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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 백광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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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광엽 칼럼] 하이에크 경고와 22대 한국 총선

    22대 총선은 예전 같으면 국민 눈높이를 통과할 수 없었을 인물 다수에게 국회 문을 열어줬다. 배타적인 개딸·조빠 부류와 세계관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진보 극단세력들’이다. ‘이대생 성상납’ 발언의 김준혁, 사기대출 혐의 양문석 당선인이 대표적이다. ‘상식적인 민주당’을 호소한 이낙연의 광주 참패도 상징적이다. 반면 개딸 대변인 격인 정청래·박찬대, 독설가 민형배·김용민 의원 등은 넉넉한 득표로 재선됐다. 법치를 정치로 오염시켰다는 비판을 받는 ‘친문 검사’ 이성윤도 압도적 지지로 배지를 달았다. 과격·종북 성향 진보당이 3석이나 차지하며 정의당과 선수교체한 점 역시 의미심장하다.조국당 비례 12명 가운데 상당수도 ‘특권의식과 언행 불일치의 끝판왕’ 조국 대표 못잖다. 검사 출신 비례 1번은 “10개월에 41억 번 게 무슨 전관예우냐, 160억은 벌었어야지”라고 했다. 그 외 ‘정치 판검사’로 비난받은 이들, 재판·수사 대상자가 즐비하다. 자신의 범죄를 추궁 중인 ‘검찰 해체’가 이들의 최우선 의정 목표란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다.도덕, 품격 모두 바닥인 후보를 다수 국민이 선택하는 퇴행이 어떻게 가능할까.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80년 전에 답을 제시하고 있다. <노예의 길>에서 그는 ‘왜 최악의 인간들이 권력을 잡는가’라고 자문한 뒤 ‘전체주의로의 경도’를 이유로 꼽았다. 전체주의 분위기가 확산하면 저급한 자들이 그 사회의 정점으로 올라간다고 갈파했다.전체주의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사회의 모든 자원을 조직한다. 리더들은 공동선, 복지, 인간애 등을 앞

    2024.04.15 18:04
  • [천자칼럼] "판사도 못해먹겠다"

    노무현 정부 시절 “검사 못 해 먹겠다”는 말이 회자됐다. 피고인이 검사와 대등한 당사자로 재판에 임하는 공판 중심주의가 강조되면서부터다.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은 “검사의 수사 기록을 던져버리라”고 법관들을 채근했다.그로부터 약 20년. “판사 못 해 먹겠다”는 말이 들린다. ‘판사 때리기’의 주역은 다름 아닌 ‘검새’ 비난에 앞장섰던 노무현의 후예들이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송영길 전 대표가 선봉장이다. 그는 최근 두 차례나 법정에 불출석했다. 재판 거부 사유가 기가 막힌다. 한 번은 ‘정치활동을 할 수 있게 풀어 달라’며 낸 보석 청구 기각에 따른 ‘심리적 불안정’, 다른 한 번은 ‘선거 출마자의 참정권 침해’다. “나를 죽이려 한다”며 검찰 조사를 전면 거부하고 법정에서 말하겠다더니 이제 판사도 못 믿겠단다. 부장판사 출신 그의 형이 이끄는 변호인단도 모두 불출석했다. 피고인 측에서 한 명도 나오지 않자 재판장은 “이런 상황은 상상도 안 해 봤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재판이 엉망이 됐다”는 그의 직설적 표현은 ‘판사 못 해 먹겠다’는 탄식에 다름 아니다.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판사 무시도 노골적이다. 대장동 재판에 수차례 불참하다가 간만에 법정에 출두해 “내가 없어도 진행에 지장이 없다”며 당당하게 불출석을 요구했다. 판사는 “절차는 제가 정한다”고 맞섰을 따름이다.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건의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재판 지연 행각도 노골적이다. “건강이 안 좋다”며 개정 10분 만에 법정을 떠났

    2024.04.04 17:53
  • [천자칼럼] 차원이 다른 김준혁의 막말

    유시민 작가의 억지와 궤변은 악명 높다. 과거 정경심 씨(조국 부인)의 심야 PC 반출을 ‘증거 인멸’이 아니라 ‘증거 보전’이라고 강변했던 그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진영 입맛에 맞는 잡학을 떠들어댄 덕분에 그들만의 리그에선 스타 대접이다. “구속돼도 사퇴하지 말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두둔해 개딸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최근 드러난 김준혁 수원정 민주당 국회의원 후보의 행각은 유시민조차 혀를 내두를 것 같다. ‘정조 전문 역사학자’를 자처하는 김 후보는 이 대표를 정조에 비견한 책만 두 권 썼다. 그중 한 권이 후보 경선을 앞둔 연초에 나온 <왜 이재명을 악마화하는가>라는 책이다. 제목만 들어도 피의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킨 노골적인 용비어천가 냄새가 풀풀 난다. 3선의 원내대표 출신 현역 의원(박광온)을 꺾은 것도 일방적 구애로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덕분일 것이다.역사는 혼란스럽고 때로 뒤죽박죽이다. 그 속에서 진실을 발굴하기 위해 역사학자에게는 이성적, 도덕적 균형감각이 필수다. 그런 점에서 ‘카더라’식 잡설과 막말을 쏟아낸 김 후보는 국민 대표는 물론 학자로서도 무자격이다.학자들은 정조가 남긴 가장 큰 교훈으로 ‘인간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꼽는다. ‘미천한 마부에게조차 이놈 저놈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김 후보의 언어와 행동은 완전히 반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초등생과 성관계하고 위안부와 섹스했을 것”이라고 했다. “미 군정기에 이화여대생들이 미군 장교에게 성상납했다”는 무책임한 주장도 펼쳤다. 파장이 커지자 기껏 ‘누군가가 그런 주장을

    2024.04.02 18:00
  • [백광엽 칼럼] '밸류업 드라이브' 생각해 볼 문제들

    밸류업은 시대의 정의가 된 듯하다. 정부가 앞장서서 주주환원을 저평가 증시의 특효약처럼 팔고 있다.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등한시하는 기업과 경영자는 역적 취급이다. 질 나쁜 단타 행동주의 펀드들까지 옹호하는 분위기다. ‘칼잡이’ 출신 금융감독원장은 상장폐지 카드를 흔들며 압박 중이다.하지만 ‘주가=주주환원율의 함수’가 아니다. 고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은 단기 약발이라면 모를까 중장기적으로 독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래 투자 여력을 소진하는 신용도 악화 요인”(한국신용평가)이기도 하다. ‘주주환원 천국’ 미국 증시가 잘 보여준다. 코카콜라는 63년 연속 배당금을 늘린 뉴욕증시의 ‘배당킹’이지만 10년 주가상승률이 50%에 그친다. S&P500(180%)의 반의반이다. 배당수익률 8%인 대표 배당주 메이시스백화점은 10년 새 3분의 1 토막 났다.반면 무배당 회사의 성공 스토리는 지천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노배당’을 고집했다. 재직 15년 내내 무배당으로 혁신자금을 충당하며 세계 최대 기업을 일궜다.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도 비슷하다. 1965년 창사 이후 무배당이지만 주가는 연평균 19.8%씩 뜀박질했다. ‘1달러 투자해 1달러 이상 벌 수 있다면 배당은 불필요하다’는 게 버핏의 신조다.‘자사주 매입=주가 상승’도 참 명제가 아니다. 인텔은 세계 최고 반도체회사 등극 후 2000년부터 주주환원 전략으로 대전환해 자사주 매입에만 1300억달러(약 160조원)를 썼다. 결과는 신통찮다. 기업가치가 30% 이상 쪼그라들었고 압도적 위상도 봄눈 녹듯 사라졌다. 자사주 매입이 거의 없었던 TSMC는 같은 기간 기업가치를 10배 넘게

