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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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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본 공동화 수반되는 윔블던 현상…외환위기 때보다 더 위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지난주 말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로 급등했다. ‘킹달러’, ‘갓달러’라는 용어가 나왔던 2022년 11월 이후 1년5개월 만에 최고치다. 과연 원·달러 환율이 외국인 자금 이탈과 악순환 고리를 부를 것으로 예상되는 1400원을 넘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최근 대내외 환율 변수는 1년5개월 전과 너무나 유사하다. 원·달러 환율뿐만 아니라 양대 대외 환율 변수인 달러인덱스와 위안화 환율이 각각 105대, 달러당 7.1위안대로 같다. 코스피지수는 오히려 300포인트 정도 더 올랐다. “국내 금융시장은 문제가 없다”는 일부 경제관료의 자화자찬에 귀가 솔깃할 만큼 외형상으로는 문제없어 보인다.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난 1년5개월 동안 외국인 자금은 추세적으로 들어온 반면 내국인 자금은 밖으로 나갔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초안을 내놓은 지난 1월 중순 이후에는 외국인 자금 유입액과 내국인 자금 이탈액이 거의 일치한다. 국내 금융시장에 손님은 들어오고 주인은 나가는 자본 공동화가 발생하면서 국내 자본 시장의 외국인 의존도가 심화하는 윔블던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윔블던 현상이 심했던 외환위기 때와 다른 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 1990년대 후반에는 해외 부동산 투자가 국내 기업과 금융사의 해외 점포 마련 등을 위한 실수요 이외에는 없었다. 개인의 해외주식 투자는 생각지도 못했던 때였다. 최근처럼 자본 공동화가 수반되지 않았고,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는지 여부에 따라 윔블던 현상이 나타났다.윔블던 현상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순기능으로는 △금융서비스 개선 △금융 제도 및 감독 기능 선진화 △대외

    2024.04.14 18:10
  • 파월의 기자회견 값은 390조원…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파월의 혼돈(Powell’s chaos)’. 최후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할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오히려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을 더 혼란스럽게 한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남라타 너레인과 쿠날 상가니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파월의 기자회견으로 S&P지수가 상하로 1%, 금액으로는 390조원 이상의 변동을 초래한다고 추정했다.1913년 1차 세계대전 후유증으로 발생한 물가를 잡기 위해 Fed가 설립됐다. 초기에는 ‘비밀의 사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철저하게 비공개 원칙을 유지했다. 물가안정 목표를 도달하기 위한 양대 수단인 ‘통화량 조절’과 ‘기준금리 변경’ 중 전자를 주수단으로 삼은 1980년대 초까지 이 원칙이 지켜졌다.비밀의 사원이 열리기 시작한 것은 2차 오일쇼크로 미국 경제에 들이닥친 스태그플레이션 이후부터다. 경기 침체 아래 물가가 오르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맞아 직전까지 통화정책의 주수단이던 통화량 조절 방식이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오랜 고민 끝에 당시 폴 볼커 Fed 의장은 기준금리 변경 방식을 다시 채택했다.문제는 경기순환 진폭이 커지고 주기가 짧아지는 ‘순응성(procyclicality)’과 ‘단축화(shortening)’ 현상이 심화하는데, 기준금리 변경 방식이 효과를 보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통화정책의 시차가 길 때는 기준금리를 변경할 때와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에 경제 상황이 달라 Fed가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아진다.‘선제성(preemptive)’이 통화표준(monetary standard)의 생명으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통화표준이란 로버트 헤철 전 리치먼드연방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주장한 통화정책

    2024.04.07 18:59
  • '기업 밸류업' 이상으로 '정책당국 밸류업' 방향도 중요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돈을 벌려고 하는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지만 이를 채워줄 수 있는 투자 대상은 유한하다.’ 투자론의 첫 페이지를 열면 제일 먼저 접하는 ‘투자 대상의 희소성 법칙’이다. 이 법칙을 어떻게 풀 것인가가 모든 금융사의 존립 근거이자 포트폴리오의 알파(α)이자 오메가(Ω)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시장 신호에 의한 방법이다. 특정 종목에 대한 기대가 높은 투자자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고, 그 신호대로 해당 종목을 배분하면 된다. 가장 간단하고 이상적인 방법으로 비친다. 이 때문에 정부와 기업, 그리고 투자자는 주식시장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간단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이상적이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완전경쟁은 아니더라도 주식시장이 잘 작동되기 위해서는 공급자(기업), 수요자(개인투자자) 등 참가자가 충분히 많아야 하고 투자 종목도 이질적이지 않아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도 크게 차이가 나서는 안 된다.‘경합성’과 ‘배제성의 원칙’도 잘 적용돼야 한다. 경합성이란 유망한 종목을 차지하기 위한 투자자 간 경쟁을, 배제성이란 돈을 지불한 투자자만이 해당 종목을 소유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돈의 속성상 이런 전제와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주식시장의 다양한 자금조달과 건전한 재산증식 기능은 쉽게 무너진다.주식시장에서 인간의 합리성은 투자하는 종목의 가치와 주가로 나타난다. 가치에 합당한 주가가 형성되면 ‘합리적’(균형 혹은 적정 주가),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비합리적’(불균형 혹은 고평가·저평가)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합리

    2024.03.31 18:47
  • 바이든 vs 트럼프…월가의 '문어 자금'은 어디에 베팅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이달 초 슈퍼 화요일을 기해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도널드 트럼프 전·현직 대통령이 11월 5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금까지 여론조사 결과는 트럼프 후보가 다소 앞서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론조사보다 예측력이 높은 월가의 문어 자금(문어로 월드컵 축구 경기 결과를 예측한 데서 유래한 정치 테마 자금)은 어느 후보에게 베팅하는 걸까.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전형적인 ‘금권주의’ 이벤트다. 4년마다 대선을 치를 때 집권당의 성과를 경제고통지수(MI=실업률+소비자물가 상승률)로 평가하는 것도 돈의 흐름을 결정할 때 경제 변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신경제고통지수(NMI=실업률+소비자물가 상승률-경제성장률)가 더 많이 활용된다.경제고통지수로 평가하면 월가의 문어 자금은 바이든 후보에게 판돈을 걸 확률이 높다. 트럼프 후보는 자신이 이뤄놓은 경제 성과를 바이든 후보가 훼손했다고 평가절하한다. 대선이 치러질 올해는 대공황이 닥칠 것으로 예상했다. 자신이 당선되면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추진한 뉴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하지만 바이든 후보는 다른 입장이다. 한마디로 미국 경제는 더 이상 좋아질 수 없는 ‘골디락스’ 국면이라고 평가한다. 경기는 고성장과 고물가가 함께 가는 ‘고원 경제(boom flation)’, 증시는 사상 최고치 행진이 이어지는 ‘불꽃 장세(fire market)’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지 않으냐고 반박한다.예측기관도 바이든 후보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가장 보수적으로 예측해 온 미국 중앙은행(Fed)도 3월 수정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4%(작년 12월 전망)에서 2.1%로 대폭 상향 조

