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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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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 그러나… [고두현의 문화살롱]

    좋은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 그러나… [고두현의 문화살롱]

    퓰리처상을 4회나 받은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 그는 뉴햄프셔 등 뉴잉글랜드 지역 농장에서 오랫동안 전원생활을 했다. 봄이 되면 언덕 너머 이웃에 연락해 담장을 복구하곤 했다. 겨울에 언 땅이 서서히 녹으면서 무너진 돌을 다시 쌓는 일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담장 쪽을 걸으면서 자기편으로 떨어진 돌을 주워 올리며 경계를 확인했다. 이 단순한 일상에서 영감을 얻어 쓴 시가 ‘담장을 고치며(Mending Wal...

  • [고두현의 아침 시편] 살았을 땐 죽이려 하고 죽은 뒤엔 아름답다…

    [고두현의 아침 시편] 살았을 땐 죽이려 하고 죽은 뒤엔 아름답다…

    우연히 읊다(偶吟) 사람들이 바른 선비를 대하는 것은 호랑이 가죽을 좋아하는 것과 같아 살았을 땐 잡아죽이려 하고 죽은 뒤엔 아름답다 떠들어대지. * 조식 (曺植·1501~1572) : 조선 중기 대학자. ----------------------------------- 16세기 유학자 남명(南冥) 조식(曺植)이 세상의 속된 인심을 호랑이 가죽에 빗대어 쓴 풍자시입니다. 요즘도 마찬가지이지요. 언행이 올바른 사람을 보면 ...

  • 우크라서 맞붙은 '모차르트軍'과 '바그너軍' [여기는 논설실]

    우크라서 맞붙은 '모차르트軍'과 '바그너軍' [여기는 논설실]

    “‘어둠의 계곡’ 뒤에는 늘 잔혹하기 짝이 없는 그들이 있다.” ‘푸틴의 그림자 부대’로 알려진 ‘바그너 그룹’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정보총국(GRU) 특수여단 출신의 드미트리 우트킨이 2014년 설립한 준군사단체다. 바그너는 우트킨이 GRU에서 활동할 때 사용한 암호명이다. 독일의 히틀러가 좋아한 음악가 바그너에서 따왔다고 한다. 바그...

  • [고두현의 아침 시편] 윤동주 시인에게 이런 장난기가…

    [고두현의 아침 시편] 윤동주 시인에게 이런 장난기가…

    만돌이 만돌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전봇대 있는 데서 돌짜기 다섯 개를 주웠습니다. 전봇대를 겨누고 돌 첫 개를 뿌렸습니다. -딱- 두 개째 뿌렸습니다. -아뿔싸- 세 개째 뿌렸습니다. -딱- 네 개째 뿌렸습니다. -아뿔싸- 다섯 개째 뿌렸습니다. -딱- 다섯 개에 세 개…… 그만하면 되었다. 내일 시험 다섯 문제에 세 문제만 하면─ 손꼽아 구구를 하여 봐도 허양 육십 점이다. 볼 ...

  • [천자 칼럼] 부름켜와 떨켜

    [천자 칼럼] 부름켜와 떨켜

    나무가 가장 바쁜 시기는 봄부터 초여름까지다. 날마다 새순을 밀어 올리느라 쉴 틈이 없다. 줄기를 살찌우며 몸집을 키우는 것도 이때다. 새로운 세포로 줄기나 뿌리를 굵게 만드는 식물의 부위를 ‘부름켜’라고 한다. 불어나다의 어간인 ‘붇’과 명사형 ‘음’, 층을 뜻하는 ‘켜’가 합쳐진 순우리말이다. 형성층(形成層·cambium)이라고도 한다. 부름...

  • 여든 나이에도 '소년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 [고두현의 문화살롱]

    여든 나이에도 '소년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 [고두현의 문화살롱]

    독일 문호 괴테가 《파우스트》를 완성한 것은 82세 때였다. 24세에 구상했으니 거의 60년이 걸렸다. 그가 죽기 1년 전 탈고한 이 역작은 독일 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그는 이 작품의 아이디어를 어린 시절에 본 인형극에서 얻었다. ‘파우스트’라는 이름의 마법사 이야기를 다룬 인형극이 곳곳에서 열렸는데, 호기심 많은 소년 괴테는 여기에 푹 빠졌다. 괴테의 호기심은 어릴 때부터 유별났다. 새의 깃털이 날개에 어떻게 붙어...

  • [고두현의 아침 시편] 패랭이꽃과 카네이션에 얽힌 이야기

    [고두현의 아침 시편] 패랭이꽃과 카네이션에 얽힌 이야기

    패랭이꽃(石竹花) 사람들은 모두 붉은 모란을 좋아해 뜰 안 가득 심고 정성껏 가꾸지만 누가 잡풀 무성한 초야에 예쁜 꽃 있는 줄 알기나 할까. 색깔은 달빛 받아 연못에 어리고 향기는 바람 따라 숲 언덕 날리는데 외진 땅에 있노라니 찾는 귀인 적어 아리따운 자태를 농부에게 붙이네. *정습명(鄭襲明, ?~1151) : 고려 문신. ------------------------------- 초야에 묻혀 사는 처지를 패랭이꽃에 비유하...

