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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 강동균 기자
    강동균 기자 편집국장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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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신문 금융부장입니다. 자산 운용과 투자에 도움이 되는 소식을 빠르고 정확하고 깊게 전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이슈프리즘] 염치없는 정치인들

    최근 무명에 가까운 한 축구선수의 ‘은퇴 선언’ 글이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가 됐다. 그간 선수생활을 하며 느낀 소회를 담담하게 담아냈는데 그 내용이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국내 프로축구 2부리그인 K리그2 천안시티FC에서 골키퍼로 뛴 임민혁(30)이 주인공이다.그는 인스타그램에 “프로, 아마 등 총 18년 동안 이어온 축구 선수의 삶을 폐막하려 한다”며 “열정 있고 성실한 후배들의 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자기 비하의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어 후련하다. ‘추한 선배는 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약속 하나는 지키고 그만두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그의 은퇴 선언에 많은 누리꾼이 “후배들에게 참 염치가 있는 선수”라며 앞길을 응원했다. 다음달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야 공천 과정에서 염치를 내팽개친 정치인이 쏟아지는 상황과 대비되면서 임 선수의 글에 더욱 공감이 갔다.염치(廉恥)는 ‘염조지치’(廉操知恥)의 약자다. 청렴할 염(廉)과 부끄러울 치(恥)를 합친 합성어로,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뜻한다. 염치는 정치인들이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이지만 여야에는 염치를 모르는 정치인이 넘쳐난다.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형을 받고서도 반성과 사과는커녕 비례대표를 겨냥한 당을 만들어 총선에 뛰어든 조국이 대표적이다. 그는 22대 국회에서 자신과 가족의 한을 풀기 위한 ‘한동훈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공언해 염치가 없는 것을 넘어 말문을 막히게 했다.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에 공천을 압박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염치없음에

    2024.03.21 17:43
  • [이슈프리즘] '정책 충돌'에 잡히지 않는 가계부채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3조4000억원 늘어났다. 작년 4월부터 10개월 연속 증가세다. 당초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지난해 12월보다 증가폭이 오히려 컸다. 주택담보대출이 전달에 비해 4조9000억원가량 늘어나며 역대 1월 중 두 번째로 많이 증가한 결과다.가계부채는 한국 경제를 위협할 대표적인 ‘회색 코뿔소’로 꼽힌다.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파급력이 크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8%다. 한 해 벌어들인 국민소득으로 가계 빚을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4개국 중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이 80%를 웃돌면 중장기뿐 아니라 단기 성장률도 떨어진다”고 분석했다.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계대출을 두고 정부는 ‘외환위기’까지 언급하며 우려를 나타냈지만 올 들어서도 가계부채는 정부의 관리 의지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부가 목표가 서로 다른 정책을 내놓은 게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금융당국은 올해 최우선 과제로 가계부채 관리를 정했다. 가계대출이 급증하면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올해 공급하는 주담대 정책상품(정책 모기지) 규모를 40조원으로 줄였다. 이는 지난해보다 약 30% 쪼그라든 수준이다. 하지만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정책 모기지 상품이 가뜩이나 위험 수준인 가계부채를 자극하고 있다.대표적인 게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말 출시한 ‘신생아 특례대출’이다. 첫날부터 신청자가 몰려 주택

    2024.02.20 18:00
  • [이슈프리즘] 금융질서 근간이 흔들린다

    신용은 금융거래의 근간이다. 신용에는 ‘반드시 갚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신용점수가 산정되고 대출 한도와 금리 등도 결정된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신용을 통한 모든 금융거래에 제약이 따른다.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금융거래의 기반을 흔드는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당정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취약계층의 대출 연체 기록을 없애주는 ‘신용사면’을 하기로 했다. 대상은 2021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2000만원 이하 연체자 중 5월까지 빚을 모두 갚는 사람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영업이 어려워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도가 떨어진 이들이 대출 등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다.금융권은 통상 100만원이 넘는 금액을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신용불량자로 분류한다. 신용정보원은 최장 1년간 연체 기록을 보존하고, 금융사와 신용평가사는 이를 공유해 최장 5년까지 활용한다. 이 때문에 빚을 갚았더라도 이 정보에 따라 추가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데 불이익을 당한다.신용사면으로 2000만원 이하 연체자 250만 명의 신용점수가 올라 대환 대출 등을 통해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15만 명은 신용점수 상승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25만 명은 은행권 신규 대출자 평균 신용점수를 넘어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모두 290만 명이 혜택을 받는 것이다.앞서 은행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비판과 더불어민주당의 ‘횡재세’ 법제화 압박 등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상생금융’ 방안을 내놨다. 187만 명을 대상으로 금리가 연 5%를 초과하