    2024.03.18 18:08
  • [천자칼럼] 틱톡 전쟁

    틱톡으로 엿보는 세상은 가끔 비현실적이다. 마치 딴 세상 일처럼 너무 재미있고 자극적이어서다. 15초 남짓한 숏폼(짧은 동영상) 속 세상만 그런 것이 아니다. 틱톡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실 세계의 일도 꽤나 요지경이다.미국 하원은 지난주 틱톡 모회사 중국 바이트댄스의 미국 내 사업 강제매각 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 표결(13일 예정)과 조 바이든 대통령 서명이 끝나면 바이트댄스는 165일 이내에 사업을 털고 미국에서 나가야 한다. 명색이 자유시장경제 종주국에서 민간기업에 ‘사업을 접어라 마라’ 명령하다니, 얼핏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틱톡의 그간 행적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중국이 미국 사용자 정보에 반복 접속했음을 보여주는 틱톡 내부 회의자료가 한 기자의 추적으로 2년 전 폭로됐다. 틱톡의 대응이 더 결정타가 됐다. ‘자료유출 책임자를 색출하겠다’며 미국 기자 2명과 자사 직원들의 동선을 추적한 게 또 폭로된 것이다. 중동 ‘가자지구 전쟁’ 관련 틱톡 동영상도 친팔레스타인, 반이스라엘 경향이 뚜렷하다. 이는 강제매각 입법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말하자면 미국 의원들에게 틱톡은 한낱 동영상 플랫폼이 아니다.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중국 공산당이라는 빅브러더에 맞서 자유의 나라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틱톡 전쟁은 중국발 ‘글로벌 경제 정치화’의 단면이다. 중국 정부와 바이트댄스는 강제매각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자 도전이라며 반발하지만 정작 중국 내에선 틱톡 앱 사용이 막혀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다른 나라 플랫폼도 마찬가지다.그런데 또다시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국가안

    2024.03.11 17:47
  • [천자칼럼] 위기의 재외공관

    재외공관만큼 불신의 대상인 곳도 많지 않을 것이다. ‘도움을 요청했지만 남일 보듯 하더라’는 사연이 널려 있다. 긴급 사태 시 한국 대사관 대신 일본 대사관을 찾아가면 법률·의료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여행 팁도 공유된다. 공관 직원들에게는 ‘칼퇴근 종결자’라는 오명까지 붙어 있다. 탈북자가 전화하니 ‘담당자 퇴근했다’며 끊더라는 식의 스토리가 심심찮은 탓이다.낯뜨거운 일이 불거질 때마다 외교부는 과장과 오해라고 해명해왔다. 하지만 엊그제 나온 감사원 감사 결과는 그 해명과 판이하다. 뉴욕 총영사관은 국민 24명의 구금 사실을 알면서 한 명도 면회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사카 총영사관은 아예 관할구역의 수감자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았다.핵심 업무로 꼽히는 ‘기업 지원’도 엉망이었다. 2년 전 요소수 사태 때는 중국 정부의 수출제한 공고도 보고하지 않았다. 기관장 전용 차량을 도둑맞을 정도로 공관 운영도 낙제점이었다.총체적 난맥상의 원인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물과 기름 같은 인적 구성이다. 대사관 116개, 총영사관 46개 등 188개 재외공관 직원은 외교부 소속과 다른 부처에서 파견나온 주재관으로 대별된다. 외교관은 특유의 폐쇄적인 특권의식에 젖어 있고, 주재관은 몇 년 쉬러 나와 업무 긴장감이 낮다 보니 사사건건 부딪치기 일쑤다. 여기에 권력을 등에 업고 날아온 낙하산까지 끼어들면서 ‘해외에서 아군끼리 싸우다 자멸한다’는 말이 공공연하다.재외공관은 5367명이 외교부 예산3조53억원의 22.8%인 6853억원을 사용하는 거대 기구다. 하지만 ‘국민이 아니라 공무원을 위한 조직’이라는 의구심이 광범위하

    2024.02.21 17:30
  • [백광엽 칼럼] 이재용과 삼성을 마녀화한 사람들

    마녀사냥은 언제나 정의의 이름으로 거행된다. 하지만 본질은 비이성적 야만이다. ‘이재용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은 마녀사냥 서사에 부합하는 상징적 사건이다. 참여연대 민변 진보정당 등 자칭 ‘정의의 대변자’들이 사냥 선봉대다. 그들에게 삼성은 ‘공동체를 위협하는 마녀집단’의 수괴로 제압 대상이다.1심 재판부는 이재용 회장, 임직원, 회계사 등 14명 기소자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기업 재판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일방적 판결이다. 허위 정보 유포, 시세 조종, 회계 조작 등 23개 혐의 중 단 하나의 위법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 주장 대부분을 비합리적 전제에 기초한 왜곡이자 논리 비약이라고 질타했다. 예컨대 승계작업 자체를 불법으로, 통상적 주가관리를 주가 조작으로 몰아간 비상식적 기소라는 것이다.복잡해 보이지만 쟁점은 간단하다. 이 회장이 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이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기업가치를 뻥튀기했느냐가 핵심이다. 검찰은 이 회장이 중간지주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시켜 그룹을 장악하기로 모의한 뒤 치밀하게 분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분식은커녕 오히려 삼성의 회계 선택이 국제회계기준(IFRS)에 더 부합한다고 결론 냈다.의혹 제기부터 기소까지의 전 과정이 오해, 무지, 악의로 뒤범벅된 데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5년 내리 적자기업 삼바를 6조원대로 평가하고 상장한 게 분식과 특혜 아니면 뭐냐고 맹폭했다. 지금 삼바 시가총액은 그 10배인 60조원이다. 쿠팡은 11년 연속 적자로 뉴욕증시에 입성해 상장 첫날 시총 100조원을 넘겼다. 이런 게 자본시장 역동성이다.‘삼성 저격수’ 박

    2024.02.12 18:00
  • [천자칼럼] 사과의 배신

    한국인에게 가장 좋아하는 과일을 물어보면 언제나 사과다. 서양인들의 사랑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루 사과 한 개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백설공주의 사과처럼 친숙한 소품이자 에덴동산의 선악과처럼 종교적 상징물 이기도 하다.이런 ‘최애 과일’이 요즘 우리네 손길을 거부하고 있다. 값이 너무 올라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고 만 것이다. 통계상 1년 새 57% 올랐다지만, 체감 상승률은 2배를 오르내린다. 설을 거치며 ‘사과의 배신’을 성토하는 여론이 불붙었다. 맘카페엔 “사과 한 개 값이 1만원에 달해 차례상에 못 올렸다” “손이 떨려 장바구니에 담지 못했다”는 사연이 줄을 잇는다.사과만의 일도 아니다. 다른 과일도 도미노 인상 러시다. 딸기 단감 감귤 복숭아 배는 적게는 50%, 많게는 100% 안팎 치솟았다. 사과 값이 오르면 대체재인 배나 감귤로 수요가 몰리고, 다시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같은 수입과일 값을 밀어올리는 구조다.어느새 한국은 사과 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가 됐다.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한국의 사과(1㎏) 값은 6.75달러로 세계 1위다. 물가가 높다는 미국(5.35달러) 일본(4.48달러) 스위스(4.27달러)를 멀찌감치 제쳤다. 오렌지 바나나 값도 마찬가지다.폭등한 과일 값은 나라 경제까지 뒤흔든다. 1월에는 소비자물가를 0.4%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역대급 파괴력이다. 이상 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 탓이라는 게 정부 해명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8년 전(2016년) 통계에도 사과·오렌지 값은 이미 세계 3위다.후진적 유통구조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수입제한 같은 과도한 농가보호 정책을 지적하지