  • [고두현의 아침 시편] 명작의 바탕은 苦心이 아니라 無心

    [고두현의 아침 시편] 명작의 바탕은 苦心이 아니라 無心

    날이 개다(新晴) 새로 갠 날씨 좋아 초가 정자에 들르니 살구꽃 새로 영글고 버들가지 푸르네 시가 이뤄지는 건 무심한 곳에 있는데 애써 먼지 낀 책에서 영감을 구걸했네. * 이숭인(李崇仁·1349~1392) : 고려 말 문사. ----------------------------------- 이숭인의 칠언절구인데, 맑게 갠 봄날 풍광으로 시의 원리를 일깨워주는 시입니다. 여기저기 덧칠하고 꾸며낸 언사가 아니라 비온 뒤 벙...

  • [천자 칼럼] 넷플릭스 제국의 부침

    [천자 칼럼] 넷플릭스 제국의 부침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계의 선두 주자인 넷플릭스도 처음에는 미약했다. 1997년 회사 설립과 함께 비디오 대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온라인 스트리밍 위주로 사업을 확대한 2000년대부터 본격적인 성장을 거듭했고, 인터넷(Net)과 영화(flicks)를 결합한 회사 이름답게 세계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판도를 바꿨다. 넷플릭스는 미국 TV 역사에서 ‘제3의 물결’을 상징하는 기업이다. NBC 등 지상파 방송사가 주도한 첫 ...

  • [고두현의 문화살롱] 꽃 피는 순서 따라 '생각의 각도'가 달라진다

    [고두현의 문화살롱] 꽃 피는 순서 따라 '생각의 각도'가 달라진다

    어느덧 곡우(穀雨·4월 20일), 봄의 마지막 절기다. 아침에 북송 시인 왕기(王淇)의 시 ‘늦봄에(暮春游小園)’를 읽고 무릎을 탁 쳤다. ‘매화 시들고 나니/ 해당화 새빨갛게 물이 들었네/ 들장미 피고 나면 꽃 다 피는가 하였더니/ 찔레꽃 가닥가닥 담장을 넘어오네.’ 이처럼 봄꽃이 피는 데도 순서가 있다. 혹한 속에 망울을 내밀기 시작한 동백부터 매화, 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

  • [천자 칼럼] 아프간의 '아편 전쟁'

    [천자 칼럼] 아프간의 '아편 전쟁'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가 마약 원료로 쓰이는 양귀비 재배를 전격적으로 금지하자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탈레반은 1차 통치기(1996~2001년)인 2000년에도 양귀비 재배를 금지했다가 실패했다. 2001년 미국에 의해 정권을 잃은 뒤엔 아편 판매수익을 반군활동 자금줄로 활용해왔다. 지난해 정권을 탈환한 탈레반이 양귀비 재배 단속에 다시 나선 것은 최대 아편 수출국이란 오명을 벗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당국은...

  • [고두현의 아침 시편] 그해 봄날 완행버스에서 생긴 일

    [고두현의 아침 시편] 그해 봄날 완행버스에서 생긴 일

    빈자리 고두현 열네 살 봄 읍내 가는 완행버스 먼저 오른 어머니가 남들 못 앉게 먼지 닦는 시늉하며 빈자리 막고 서서 더디 타는 날 향해 바삐 손짓할 때 빈자리는 남에게 양보하는 것이라고 아침저녁 학교에서 못이 박힌 나는 못 본 척, 못 들은 척 얼굴만 자꾸 화끈거렸는데 마흔 고개 붐비는 지하철 어쩌다 빈자리 날 때마다 이젠 여기 앉으세요 어머니 없는 먼지 털어가며 몇 번씩 권하지만 괜찮다 괜찮다, 아득한 땅속 길 ...

  • [천자 칼럼] 국가 부도 내몰린 '빚쟁이 나라'들

    [천자 칼럼] 국가 부도 내몰린 '빚쟁이 나라'들

    빚 앞에는 장사가 없다. ‘인도양의 진주’ 스리랑카가 국가채무를 갚지 못해 그제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 올해 갚아야 할 빚이 70억달러(약 8조6000억원)인데 곳간에는 19억달러(약 2조4000억원)밖에 없다.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기 전까지 빚 상환을 중단하겠다”며 손을 들고 말았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일차 원인은 코로나로 인한 관광 수입 감소다. 여기에 포퓰...

