 전달했다. 대면접촉이 사실상 멈춘 상황에서 기초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놓친 독거노인들의 일상을 챙긴 건 hy(옛 한국야쿠르트) 아줌마들이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코로나 초기 정부가 안정적으로 대응하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다.코로나 창궐로부터 2년 반이 흐른 지금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은 희미해졌다. 그렇다고 기업이 정부의 사회 안전망 역할을 넘겨받는 흐름까지 약해진 건 아니다. 지금 시장에선 글로벌 물류망 훼손과 최악의 이상기후가 야기한 음식료값 급등세가 한창이다. 이런 와중에 가정주부, 직장인의 주머니 사정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건 대형마트, 편의점들이다.이들은 정부가 지난 7월 관세 인하 등의 조처를 하기 한참 전부터 세계 곳곳의 납품처를 이 잡듯이 뒤졌다. 글로벌 시장이 급등세를 타기 전 소고기, 원두 같은 식품과 원재료를 싼값에 대량 구매해 국내 식품 가격 상승세를 저지하는 ‘방어선’ 역할을 했다.치킨에서 시작해 피자, 탕수육, 햄버거 등으로 이어진 ‘반값’ 시리즈는 최고경영자(CEO)에서

    2022.09.21 17:41
  • 배추값 폭등에 포장김치 '품절 대란'…가격도 올라

    배추 가격이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확철 내린 잦은 비로 강원도에서 자라는 고랭지 배추의 작황이 부진한 탓이다. 배추 가격이 치솟자 “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 것보다 포장김치를 사 먹는 게 더 싸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김치 품절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대형 식품업체들은 김치 재료값 급등을 버티지 못하고 포장김치 가격 인상에 나섰다. ○이상기후에 힌남노까지 덮쳐16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배추 도매가격은 ㎏당 1894원으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10.3% 올랐다. 전월과 비교해선 64.7%, 전년 동월보다는 127.5% 급등했다.9월 배추 평균 가격은 1728원으로 최근 10년 새 가장 높다. 최근 10년간 9월 배추 평균 가격은 938원이다. 무 가격도 심상치 않다. 무 도매가격은 전월 대비 16.0%, 전년 동월과 비교해선 169.1% 올랐다.여름철 폭염과 폭우가 반복해서 이어진 데다 최근 태풍 ‘힌남노’로 인한 피해까지 겹치면서 배추 가격이 치솟았다.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현재 시중에 풀리는 배추는 해발 600m 이상의 강원도 고랭지에서 재배하는 여름 배추”라며 “기상 악화로 출하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가격이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장김치 품절배추 가격이 오르자 포장김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직접 김치를 담가 먹는 것보다 포장김치를 사 먹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다.이에 따라 일부 온라인몰에서는 김치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대상은 지난달 중순께부터 자사몰 ‘정원e샵’에서 ‘종가집 배추김치’는 물론 깍두기와 파김치 등을 ‘일

    2022.09.16 17:16
  • [속보]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 화물차 30여대 입차…출고 정상화되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시위로 맥주 출고에 차질을 빚고 있는 하이트진로가 강원도 홍천 강원공장 진출입로를 스스로 확보하며 제품 출고에 나섰다. 8일 하이트진로는 강원 홍천군의 강원공장에 화물차 30여대를 투입해 맥주 제품 출고를 준비 중이다. 지난달부터 하이트진로는 기존 화물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외에 다른 업체와도 물류 계약을 맺으며 '플랜B'를 가동해왔다. 전날 회사측은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과의 물리적 마찰을 우려해 경찰의 도움을 받고 본사 및 공장직원 250여명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직원들의 투입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치면서 화물차 진출입로를 마련했고 그동안 화물연대가 점거하던 진입로 교량(하이트 다리)도 경찰이 확보했다. 이날 화물연대 소속 차주 40여명은 오전부터 공장 진입로에서 시위를 벌였다. 강원경찰서 등은 경찰인력 400여명을 동원해 시위현장 주변과 공장 진입로에 폴리스라인을 쳤다.홍천=한경제 기자