    2024.02.12 17:59
  • [백광엽 칼럼] 한 줌 PF 카르텔의 '손실 사회화'

    태영건설 유동성 위기에 나라가 떠들썩하다. ‘F4’(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금융감독원장)가 연일 머리를 맞대는 것도 모자라 대통령까지 개입했다. 기껏 16위 건설사의 존망에 이리 호들갑인 이유는 ‘경제 뇌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의 향방을 가름할 시금석이어서다.돌아보면 PF의 한국 경제 공습은 가혹하고도 반복적이다. 마치 영화 속 ‘불사(不死)의 빌런’처럼. 일단 외환위기 이후 터진 위기·사고 대부분이 PF발(發)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잘 보여준다. 31개 저축은행을 파산시키고 공적자금 27조2000억원을 삼킨 원흉이 바로 PF 부실이다.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의 ‘돈풀기’로 부동산이 달아오르자 당시 저축은행들은 부나방처럼 PF로 달려들었다. 업계 여신의 4분의 1가량을 몰빵했다. 부동산 거품을 타고 초기에는 돈벼락이 내렸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만나 일순 지옥으로 추락한 게 저축은행 사태다.5개월 전 BNK경남은행에서 터진 역대 최대 횡령도 PF 사고다. 한 간부가 17개 PF사업장에서 7년에 걸쳐 2988억원을 빼돌렸다. 경남은행은 2010년에도 법인·행장 인감을 위조한 수천억원대의 어이없는 PF 보증사고를 겪었다. 이쯤 되면 불치병 수준이다.2022년 가을 ‘레고랜드 사태’ 역시 강원도의 무리한 PF 금융이 발단이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시장 급랭에 PF 대출·차환 길이 막히자 지방정부임에도 손절을 단행했고 이는 건설·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았다.PF는 장점이 넘치는 필수불가결의 선진금융이다. 하지만 작금의 태영 워크아웃 사태는 PF가 한국 경제의 ‘악의 축’으로 퇴락했음을 웅

    2024.01.11 17:52
  • [백광엽 칼럼] 레닌주의의 가련한 포로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바닥을 드러냈다. 벌게진 얼굴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건방진 놈이 한참 인생 선배들을 능멸하느냐” “이 노무 새끼”라고 훈계하고 폭언했다. “나라를 위해 뭘 했나” “내 용서하지 않겠다”며 윤석열 대통령도 위협했다. 저급한 광기의 언행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인간이 좀 덜됐다’며 고개를 저었다. ‘민주 투사’에서 ‘인간 이하’로 추락한 송영길의 정신세계는 대체 뭘까. 목표를 위해 폭력도 마다하지 않고 대중을 지도 대상으로 보는 사나운 레닌주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악의 제국’ 소련 건설의 사상적 기초인 레닌주의는 그 시절 86세대를 사로잡은 변혁이론이다. 한 장관이 ‘우월한 척하며 가르치려 든다’고 지적한 것처럼 허황하고 삐뚤어진 선민의식이 레닌주의의 한 특질이다. 레닌주의자로서 면모를 가장 짙게 풍기는 이는 다름 아닌 조국 전 장관이다. 법학자 시절 ‘법·제도에 대한 민중 통제’를 제안하는 도발적 논문까지 발표했다. 법원·검찰 같은 사법기구를 대중이 통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은 ‘법에 대한 인민의 우위’를 강조하는 레닌주의를 빼닮았다. 최근 ‘비법률적 방법의 명예회복’을 선언한 대목에서도 여전한 그의 내면이 읽힌다. ‘레닌주의자 조국’을 상정하면 공수처 설립이 ‘검찰 개혁의 핵심’이라며 그토록 매달린 미스터리도 풀린다. 3년째 개점휴업이라 지금은 무용지물로 욕을 먹지만, 조국류(類) 집권 시 여론몰이해가며 검찰·법원을 옭아매는 핵심 도구로 악용될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의 폭주 DNA도 레닌주의에 가깝다. 레닌주의 도덕의 핵심은 ‘목적은 어떤 수단도 정당화한다’는

    2023.11.16 18:12
  • [백광엽 칼럼] '근로시간 괴담'과의 전쟁 2R

    ‘근로시간 개편’ 관련 고용노동부 설문조사 결과가 다음달 초 발표된다. 좌파 총공세에 속절없이 밀려 휴전 중인 ‘주 52시간 전투’도 7개월 만에 2라운드를 시작한다. 1라운드는 괴담을 앞세운 개편 반대파가 압도했다. ‘주말도 없이 일하다 죽으라는 법’(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라는 가짜뉴스가 공중파 등을 통해 무차별 확산했기 때문이었다. 설문 결과에 대해 고용부는 함구 중이지만, 대다수 근로자가 정부의 ‘노동 유연화’ 방향성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선진 노동환경 구축이 시급한 시점에서 반갑고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2라운드도 현재로선 기대난망이다. 초장부터 터지며 트라우마에 떠는 고용부는 기력을 회복하지 못한 기색이다. 야당도 국정감사를 통해 2차 대공세를 예고했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현행 주 52시간제는 악법이다. 나라가 근로자의 일하는 시간을 주 단위로 촘촘히 통제하며 노사의 ‘시간주권’을 박탈한 시도부터 시대착오적이다. ‘근로자 건강권’ 차원이라지만 문명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반자유 입법이다. ‘학생 건강권’이 중요하다고 ‘시험기간 새벽·밤샘 공부 금지법’을 만들 수 없는 것과 같다. 주요국 중 초과근무 상한을 주 단위로 나라가 강제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독일 네덜란드처럼 건강권에 엄격한 국가조차 주간 단위 추가근로 규제는 없다. 반기 또는 연간 총량 기준이 있을 뿐이다. 그래야 성수기·프로젝트 대응력 등 여러 측면에서 노사 모두에 유리하다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은 전문직군을 노동시간 규제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배제)’ 같은 예외 조항까지 두고 있

    2023.10.19 17:55
  • [천자칼럼] 영장전담판사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판사에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포털 검색창에 ‘유’자만 쳐도 유창훈 판사가 추천 검색어로 뜰 정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여부가 26일 그의 판단에 달려 있어서다. 모든 재판이 예단은 금물이지만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는 특히 더하다. 형사소송법상 영장 발부와 기각은 판결이 아니라, 판사가 독립기관으로 행하는 명령의 형식이다. 따라서 어느 재판보다 판사 개인 판단과 양심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 ‘사법농단’ 연루 대법관들의 영장이 일곱 번 연속 기각된 뒤 막 부임한 신참 판사에 의해 무더기 발부된 것도 그래서다. 영장판사에겐 ‘침묵’과 ‘절제’가 불문율이다. 영장 심사 결과라야 대부분 원고지 한 장(200자) 미만이다. ‘구속 사유와 필요성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달랑 한 문장이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전국 법원에는 한 명 이상의 영상전담판사가 배치된다. 대형 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법은 보통 네 명으로 영장재판부를 운영한다. 두 명은 압수수색영장, 다른 두 명은 구속영장을 1주일씩 전담하는 구조다. 영장전담판사는 고립생활이 기본이다. 매일 10건 이상을 처리해야 하는 고단한 자리다 보니 1년 단위로 바뀐다. 봄 인사에서 영장판사로 발령 나면 ‘내년 봄에 다시 보자’는 인사를 주고받는다고 한다. 식사도 거의 동료 영장판사들과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1년 바짝 고생하고 나면 대체로 지방법원 부장판사 등 승진 코스로 직행한다. 형사재판 경력 15년 이상 엘리트 판사들로 임명되는 이유다. 영장심사는 유무죄를 결정하는 단계가 아니다. 구속 사유가 주거 불명, 증거 인멸, 도주 우려로 제한된 배경이다.