    2024.03.24 17:51
  • 美 '대형은행 위기 재현설'과 韓 '부동산 PF발 4월 위기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조기 파산을 선언한 지 꼭 1년이 지났다. 우려되는 것은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 은행의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대손충당금 부족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오랜만에 ‘바퀴벌레 이론’(cockroach theory)이 나돌고 있다는 점이다. 이 이론은 ‘부엌에 나타난 바퀴벌레 한 마리만 잡으면 될 줄 알았는데 벽장 속에 떼가 있어 잡기를 포기했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선제 위기 대책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교훈이다.미국 대형 은행의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주요인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공실률, 가격 하락률 등이 관리 가능한 선을 넘음에 따라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는 ‘시카고 공포’가 확산하는 추세다. 홈리스와 마약 환자가 임차인과 고객을 쫓아낸다는 의미의 ‘신(新) 그레셤의 법칙’이란 용어까지 나오고 있다.주목되는 것은 대형 은행의 위기 조짐이 제2 SVB 사태로 악화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비중이 부쩍 높아진 SVB는 대규모 국채 투자 손실을 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예금을 인출하면서 순식간에 파산했다. 대형 은행도 SVB 이상으로 디지털화가 진행된 상황이다.슈퍼 화요일을 계기로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로 결정된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전·현직 대통령의 공약이 ‘서로 지우기’로 대립하고 있지만 ‘테크래시’(techlash: technology와 backlash의 합성어로 빅테크 기업 규제를 의미) 차원에서 대형 은행의 디지털화 규제에 유독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규제는 크게 세 가지 내용이다. 디지털 비중이

    2024.03.17 18:36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각국 통화정책의 변화 조짐…전환기엔 돈을 많이 잃는다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물가가 속속 통제권에 들어옴에 따라 우선순위를 경기 회복, 금융시스템 안정 쪽에 둬야 할 신호를 우회적으로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도 ‘라스트 마일 부주의’ 우려가 약해지고 ‘피벗’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면서 손바뀜 현상이 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의회 증언에 나선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좀 더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올해 안에 금리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온건한 비둘기(mild dovish)’ 발언은 의외였다. 증언 직전까지 라스트 마일 부주의를 경계하면서 ‘강한 매파(strong hawkish)’ 발언을 해왔기 때문이다.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양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게 가진 불만을 의식한 것이 아닌가’ 하고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의회 증언의 근거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Fed는 금리 변경과 같은 중요한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PCE 물가를 중시한다. PCE는 특정 품목 가격 변동에 따른 소비자의 반응, 즉 대체효과를 감안하지 못하는 CPI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CPI 상승률은 3.1%지만 PCE 가격 상승률은 2.4%다. PCE로 본다면 체감물가까지 잡혀가고 있다는 것이 파월 의장의 시각이다.파월 의장 증언 이후 시장에서는 6월 FOMC 회의부터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도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가 남아 있는 만큼 ‘인하(go)→동결(stop)→인하(

    2024.03.10 18:05
  • 바이드노믹스 vs 트럼프노믹스…어느 쪽이 韓 증시에 유리할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이란 총선, 러시아 대선, 중국 양회, 미국 슈퍼화요일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이 이달에 확정된 국제 일정이다. 단연 관심은 3월 5일 슈퍼화요일에 쏠린다. 결과는 나와 있다. 올해 11월 5일 치러질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재대결 구도가 사실상 확정됐다.바이든 후보가 내세우는 대선 공약은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기조를 담은 바이드노믹스가 핵심이 되겠지만 집권 1기 때의 반성을 계기로 몇 가지 변화가 감지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생태적 대참사는 인류가 직면한 현안인 만큼 기후변화는 윤리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바이든 후보의 신념을 담은 공약이다.중국과의 경제패권 다툼은 지속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미국 주도의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 유지는 대통령의 최고 책무이자 지상 과제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후보와 다른 것은 ‘극한 대립·근린궁핍화’에서 ‘공생 대립·내부 역량 강화’로 수정해 나가는 1기 때의 추진 방식을 그대로 밀고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실천계획은 ‘설리번 패러다임’이다. 증강현실 패권 경쟁 여건에서는 독수리가 하늘 높이 올라갈수록 까마귀의 약점이 잘 보이듯 기득권을 십분 활용해 공존을 모색하는 디리스킹 전략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적(敵)으로 보는 트럼프 후보의 디커플링 전략은 독수리가 까마귀와 같은 위치에서 싸우는 것으로, 효과는 고사하고 소리만 요란해질 뿐이다.경제적으로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주도하는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굴기와 인플레이션