    2022.08.08 09:52
  • [데스크 칼럼] '캐비닛 서류'에 갇힌 공무원들

    ‘범죄도시2’를 보러 서울 반포의 한 극장을 찾은 5월 어느 날, ‘다시는 코로나 이전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한 주를 마감하던 금요일 저녁, 거기선 직원들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손님들은 자연스럽게 무인 키오스크에서 예약한 티켓을 찾고, 팝콘을 주문했다. 검표 없이 입장한 상영관엔 팝콘 부스러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더 놀라웠던 건 누구 하나 이런 모습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듯했다는 점이다. 극장 직원이 지금보다 두 배가량 많았던(CJ CGV 2019년 1분기 말 6255명→지난 1분기 말 3216명)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듯했다. 코로나가 야기한 천지개벽요즘 아이들은 ‘똑같이 생긴 쌍둥이’를 신기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체외수정 시술 증가로 이란성 쌍둥이가 일란성보다 3.3배나 많아져(2018년 기준) ‘쌍둥이는 다르게 생긴 게 정상’이라고 인식한다는 얘기다. 이란성이 일란성의 45%에 머물렀던 1990년대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극장, 커피숍, 편의점 같은 곳에 키오스크나 로봇 대신 직원이 있으면 낯설게 여기는 세상이 곧 올지 모른다.그 파장이 고용, 산업 그리고 사회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요즘 같은 변화무쌍한 시대를 두 걸음 뒤에서 바짝 쫓기는커녕 한참 뒤처져 구태를 답습하는 공무원들을 보고 있자면, 좌절하게 된다.정부가 인플레이션 대책을 내놓기에 앞서 식품사들의 의견을 청취하던 지난 6월, 업계 사람들은 냉소했다. “좀 이따 보십시오. 기업인들 불러 공개 석상에서 ‘정부에 협조해달라’고 할 겁

    2022.07.24 17:27
  • [데스크 칼럼] 다시 묻게되는 '業의 본질'

    산업계에 ‘업(業)의 본질’이라는 말이 유행했을 때가 있었다. 2019년 무렵에 특히 그랬다. 정의선, 구광모 등 3세 경영인이 잇달아 회장 자리에 오른 해다. 그들은 취임 후 자신이 생각하는 업의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밝혔다.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실현해나갈 것.”(정의선 현대차 회장), “삶을 바꾸는 감동을, 남보다 앞서, 지속해서 만들어내는 것.”(구광모 LG 회장) 훼손되는 유통업의 가치그땐 젊은 경영자들의 이런 언행이 그렇게 든든할 수 없었다. ‘이렇게 명징한 가치 위에 기업을 쌓는다면 쉽게 무너지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코로나19, 최악의 인플레이션이란 난제들을 뚫고 질주하고 있다. ‘아버지의 그늘’ 같은 건 벗어던진 지 오래다.그렇다고 모든 젊은 경영자가 다 이런 것은 아니다. 요즘엔 ‘과연 자신들 업의 본질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기업인도 많다. e커머스가 대세가 되면서 변화무쌍하기 이를 데 없어진 유통 판에서 특히 그렇다. ‘덩치’를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판매 및 관리비(판관비) 일부 항목이 급격하게 불어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배송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증가하는 지급 수수료나 채용시장에서 임금이 폭등한 개발자 채용으로 불어나는 인건비가 대표적이다. 이는 싼값, 좋은 품질이란 유통업의 본질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하지만 모델료로 수십억원대의 비용을 지출하고, 할인 쿠폰을 뿌려대는 바람에 광고선전비가 급증하고, 이에 따라 손실 규모가 커지는 것은 눈살이

    2022.06.12 17:07
  • [데스크 칼럼] '가격 너머'를 보자

    칠십 후반의 어머니는 오십이 다 된 아들 주려고 마트에서 종종 이것저것 고른다. 양말, 속옷, 라운드 티… 대개 이런 것들이다. 맞벌이 부부가 장 볼 시간 없는 게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얼마 전 “필요한 거 없느냐”고 묻는 어머니에게 아들은 “비타민이 떨어지긴 했는데, 행사 자주 하니 그때 사주세요”라고 했다. 그러자 세상 물정 모른다는 듯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요즘은 가격이 매주 오른다. 필요할 때 바로 사야지, 기다리면 낭패야.” 고삐 풀린 장바구니 물가비타민값이 정말 매주 오르지는 않을 터다. 그렇더라도 이런 얘기를 과장으로 치부해버리기는 어렵다. 20일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햇반(3개들이)은 작년 말 4906원에서 이날 5108원으로, 4개월여 만에 4.1% 상승했다. 해찬들 우리뜰태양초골드(1㎏) 19.8%, 비비고 육개장(500g) 19.0% 등 안 오른 상품을 찾기 쉽지 않다.내로라하는 대기업 직장인들이야 물가 오르는 만큼, 혹은 그보다 더 많이 월급이 뛴다. 하지만 저소득층에는 다른 문제다. 의식주 비용에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까지 더해져 살림살이가 더욱 곤궁해지고 있다.한 세기를 살면서 인플레이션의 폐해를 목도한 찰리 멍거 벅셔 해서웨이 부회장(98)의 최근 발언은 그래서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인플레는 민주주의를 죽입니다. 핵전쟁을 제외한 최대 위험이지요.”그런데도 현 정부와 차기 정부(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일상 회복’을 핑계로 한쪽으로는 돈을 풀면서 다른 쪽으로는 “물가를 잡겠다”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언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예산을 투입해 오는 6~7월 4개 프