    2023.09.22 18:09
  • [백광엽 칼럼] '강철멘털 성공호소인'의 상경 투쟁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내내 ‘강철 멘털’을 과시했다. 혼밥 뒤 ‘민생 일정이 중국인 가슴을 설레게 했다’며 균형 외교를 자찬했다. 트럼프의 무시와 김정은의 핵 고도화 뒤통수에도 ‘내가 평화를 열었다’고 노래 불렀다. 퇴임하면 달라질까 했더니 더해졌다. 엊그제 퇴임 후 첫 서울 행차에선 ‘집권 때 경제성과가 탁월했다’며 민망하게도 성공한 경제 대통령임을 호소했다. 실시간 지표가 쏟아져 좀체 선동이 먹히지 않는 분야가 경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참으로 도발적인 행보다. 임계점을 넘어선 성공 호소가 조작에 가까운 왜곡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태위태하다. 한국이 ‘10대 경제강국’에 든 때는 노무현·문재인 정부뿐이라고 자랑했지만 전형적인 침소봉대다. 노무현 정부가 2004년 처음으로 GDP 기준 ‘G10’에 진입한 건 맞다. 하지만 직전 정부와 11위로 바통 터치해 그 탄력으로 잠시 G10에 오른 뒤 13위로 임기를 끝내 흑역사에 가깝다. 자신이 11위 자리를 넘겨받아 10위로 임기를 마친 게 ‘경제 성공의 징표’라는 주장도 낯 뜨겁다. 그런 논법이면 14위에서 출발해 11위로 마감한 박근혜 정부 때는 ‘경제 태평성대’로 칭송해야 마땅하다. ‘노무현 때 2만달러, 나 때 3만달러 소득 시대를 열었다’고 공치사한 대목도 민망하다. 시간의 흐름 속에 특정 마디를 통과했을 뿐이다. 문 전 대통령이 수출, 주가, 외국인투자액을 자랑한 것도 뜬금없다. 무역 규모가 세계 8위로 한 계단 올랐지만 2010년부터 줄곧 8~9위권이었기에 별 성과가 아니다. 저금리로 글로벌 증시가 치솟은 와중의 코스피 강세도 특별할 게 없다. 또 윤석열 정부가 올 상반기에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판에 외국

    2023.09.21 18:16
  • [천자칼럼] '파이터' 한덕수

    화려한 이력의 한덕수 총리지만 ‘무색무취’라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영혼 없는 관료라는 삐딱한 시선도 적지 않다. 김영삼(차관)·김대중(경제수석)·노무현(국무총리·경제부총리)·이명박(주미대사) 정부에서 두루 중용된 업보(?)일 것이다. ‘잘못되면 나라 탓’ 하는 유교적 잔재가 남아 있는 사회에서 공직자가 감수해야 할 멍에지만 과도한 측면이 있다. 총리실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현안을 꿰뚫고 있는 유능하고 합리적인 상사’라는 평이 압도적이다. 윗사람뿐만 아니라 아랫사람에게도 인정받는 능력자를 ‘처세 9단’이라는 비하적 단어로 규정하는 것은 꽤나 폭력적이다. 그가 출세만을 좇았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 7일장에 조문하지 않아 친노세력에 찍히는 일을 자초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외려 그는 할 말을 하고, 할 일은 고집스레 밀어붙인 이력이 적잖다. 스크린쿼터 축소, 미국산 소고기 수입, 한·미 FTA 체결 등 중요한 이슈에서 언제나 앞장서서 국익을 관철했다. “토끼는 한 평의 풀밭으로 만족하지만 사자는 넓은 초원이 필요하다”며 비이성적 포퓰리즘에 맞섰다. 최근 국회에서의 모습도 ‘소신 파이터 한덕수’를 돌아보게 한다. 거대 야당의 거듭되는 추경 요구에 한 총리는 “큰 재정, 보조금 확대로 잠시 늘어난 소득은 신기루”라고 반박했다. ‘묻지마 재정투입’의 부작용을 정면으로 지적한 것이다. ‘한·미·일 안보협력 확대’를 꼬투리 잡는 의원에게는 “정말 공부 좀 하세요”라고 직격했다. 종전선언 주장도 “궤변”이라고 일축했다.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는 이런 변신을 ‘출구 전략’이라며 시큰둥해하는 시각도 있다. ‘더 이상 공직을 맡을 일이

    2023.09.08 18:00
  • [백광엽 칼럼] '후견주의'라는 국가 자살 바이러스

    100년 전 아르헨티나는 세계 7위 부국이었다. 지금은 중간도 벅차다. 왜 몰락했을까. 정치적 후견주의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후견주의는 정치적 지지와 재화의 교환 메커니즘을 일컫는다. 한마디로 ‘표’와 ‘특혜’의 맞바꿈이다. 아르헨티나를 망친 페로니즘의 본질이 바로 후견주의다. 후안 페론은 1946년 대통령 첫 출마 때부터 후견주의로 내달렸다. 한 달 치 급여를 ‘13번째 월급’(아기날도)으로 연말에 지급하는 입법으로 노동자들의 몰표를 받았다. 1952년의 재선 때도 그랬다. 극심한 경기 부진이 덮쳐 고전이 예상됐지만 ‘연금 대폭 증액’ 공약으로 대선 사상 최고 지지(63.4%)를 얻었다. 페론은 그렇게 성공했지만 나라는 초토화됐다. 1958년을 시작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22차례나 받았다. 3년에 한 번꼴이다. 그래도 ‘페론당’은 지금까지 13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무려 10번을 이겼다. 후견주의는 라틴아메리카의 특질이 됐다.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아기날도를 닮은 ‘더블 보너스제’로 14년을 집권했다. 차베스의 베네수엘라, 룰라의 브라질에서도 후견주의 정치는 고질적 병폐다. 후견주의는 예외 없이 파국을 부른다. 국고가 바닥나 발권력이 동원되고 초인플레이션과 경제 파탄으로 치닫는 수순도 동일하다. 새만금 잼버리는 한국도 후견주의 바이러스 오염지임을 만천하에 알렸다. 파행 원인으로 지방·중앙정부의 부패와 무능, 컨트롤타워 부재가 거론된다. 진짜 이유는 권력에 눈먼 정치꾼과 값싼 유권자 간 부적절한 담합이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새만금으로 대회 장소가 정해진 것부터 정치적 흥정의 산물이다. 정치적 결속력을 앞세운 전북의 ‘새만금 올인 베팅’

    2023.08.24 18:07
  • 소설가 복거일 "이승만 걸어온 길 들여다보라, 우리 시대 어려움 하찮아 보일 것"