    2024.03.03 18:12
  • 거침없이 오르는 美·日 증시…어느 쪽이 먼저 꺾일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과 일본 증시가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미국 증시는 연일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가운데 일본 증시는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종전의 사상 최고치인 ‘38,915’선이 무려 35년 만에 경신됐다. 주가 수준만 놓고 본다면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난 셈이다.‘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증시 격언을 고려하면 최근처럼 말이 뛰는 의미의 ‘갤로핑’ 식으로 단기간에 급하게 올라간 상황에서는 주가가 올라갈수록 비관론이 고개를 드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국과 일본 증시가 무너진다면 어느 쪽에서 먼저 시작될 것인가?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으로 미국과 일본 주가 수준의 적정성을 따져보면 증시 붕괴론이 지나친 것이라고만 볼 수 없다. 대표적으로 12개월 후행(PER)의 경우 1987년 블랙먼데이,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수준에 버금가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과 일본 증시를 끌어올린 주도업종은 당시 주도업종보다 고평가돼 있다.‘주가가 경제 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라는 거시적 면에서 보면 미국의 주가 상승이 더 큰 의미가 있다. 경기순환 상으로 ‘노 랜딩’이란 용어가 나올 만큼 2%대의 성장세가 2년 가깝게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4% 내외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추정하는 잠재 수준인 1.7%를 훨씬 웃돌았다.반면 일본 경제는 주가 상승세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부진하다. 경기순환 상으로 일본 경제는 작년 3분기 -3.3%에 이어 4분기에도 -0.4%로 두 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미국경제연구소(NBER)의 경기 판단 기준으로는 침체 국면에 재진입했다. 성장률 수준도 작년 하반기

    2024.02.25 18:03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묻고 더블로 가'식 총선 공약…'악어'의 경고 상기해야

    미국의 3차 임시예산안 시한인 3월 1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2024회계연도(FY 2024) 예산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지금까지 세 차례 임시예산안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번에는 4차 임시예산안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임시예산안마저 연장하지 못하면 미국 정부는 셧다운된다. 2011년 당시 경험으로 보면 일단 경직성 경비부터 줄여 핵심 분야를 제외한 공무원은 쉰다. 사회보장 대상 6000만 명에게 지급하는 쿠폰도 안 나간다. 안 그래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지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치명상이 될 수 있다.최후의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재무부 주관으로 1조달러 기념주화를 발행해 중앙은행(Fed)이 사주는 방안이다. 하지만 ‘부채의 화폐화’ 일종으로 Fed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쉽지 않다. 만기를 정하지 않은 영구채(consol)를 발행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으나 세대 간 갈등 등으로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더 어렵다.현재 미국 주가는 종전의 잣대인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으로는 고평가돼 있다. 12개월 후행 PER은 24.18로 지난 10년 평균치 20.36을 웃돌고 PBR도 4.15로 지난 10년 평균치 3.26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주가무형자산비율(PPR), 주가미래잠재가치비율(PDR)은 저평가된 것으로 나온다.문제는 무형자산, 미래잠재가치는 계량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비재무적 가치’라는 점이다. 요즘 다시 시선을 끌고 있는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의 <이야기 경제학>에 따르면 비재무적 가치는 스토리텔링이 긍정적으로 형성되면 주가가 ‘급등(skyrocketing)’하고 부정적으로 형성되면

    2024.02.18 18:07
  • 美경제와 증시는 왜 강한가…한국 정부에 주는 시사점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 경제와 증시가 강해도 너무 강하다. 경기는 ‘노 랜딩’이란 신조어가 나오는 가운데 작년 하반기 성장률이 4%를 넘어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다. 증시는 시가총액이 전 세계의 50%에 근접할 만큼 ‘골디락스’ 장세가 재현되고 있다.3년 전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할 때만 하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남겨놓은 난제로 경기와 증시가 녹록지 않았다. 대외적으로는 중국과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2027년에는 추월당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왔다. 대내적으로는 의회가 트럼프 키즈에게 점령당할 정도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한 나라의 비상 상황과 같은 복잡한 현실을 푸는 일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특정 경제이론에 의존하기보다 당면한 현안을 극복하는 데 기여한 종전의 정책 처방을 참고로 하는 실증적 방법이 활용된다. 바이든 정부의 실질적인 경제 컨트롤타워인 재닛 옐런 장관이 들고나온 것이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이다.1999년 4월 예일대 동문회에서 언급해 알려지기 시작한 이 패러다임은 1960년대 존 F 케네디와 린든 B 존슨 정부 때 경제정책을 설계하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한 제임스 토빈, 로버트 솔로, 아서 오쿤 등에서 출발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윌리엄 노드하우스, 로버트 실러, 그리고 재닛 옐런이 뒤를 잇고 있다.실증적인 경제정책 운용의 틀인 만큼 옐런 장관이 주도하면서 변화를 줬다. 주책임인 재정정책에 대한 시각은 종전보다 더 대담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비상사태 때는 국가채무 우려와 관계없이 재정지출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상시에도 성장률이 이자율보다 높으면 감세 등을 통해 기업가정신과 경제 의

    2024.02.12 17:56
  • 이창용 한은 총재의 행보…선진국 중앙은행이 왜 주목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인공지능(AI) 시대가 현실로 닥치면서 각국 중앙은행은 ‘어떻게 통화정책을 수행할 것인가’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분명한 것은 네트워킹 효과와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AI 시대에서는 중앙은행의 목표를 ‘물가 안정’에만 둘 수 없다. 기준금리 변경 등과 같은 종전의 통화정책 수단이 무력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통화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다른 경제주체도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전제로 한 중앙은행의 시장 선도 기능은 약화한다. 중앙은행과 시장 참여자 간의 관계가 ‘수직적’이 아니라 ‘동반자적’으로 변한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 위상과 총재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가장 우려되는 것은 각국 국민이 적응할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새로움과 복잡성’에 따른 위험이 증가하고, 화폐개혁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점이다. 유사 금융행위와 금융사고도 늘어난다. 이런 환경에 맞춰 금융감독을 옴니버스 방식 등으로 접근하지 못하면 각국 국민의 화폐 생활에 일대 혼란이 초래될 확률이 높다.한국은행의 고민은 이달 1일 열린 2024 경제학 공동학술회의에 참석한 이창용 총재가 “금리정책을 사용하기가 어려워지는 여건에서는 금융중개지원대출도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다소 생소한 발언을 통해 드러났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이란 한은이 시중은행에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면 이를 은행이 중소기업 등에 대출해주는 수단을 말한다.AI와 같은 뉴노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통화정책 수단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준금리를 변경하

