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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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라반 교역은 고위험·고수익 벤처사업이었다

    카라반 교역은 고위험·고수익 벤처사업이었다

    유라시아 대륙의 양쪽 끝에는 두 개의 거대한 진나라가 있었다. 진시황이 통일한 중국의 진나라와 중국인들이 대진국으로 불렀던 로마제국이다. 대진국은 ‘서쪽의 커다란 진나라’를 가리켰다.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와 지중해의 패자가 된 로마는 서로 상대방이 뛰어난 문물을 갖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사막, 산맥, 협곡, 강, 초원 등 건널 수 없는 지리적 장벽과 호전적인 유목 민족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중앙아시아...

  •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했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했다

    세계를 호령한 로마도 시작은 미약했다. BC 8세기 티베르 강변의 작은 도시국가로 출발해 2세기 거대 제국을 이루기까지 1000년간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가장 취약했던 것이 바다였다. 카르타고와 일전을 벌인 1차 포에니전쟁 전까지 로마는 놀랍게도 대형 전함이 한 척도 없었다. 이탈리아반도를 통일하는 동안에는 바다로 나갈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껏 강에서 쓰는 소형 전함 20~30척이 전부였다. 그런 로마가 대형 전함이 절실해진 건 바다로 눈...

  • [오형규 칼럼] '투 머치' 민주주의

    [오형규 칼럼] '투 머치' 민주주의

    노벨경제학상(1998)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은 “세계 역사를 돌아볼 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나라에선 단 한 번도 기근이 일어난 적이 없다”고 했다. 또한 민주주의는 유권자인 시민을 대량학살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맥도날드가 진출한 나라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황금아치 이론’도 있다. 적어도 민주주의와 중산층 형성이 기아 학살 전쟁 등 생명의 위협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얘기다...

  • 병역면제세는 왜 중세에 활성화됐을까

    병역면제세는 왜 중세에 활성화됐을까

    영어에서 프리랜서(freelancer)는 특정 집단이나 기업에 소속되지 않은 자유 직업인을 총칭한다. 우리말로 프리랜서라고 쓰지만 영어로는 ‘프리랜스(freelance) 작가’ ‘프리랜스 배우’처럼 쓰는 게 일반적이다. 프리랜서는 고용주가 누구든 상관없이 맡겨진 일을 하고, 그 대가를 받는다. 일이 있는 곳을 찾아 여기저기 옮겨 다니므로 정해진 직장이 없고, 일이 없으면 보수도 없다. 현대의 프리랜서...

  • [오형규 칼럼] 大전환 시대의 '이건희 신드롬'

    [오형규 칼럼] 大전환 시대의 '이건희 신드롬'

    어깨에 짊어져야 할 짐의 무게 탓일까. 엊그제 이건희 삼성 회장 빈소에서 마주한 이재용 부회장의 눈빛에는 만감이 담긴 듯했다. ‘아버지의 부재(不在)’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겪어본 이들은 잘 안다. 이 부회장은 부친보다 키가 20㎝나 크다. 그러나 세상의 아들들은 아버지의 존재를 키로 느끼지 않는다. 삶의 궤적, 존재 자체가 아버지의 진정한 키다. 이 부회장에게 부친의 존재는 얼마나 컸을까. 1993년 “마...

  • 로마의 무상복지 정책은 왜 실패했을까

    로마의 무상복지 정책은 왜 실패했을까

    리들리 스콧 감독이 2000년 제작한 영화 <글래디에이터>에 등장하는 로마제국의 17대 코모두스 황제는 실존 인물이고, 막시무스 장군은 실제 인물을 토대로 한 가공 인물이다. 코모두스는 오현제(五賢帝)의 마지막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아들로, 부친이 황제일 때 태어나 다음 황제가 된 최초 인물이다. 그전까지는 주로 조카, 양자, 부하 등이 황위를 이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을 쓴 스토아학파(금욕주의)의 철학자이기도 해서 ...

  • 지중해 패권 쟁탈…전쟁은 수익성 높은 장사였다

    지중해 패권 쟁탈…전쟁은 수익성 높은 장사였다

    ‘초콜릿 복근’이 선명한 300명의 스파르타 전사들과 여심을 흔드는 카리스마의 레오니다스 왕은 프랭크 밀러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영화화한 잭 스나이더 감독의 2007년 영화 ‘300’의 상징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사들이 온다’란 광고 카피로 유명한 이 영화는 BC 480년 그리스-페르시아전쟁의 격전지였던 테르모필레전투를 그린 작품이다. 고대 페르시아 전성기의 왕 크세르크세...

