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전체 기간
  • [천자 칼럼] '품위 있는 퇴장'

    [천자 칼럼] '품위 있는 퇴장'

    삼성전자가 지난달 중국의 마지막 스마트폰 공장 문을 닫은 뒤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퇴직 사원들의 글과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 “회사가 퇴직금과 위로금, 사회보험료를 챙겨주면서 장기근속자에게 갤럭시S10플러스, 스마트워치 등을 선물로 줬다.” “근속연수가 짧은데도 갤럭시A80을 줘서 고마웠다.” “직장 잃은 것을 위로하며 다른 회사에 취직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들의 반응을 소...

  • [천자 칼럼] 아라곤 vs 카스티야

    [천자 칼럼] 아라곤 vs 카스티야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주(州)의 독립을 둘러싼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스페인 대법원이 분리독립을 시도했던 카탈루냐주 자치정부 지도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하자 이에 반발한 카탈루냐 주민들이 공항·철도를 점거해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몇 달 사이에도 찬반 세력이 잇달아 충돌했다. 카탈루냐가 스페인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지역경제 격차와 이질적인 문화 때문이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영토의 6%에 불과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은 전체의...

  • [천자 칼럼] 마라톤의 인간 한계

    [천자 칼럼] 마라톤의 인간 한계

    지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은 치타다. 최고 시속 110㎞로 달린다. 그러나 300m 이상 계속 뛰지는 못한다. 인간은 최고 시속 45㎞에 불과하지만 치타보다 오래 달린다. 지구력의 차이다. 마라톤은 이 지구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스포츠다. 인간 지구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미국 스포츠의학자 마이클 조이너는 ‘응용생리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마라톤 기록의 한계를 1시간57분58초로 추정하며 “2023~2036년...

  • [천자 칼럼] "에티오피아의 기적"

    [천자 칼럼] "에티오피아의 기적"

    에티오피아는 6·25전쟁 때 우리나라를 도운 참전국이다. 지금도 참전용사 153명이 생존해 있다. 적도 근처에 있는 내륙국가인데도 고원지대여서 별로 덥지 않다. 로마 제국에 앞서 기독교를 국교로 선언한 나라답게 인구 1억1000만 명의 절반이 기독교인이다. 주변의 이슬람 국가들에 맞서 십자군 전쟁에도 참여했다. 역사가 3000년에 이르는 이 나라는 한때 융성했으나 1974년 쿠데타 이후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고난의 길을 걸었...

  • [천자 칼럼] '트럼프 리스크'

    [천자 칼럼] '트럼프 리스크'

    “‘트럼프 리스크(risk·위험)’가 결국 피를 불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을 감행한 지 이틀 만에 터키가 시리아의 쿠르드족을 공격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국제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5년간 1만여 명의 전사자를 감내하며 극단주의 무장 세력 이슬람국가(IS)와 맞서 싸운 ‘쿠르드 동맹’을 미국이 헌신짝처럼 버...

  • [고두현의 문화살롱] 시인 백석의 특별한 스승들

    [고두현의 문화살롱] 시인 백석의 특별한 스승들

    일제가 한국을 강제로 병합한 날은 1910년 8월 29일이었다. 다음날 아사히신문에 새 지도 한 장이 실렸다. 일본과 조선을 모두 빨간색으로 표시한 지도였다. 이를 본 일본 시인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1886~1912)는 충격을 받았다. 그는 지도 위의 조선 강역을 검은색으로 칠하며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시 ‘9월 밤의 불평’을 썼다. ‘지도 위 이웃의 조선 나라/ 검디검도록/ 먹칠하여 가면서 ...

  • [천자 칼럼] "꿈이 있어야 이뤄진다"

    [천자 칼럼] "꿈이 있어야 이뤄진다"

    우리나라가 라디오를 처음 생산한 것은 1959년이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제대로 된 부품 하나 만들지 못하던 시절에 ‘국산 라디오’의 탄생은 기적처럼 여겨졌다. 이후 한국 전자산업은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을 잇달아 생산하며 수출 주력군단으로 성장했다. 그 덕분에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핵심 품목에서 세계 1위를 달리게 됐다. 올해로 전자산업 60주년을 맞았지만, 글로벌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선진국...