    2024.02.04 18:11
  • 중국 '헬리콥터 벤'式 증시부양…홍콩 ELS 손실, 회복될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중국이 증시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연일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까지 풀겠다고 한 돈만 600조원이 넘어 2009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헬리콥터 벤식 위기 극복책’에 비유될 정도다. 과연 중국과 홍콩 증시가 살아나 주가연계증권(ELS) 등으로 상처 난 한국 투자자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까.모든 대규모 부양책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서 출발한다. 국유기업 역외계좌와 금융공기업 등을 통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모든 것은 중국 정부에 집결된다. 작년 말 기준으로 중국의 국가채무 비율은 310%를 넘어 어떤 목적이든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빚을 내서 주식, 부동산에 투자하라고 권유할 정도다.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면 쓸 수 있는 수단은 두 가지로 제한된다. 발표만 하고 실제로 이행하지 않는 ‘무늬만 부양책’과 다른 하나는 ‘국채를 발행하는 방안’이다. 작년 하반기 이후 실업률 등에서 입증된 바와 같이 시진핑 정부에 불리하면 통계 자체를 발표하지 않거나 축소하는 관행을 고려하면 첫 번째 방안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세계 어느 국가보다 ‘초과 공급’이 심한 발행시장 여건상 국채를 통한 재원 조달 방안도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게 우려된다. 해외와 민간의 국채 수요가 없는 데다 프라이머리 딜러도 누적된 국채 투자 손실로 신규 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강제 인수만이 민간에서 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중국 인민은행(PBOC)도 최악의 상황에 몰린 국채 수급 여건을 모를 리 없다.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가 리창 총리가 주도한 증시 부양책에 이어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때 “국채 발

    2024.01.28 17:27
  •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재팬 디스카운트 대책에서 배운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새해 들어서도 일본 증시가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이르면 이달 중으로 닛케이지수가 40,000선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예측기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1989년 12월 29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38,915.87을 경신한다면 최소한 증시 측면에서는 ‘잃어버린 30년’(정확하게는 34년)에서 벗어난다.‘경제 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라는 이론적 근거에서 보면 최근 일본 증시 상승세는 이해되지 않는다. 작년 성장률이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1%대에 머무른 가운데 올해는 그보다 낮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뒤늦게 아베노믹스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시각에 무리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경제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일본 증시 상승 배경은 더 궁금해진다. 가장 큰 요인은 ‘있는 것부터 제대로 평가받자’는 일본 증권당국의 ‘재팬 디스카운트 해소 대책’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으로 볼 때 일본 증시는 한국 증시 이상으로 저평가된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기득권 카르텔 저항에 밀려 감히 저평가 해소책을 생각지도 못했던 일본 증권당국이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는 자사주 매입, 배당률 제고,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주주 보호와 주주 가치 극대화를 위해 직접 행동한다는 면에서 종전의 펀드와 다르다.일본 증권당국도 적극 호응했다. 작년 4월 PBR이 1배를 밑도는 기업을 대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상장 폐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기업들은 배당률 제고 등을 통해 PBR을 1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내친김에 일본 증권당국은 소액투

    2024.01.21 18:47
  • 과도한 美 금리인하 기대…원·달러 환율 전망치 너무 낮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주가, 금리 등 금융 변수는 해당 국가의 ‘머큐리(mercury·펀더멘털)’와 ‘마스(mars·정책)’ 요인을 고려해 예측한다. 하지만 통화 교환비율인 환율은 상대국의 양대 요인, 이를테면 원·달러 환율의 경우 미국의 머큐리와 마스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우려되는 것은 연초 예측기관이 발표한 환율 자료를 보면 미국의 마스 요인에만 치중해 달러 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점이다. 작년 12월 점도표와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기자회견을 감안하면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는 최대 여섯 차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예측기관은 Fed의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는 올해 하반기 달러인덱스는 80, 엔·달러 환율은 125엔, 원·달러 환율은 1200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연초 발표한 환율 자료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숙취(hangover)’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Fed의 1선 목표인 물가 지표에 헤드 페이크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3%로 한 달 전(3.1%)보다 높게 나오자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있다.머큐리 요인에서도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는 이해되지 않는다.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1.6∼2%대로 예상된다. 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모든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질적으로도 완전고용 아래 물가가 통제되고 연착륙이 가능해 달러인덱스 구성 국가에 비해 건전한 것으로 평가된다.마스 요인도 금리를 크게 내릴 상황이 아니다. Fed의 통화정책 잣대가 되는 근원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목표치에 비해 높은 여건에서 금리를 과도하게 내리면 ‘볼커의 실수(Volker&rsquo

    2024.01.14 18:02
  • 선진국 세제 정책, 증세→감세로…韓 증시도 '성장 카드' 써야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경제학이 추구하는 두 가지 대원칙이 있다. 하나는 ‘효율성’(성장)이고 다른 하나는 ‘공정성’(분배)이다. 두 원칙이 선순환 관계일 때는 희소한 자원 배분을 시장경제에 맡기는 것이 최선책이지만 악순환 관계일 때는 정부가 개입해 두 원칙 간의 최적점(일명 코스의 정리)을 찾아야 한다.연초부터 두 원칙이 새삼 화제가 되는 것은 10년 전 거셌던 토마 피케티와 앵거스 디턴 간의 논쟁이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자본>의 저자로 잘 알려진 피케티는 성장할수록 분배가 악화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위대한 탈출>의 저자인 디턴은 피케티와 완전 대척점에 선 것은 아니지만 성장과 분배가 같이 갈 수 있는 문제라고 봤다.두 학자 간의 논쟁이 한동안 수면 아래로 잠복했던 것은 금융이 실물을 주도하고 디지털화가 진전되며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에서 성장과 관계없이 소득 불균형이 ‘K자형’이란 신조어를 낳을 만큼 악화했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 해인 2019년까지 그랬다.힘이 실린 피케티의 주장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제와 ‘1인 1표’를 지향하는 민주주의 체제 간 불일치까지 겹치면서 포퓰리즘 정책을 낳았다. 대기업과 고소득층에는 로봇세, 초부유세 도입 등의 이론적 근거가 되고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는 각종 지원의 참고 잣대가 됐다. 심지어는 횡재세 도입과 ‘빚내서 더 쓰자’는 현대통화론자까지 나왔다.하지만 올해 미국경제학회를 앞두고 디턴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는 통계가 나왔다. 미국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직전이던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의 계층별 소득 증가율을 보면 하