  •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인구를 억제해야 할까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인구를 억제해야 할까

    지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마냥 인구가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이런 문제에 일찌감치 주목했다. 그는 성공회 성직자 출신으로 케임브리지대를 우등으로 졸업한 수재였다. 그가 1798년 《인구론》을 발표하기 직전 잉글랜드와 아일랜드에서는 전쟁 작황부진 식량 폭동 등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18세기 말에 산업혁명으로 팽배하던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은 《인구론》을 발표했다. 맬서스는 인간의 강한 성욕 때문에 인구...

  • [오형규 칼럼] 20~30대 '영끌 투자'의 부수효과

    [오형규 칼럼] 20~30대 '영끌 투자'의 부수효과

    ‘요리에 백종원이 있다면 주식에는 존 리가 있다.’ 백종원 대표가 누구나 요리할 수 있음을 알려줬다면,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주식 투자로 부자가 될 수 있음을 일깨웠다는 얘기다. 20~30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선 ‘존 리 어록’이 복음처럼 회자되고, 그를 녹두장군 전봉준에게 빗대 ‘존봉준’으로 부른다. 올 상반기 신규 증권계좌 60% 이상이 2030 소유고,...

  • 세계의 일꾼이었던 중국인 '쿨리'…그들은 19세기 경제지도를 바꿨다

    세계의 일꾼이었던 중국인 '쿨리'…그들은 19세기 경제지도를 바꿨다

    1872년 7월 9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페루 선적의 마리아루즈호가 기항했다. 마카오를 출발해 페루로 가던 중 폭풍을 만나 수리를 위해 입항한 것이다. 이튿날 밤, 이 배에서 남자 한 명이 몰래 뛰어내려 옆에 정박 중이던 영국 군함으로 옮겨갔다. 영국 해군은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일본 관리에게 넘겼다. 일본 정부는 타국 상선에 간섭할 수 없다며 그를 마리아루즈호 선장에게 인계했다. 뒤이어 또 다른 남자가 탈출해 영국 군함에 도움을...

  • '콜럼버스의 교환'은 어떻게 인류를 기아에서 구했나

    '콜럼버스의 교환'은 어떻게 인류를 기아에서 구했나

    1492년 10월 12일은 스페인 왕실의 후원을 받은 이탈리아 출신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그해 8월 3일, 서쪽으로 가는 인도 항로를 개척하러 떠났다가 신대륙, 정확히는 산살바도르섬을 발견한 날이다. 구대륙에 국한됐던 유럽인의 시야가 신대륙 아메리카로 확장된 결정적인 순간이다. 그러나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에 첫발을 내디딘 유럽인이 아닌 데다 1506년 죽을 때까지 자신이 발견한 땅을 인도로 알았다.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1507년 두 차례 ...

  • [오형규 칼럼] 종(種) 다양성 필요한 거대 여당

    [오형규 칼럼] 종(種) 다양성 필요한 거대 여당

    생물 종(種)의 존속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가 종의 다양성이다. 가축 전염병이 치명적인 것은 개체 수가 아무리 많아도 DNA상 단일 종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조류인플루엔자를 옮기는 야생 철새는 별 탈 없어도 사육되는 수만 마리 닭에겐 위험한 이유다. 인간 사회도 예외일 수 없다. 수많은 이들이 똑같은 사고에 갇히면 전체주의로 치닫게 된다. 그런 점에서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최대 맹점은 176석의 일사불란함이 아닐까 싶다. 역대 여당에는 ...

  • 14세기 유럽을 휩쓸고 간 페스트…동서 교역로를 통해 공포가 퍼져나갔다

    14세기 유럽을 휩쓸고 간 페스트…동서 교역로를 통해 공포가 퍼져나갔다

    《데카메론》은 14세기 중반 페스트가 유럽을 휩쓸던 시기에 탄생했다. 1346년 흑해 크림반도 카파에서 시작된 페스트는 불과 5~6년 만에 전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보카치오는 이 공포스러운 상황을 《데카메론》 첫머리에 ‘1348년 3~7월의 5개월간 피렌체에서만 인구의 절반이 넘는 10만 명이 죽어나갔다’고 다소 과장해 썼다. 페스트는 본래 중국의 오지, 중앙아시아 등의 풍토병이었다. 페스트균을 지닌 검은 쥐에 기생...