    2022.04.20 17:41
  • [데스크 칼럼] '초연결'이 드러낸 노조의 민낯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대리점연합과 줄다리기 끝에 파업을 끝내기로 결정한 건 지난 2일이었다. 이날 조합원들은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 농성장에서 “수고했다”며 부둥켜안았다.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뭐가 저리 좋은 거지?’ 선동 안 먹히는 시대그들이 65일간 파업하면서 얻어낸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노조는 원청인 CJ대한통운이 2021년 6월 있었던 이른바 ‘사회적 합의’라는 것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택배비 인상분을 내놓으라’고 떼를 부렸다.하지만 대리점주들과의 합의사항에 택배비 관련 내용은 없다. 노조원들이 쟁취했다고 할 만한 것이라고는 ‘(대리점주들이)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안 하도록 협조한다’는 것 정도다.하긴 온갖 불법을 저질러 감옥 갈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죄를 면해준다고 하니,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 법도 하다. 프로파간다 뒤에 숨겨진 인간의 비겁함이라는 게 대개 이렇다.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을 당시만 하더라도 노조의 ‘택배사·대리점주=착취자, 기사=약자’라는 프레임이 먹혀들었다. 기사 개개인이 개인사업자인 만큼 노조라는 존재 자체의 법적 근거가 없다. 하물며 택배사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자격은 더더욱 없다. 그런데도 이런 진실들은 외면받았다.하지만 1년3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은 역전됐다. 철저하게 무시당하는 쪽은 되레 노조원들이다. ‘CJ대한통운을 공격하면 이번에도 떡고물 하나 떨어지겠지’라며 호기롭게 투쟁에 나섰다가 싸늘한 여론에 막혀 ‘백기

    2022.03.13 16:59
  • [데스크 칼럼] 종교마저 갈라친 업보

    “스님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조만간 들고일어날지도 모릅니다.”지난 21일 조계사에서 열린 전국승려대회를 계기로 불교계의 심각한 반정부 정서가 세간에 알려졌다. 이에 관한 얘기를 처음 들은 건 작년 늦가을이었다. 조계종 사정에 밝은 동국대 교수로부터였다.그는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둘러싼 오랜 딜레마, 문재인 정부의 불교계 홀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봉이 김선달’ 발언 등에 대해 1시간 넘게 설명했다. 그때는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했다. 그저 ‘재미있는 얘기’ 정도로 치부했다. 속세와 불가의 거리가 그렇게 멀었다. '불공정' 말하는 불교계불교계가 정부에 등 돌린 속사정 중에는 코로나19 상황도 있다. 불교는 법회를 달마다 연다. 매주 예배를 보는 기독교·천주교와 다른 점이다. 법회가 역병 때문에 취소되면 기도비가 다른 종교보다 많이 줄어 재정 타격도 더 심한 구조다.불교계는 이런 상황에서도 호국 전통에 따라 연중 최대 행사인 부처님오신날 연등행렬을 잇따라 취소하고 국난 극복에 동참했다. 그런데도 비하 발언이 잇따르자 급기야 “기회는 불평등했고, 과정도 불공정했으며, 결과도 정의롭지 못했다”(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는 말이 터져나온 것이다.의아한 건 정부·여당의 대응방식이다. ‘종교계와 척지면 안 된다’는 건 일종의 불문율이다. 형이상(形而上)의 영역인 종교 앞에서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신의 뜻’이란 한마디가 모든 것을 형해화해 종교계와 소통할 때는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종교를 앞세운 군대가 가장 강하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2022.01.26 17:21
  • [데스크 칼럼] '땜질방역'의 필연적 귀결

    “자식이 입원했는데, 병실을 알아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김부겸 국무총리의 홍남기 부총리 두둔은 ‘부적절했다’는 표현으로 부족하다. 허벅지 통증을 이유로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아들을 위해 병원장과 통화하고, 결국 아들이 1인 특실에 2박3일간 입원한 일을 두고 한 두둔 말이다.홍 부총리의 처신이야 무슨 속사정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중앙재난안전본부장 김 총리의 발언은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 앞에서 해서는 안 될 얘기였다. ‘방역 책임자가 현장이 어떤지 전혀 모른다’는 인상을 주기 충분해 그렇다. 사실상 붕괴된 응급체계현 응급실 실상에 무지한 사람들에게 연일 사상 최다를 경신하는 확진자는 ‘숫자’일 따름이다. 하지만 의료진의 체감은 완전히 다르다. 응급체계는 이미 허물어졌다. “확진자가 아닌 응급환자 중 열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음압격리실을 써야 합니다. 그런데 격리실이 매일 꽉 차 있어 아무리 급한 환자여도 돌려보낼 때가 많아요. 119를 통해 심정지가 오는 환자가 이동 중이라는 연락이 와도 ‘지금 받아도 되나’ 걱정부터 하게 되죠.”지방자치단체 고위공무원의 이런 걱정은 어떤가. “정부가 행정명령을 통해 병상을 확보한다지만, 의료 인력은 어떻게 확충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희생만 강요할 수 없지 않습니까. 금전적 보상을 충분히 해줘야 할 텐데, 올해 나랏빚이 100조원을 넘었으니 재정 여력이 있을지….”현실은 이렇듯 난장판이다. 그런데도 김 총리는 평상시라도 통할까 말까 한 소리를 한 것이다. 번아웃 직전의 일선 의료진과 공무원이 분노를

    2021.12.1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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