    2024.01.07 17:54
  • 내년 '통화 트릴레마' 해결, 각국 중앙은행 실력에 달렸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각국 중앙은행의 올해 통화정책회의가 마무리됐다. 물가 수준에 따라 뉘앙스에 차이가 있지만 최대 화두는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 전환)이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식시장은 내년에 첫 금리 인하가 언제 단행되고 그 폭이 얼마일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해답은 중앙은행이 물가와 금리, 경기 간의 트릴레마를 얼마나 잘 해결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확률이 높다. 조세와 복지, 국가채무 간 상충 관계인 재정 트릴레마에 빗댄 통화 트릴레마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침체하는 현상을 말한다.각국 중앙은행이 통화 트릴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3대 전제조건을 따져봐야 한다. 이는 △피벗 시사 시기가 적절했는지 △금융과 실물 간 연계성이 얼마나 높은지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소득대체 효과와 포트폴리오 변경 효과가 얼마나 크게 나타나는지 등이다.첫 번째 전제조건은 물가가 과연 중앙은행의 통제권에 들어왔느냐다. 코로나19발(發) 인플레이션의 정점을 기록한 작년 6월 이후 물가 하락 속도와 1년 내외로 추정되는 통화정책 시차를 감안할 때 올 하반기 이후 세계 평균 물가가 3%대 초반으로 떨어진 것은 통제권에 들어온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슈링크플레이션, 스킴플레이션 등 숨은 물가 요인이 만만치 않아 12월 중앙은행 회의가 피벗 시사 시기로 적절했는지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두 번째 전제조건은 금리 변화에 따른 총수요 변화 간 민감도 여부다. 특정국의 금융과 실물 간 연계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평가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부채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인 부채 대비 GDP

    2023.12.25 18:07
  • 일본은행,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출구전략 모색할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지난주 주요 30개국 중앙은행 회의가 열리는 ‘슈퍼 위크’가 끝났다. 인플레이션 수준에 따라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당초 예상과 기대보다 피벗(pivot·정책 전환), 즉 내년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 때문에 18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올해 마지막 일본은행 통화정책회의에서 ‘과연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인가’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10년 전 일본은행은 ‘잃어버린 30년’이 우려될 정도로 위기에 몰린 경제를 살리기 위해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추진했다. 아베 신조 당시 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주도로 △긴급 유동성 공급 △마이너스 금리 △수익률 곡선 통제(YCC) 순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해 수렁에 빠진 경제를 구하려고 한 ‘아베노믹스’다.출구전략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역순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중앙은행의 묵시적 관행이다. 지난 4월 취임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YCC를 꾸준히 정상화한 점을 감안할 때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출구전략을 모색한다면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회수하는 양적긴축(QT)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1990년대 이후 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을 ‘긴축’ 기조로 변경할 때마다 고개를 든 ‘대장성(현 재무성) 패러다임’과 ‘미에노 패러다임’ 간 갈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전자는 ‘엔화 약세 유도와 수출 진흥’으로 상징되나, 후자는 ‘물가안정과 중앙은행 독립성 유지’로 대변된다.1990년대 들어 일본 경제는 1980년대 고성장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남아 있는 여건에서 인구 고령화, 높은 저축률, 자산 거품 붕괴 등이 겹치면서 복합 불

    2023.12.17 18:02
  • "韓 저출산, 흑사병 수준" NYT의 경고…부동산 시장 무너질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어센틱(authentic·진짜)?’ 한국 저출산에 관한 뉴욕타임스(NYT)의 칼럼을 읽자마자 어느 한 강남 아파트 소유자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나온 올해의 단어(메리엄 웹스터)다. 칼럼 요지는 한마디로 ‘한국의 출산율은 14세기 흑사병 때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조만간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여져 있다. 인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생산함수(Y=f(K, L, A), K=자본, L=노동, A=총요소생산성), 소비함수, 그리고 투입산출(I/O)표를 통해 한국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소비지출액, 생산유발액, 부가가치액, 고용창출 규모 등을 모두 산출할 수 있다. NYT의 경고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부동산 가격(특히 주거용 부동산)을 예측하는 ‘인구통계학적 이론’이다. 논리적 근거는 아주 간단하다. 특정국의 부동산 가격은 그 나라 자산계층(35∼55세, 핵심자산계층은 45∼49세)이 앞으로 두터워지면 상승하고 엷어지면 하락한다는 것이다. 부동산시장 예측에 관한 한 정확하다고 평가받던 해리 덴트는 2010년을 기점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미국 경기와 부동산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가 경기에 1년 정도 선행하는 점을 감안해 미국 경기가 장기 침체에 들어가기 직전 해인 2009년까지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미국 경기와 증시는 회복되기 시작해 2차대전 이후 최장의 호황 국면과 강세장을 구가했다. 은퇴 후 삶의 수단으로 미국보다 주식 보유 비율이 적은 한국으로서는 인구통계학적 이론이 최소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을 예측하는 데

    2023.12.10 18:03
  • 은행·증권사 점포가 사라진다…日 이어 韓도 '금융 사막화' 우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국은 국토 면적 대비 사막화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다고 한다. 세계 지도에서 공식 명칭으로 사막이 하나도 없는 국가에서 ‘무슨 소리인가’ 할 수 있다. 바로 ‘금융의 사막화(FD·finance desert)’ 문제다. 더 우려되는 것은 지금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더 빨리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금융의 사막화를 이해하려면 먼저 개념이 잡힌 ‘식품의 사막화(FD·food desert)’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용어는 1990년대 초 파운드화 위기 이후 신선 식품을 구하지 못한 영국 스코틀랜드 빈곤 주민들의 영양 불균형과 사회적 고립 등이 심해진 데서 비롯됐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기 어렵듯 신선 식품을 구할 수 있는 상점이 없어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금융의 사막화란 농촌 등에서 유인 점포가 사라지는 현상을 뜻한다. 국내 금융회사의 점포 폐지는 이용 고객의 의견과 편리를 감안하지 않고 일방적 결정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금융 사막화가 더 빨리 진행되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은행 점포 수는 10년 전에 비해 25% 감소했다. 증권사 점포 폐지도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한때 1100개를 웃돌던 증권사 점포 수는 올해 말(계획분 포함) 820개로 급감한다. 우리나라 금융의 사막화는 세계 보편적인 요인과 국내 제도적 요인, 금융사 자체 요인이 복합된 결과다. 하지만 OECD 선발 회원국에 비해 금융의 사막화가 두 배 정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은 자체 요인, 특히 이익만을 추구하는 금융사의 점포 전략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의 사막화를 막지 못하면 우리 경제가 가진 취약점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부작용이 증폭될 것이라는 점이다.