    2024.01.23 17:57
  • [이슈프리즘] 금융지주 직제까지 간섭하는 금감원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할 때 경영진 참호 구축 문제가 발생하거나 폐쇄적인 경영문화가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의 간담회에서 은행권 지배구조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같이 주문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내놨다. 모범관행은 이 원장의 의중을 문서로 정리한 ‘이복현표’ 모범답안이다. CEO 선임 및 경영 승계 절차, 이사회와 사외이사제도 운영과 관련한 30개의 세세한 원칙이 담겼다.가장 관심을 끈 것은 CEO 선임 및 승계 절차에 관한 내용이다. 핵심은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CEO를 뽑을 때 내부와 외부 후보자 간 차별을 없애라는 것이다. 이 원장은 특히 일부 금융지주가 CEO 후보 육성 수단으로 운영해온 부회장직을 문제 삼았다. 부회장직이 회장 승계 코스가 되면서 지배구조 ‘세습’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부회장직은 금융지주 핵심 사업부문의 협업체계를 강화해 경영 효율을 높이고, 회장에게 집중된 권한과 업무를 분산하기 위해 도입됐다. 후계자 양성과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한 검증 수단으로도 활용돼왔다. 경영 성과와 역량을 인정받은 계열사 CEO에게 지주 부회장직을 맡기고, 치열한 경쟁을 거쳐 차기 회장 후보를 정하는 방식이다. 주인 없는 금융지주에서 차기 리더 후보군을 발굴하고 검증하기 위한 내부의 시험대인 셈이다. 금융당국이 부회장직을 체계적인 경영 승계 프로그램의 모범사례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부회장직이 과거 특정 회장이 셀프 연임하는 형태보다 진일보한 제도인 것은 맞지만, 폐쇄적으로

    2023.12.25 17:21
  • [이슈프리즘] 상시화 필요한 '기촉법'

    부산의 중견 조선업체 대선조선은 지난달 12일 부랴부랴 주채권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나흘 뒤면 워크아웃제도의 법적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효력이 없어지기 때문이었다. 대선조선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처했지만, 수주 물량이 쌓여 있어 정상화가 가능한 상황이다.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 아스트도 지난 7월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채권단과 본격적인 정상화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 다른 기업들은 이들 업체처럼 워크아웃을 통해 신속하게 경영 정상화를 추진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국회의 태만과 사법부의 반대로 기촉법의 재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위기가 한국 경제를 덮치면서 최근 한계상황에 몰린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은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금융감독원의 신용위험 평가 결과 작년 부실징후기업으로 분류된 업체는 185개로 전년보다 25개 늘었다. 이런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워크아웃이다. 기촉법은 외환위기 여파로 기업들이 줄도산하자 2001년 한시법(유효기간이 정해진 법)으로 만들어졌다. 워크아웃은 기촉법을 근거로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하면 채무 조정과 신규 자금 지원 등을 통해 부실기업의 경영 정상화를 이끄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돼왔다. 기촉법은 네 차례에 걸친 법률 제·개정을 통해 연장되며 올해까지 유지돼왔다. 기촉법이 일몰되면서 벼랑 끝에 몰린 기업이 기댈 수

