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고두현 논설위원

전체 기간
  • [고두현의 아침 시편] 속 타는 저 바다 단풍 드는 거 좀 보아요

    [고두현의 아침 시편] 속 타는 저 바다 단풍 드는 거 좀 보아요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고두현 저 바다 단풍 드는 거 보세요. 낮은 파도에도 멀미하는 노을 해안선이 돌아앉아 머리 풀고 흰 목덜미 말리는 동안 미풍에 말려 올라가는 다홍 치맛단 좀 보세요. 남해 물건리에서 미조항으로 가는 삼십 리 물미해안, 허리에 낭창낭창 감기는 바람을 밀어내며 길은 잘 익은 햇살 따라 부드럽게 휘어지고 섬들은 수평선 끝을 잡아 그대 처음 만난 날처럼 팽팽하게 당기는데 지난여름 푸른 상처 온몸으로 막...

  • [천자 칼럼] 한자를 모를 때 생기는 일

    [천자 칼럼] 한자를 모를 때 생기는 일

    “‘무운을 빈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이틀 동안 검색창을 달군 질문이다. ‘무운(武運)’은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무인(武人)의 운수를 의미하지만, 그 뜻을 모르니 답답했을 법하다. 심지어 한 방송기자는 무운을 ‘운이 없다’(無運)는 뜻으로 잘못 해석하는 촌극까지 빚었다. 어제는 여야 대표의 성을 딴 ‘송이대첩’이란 말이 등장했다. 대...

  • [천자 칼럼] 노들섬에 무슨 일이…

    [천자 칼럼] 노들섬에 무슨 일이…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에는 여섯 개의 섬이 있다. 조선시대 목축장이었던 여의도와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선유도, 생태보호 습지가 된 밤섬, 반포 한강공원의 서래섬, 물 위에 뜬 인공 세빛섬 등이다. 난초가 무성했던 난지도와 뽕을 키우던 잠실도는 뭍으로 변했고, 중랑천 하구의 저자도는 없어졌다. 노들섬은 좀 특이하다. 원래는 섬이 아니라 모래톱이었다. 1917년 일제가 철제 인도교(현재 한강대교)를 놓을 때 모래 언덕에 석축을 쌓아 인공섬을 만...

  • [천자 칼럼] 요소수 대란

    [천자 칼럼] 요소수 대란

    대형 화물차들이 주유소마다 장사진을 치고 있다. 디젤(경유) 차량에 꼭 필요한 ‘요소수(尿素水)’를 넣기 위해서다. 간신히 요소수를 구해도 넣을 수 있는 양은 겨우 10L 정도다. 나머지 20~30L를 채우려면 또 다른 주유소를 찾아 헤매야 한다. 주유소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재고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요소수는 디젤차의 배출가스를 줄이는 촉매제다.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뽑은 요소(암모니아)에 증류수를 섞어 만든다....

  • [천자 칼럼] '돌아온 불청객' 미세먼지

    [천자 칼럼] '돌아온 불청객' 미세먼지

    한동안 맑았던 하늘이 다시 뿌예졌다. 미세먼지 경보도 잦아졌다. 지난주에는 서울 미세먼지 농도가 66㎍/㎥까지 높아졌다. 미세먼지보다 입자가 더 작은 초미세먼지도 42㎍/㎥으로 ‘나쁨’을 기록했다. 직전 주의 2배다. 중국과 가까운 서해 연평도의 초미세먼지는 최고 132㎍/㎥까지 치솟았다. 지난 9월엔 전국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역대 최저치(8㎍)까지 내려갔다. 대기 중 오염물질이 적은 데다 중국의 공기도 비교적 맑았다...

  • 단풍 따라 문학관 순례…오늘은 나도 '문청' [고두현의 문화살롱]

    단풍 따라 문학관 순례…오늘은 나도 '문청' [고두현의 문화살롱]

    김유정 소설 ‘봄봄’의 무대인 강원 춘천시 신동면 실레마을. 금병산에 둘러싸인 모습이 옴폭한 떡시루 같다 해서 실레(시루의 강원도 방언)로 불리는 곳이다. 이 마을 단풍 빛은 유난히 붉다. 다른 곳보다 서리가 빨리 내리는 강원 산골이어서 색깔이 더 짙다. 은행나무 잎도 소설에 나오는 생강나무꽃처럼 샛노랗다. 이곳의 김유정문학촌을 방문하는 사람은 발길마다 단풍 물을 적시며 걷는다. 경춘선 김유정역에서 문학촌으로 이어지는 길...