    2023.12.03 18:10
  • 샘 올트먼 사태의 교훈…창업자·대주주도 해고당할 수 있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의 해고와 복귀 주역인 이사회와 근로자 간 길항(拮抗) 관계를 계기로 행동주의 이론이 재조명되고 있다. 주식회사의 경우 이 이론은 기업 가치를 올리는 데 역할을 한 근로자와 자금을 몰아준 개인 투자자들이 성과 배분을 놓고 종전의 수동적 자세에서 능동적 자세로 바뀌는 움직임을 말한다. 행동주의를 언급하면 헤지펀드가 떠오르면서 부정적인 인식부터 앞선다. 칼 아이컨, 폴 싱어 등으로 대변되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주주가치 극대화를 명분으로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이리떼 전략으로 기업을 흔들고 개인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친다.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실체는 2024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비교된다. 공통점은 참가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샤프리-로스식 공생적 게임’보다 참가자별 이해득실이 분명히 판가름 나는 ‘노이먼-내시식 제로섬 게임’을 즐긴다는 데 있다. 다른 점은 목표 달성을 위한 방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에서 쓴 바와 같이 초기에 상대방에게 최대 압력을 가한 후 타협에 이른다. 반면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초기에 드러나지 않다가 끝까지 물고 늘어져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다는 점에서 더 무서운 존재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전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SNS의 진전 등으로 세력화가 가능해진 개인 투자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개인 투자자가 1500만 명(직간접 영향까지 포함하면 3000만 명)에 달해 영향

    2023.11.26 18:05
  • 공매도 금지 2주…"주가 떨어질 것" 증권사 주장 빗나갔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추진한 지 2주일이 됐다. 대부분 국내 증권사는 공매도 금지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주가가 내려가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어려워지고, 국가신용등급 조정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했다. 2주일이 되는 시점에서 국내 증권사의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외국인 자금은 오히려 2조원 이상 들어왔다. 유입 속도로 보면 올 들어 가장 빨랐던 지난 5월 중순 이후 2주간에 견줄 만하다. 원천별로도 미국계 자금뿐 아니라 유럽계 자금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주춤했던 아랍계 자금까지 들어왔다. 외국인 자금 유입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도 안정됐다. 공매도 직전 추락하던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100포인트, 2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급등할 것으로 봤던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00원 밑으로 하락했다. 원·엔 환율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00엔당 850원대로 급락했다. 과거 공매도 금지 기간에도 외국인 자금이 반드시 이탈한 것은 아니다. 금융위기 때(2008년 8월∼2009년 5월)는 4조1000억원이 유입된 반면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때(2001년 8∼9월)는 1조5000억원이 이탈했다. 코로나19 사태 때(2020년 3월∼2021년 5월)는 22조1000억원이 빠져나갔지만 포트폴리오 지위가 같은 국가에 비해 특별히 많지 않았다. 크게 당황한 일부 국내 증권사는 앞으로 서든 스톱이 발생할 것이라고 한술 더 뜬다. 잘 들어오던 외국인 자금이 어느 순간 이탈하는 서든 스톱은 공매도 금지와 같은 제도 요인보다 펀더멘털 여건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한국 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내년에 더 높게 점쳐지

    2023.11.19 18:11
  • 2040년 성장률 0% '피크 코리아'…'부켈리스모' 제3의 길 될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지난 11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고 있다. 단연 관심은 본회의보다 15일 열릴 미·중 정상회담이다. 양국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축소)’으로 관계를 전환한 이후 수북이 쌓인 현안에 대해 단 하나라도 합의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종전의 디커플링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산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세력인 중하위 계층이 황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정부는 이를 19세기 말 영국이 중국을 무너뜨렸던 아편전쟁으로 규정할 정도다. 중국산 아편으로 인한 피해는 미국이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고 있다. 지난해 마약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000조원이 넘었다. 2025년에는 4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피해는 노동력 상실이다. 양국 마찰이 관세, 첨단기술, 금융에 이어 노동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는 시각이 일고 있다. 2024년 대선을 1년 앞두고 마약 퇴치 공약이 최대 이슈로 부상하는 가운데 유권자들과 정치권에서는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후보로는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자는 마약을 퇴치하기에는 유약하다는 이유로, 후자는 갈등을 조장해 오히려 마약을 확산시킨다는 이유에서다. 그 대신 중남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나이브 부켈레 같은 제3의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 유권자들의 요구다. 부켈레는 엘살바도르 대통령이다. 마약, 불법, 부패, 살인적인 물가 등으로 세계 최빈곤국으로 추락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무력화된 지는 오래됐다. 부켈레가 살인적 물가를 잡기 위해

    2023.11.12 18:56
  • 옐런 '금리 피벗' 가능성에 美 안정 한국도 시장에 신호 줘야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가능성 시사 발언으로 지난 5월 이후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최대 현안이던 미국 국채 금리가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한때 연 5%를 넘어선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5%대까지 급락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연 4.8%대까지 떨어졌다. 피벗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부터 짚고 넘어가자. 통화정책 변화를 뜻하는 피벗은 Fed와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전유물처럼 알려져 왔다. 하지만 재정정책 변화도 포함하는 개념이며, 학술적으로 정의된 용어는 아니다. 이번에 미국 국채 금리가 안정세를 찾는 직접적인 계기는 후자에서 나온 피벗 때문이다. 국채 금리를 안정화하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변경해 시장금리를 의도대로 조정해 가는 방안이다. 하지만 최근처럼 금리 체계가 흐트러졌을 때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시장금리는 중앙은행이 의도한 이상 올라가는 ‘파월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한다. 기준금리가 조타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2004년 이후에는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시장금리가 오히려 떨어지는 ‘그린스펀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빌 클린턴 정부 시절에 신경제 신화로 낀 거품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이 결과적으로 거품을 더 조장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2009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빌미가 됐다. 다른 하나는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B/S)를 조정해 국채 유동시장에서 수급을 조정하는 방안이다. 이번처럼 급등하는 국채 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하면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장