    복거일 선생(77)의 작업 또는 직업을 한 단어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작가 자신은 ‘소설가’를 사랑한다. 실제로 대체역사소설 과학소설 지식소설을 개척하는 탁월함을 보여줬다. 하지만 60권이 넘는 저작을 아우르는 통섭적 지식과 시대를 꿰뚫어 보는 통찰은 작가의 전형을 넘어선다. 사실에 바탕한 역사인식, 문명사적 안목, 깊은 과학적 지식은 이념적 진영논리로 빠져들기 십상인 국내 지성계에서 독보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복 선생이 본령인 연작 소설로 문단과 사회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우남(雩南) 이승만(李承晩) 일대기를 다룬 다섯 권짜리 대하전기소설 을 내놨다. 복 선생 손에서 탄생한 이승만 이야기는 시대 흐름을 보여주는 스케일과 깊이가 남다르다. 쉬 접하기 어렵던 선조들의 독립투쟁사가 눈앞의 일처럼 펼쳐진다. 일제의 진주만 공습, 샌프란시스코조약, 볼셰비키혁명 등 수많은 세계사 명장면을 탁월한 솜씨로 버무렸다. 이승만 일대기를 넘어 오늘의 질서를 만들어낸 20세기 격동의 세계사를 써내린 대작이다. 그의 말처럼 요즘 세상에 대하소설은 시대착오적이다. 소득 증가로 즐길 일이 넘쳐나면서 시간의 기회비용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그는 2800장의 묵직한 원고를 세상에 내놨다. “우리를 알자면 역사를 배워야 하고, 이승만에 관한 지식은 우리 자신에 관한 지식의 핵심입니다.” 책 제목 은 ‘나쁜 행태는 청동에 새겨져 남고 덕행은 물로 쓴다’는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경구에서 따왔다. 만고의 성과는 물처럼 흩어져 버리고 작은 허물만 주홍글씨처럼 각인되는 세태의 안타까움이 담긴 은유다. ▷읽다 보니 ‘맞아, 대작이란 이런 것이지’라는 생각이

    2023.07.30 18:05
  • 셰익스피어 말에서 따온 책 제목…이승만 넘어 수십명의 평전 읽는 느낌

    복거일 작가의 (사진)은 이승만 일대기 형식의 전기대하소설이다. 하지만 ‘이승만 전기’로만 규정짓는 건 장르의 폭력일 듯 싶다. 인물사를 넘어 독립투쟁사 세계전쟁사 국제정치사가 망라된 지적 산물이다. 방대한 사료와 지식에 기초한 명료한 전개가 보석처럼 빛난다. 이처럼 손에 잡히는 독립투쟁사와 건국사는 없었을 듯하다. 이보다 쉬우면서 통찰적인 20세기 국제정치 해설서도 만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승만-트루먼, 히틀러-롬멜 등 역사 속 수많은 인물의 생생한 면모는 수십 명의 평전을 읽는 느낌을 준다. 오늘 우리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전해준다. 편견이 난무하는 혼돈의 시대에 팩트의 힘을 확인시켜주는 것도 장점이다. 독립운동, 2차대전사, 한·중·일의 나라 만들기, 미국·유럽 정치사 등 한반도를 둘러싼 숨가빴던 사건들이 잘 차려진 코스요리처럼 줄지어 등장한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실과 사실의 이면, 관점이 깨알처럼 쏟아진다. 역사 특종도 담겼다. 1945년의 얄타회담 밀약을 우남에게 제보해 결과적으로 한국 건국에 기여한 에밀 구베로라는 인물이 미국 언론인 에밀 헨리 고브로임을 밝혀냈다. 반전 팩트도 수두룩하다. 매카시즘으로 잘 알려진 조지프 매카시는 극우주의자가 아니라 세계 평화에 기여한 이타주의자였음을 방대한 자료로 설명한다. 비감한 선조들의 투쟁사가 쟁쟁하다. 이봉창 의사는 거사 직전 임시정부를 이끌던 김구를 마지막으로 만난 자리에서 투척할 폭탄을 두 손에 들고 환하게 웃는 사진을 남겼다. 작가는 “스스로 죽음을 찾아가면서 환히 웃음 짓는 것, 그것이 독립운동이었다”며 경외했다. 무명들의 투쟁도 먹먹하

    2023.07.30 17:59
  • [백광엽 칼럼] 최악의 '서민 약탈 카르텔'

    윤석열 대통령이 얼마 전 “우리는 반카르텔 정부”라고 선언했다. “이권·부패 카르텔과 가차 없이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집권 1년여 만에 정체성 규정에 성공한 모습이다. 제 발 저린 이들이 많은지 반발이 거세다. 야권에선 ‘카르텔이라는 단어 무한반복은 어휘력 빈곤 때문’이라는 식의 수준 이하 비난이 쏟아진다. ‘용꿈’을 꾼다는 여당 정치인도 “대통령이 갑자기 카르텔에 꽂혀 오남용하고 있다”고 비아냥댔다. 뭘 모르고 하는 말들이다. 카르텔 해체는 검사 윤석열이 정치판에 뛰어든 핵심 이유다. 2년 전 정치 출사표와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도 ‘카르텔 해체’는 세 번씩 언급됐다. 카르텔과의 전쟁은 본궤도로 진입 중이다. 태양광·노조·시민단체 비리를 넘어 교육·환경·통일·문화 카르텔로 스펙트럼이 확대되고 있다. 특권·반칙 세력과의 정면 승부가 반갑지만 아쉬운 대목도 있다. 거대한 최악 카르텔은 아직 거명조차 되지 않았다. 바로 약자의 피눈물을 기득권 공고화에 악용하는 ‘서민약탈 카르텔’이다. 진보 참칭 정치꾼과 귀족노조가 이 카르텔의 주연이고, 기꺼이 한배를 탄 영혼 없는 관료들이 주연급 조연이다. 위장술에 능통한 데다 작동 방식도 은밀해 존재 인식조차 쉽지 않지만 이들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마다 약자들의 삶이 널브러진다. 문재인 정부가 서민 150만 명을 ‘금융 지옥’으로 밀어 넣은 게 대표적이다. 문 정부는 연 27.9%인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내리는 데 매진했다. 서민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것이었지만 결과는 대부업 몰락과 대출 원천봉쇄였다. 급전 조달이 막힌 저신용자가 손 벌릴 곳은 불법사채 시장뿐이다. 그렇게 150만 명이 평균금리 연 414%의

    2023.07.27 18:23
  • [천자칼럼] '한국의 브루클린' 성수동

    도시매력도 조사에서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서울이지만 런던의 고풍미, 파리의 세련미, 뉴욕의 자유로움과 비교하면 무언가 아쉽다. 급박한 개발과 집중에서 오는 결핍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외 MZ세대가 열광하는 성수동은 서울의 새로운 미래다. 과거 성수동은 구로와 함께 대표적인 서울의 낙후 공장지대였다. 하지만 어느새 가장 가고 싶고 숨 쉬고 싶은 ‘핫플레이스’가 됐다. 날로 ‘힙’해지는 한국을 체험하려는 외국 청년들의 필수관광코스가 된 지 오래다. 루이비통 디올 등 해외 기업들도 근사한 성공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몰려든다. 성수동 성공의 키워드는 패션, K팝 같은 문화다. 과거 핫플이던 명동·종로, 로데오거리·홍대가 주는 소비적 매력을 넘어선 ‘소프트’가 더해지자 국내외 젠지(Generation Z)가 열광했다. 젊음의 활기는 스타트업도 불러들였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성수동 상권이 급성장세를 이어간 비결이다. 서울시의 그제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안은 성수동을 더욱 주목하게 한다. 서울시는 재건축 이익을 강남·북을 잇는 ‘미니신도시 조성’에 투입하는 신선하고 야심 찬 구상을 선보였다. 한강을 사이에 둔 압구정동과 성수동을 연결하는 1㎞ 길이의 보행 전용교 설치가 특히 눈에 띈다. 서울 대표 주거단지와 도보로 연결된다면 성수동의 매력은 더 폭발할 것이다. 공장지대였던 미국의 브루클린도 맨해튼과 브루클린 브리지로 연결되면서 문화·예술 중심지가 됐다. 브루클린은 뉴욕 방문객의 필수관광코스이기도 하다. 보행교 강북 끝단에 자리한 성수동 서울숲과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 세계 최대 규모 스타트업 허브를 조성하는 것도 기대를 한층 키운다.