  • [고두현의 아침 시편] 연애편지에 은행잎을 붙이는 까닭

    [고두현의 아침 시편] 연애편지에 은행잎을 붙이는 까닭

    은행나무 부부 십 리를 사이에 둔 저 은행나무 부부는 금슬이 좋다 삼백 년 동안 허운 옷자락 한 번 만져보지 못했지만 해마다 두 섬 자식이 열렸다 언제부턴가 까치가 지은 삭정이 우체통 하나씩 가슴에 품으니 가을마다 발치께 쏟아놓는 노란 엽서가 수천 통 편지를 훔쳐 읽던 풋감이 발그레 홍시가 되는 것도 이때다 그러나 모를 일이다 삼백 년 동안 내달려온 신랑의 엄지발가락이 오늘쯤 신부의 종아리에 닿았는지도 바람의 매파가 유명해진 ...

  • [천자 칼럼] 사다리 걷어차는 나라

    [천자 칼럼] 사다리 걷어차는 나라

    “이건 비 올 때 우산 뺏는 것보다 더 심한 ‘사다리 걷어차기’죠. 아파트값 급등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졌는데 대출까지 틀어막으면 어쩌란 말입니까.” 39세 직장인의 하소연이다. 그는 “나랏빚 펑펑 쓰면서 개인 대출 막는 건 국가 폭력”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자금 여력을 갖추지 못한 세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연 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의 주...

  • [천자 칼럼] '물태우' 시절

    [천자 칼럼] '물태우' 시절

    다들 ‘물태우’라고 불렀다. 직전 대통령의 강성 이미지에 비해 ‘물렁한 캐릭터’ 때문이었을까. 물에 물 탄 듯 우유부단한 성격 탓이었을까. 당사자인 노태우 대통령은 정작 이 별명을 좋아했다. 프랑스 교민들과 만났을 때 “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는 과정을 보면 물의 힘은 참 크다”며 “‘물대통령’이란 별명 참 잘 지어줬다고 생각한다...

  • [천자 칼럼] 통신 먹통과 디지털 안보

    [천자 칼럼] 통신 먹통과 디지털 안보

    지난 6월 미국 백악관과 영국 정부 홈페이지가 동시에 마비됐다. 뉴욕타임스와 CNN, BBC 등 주요 언론 웹사이트도 접속불능 상태에 빠졌다. 5월에는 미국 최대 송유관회사와 글로벌 육가공회사 물류체계가 랜섬웨어 공격으로 무너졌다. 정보기술과 보안관리 전문회사 사이트까지 먹통이 됐다. 현대는 모든 것이 연결된 ‘초연결 사회’다. 글로벌 경제와 4차 산업혁명의 요체도 온·오프라인을 잇는 초연결성이다. 이 연결고...

  • [천자 칼럼] 나노사회와 펜트업

    [천자 칼럼] 나노사회와 펜트업

    얼굴은 없고 마스크만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사회.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가 살아 있다면 요즘 우리 사회를 이렇게 그렸을 법하다. 미증유의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유행)으로 인간관계가 파편화되고 고립됐기 때문이다. 일상이 단계적으로 회복되는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시대에도 개인화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2》(미래의창 펴냄)에서 극소 단위로 개인화한 ‘나노사회’를 내년 ...

  • [고두현의 아침 시편] '목마와 숙녀'에서 '세월이 가면'까지

    [고두현의 아침 시편] '목마와 숙녀'에서 '세월이 가면'까지

    세월이 가면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

  • [천자 칼럼] 영국서 화제 된 콩글리시

    [천자 칼럼] 영국서 화제 된 콩글리시

    한국 문화에 대한 해외 언론들의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 과거에는 시위나 북한 핵 관련 뉴스가 많았지만 요즘은 K팝 등 한류와 한국어에 관한 비중이 높아졌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최근 영어 단어를 축약하거나 변용한 콩글리시(Konglish: 한국식 영어 표현)를 집중 조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개그맨, 오바이트, 아이쇼핑, 베프, 인싸 등이다. 개그맨은 영어권의 코미디언을 의미한다. 특정 방송 프로그램의 영향인지 개그(gag)가 코미디를 대...