    2023.11.05 18:19
  • 中, 대규모 경기부양 추진…시진핑도 개혁 나설지 주목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중국이 최근 1조위안 규모의 국채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00%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시진핑 국가주석 주도로 도로, 항만,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집중 투자해 국가를 개조한다는 차원으로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 정부가 추진한 ‘뉴딜 정책’에 비유되기도 한다. 외형상 목적은 올해 목표성장률 5%를 달성하기 위한 긴급대책 성격이 짙다. 하지만 대내적으로는 샤오캉 사회 구축 실패와 경기 침체, 대외적으로는 일대일로와 위안화 국제화 부진, 미국과의 경제패권 다툼 열세 등으로 위기에 처한 시 주석을 살리기 위한 자구책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과연 국채 발행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중국은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공식적인 국가신용 평가 대상이 아닌 만큼 중국 국채는 국제적으로 수요가 많지 않다. 내부적으로 개인은 국채에 투자할 만큼 포트폴리오가 다변화하지 않은 데다 기관(프라이머리 딜러)은 국채 투자 손실로 ‘황금수갑 효과’에 걸려 추가 매입 여력이 작다. 이번 조치가 경기를 살리기보다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이 의외로 많다. 국가채무가 이미 위험선을 넘은 여건에서 추가 발행분이 소화되지 못하면 국채 금리가 급등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우려하는 이 상황에 봉착하면 늘어난 공공지출을 민간지출이 상쇄하는 ‘구축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재정지출 주 대상인 SOC는 세계화보다 탈세계화, 아웃소싱보다 인소싱을 선호하는 자급자족(autarky) 체제에서는 산업연관표상 투입-산출(I-O) 계수가 높지 않다. 질적 면에서도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디지털

    2023.10.29 18:11
  • 기준금리 무력화로 '수수께끼 현상' 발생…'피벗 대책' 나와야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최근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비롯한 시장금리가 크게 오르자 미국 중앙은행(Fed)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Fed의 양대 목표인 물가 안정, 고용 창출을 달성하기 위해 통화정책의 중심 잣대로 삼고 있는 기준금리가 무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기준금리보다 통화량을 중시해야 한다는 통화론자의 시각이 부상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통해 의도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통화정책 전달 경로상 시장금리와의 체계가 잘 잡혀 있어야 한다. 이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시장금리가 더 오르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중앙은행 총재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해 ‘수수께끼’ 현상으로 여기기도 한다. 수수께끼 현상의 후폭풍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2004년 이후 금리 인상 시기로 되돌아가면 쉽게 알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신경제 신화로 누적돼온 부동산 거품을 잡기 위해 앨런 그린스펀 당시 Fed 의장이 기준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중국이 보유 외화를 활용해 미국의 국채를 매입하자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했다. 그린스펀 수수께끼 결과는 참담했다. 잡으려고 한 부동산 거품이 더 커져 2008년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빌미가 됐다.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를 맞아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은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제로(0) 수준으로 낮추고 ‘헬리콥터 벤’으로 상징되는 양적완화(QE)를 동원했다. 수술이 잘됐다고 하더라도 중환자가 완치하기 위해서는 수술 후 과정이 중요하듯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은 출구전략을 잘 추진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버냉키 의장과 함께 통화정책 실무를 담당한 재닛 옐런

    2023.10.22 17:58
  • 내년 세계 경제 어디로…韓, 대외통상정책 전면 재검토해야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바야흐로 본격적인 예측 시즌이 돌아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등 3대 예측기관이 내년 세계경제 전망보고서를 발표했다. 엔데믹의 실질적인 첫해가 될 내년에 세계경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기보다 또 다른 디스토피아 문제로 커다란 어려움이 닥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만큼 이상기후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체감한 적도 없다. 홍수, 가뭄, 산불, 태풍, 쓰나미 등에 ‘대(大·great)’가 붙어야 할 정도다. 슈퍼 엘니뇨의 위력이 발생 2년 차에 더 커지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접두어를 한 단계 격상해 ‘초(超·hyper)’자를 붙여도 부족할지 모른다는 경고가 유난히 눈에 띈다. 지경학적 위험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최근처럼 안보와 경제 간 분리가 어려울 때는 지정학적 위험보다 지경학적 위험이 더 중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에 이어 내년에는 한국이 속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지경학적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각종 선거가 잡혀 있는 내년에는 정치적 거버넌스 문제가 세계와 각국 경제에 의외의 큰 복병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체제와 관계없이 최고통수권자의 장기 집권 야망까지 겹치면서 갈수록 이 문제가 국수주의로 흘러 이미 여야 간 극한대립이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는 우리에게는 체감적으로 와닿는 지적이다. 국제 통상환경도 국가 간 관세와 비관세 장벽 철폐를 통해 시장 개방을 추구하는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보다 유사 입장국(like minded country) 간에 협력과 연대에 초점을 맞추는 TIPF(무역투자 촉진 프레임워크)나 EPA(경제동

    2023.10.15 17:59
  • 美 국채금리 급등에 취약한 韓 증시…'완충장치'가 없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국 증시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가장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가 본격 제기된 지난 7월 중순 이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불과 2개월 반 만에 1.1%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0%, 코스닥지수는 15% 넘게 급락했다. 하락폭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정국 증시가 미 국채 금리 같은 대외가격변수에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는가는 캐나다 중앙은행이 개발한 금융스트레스지수(FSI)로 파악한다. 물리학의 피로도 개념을 응용한 FSI의 핵심은 완충능력에 있다. 한국 증시가 미 국채 금리에 취약하다는 것은 고금리 완충장치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첫째, 경제주체를 가릴 것 없이 부채가 너무 많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는 108.1%, 기업부채는 124.1%로 위험 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GDP 대비 절대 수준도 IMF의 수정된 개념상 위험 수준인 60%에 근접했다. 더 우려되는 것은 국내 금융사들이 마치 유행처럼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크게 늘린 달러 레버리지 부채다. 만기가 집중 도래하는 시기에 고금리와 맞물리면서 ‘수요 파괴’까지 일고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날 때는 리스케줄링과 투자자산 처분이 어렵다. 처분하더라도 국내 금융사처럼 중후순위로 상환 순위가 밀려난 조건에서는 회수하기가 어렵다. 둘째, 펀더멘털 면에서 저성장 고착화가 우려될 정도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아시아 4룡 가운데 마지막 남은 대만에 추월당했다. 올해 성장률은 일본에 역전당할 ‘제2의 경술국치’에 몰리고 있다. 경술국치란 1910년 8월