    2023.11.07 17:52
  • [이슈프리즘] 지배구조 모범 보여준 KB금융

    오는 11월 21일부터 3년간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를 이끌 차기 회장으로 양종희 KB금융 부회장이 내정됐다. 2008년 KB금융지주가 출범한 이후 내부 출신이 회장에 선임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양 내정자는 1989년 주택은행에 들어와 35년간 줄곧 KB금융에서 일했다. 두 달 동안의 KB금융 회장 선출 과정이 그동안 금융권에서 자주 벌어진 ‘관치·낙하산·정보 유출’ 논란 없이 마무리돼 눈길을 끌었다. 우선 후보 선정 때부터 관료 출신과 정치권을 등에 업은 인사는 철저하게 배제했다. 최종 후보 3명 중 양 내정자와 허인 부회장은 내부 인사다. 허 부회장은 1998년 국민은행과 합병한 장기신용은행 출신이다. 유일한 외부 인사인 김병호 베트남 호찌민시개발(HD)은행 회장은 하나금융에만 30년 넘게 몸담았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후보 선정 방식과 평가 기준 등 회장 선임 과정 전반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윤종규 회장도 일찌감치 4연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회추위가 ‘외풍’ 없이 독립적으로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번 KB금융 회장 인선을 놓고 금융권에선 뚜렷한 주인이 없는 국내 금융지주에서도 투명한 경영 승계가 이뤄질 기틀이 마련됐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금융당국도 “외적인 면에서 과거보다 훨씬 진일보한 경영 승계 사례로 볼 수 있다”고 했다. KB금융의 회장 선임 절차가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이례적으로 조용하게 끝난 데에는 윤 회장과 KB금융 이사회가 공들여 구축한 지배구조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 취임 직후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사외이사와 회장 후보 선정 과정의 독립

    2023.09.20 17:52
  • [이슈프리즘] 또 은행 탓인가

    시중은행에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등장한 것은 지난 7월 5일이다.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뒤이어 하나·국민·신한·우리은행이 일제히 판매에 들어갔다. 은행들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내놓은 것은 늘어나는 가계대출 수요에 대응하고, 금리 상승기에 취약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코드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50년 동안 빚을 갚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란 예상과 달리 50년 주담대는 큰 인기를 끌었다. 출시 한 달 만에 5대 은행의 취급액이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8월 들어선 2조원 넘게 불어났다. 수요가 몰린 이유는 당장 부담이 작아서다. 만기가 늘어나면 소비자가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줄어든다. 그만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낮아져 대출 한도도 높아진다. 다른 대출이 없는 연봉 5000만원 직장인이 연 4.45% 금리로 주담대를 받으려 할 때 30년 만기는 3억3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지만 만기를 50년으로 하면 4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출시 두 달 만에 이 상품은 사라지거나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이 크게 축소될 처지에 놓였다.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빚 급증 요인으로 50년 주담대를 정조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 상품이 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것으로 보고 다음달까지 강도 높은 현장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각 은행에 검사 인력을 보내 대출 심사의 적정성과 영업전략, 관리체계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또 은행이 대출 한도를 산정할 때 ‘40년 만기’를 적용하도록 해 실제 대출액이 줄어들도록 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당국의 압박에 농협·경남은행은 50년 주담대 판매를 중단했다. 다른 은행들은 판매 중단까지는

    2023.09.05 18:00
  • [이슈프리즘] 한국 경제의 '회색 코뿔소'

    회색 코뿔소.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파급력이 크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말한다. 위기관리 전문가로 불리는 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소장이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소개한 개념이다. 한국 경제가 회색 코뿔소와 조만간 맞닥뜨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회색 코뿔소로는 가계 빚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은행이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79조2208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원 가까이 불었다.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은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이 1조5000억원가량 늘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작년 1월부터 계속 줄어들다가 올해 5월부터 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5월엔 1431억원, 6월엔 6332억원 늘었다. 금융권 전체로는 4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다. 한국의 가계대출은 국내총생산(GDP) 수준도 넘어섰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한국의 올 1분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조사 대상 34개국 중 유일하게 100%를 넘었다. 한 해 벌어들인 국민소득으로 가계 빚을 갚지 못하는 유일한 국가라는 뜻이다. 한은이 최근 주요 43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작년 말 기준 105.0%로, 스위스(128.3%)와 호주(111.8%)에 이어 3위였다.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정부의 금리 억누르기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올해 들어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금융당국이 은행의 ‘이자 장사’를 질타하자 은행들은 금리 낮추기 경쟁을 벌였고, 이에 따라 가계대출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주담대 최저금리가 연 3%대로 떨어진 5월부터 가계대출이