    2023.07.11 17:44
  • [백광엽 칼럼] 166명 '개념판사님'들이 답할 차례

    화려한 ‘한국의 괴담 역사’에서도 돋보이는 게 ‘ISD(투자자-국가 간 분쟁) 괴담’이다. 10여 년 전 광화문을 점령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대의 핵심 논거가 바로 ISD발(發) 사법주권 침해였다. 미국 자본이 이익 확보에 방해되는 국내 법과 제도를 제소를 통해 바꿔버릴 것이란 무시무시한 분석이 쏟아졌다. ISD 중재로 인해 한국의 공동체적 법체제가 무너져 부동산 등 공공정책이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무차별적 ISD 소송과 천문학적 배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넘쳤다. 지난주 나온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의 중재판정 결과는 ISD 괴담 종식에 다름 아니다. ‘정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개입했다’는 법원 판결 탓에 출발부터 불리한 분쟁에서 큰 선방을 거둬서다. 배상금은 690억원으로 최초 청구액 1조원의 7%에 그쳤다. 엘리엇의 삼성물산 투자 손실(매입가-처분가) 1040억원에도 못 미친다. 국제기구를 장악한 미국과의 ISD 소송은 편파 판정이 될 수밖에 없다던 선동과 사뭇 다른 결과다. 하긴 ISD 소송 쓰나미가 덮칠 것이라던 주장부터 엉터리다. 한·미 FTA 발효 11년간 ISD 제소는 엘리엇을 포함해 4건에 그쳤다. 이 중 사법주권 침해나 소송 남발로 볼 만한 사례는 없다. 메이슨 펀드의 2억달러 소송이 대기 중이지만 엘리엇 제소와 판박이여서 파괴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나머지 2건은 부동산 수용에 저항하는 재미동포들의 중재신청이다. 분쟁 당사자가 개인인 데다 청구액도 수십억원 수준이라 ISD 괴담과 무관하다. 결국 탄핵이라는 돌발 상황이 없었다면 ISD 소송 건수가 사실상 ‘제로’였을 것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어쨌거나 만만찮은 혈세 유출이 일어나게 됐으니 지금이라

    2023.06.29 17:44
  • [백광엽 칼럼] "돈 풀기 끝은 망국" 이창용의 직격

    중앙은행과 중앙은행장은 전통적으로 비밀주의가 신조다. 전설적인 영란은행 총재 몬터규 노먼은 “설명도 변명도 하지 않는다”가 모토였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전문용어를 동원한 해독 불가 발언으로 악명 높았다. 패닉의 순간에도 최종대부자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전지전능을 가장한 의도된 화법이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신비주의 전통을 뒤집는 직설화법으로 충격을 던졌다.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장기 저성장을 우려하는 질문에 ‘하아~’라는 한숨으로 시작해 긴 쓴소리를 쏟아낸 것이다. ‘돈 풀기에 중독된 경제의 끝은 예정된 파국’이라는 게 요지다. 이 총재는 ‘이미 장기 저성장 늪에 빠졌다’고 단언했다. “구조개혁만이 해법인 것을 누구나 알지만 이해집단에 발목 잡혀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고 탄식했다. 단기 땜방에 불과한 통화·재정 확대에 매달리는 것은 ‘나라 망가지는 지름길’이라는 직격이었다. 분노가 묻어나는 작심 발언은 정치권과 정부를 향했다. ‘돌아가는 걸 보면 연금·노동·교육개혁도 하지 말자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잘 보여준다. 그의 진단대로 한국은 노쇠국이 다수인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초유의 저성장에 빠졌다. 그 와중에 출산율 자유낙하, 경제·안보 새판짜기, AI 쓰나미라는 삼각파도와 맞닥뜨렸다. 그런데도 문제 해결에 골머리를 싸매야 할 국민 대표들은 표(票) 되는 입법과 권력투쟁뿐이다. 거대 야당은 ‘돈 더 풀기’와 ‘경제 더 흔들기’에 혈안이다. 여당에선 방향타는커녕 합리적 대안 제시조차 실종이다. 구조개혁을 외쳐온 장관과 대통령실 참모들도 도대체 무얼 하는지 이름조차 까마득하다. 사실 중

    2023.06.01 17:29
  • [백광엽 칼럼] 좌파 천하통일하고 진격하는 NL

    20여 년 전 ‘주사파’ NL이 좌파진영을 천하통일했다. ‘PD당’이었던 민노당 당권을 장악하면서다. 단순화하면 NL은 김일성주의, PD는 마르크스주의다. ‘개족보(NL)’가 나름 ‘정통파(PD)’를 굴복시킨 건 ‘사건’이자 미스터리였다. 김정일이 공들인 대남공작의 결정적 승리라는 게 정설이다. NL의 좌파 평정은 오늘 한국에서 벌어지는 무한 갈등의 근원적 출발점이다. 그들의 세계관은 기괴하다. ‘무오류 수령님과 불패 전위당의 지도 아래 세계가 돌아가야 한다’로 압축된다. 한국을 ‘G8’으로 이끈 자유 개방 개인 인권이라는 가치에 정확히 역행한다. 어이없는 망상체계지만 ‘좌파 천하통일’을 넘어 나라를 통째로 접수할 기세다. NL 사관에 딴지 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고립과 고초가 그 방증이다. ‘김구가 김일성의 통일전선전략에 당했다’는 그의 발언은 더하고 뺄 것 없는 사실이다. 진보사학자들도 인정하는 정설이다. 그의 ‘김일성 4·3 개입설’ 역시 팩트에 기반한 합리적 주장이다. 그런데도 일파만파 설화로 비화했다. 국민의힘 대표와 ‘윤핵관’까지 망언이라며 손절에 급급하다. 한국은 누군가가 정의를 독점하고 양심의 배신을 강요당하는 낯선 나라로 전락 중이다. NL의 역사공정은 예상외로 잘 먹히고 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승만이 멸공을 외친 탓에 남침당했다”고 망발했다. 북한보다 더 북한스러운 ‘내재적 접근법’이었지만 시비는 오뉴월 실바람보다 미약했다. ‘찐 주사파’는 기실 한 줌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NL 스타일’을 장착한 생계·생활형 네트워크는 확산일로다. 최강 전투력의 민주노총을 접수한 게 2년 전이다. 건설·택배 등 ‘