    2023.10.09 18:12
  • 달러 스마일과 임페리얼 서클론으로 본 원·달러 환율 전망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지난주 주요 20개국(G20) 중 절반이 넘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슈퍼 위크’가 끝났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금리 수준이 한 단계 높아졌고 추가로 인상할 의향도 전향적으로 바뀌었다. 앞으로 2단계 금리 인상 국면에 진입할 경우 달러 위상과 ‘대발산’(GD·great divergence) 재현 여부가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첫째, 달러 가치와 관련해 ‘스마일 이론’이 들어맞을 가능성이 높다. 경기 침체기에는 안전 통화로, 회복기에는 머큐리(펀더멘털)와 마스(정책) 요인으로 강세를 보이다가 그 중간에는 약세를 보인다는 것이 이론의 골자다. 미국 경기와 달러 가치 간 궤적이 사람의 웃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데서 유래한 용어다. 실제 작년 10월 이후 달러 가치는 스마일 이론이 제시한 방향대로 움직이고 있다. 1년 전 114를 넘던 달러인덱스가 지난 7월에는 100선 밑으로 떨어졌다가 9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 이후에는 105대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440원대에서 1120원대로 급락하다가 1330원대로 상승(원화 가치 하락)했다. 앞으로 달러 가치는 강세를 띨 요인이 많다. 미국 경제가 견실한 반면 달러인덱스 구성 통화 비중의 70%가 넘는 유럽 경제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Fed가 유럽중앙은행(ECB)보다 매파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갈 확률도 높다. 둘째, 달러 위상과 관련해 브레턴우즈 체제의 부활을 의미하는 달러 임페리얼 서클이 형설될지 여부다. 브레턴우즈 체제란 1944년 국제통화기금(IMF) 창립 이후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환본위 제도를 말한다. 1971년 금태환 정지, 1985년 플라자 협정 이후 흔들리긴 했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는 비교적 잘 유지됐다. 브레턴

    2023.09.24 18:18
  • 거세지는 국가부도논쟁…재정준칙 도입 미루면 중국 꼴 난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1100조원에 도달했다는 충격적인 통계가 발표됐다. 이러다간 과다한 국가채무로 부도 위험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꼴이 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여야 간 극한대립으로 우리 경제의 최대 난제로 떠오른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국가채무 문제는 경제 단위로서 재정이 민간과 다른 점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양출제입(量出制入)의 원칙’을 취하는 재정은 ‘양입제출(量入制出)의 원칙’을 취하는 민간과 건전성 판정 기준이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민간은 흑자를 내야 하지만 재정은 적자를 내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다. 공권력이 뒤받쳐주고 있는 재정이 흑자를 내려면 증세를 도모하거나 재정지출을 줄이면 된다. 하지만 세금을 올리면 국민으로부터 조세저항이 심하고 이미 세율이 부담되는 ‘비표준 지대’(래퍼 곡선상 세율과 세수 간 역비례 구역)에서는 경기를 침체시켜 재정수입이 감소하는 악순환 국면에 처할 수 있다.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은 조세의 국민 환원의 법칙에 안 맞고 재정의 하방 경직성 때문에 실행에 옮기기도 어렵다. 재정이 적자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이 나쁘다는 선입견과 반드시 줄여야 한다는 것도 잘못됐다. 국가채무가 늘어나더라도 관리만 가능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관리 시기도 국가채무가 일단 위험수위가 넘으면 국가신인도 추락 등의 부작용이 큰 만큼 ‘사후’보다 ‘사전’적인 방안이 더 바람직하다. 국가채무를 관리하는 사전 방안은 통화준칙의 필요성과 실행 방법을 살펴보면 그 답이 나온다. 국민경제 생활에 가장 보편적인 영향을 주는

    2023.09.17 18:06
  • 美 고용·물가지표 '헤드 페이크' 논쟁과 '파월의 교체론'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의 8월 실업률이 3.8%로 전달 3.5%에서 크게 상승한 것을 계기로 ‘헤드 페이크(head fake)’ 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다. 8월 실업률이 발표되자 “추가 금리 인상은 물 건너갔다”고 읽히면서 주가가 연착륙 랠리 기대가 나올 정도로 급등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헤드 페이크 우려가 제기되면서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헤드 페이크는 농구 게임에서 상대방 선수가 앞에 있을 때 일단 머리를 흔들어 기만한 다음 슛을 쏘는 장면에서 유래한 용어다. ‘착시’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있지만 상대방의 판단을 흐트러트린다는 의미로 통계학에서의 1종 오류, 2종 오류에 가깝다. 경제적으로는 가장 최근에 발표된 지표(헤드)가 추세에서 벗어나 갑자기 방향을 트는 현상을 말한다. 이번주 13일 발표될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결과에 따라 또 한 차례 헤드 페이크 논쟁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6월 9.1%를 정점으로 올해 6월 3.0%로 안정되던 CPI 상승률이 7월에는 3.2%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8월 CPI 상승률이 3.2%보다 낮게 나오면 7월 CPI 상승률은 헤드 페이크에 해당한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고비 때마다 헤드 페이크를 잘못 판단해 ‘무용론’에 빠질 만큼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첫 사례는 에클스 실수다. 1929년 허버트 후버 정부 출범 이후 불어닥친 경기 침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갑자기 물가가 오르자 당시 매리너 에클스 의장이 서둘러 금리를 올린 것이 대공황을 낳았다. 1980년대 초반에도 Fed는 또 한 차례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다. 2차 오일쇼크 이후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자 폴 볼커 의장은 장고 끝에 Fed의 설립 목적에 충실해 금리를 17%까지 올렸다. 물가가 잡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물가안정

    2023.09.1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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