  • [천자 칼럼] '마스크'는 죄가 없다

    [천자 칼럼] '마스크'는 죄가 없다

    홍콩인들의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가 넉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홍콩 정부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시행하자 시민들의 저항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14세 소년이 경찰 총에 맞아 병원으로 후송됐다. 18세 고교생 피격에 이은 두 번째 유혈 사태다. 홍콩에서 복면금지법을 어기면 최고 1년 징역이나 2만500...

  • [천자 칼럼]저물어가는 공채시대

    [천자 칼럼]저물어가는 공채시대

    대규모 정기 공채(공개채용)로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은 한국과 일본의 오랜 전통이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똑똑한 사람들을 한꺼번에 뽑아 키워 쓴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신입사원 일괄채용 대신 필요한 인재를 바로 뽑아 쓰는 수시·상시채용 방식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성장이 둔화되고 산업이 첨단·전문화된 영향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올해부터 대졸 신입사원을 직무 중심의 ...

  • [천자 칼럼] 법최면과 최면치료

    [천자 칼럼] 법최면과 최면치료

    1978년 부산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 정효주 양이 납치됐다. 목격자가 여러 명 있었지만 아무도 차량번호를 기억하지 못했다. 탐문수사에 한계를 느낀 경찰은 최면 전문가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한 초등학생 목격자에게 최면을 건 결과 차량 앞부분 번호 세 자리가 밝혀졌고, 이 덕분에 범인이 검거됐다. 우리나라 최면수사의 첫 성공 사례다. 최면을 법적으로 활용한 범죄수사 기법을 ‘법최면(forensic hypnosis)’이라고 한...

  • [천자 칼럼] '빨간 마후라' 김영환 장군

    [천자 칼럼] '빨간 마후라' 김영환 장군

    6·25 전쟁이 터졌을 때 우리 군에는 전투기가 한 대도 없었다. 미국에서 넘겨받은 L-4, 5 연락기 10대와 T-6 훈련기 10대가 전부였다. 북한은 소련제 전투기 60대 등 220여 대를 앞세워 대거 남침했다. 우리 공군은 훈련기에서 수류탄과 폭탄을 던지며 싸워야 했다. ‘맨주먹 투혼’이었다. 당시 공군 대대장이던 김영환 중령도 그랬다. 전투기 도입이 시급했다. 그는 며칠 뒤 긴급 명령을 받고 동료 조종...

  • [천자 칼럼] 국군의 날과 '중공' 건국일

    [천자 칼럼] 국군의 날과 '중공' 건국일

    “38선을 넘으니까 오두막 가옥이 하나 있었다. 백발 노파가 구겨진 태극기를 펴들고 나와 눈물을 흘렸다. 정말 감격스러워서 나도 울었다. 그때는 이 저주스러운 민족 분단선이 무너지고 꼭 통일이 되는 줄 알았다. 모두가 발걸음이 가벼워 뛰다시피 38선을 넘었다.” 6·25전쟁 때 국군 3사단 23연대장이었던 고(故) 김종순 대령의 증언이다. 북한군의 기습으로 낙동강까지 밀렸던 국군이 반격에 나서 38선을 뚫은 ...

  • [천자 칼럼] 글로벌리즘이라는 종교?

    [천자 칼럼] 글로벌리즘이라는 종교?

    “글로벌리즘(globalism·세계화)이라는 종교가 과거 미국 지도자들에게 국가의 이익을 무시하도록 했다. 이제 그런 시절은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제 다자외교 무대인 유엔총회에서 각국 정상을 상대로 한 말이다. 그는 “미래는 세계주의자의 것이 아니라 애국주의자의 것”이라며 국가주의와 애국주의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유엔총회에서 “글로벌리즘이라는 이...