  • [천자 칼럼] 긴장 감도는 대만해협

    [천자 칼럼] 긴장 감도는 대만해협

    잠잠하던 대만해협에 다시 긴장이 감돌고 있다. 중국은 지난 1~4일 군용기 149대를 동원해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했다. 14~15일에는 대규모 병력을 민간 여객선으로 수송하는 해상훈련까지 펼쳤다. 올 들어 대만 상공에 침입한 중국 군용기만 600대가 넘는다. 이에 대만이 전투기를 긴급 발진하면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의 침공을 가정한 ‘워게임(wargame·가상전쟁 시뮬레이션)’에서 ...

  • [천자 칼럼] 나로호와 누리호

    [천자 칼럼] 나로호와 누리호

    우리나라가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를 쏘아 올린 2013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우주 지각생’이었다. 그나마 러시아 기술을 빌려 세 번의 실패 끝에 가까스로 우주 시대를 열었다. ‘나로호’는 우주센터가 있는 전남 고흥 외나로도 지명을 딴 이름이다. 조선시대 국가에 바칠 말을 기르던 ‘나라 섬’에서 유래했다. 당시 나로호 탑재중량은 100㎏, 목표 고도는 300...

  • [천자 칼럼] 가을 한파와 서릿발

    [천자 칼럼] 가을 한파와 서릿발

    10월 중순 기온이 빙점(氷點) 이하로 떨어진 건 60여년 만이다. 어제 아침 서울 기온이 0도 안팎까지 내려갔다. 대관령은 영하 5도를 기록했다. 때 이른 한파에 얼음이 얼고 첫서리가 내렸다. 산간지방 나무에는 상고대가 피고, 밭고랑엔 서릿발까지 돋았다. 서리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흰 가루 모양으로 얼어붙은 미세 결정체다. 보통 10월 23일인 상강(霜降)에 내리지만 올해는 1주일이나 빨리 찾아왔다. 처음 내리는 묽은 서리를 ‘무...

  • 문인들 사계절 창작 과정 촬영…詩가 된 영화 [고두현의 문화살롱]

    문인들 사계절 창작 과정 촬영…詩가 된 영화 [고두현의 문화살롱]

    15일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숨은 화제작’은 70분짜리 문학예술다큐영화 ‘시인들의 창’이었다. 시인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김전한 감독이 강원 횡성 ‘예버덩문학의집’에서 2년간 문인들의 창작 과정을 계절별로 담아낸 작품이다. 배우 대신 문인이 출연하고 대사 한마디 없는데도 예매 시작과 동시에 표가 매진됐다. 지난 10, 11, 14일 부산 롯데시네마에서 상영되는 동안 &ldquo...

  • [고두현의 아침 시편] 조심하게! 웃음 속에 칼을 감춘 사람

    [고두현의 아침 시편] 조심하게! 웃음 속에 칼을 감춘 사람

    술이나 마시게(不如來飮酒) 먼지 자욱한 세상에 얽혀 힘겹게 마음 쓸 일 어디 있겠는가 달팽이 뿔 위에서 서로 싸운들 얻어야 한 가닥 쇠털뿐인걸 잠시 분노의 불길을 끄고 웃음 속 칼 가는 것도 그치고 차라리 여기 와 술이나 마시며 편히 앉아 도도히 취하느니만 못하리. * 백거이(白居易, 772~846) : 당나라 시인. ----------------------------------- 1200여 년 전에 백거이가 쓴 시입니다. ...

  • [천자 칼럼] 블루오션 된 탄소운반선

    [천자 칼럼] 블루오션 된 탄소운반선

    울산 남동쪽 해상 58㎞ 지점에 있는 동해가스전. 이곳의 천연가스를 뽑아낸 공간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기술이 개발돼 최근 국제승인을 받았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이산화탄소를 육상에서 포집해 액화 상태로 운송한 뒤 기체로 바꿔 해저에 저장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꼽힌다. 탄소배출권 가격까지 급등해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에너지조사기관 BNEF에 따르면 전 세계 탄소 포집 용량은 현재 4400만t에 불과하지만, 203...

  • [고두현의 아침 시편] 왜 하필 남포(南浦)에서 이별할까

    [고두현의 아침 시편] 왜 하필 남포(南浦)에서 이별할까

    임을 보내며(送人) 비 개인 긴 둑에 풀빛 짙은데 남포에서 임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대동강 물은 어느 때나 마를꼬, 이별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 보태거니. * 정지상(鄭知常, ?~1135) : 고려 시인 -------------------------------- 고려시대 최고 서정시인으로 꼽히는 정지상의 절창입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시재(詩才)가 뛰어나서 5세도 되기 전에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요. 강 위에 뜬 해오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