  • [천자 칼럼] 힐튼호텔 철거 논란

    [천자 칼럼] 힐튼호텔 철거 논란

    서울 남산의 힐튼호텔 철거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힐튼호텔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건축가 김종성 씨에게 설계를 맡겨 1983년 말 개장했다. 외환위기로 1999년 싱가포르 회사에 넘어간 뒤 밀레니엄힐튼호텔로 재출범했지만, 수익성 악화로 지난해 이지스자산운용에 팔렸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 건물을 헐고 2027년까지 오피스·호텔 등 복합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논란의 핵심은 “현대 건축자산을 허물지 말자&rd...

  • "대형 산불 막는 비결은 빗물 활용한 '물모이'" [여기는 논설실]

    "대형 산불 막는 비결은 빗물 활용한 '물모이'" [여기는 논설실]

    강원 양구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이미 축구장 730개 이상의 면적이 불에 탔다. 올들어 발생한 산불은 250여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6건)보다 두 배나 늘었다. 이런 가운데 산불 예방을 위한 ‘물모이’ 조성에 나서는 사람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식목일을 앞둔 지난 2일, 서울 노원구 천수주말농장에서 ‘물모이’ 행사가 진행됐다. 농장에서 불암산으로 오르는 등산로에는 경사면을 따라 빗물의 길이 ...

  • [천자 칼럼] 또 서해 넘보는 中

    [천자 칼럼] 또 서해 넘보는 中

    중국 어선들의 패악질은 조선시대에도 심했다. 떼를 지어 몰려와 횡포를 부리는 게 무도한 점령군 같았다. 어장 싹쓸이는 물론이고 해안 마을까지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백성들은 이들을 ‘황당선(荒唐船)’이라고 불렀다. ‘거친(荒) 당나라(唐) 배(船)’에 관한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80여 차례나 나온다. 지금도 봄·가을 꽃게 철에는 중국 어선 수백 척이 연평도 앞바다를 뒤덮는다. 쌍끌이 어선들...

  • [고두현의 아침 시편] 동백은 왜 '두 번 피는' 꽃일까

    [고두현의 아침 시편] 동백은 왜 '두 번 피는' 꽃일까

    동백꽃 동백꽃은 훗시집간 순아 누님이 매양 보며 울던 꽃 눈 녹은 양지쪽에 피어 집에 온 누님을 울리던 꽃. 홍치마에 지던 하늘 비친 눈물도 가녈피고 씁쓸하던 누님의 한숨도 오늘토록 나는 몰라… 울어야던 누님도 누님을 울리던 동백꽃도 나는 몰라 오늘토록 나는 몰라… 지금은 하이얀 촉루가 된 누님이 매양 보며 울던 꽃 빨간 동백꽃. * 이수복(1924~1986) : 전남 함평 출생. 1954년...

  • [천자 칼럼] 코로나 후유증 '롱 코비드'

    [천자 칼럼] 코로나 후유증 '롱 코비드'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 판정을 받은 후에도 기침과 호흡곤란 등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은 격리가 해제되고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는데도 갖가지 이상 증상을 호소한다. 이처럼 확진 이후 오랜 기간 신체적 이상 징후가 이어지는 것을 ‘롱 코비드(long covid, 코로나19 장기 후유증)’라고 한다. 지난달 16일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을 개설한 경기 고양시 명지...

  • 벌집 무게 30배나 꿀 저장하는 '육각형의 비밀' [고두현의 문화살롱]

    벌집 무게 30배나 꿀 저장하는 '육각형의 비밀' [고두현의 문화살롱]

    ‘열흘 만에 버리는 것은 누에의 고치다. 여섯 달 뒤에 버리는 것은 제비의 둥지, 1년 후에 버리는 것은 까치의 집이다. 그런데도 애써 창자에서 실을 뽑아내고, 침으로 진흙을 반죽한다. 부지런히 띠풀을 물어오느라 주둥이가 헐고 꽁지가 빠져도 피곤한 줄 모른다.’ 다산 정약용의 ‘중수만일암기(重修挽日菴記)’에 나오는 구절이다. 다산은 이를 통해 ‘하찮은 동물도 이렇게 정성을 다해 집을 짓거늘...

  • 우크라 '비밀 원군'…5㎝까지 식별하는 美 정찰위성 [여기는 논설실]

    우크라 '비밀 원군'…5㎝까지 식별하는 美 정찰위성 [여기는 논설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37일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사자가 벌써 1만7000 명을 넘었다. 장성을 포함한 고위급 지휘관도 15명이나 사망했다. 파괴된 장갑차는 1700대에 이른다. 러시아군은 한때 점령했거나 포위했던 도시에서 허겁지겁 도망치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일차적으로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롯한 국민 전체의 강력한 저항 때문이다. 해외에서 조국을 지키겠다고 귀국한 자원입대자가 30만 명에 이른다. 탱크 잡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