    2023.05.08 17:59
  • [천자칼럼] '특검 박영수'의 두 얼굴

    이중성은 인간 본성의 한 단면이다. 선하고 고귀하면서, 동시에 악하고 천박한 존재가 인간이다. 역사에도 야누스적 스토리가 넘친다. 마르크스는 계급 해방을 주장하면서도 가정부를 45년이나 착취했다. 인간의 자유와 실존을 설파한 사르트르는 여성을 동등한 인격으로 보지 않는 남성 우월주의자였다. ‘위선과 허위의 바다’를 항해한 헤밍웨이도 명성·권력욕에 집착했다. 기막힌 위선 스토리는 주변에서도 넘친다. 조국 사태가 대표적이다. 수만 개의 SNS 말폭탄으로 정의의 사도를 자처하며 대중 스타가 된 그다. 하지만 파렴치한 입시·사모펀드·학원 비리에 깊이 개입돼 있었다. 세상만사 심판관처럼 굴다 추한 모습이 들통난 지금도 그는 잘못이 없다며 당당하다. 요즘 세간에는 조국에 견줄 만한 다크호스가 등장했다는 촌평이 나온다. ‘가장 성공한 특검’이라던 박영수 변호사가 주인공이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검으로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린 이력의 소유자다. 그런데 거물급 변호사 치고는 어울리지 않는 사건들에 그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2019년 가짜 수산업자 스캔들이 시작이었다. 사기꾼에게서 포르쉐 차량을 받은 게 드러나 그해 7월 특검에서 물러났다. 이때만 해도 ‘보스 기질이라 형님 대접 좀 받았나 보다’며 이해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특검 사임 두 달 뒤 더 믿기 힘든 뉴스가 터졌다. 저 유명한 ‘대장동 사건’에 소환된 것이다. 딸·아들이 등장하는 등 대장동 일당과 그의 교류는 깊고도 광범위했다. 김만배가 관리한 ‘50억 클럽’에도 이름이 올랐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에도 이름이 들린다. 시세조종 주범으로 의

    2023.05.07 18:44
  • [천자칼럼] 양곡법 여론조사 논란

    민주국가에선 여론이 권력 향배를 결정한다. 오죽하면 대통령이라는 최고권력자를 뽑을 때도 십중팔구 단일화 여론조사가 등장한다. 권력이 여론을 선택적으로 인용하며 다수의 폭정으로 치닫는 사례도 넘친다. 소설가 김훈은 이런 세태를 ‘여론조사가 최고의 권력이 되는 무지몽매한 시대’라고 개탄한다. 그래도 우리는 여론조사의 홍수를 피할 길이 없다.여론 조작은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에 다름없지만 함량 미달의 여론조사는 갈수록 극성이다. 부나방처럼 권력을 좇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달콤한 유혹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판이 취약하다. 선관위 미등록 업체를 통한 왜곡된 여론조사와 전파가 가장 일반적인 수법이다. 야권 인사가 대표인 한 업체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지지 여론이 53%에 달한다’며 여론몰이한 게 불과 반년 전 일이다.그런데 지명도와 인지도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인 한국 갤럽마저 여론 왜곡 구설에 올랐다. 편파적 질문을 통해 양곡법 개정 찬성이 60%에 달하고 반대는 28%에 그쳤다는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갤럽은 ‘쌀값 안정·농가소득 보장을 위해 찬성’ ‘정부 재정 부담 늘어 반대’라는 설문을 제시했다. 공급 과잉으로 쌀값이 되레 불안정해진다는 다수 전문가의 견해와 상반되는 문구로 ‘프레이밍 효과’를 노렸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름값 높은 갤럽의 행태는 가뜩이나 낮은 여론조사 전반의 신뢰를 곤두박질치게 한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소위 진보진영이 여론 왜곡 의혹의 중심에 서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걱정을 더한다. 해산된 통진당 이석기 전 의원은 다수의 여론조사기관을 운영하며 숱한 조작 의혹을 받았다. 작년

    2023.04.12 18:08
  • [백광엽 칼럼] 진실을 말하면 고통주는 사회

    혼탁했던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살린 것은 북에서 온 태영호 의원이었다. 우파 정당의 덕목임에도 오랫동안 실종된 ‘품격’이라는 필수 가치의 회생을 위한 작은 불씨를 그가 던졌다.“역사적 사실도 부정하고 오직 자기주장만을 절대화해 ‘극우 색깔론’으로 악마화하는 것은 진실에 대한 지성적 태도가 아니다.” 자신이 제기한 ‘김일성 4·3 배후론’에 융단폭격이 가해지자 태 의원이 내놓은 반격이다. 날 선 지성과 품격이 감지된다.“역사적 사실 앞에서 후퇴란 있을 수 없다”며 거대 야당과의 정면대결도 선언했다. 조금만 시끄러워져도 바싹 엎드려 눈치 보기에 급급한 ‘웰빙 정당’ 특유의 비겁함은 한 톨도 없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의힘에서도 손을 건네는 동지가 전무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북에서 그런 교육받은 건 알겠는데 이제 그 물 빼야죠”라며 비아냥만 보탰다.최고위원이 됐지만 고난은 진행형이다. 국회 윤리위에서 ‘299 대 1’의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한다. 그래도 너무 외로워할 필요는 없다. ‘진실’이 일당백의 든든한 지원군이기 때문이다.제주 4·3은 1948년 5·10 총선과 건국을 저지하려는 남로당 공산주의자들의 무장폭동이다. 진압 과정에서 대규모 양민 희생이 동반됐다. 처참한 비극의 가장 큰 책임도 신생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선전포고까지 감행한 남로당 반란세력에 돌아가야 마땅하다. 태 의원 주장대로 ‘평양 지령설’을 뒷받침하는 사료도 많다. ‘총선거 반대 인민항쟁 개시’ ‘폭동으로 인민공화국 수립’ 같은 지령문이 다수 확인됐다.‘김일

    2023.03.09 17:57
  • [천자칼럼] 올드보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접대용이거나 자기 위로용 멘트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 틀린 말은 아니다. 이승만이 폐허 속 신생 독립국의 초대 대통령을 맡아 자유민주공화국의 주춧돌을 놓은 게 73세 때다. 이병철도 온갖 회의론을 이겨내고 73세에 삼성 반도체 신화를 본격적으로 써내려가기 시작했다.나이 듦은 경험과 지혜의 축적 과정이다. 칸트는 57세에 ‘가장 위대한 철학서’로도 불리는 <순수이성비판>을 내놓았다. 오늘날 신체 나이로 치면 70세는 족히 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청춘과 노년에 대한 세상 인식의 변화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100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103)는 “내가 살아보니 90은 돼야 좀 늙더라”고 했다.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말이다. 유엔도 8년 전인 2015년에 이미 18~65세를 청년, 66~79세를 중년, 80세부터를 노년으로 볼 것을 제안했다.노익장 바람은 늘 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정치권이다. 거대 야당에선 80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70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이재명 대표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현역 복귀를 노리고 있다. 여권에서도 이인제 등 올드보이의 내년 총선 출마설이 솔솔 나온다. 정치권 입김이 강한 금융 통신 등은 올드보이의 안마당이 된 듯하다. KT 차기 대표에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을 지낸 윤진식 전 장관(77)이 유력하다는 전언이다. BNK금융지주에도 70대인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등이 회장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경험과 관록을 앞세운 노년의 지혜가 있겠지만 4차 산업혁명과 선진 금융의 전진기지를 이끌 수 있을지 고개가 갸웃해진다.‘올드보이