  • [오형규 칼럼] 이것은 정책인가, 정치인가

    [오형규 칼럼] 이것은 정책인가, 정치인가

    정상적인 경제 전문가라면 지금 우리 경제가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 본능적으로 느낄 것이다.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이미 심각한 위기국면이었고, 이대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저성장, 고령화, 주력산업 노화, 4차 산업혁명 등 상수(常數)에다 코로나까지 덮쳐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다. 여야의 대표적인 경제통 의원들도 그런 점에선 견해가 일치하는 것 같다. 홍성국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수축사회》에서 우리 사회가 ‘구조적 전환기...

  • [오형규 칼럼] 국가가 '내 호주머니'를 털 때

    [오형규 칼럼] 국가가 '내 호주머니'를 털 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던 문재인 정부의 ‘태평성대’가 급반전하고 있다. 60~70%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은 순식간에 신기루처럼 꺼지고 있다. 외려 코로나 사태 장기화와 기록적인 수해, 부동산 등 정책 난맥상, 잇단 미투, 각종 권력형 비리 의혹 등으로 ‘이보다 더 심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4·15 총선 압승은 불과 넉 달 만에 &ls...

  • [오형규 칼럼] 다시 돌아보는 노태우·이명박 시절

    [오형규 칼럼] 다시 돌아보는 노태우·이명박 시절

    노태우,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87 체제’ 이후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1, 2위를 다툴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물태우’ 소리를 들었고, MB는 ‘2MB(메가바이트)’ ‘쥐박이’ 등 좌파진영의 조롱 대상이었다. 재임 때나 퇴임 후 곤경에 처했을 때나 ‘열혈 빠(추종자)’도, 콘크리트 지지층도 변변히 없었다. 국민에게...

  • [오형규 칼럼] 서민을 더욱 서민답게

    [오형규 칼럼] 서민을 더욱 서민답게

    요즘 식자(識者)들이 모이면 “정권이 진짜 20년 갈 것 같다”고들 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0년 집권’ 발언이 괜한 천기누설이 아니라는 것이다. 야당은 존재감 상실, 유력 대선잠룡은 여당 일색, 담론의 장(場)은 좌파 독무대인 데다 재난지원금 같은 도깨비방망이까지 쥐고 있어서다. “대통령 열 분 더 당선시켜야 한다”던 이 대표 바람처럼 50년까지는 몰라도 20년은 너...

  • [오형규 칼럼] "나라도 이런데 나라도 잘살자"

    [오형규 칼럼] "나라도 이런데 나라도 잘살자"

    어느 나라, 어느 시대든 집단경험은 깊고 오래 간다. 혹독한 경제 위기, 전쟁, 재난, 전염병 등 모두가 함께 겪은 ‘정신적 외상’이 집단기억으로 각인돼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6·25전쟁과 산업화의 경험이 그랬다. 1980년대 민주화 집단경험은 지금도 훈장이지 않은가. 외환위기가 20년 넘게 집단 트라우마가 됐듯이, 코로나 사태도 최소한 한 세대 동안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집단경험에서 생겨나는 ...

  • [오형규 칼럼] '오병이어 기적' 이루겠다는 정치인들

    [오형규 칼럼] '오병이어 기적' 이루겠다는 정치인들

    기독교 신자가 아닌 이들이 가장 낯설어하는 성서 속 기적이 ‘오병이어(五餠二魚)’가 아닐까 싶다. 오병이어 기적이 4대 복음서에 모두 등장하는 걸 보면 실제 일화로 보인다. 예수가 갈릴리 언덕에 모인 5000명을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배불리 먹이고도 남은 음식이 열두 광주리를 가득 채웠다는 내용이다. 기독교인은 이를 예수의 전지전능과 신성(神性)의 증거로 믿는다. 반면 비신자들은 음식이 하늘에서 떨어질 리 없으...

  • [오형규 칼럼] '정치적 부족주의'가 키운 분노의 시대

    [오형규 칼럼] '정치적 부족주의'가 키운 분노의 시대

    어지럽고 불편하고 혼란스럽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중심인 백악관까지 마틴 루서 킹 서거(1968) 이후 52년 만에 연기에 휩싸인 모습이 그로테스크하게 다가온다.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은 것도 황당하지만, 경찰 과잉단속으로 인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이 집단시위, 약탈·방화, 블랙호크 헬기 투입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더 믿기 힘들다. 요즘 미국 언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