  • [천자 칼럼] 여행사 수난 시대

    [천자 칼럼] 여행사 수난 시대

    “그리스에서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새벽 비행기를 타러 왔는데, 여행사 파산으로 항공편이 취소됐다니 믿어지지가 않아요.” “아이 둘의 첫 해외 여행지로 미국 디즈니랜드를 택하고 2년 동안 돈을 모아서 여행상품을 샀어요. 날려버린 돈도 문제지만 아이들이 실망하는 걸 보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여행사인 영국의 토머스 쿡(Thomas Cook·1841년 설립)이 파산하면서 ...

  • [천자 칼럼] 노르웨이가 부럽다

    [천자 칼럼] 노르웨이가 부럽다

    노르웨이는 1905년 스웨덴에서 독립할 때 춥고 척박한 땅밖에 가진 게 없었다. 1969년 해저 유전이 발견된 뒤 스웨덴을 뛰어넘어 북유럽 최고의 ‘슈퍼리치 국가’가 됐다. 지난해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8만2700달러로 세계 4위다. 베네수엘라 등 많은 나라가 유전 때문에 ‘자원의 저주’를 겪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 나라의 성공 비결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오일펀드’다. ...

  • [천자 칼럼] 달갑잖은 '태풍 풍년'

    [천자 칼럼] 달갑잖은 '태풍 풍년'

    일제강점기였던 1936년 8월, 강력한 태풍 ‘3693호’가 전국을 덮쳐 1232명이 목숨을 잃었다. 기상관측 이후 최대 규모의 인명 피해였다. 그때 포항에서 태풍을 맞은 시인 이육사는 ‘온 시가는 창세기의 첫날밤같이 암흑에 흔들리고 폭우가 화살같이 퍼붓는다’고 기록했다. ‘파도 소리는 반군(叛軍)의 성이 무너지는 듯하다’고도 했다. 당시 사람들은 태풍의 순우리말 ‘싹...

  • [천자 칼럼] '물갈이'와 '판갈이'

    [천자 칼럼] '물갈이'와 '판갈이'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나오는 말이 ‘물갈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올해도 각 당 공천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현역 의원 물갈이는 40명을 넘을 모양이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물갈이 폭이 더 커져 ‘세대 교체’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공천 기준 역시 ‘인적 쇄신’이다. 각 정당이 경쟁적...

  • [천자 칼럼] '케이블카 천국'

    [천자 칼럼] '케이블카 천국'

    알프스 산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숲의 나라’ 오스트리아에는 케이블카 노선이 2900여 개나 있다. 국토 면적이 8만3000여㎢로 한반도의 3분의 1 정도인 이 나라에서 연간 6600만 명의 관광객이 케이블카를 이용한다. 노약자, 장애인도 쉽게 산에 오를 수 있다. 관련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 14억유로(약 1조8700억원)에 이른다. 오스트리아의 절반 넓이인 스위스에도 케이블카 노선이 약 2500개 있다. 연...

  • [천자 칼럼] '가신(家臣) 내각' 시대

    [천자 칼럼] '가신(家臣) 내각' 시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최근 개각을 통해 ‘가신(家臣)’ ‘최측근’으로 불리는 인사들을 요직에 전면 배치해 주목을 받고 있다. 아베 총리는 19개 장관급 자리 중 17개를 측근으로 채웠고, 무함마드 왕세자는 에너지 장관과 국영 석유회사 회장에 이복형과 ‘심복’을 임명했다. 이를 두고 ‘가신 내각’ ‘이너서클 ...

  • [천자 칼럼] '달과 6펜스'

    [천자 칼럼] '달과 6펜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는 제목부터 끌린다. 그러나 소설 속에 달이나 6펜스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해설을 읽고 나서야 ‘달’이 아름다운 이상, ‘6펜스’가 세속적인 현실의 상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가 전작(前作) <인간의 굴레>에 관한 논평 중 ‘이 작품 주인공은 달을 동경하기에 바빠 발밑에 떨어진 6펜스도 보지 못한 사람’이라는 비유를 읽고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