    2023.02.26 17:58
  • [백광엽 칼럼] 386·조폭 주연의 '리얼 아수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주변 의혹에서 가장 분노하게 되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기막힌 면면이다. 쫓아가기 벅찰 정도로 복잡하게 얽힌 연쇄 사건에선 하나의 공통 코드가 목격된다. 바로 권력 주구로 전락한 운동권 잔당과 물욕 충만한 조폭의 낯 뜨거운 콜라보다.지난 10여 년간 성남 일대를 오염시킨 부패 커넥션에선 386 운동권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대장동 설계자부터 운동권이다. 민관 합동 개발의 양측 컨트롤타워인 김만배와 정진상은 각각 성균관대와 경성대 운동권 출신이다. 정씨는 고려연방제 채택을 외친 전투적 학생조직인 남총련(광주전남총학생회연합) 소속으로 활동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대장동에서 1208억원의 최대 배당을 챙긴 ‘천화동인 1호’의 이한성 대표도 성균관대 운동권이다. 운동권 정치인 이름도 오르내린다. 김태년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김만배 돈 수수설에 휘말렸다. ‘강성 NL’인 용성총련(용인성남지구 총학생회연합) 초대 의장 출신이다.쌍방울그룹 대북 사업에선 운동권의 종횡무진이 더욱 눈부시다. 쌍방울에서 4억여원의 뇌물·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화영 경기부지사가 불법을 주도했다. 김만배는 “대학 때 학생운동을 같이하며 이 부지사와 친해졌다”고 했다. 거대 야당 내 운동권 대부 격인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도 빼놓을 수 없다. 쌍방울의 '북한 광물 채굴' 베팅에 관여한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이어서다. ‘중부지역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받은 간첩 전력의 황인오 씨가 협회 부회장으로 그를 보좌했다. 성남 FC 후원금 의혹에도 운동권 이름이 오르내린다. 네이버가 40억원을 건넬 때 도관이 된 시민단체(

    2023.02.09 17:56
  • [백광엽 칼럼] '착한 경제학' 대부의 퇴장

    99년 전 ‘러시아 혁명의 아버지’ 블라디미르 레닌이 세상을 떴다. 처칠은 “혁명으로 망가진 소련을 되돌려 놓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갔다”고 장탄식했다. ‘지상낙원 건설’을 위한 무모하고 폭력적인 실험으로 치달을 소련과 세계의 운명을 예감한 것이다.지난주 ‘한국 진보경제학 대부’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가 세상을 떴다. 처칠 화법을 빌리자면 “저급한 평등주의에 감염된 한국을 되돌릴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 사라졌다”는 비감이 앞선다. 변 교수는 분배와 복지를 빙자한 ‘퍼주기’로 타락해버린 ‘K분배 경제학’의 주창자다. 변형윤발(發) ‘돈 풀기’ 처방은 부동산 폭등, 성장잠재력 추락이라는 큰 주름을 안겼다. 결자해지라고 했으니, 과오도 영향력 있는 당사자가 바로잡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그는 한마디 유감의 변도 없이 떠났다. 두고두고 갈등의 불씨가 될 배타적 성향의 무수한 추종세력만 남겼다.대중적 인지도가 높진 않지만 이른바 진보진영에서 변 교수는 ‘숨은 신’에 비견 된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선 제자 그룹인 학현학파가 경제 관련 요직을 싹쓸이했다. 이정우·강철규·홍장표·강신욱·김상조 교수 등이 주역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의 경제 브레인도 학현 일색이었다. 그는 정치·사회·역사학 등 한국 사회과학 전반을 좌편향시키는 데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별세에 부쳐 ‘변형윤 경제학’을 상찬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하지만 학현학파의 평판은 파산 지경이다. 현실 정치에 무더기로 참여해 평등에 ‘올인’

    2023.01.05 17:54
  • [천자칼럼] 김경수의 '성찰'

    ‘드루킹의 공범’ 김경수 전 경남지사 재판은 특혜의 집합이었다. 허익범 특별검사의 기소에서 대법원 2년형 확정까지 35개월이 걸렸다. 특검법에 명시된 재판기간 7개월(1심 3개월, 2·3심 각 2개월)의 5배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말을 빌리면 분명 ‘부당한 재판’이다. 김명수 사법부는 구속영장부터 기각하더니 1·2심에서 실형이 나왔는데도 수감하지 않았다. 최종심까지 불구속 재판을 받은 덕분에 그는 4년 임기 중 3년1개월을 채웠다.수사와 기소 전반도 비정상적이었다. 서슬 퍼런 ‘촛불정권과 양념들’의 좌표찍기에 특검은 시종 악전고투했다. 역대 13번의 특검 중 수사기간 연장을 자진 포기한 유일한 특검의 길을 선택한 이유일 것이다. 김경수의 유죄 죄목은 ‘네이버 업무방해죄’(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다. 정작 4133만 회라는 상상초월 댓글조작으로 민주주의를 타락시킨 혐의는 제대로 단죄되지 않았다. 2018년 지방선거 여론조작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는 곁가지에 불과하다. 핵심인 2017년 대선 댓글조작은 공소시효(6개월)가 지나 아예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김정숙 여사와 송인배·백원우 전 비서관의 수상한 행보에 대한 수사도 유야무야됐다.그가 신년 특별사면으로 28일 새벽 창원교도소에서 출소했다. 갖은 특혜와 초호화 변호인단을 쓰고도 1·2·3심에서 완패한 그의 출소의 변은 자숙이나 반성이 아니었다. ‘성찰’이라는 모호한 단어였다. “그간 성찰의 시간이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도록 더 성찰하겠다”고 했다.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이라는 말로 복권 없는 사면에 대한 불

    2022.12.28 17:42
  • [백광엽 칼럼] 쌍용차 옥쇄파업에 씌워진 '후광'

    재판은 세상과 역사를 바꾼다. 10년 전 한 대법관이 “건국하는 심정으로 썼다”던 느닷없는 ‘징용 배상’ 판결이 여태 동북아 질서를 뒤흔들고 있는 것처럼.김명수 대법원이 보름 전 또 하나의 문제적 판결을 내놨다. 저 유명한 ‘쌍용차 옥쇄파업’ 최종심에서 노조 손을 번쩍 들어줬다. 법원 퇴거명령과 공권력 집행을 거부하며 경찰 헬기 등을 파손한 불법에 10억원대 손해배상을 명한 1·2심은 휴지 조각이 됐다. 그리하여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77일간의 무법천지를 만든 불법파업은 ‘빛나는 투쟁’의 아우라를 얻었다.2년 전 ‘전교조 법외노조 무효 판결’과 함께 사법사에 길이 남을 ‘친(親)노조’ 판결이다. 범법에 면죄부를 준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처럼 쌍용차 판결의 논리 구성도 너무나 듬성듬성하다. 법조문의 기계적 적용과 짜깁기 혐의가 짙다. 대법원은 ‘과잉 진압’이 위법이기에 극렬했던 노조 폭력은 정당방위라고 했다.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범위 내의 대응 행동’으로 봤다.대법원이 제시한 경찰의 위법은 크게 두 가지인데 모두 동의하기 힘들다. 대법원은 경찰 헬기가 고도를 낮춰 제자리 비행하며 프로펠러 하강풍을 시위대에 쏜 것을 문제 삼았다. 경찰장비를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해 생명과 신체에 위협을 가한 게 위법이라는 것이다. 헬기를 ‘공중이동’ 외의 용도로 쓰면 불법이라는 주장인가. 그렇다면 경찰차로 차로를 봉쇄하는 흔한 대응도 금지해야 마땅하다. 헬기 하강풍은 서해상 중국 불법조업 어선 단속 때도 애용하는 수법이다.대법원이 지적한 두 번째 위법은 헬기에서의 최루액 공중살포

    2022.12.1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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