    2023.08.03 17:51
  • [이슈프리즘] 더 이상의 '관치 금융' 안 된다

    청년도약계좌. 최근 금융권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과 함께 논란을 부르고 있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청년의 중장기적 자산 형성을 지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이 상품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포함돼 출시됐다. 지난달 15일 나온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아 신청자가 8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다. 연간 개인 소득이 7500만원 이하면서 가구 소득 중위 180% 이하인 만 19~34세 청년이면 이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매달 최대 70만원을 내면 정부가 적금액과 소득 수준에 따라 매월 2만1000~2만4000원을 보태준다. 예·적금 이자에 붙는 연 15.4%의 세금도 매기지 않는다. 금리는 기본금리에 소득별 우대금리, 은행별 우대금리를 더해 최고 연 6%다. 상품을 내놓은 11개 은행 모두 같다. 하지만 상품이 공식 출시되기도 전에 관치 논란에 휩싸였다. 이 상품의 취지는 가입한 청년들이 5년 뒤 최대 50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이자가 최소 연 6%를 넘어야 한다. 최근 금융권 예·적금의 두 배 수준이다. 은행 대출금리(연 4%대)보다 높다. 은행으로선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품이다. 당초 기업은행을 제외한 10개 은행은 모두 기본금리를 연 3.5%로 제시했다. 적용받기 어려운 우대금리 등 여러 조건을 내걸어 억지로 최고 금리를 연 6%에 맞췄다. 은행들은 금리를 낮게 정하자니 금융당국과 여론에 눈치가 보이고, 높게 정하면 ‘쏠림’ 현상으로 역마진이 심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공식 출시를 앞두고 기본금리 비중이 작은 데다 우대금리를 달성하기 위한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자 장사’로 떼돈을 번 은행들이 우리 사회

    2023.07.06 18:29
  • [이슈프리즘] 소액생계비대출 흥행의 이면

    요즘 금융권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금융상품은 ‘소액생계비대출’이다. 이 대출을 취급하는 전국 46곳의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엔 연일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일거리가 없어 고시텔에서 쫓겨날 처지에 몰린 일용직부터 병원비가 없는 홀몸노인까지 절박한 형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27일 출시된 이후 두 달 동안 4만3549건의 신청이 접수돼 268억원의 대출이 이뤄졌다. 소액생계비대출은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에게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신용평점 하위 20%, 연소득 3500만원 이하 성인이면 50만원까지는 한 번에 대출받을 수 있다. 이자를 갚으면 6개월 후 50만원을 추가로 빌릴 수 있다. 주거비나 병원비 등에 사용할 경우 첫 대출도 100만원까지 가능하다. 대출 만기는 기본 1년이다. 이자를 성실하게 갚으면 최장 5년 이내에서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대출금리는 최초 연 15.9%로 높은 편이지만 대출자가 서민금융진흥원의 금융교육을 이수하고 이자를 잘 납부하면 최저 연 9.4%까지 낮아진다.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로 대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신용등급이 최저 수준인 데다 일자리도 불안정해 대출을 갚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일각에선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출의 연체율은 8.8%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액생계비대출에 대한 금융권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전문가들은 “높은 금리에도 신청이 이처럼 많은 것은 그만큼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취약계층이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중장기적

    2023.06.13 18:08
  • [이슈프리즘] 선제 대응 필요한 코로나 청구서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의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를 결정했다. 대출 만기는 최대 3년 늦춰주고 원리금 상환은 최대 1년 미뤄줬다. 금융위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인 2020년 4월 만기 연장·상환 유예 제도를 시행한 이후 6개월 단위로 운영해왔는데, 이를 다섯 번째 연장한 것이다. 모든 금융권은 지금까지 362조4000억원의 대출에 만기 연장·상환 유예를 지원했다. 이들 조치를 통해 틀어막았던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빚 폭탄이 올해 들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시중은행부터 저축은행, 카드사까지 모든 금융회사의 연체율이 상승하는 추세다. 코로나 확산에도 국내 은행의 연체율은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해왔지만, 지난 1월 말 전달 대비 0.06%포인트 올라 상승세로 돌아선 데 이어 2월 말엔 0.36%로 1월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20년 8월(0.38%) 이후 가장 높은 연체율이다. 그중에서도 담보가 없어 은행이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가계 신용대출 연체율이 0.64%에 달했다. 작년 동기 대비 0.27%포인트 급등했고 코로나 확산 이전인 2020년 2월 말 연체율(0.43%)도 웃돌았다. 기업대출 연체율(0.39%) 역시 1월 말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기업의 연체율(0.47%)이 전월 대비 0.08%포인트 뛰었다. 연체율 자체로만 보면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실제 부실 규모는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코로나 이후 지속된 정부의 금융 지원 조치에 따른 ‘착시 효과’로 상당수 부실이 가려져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고객이 많은 2금융권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올 1분기 전국 79개 저축은행

    2023.05.09 17:36
  • [이슈프리즘] 뒷맛 개운찮은 은행 '상생 금융'

    지난 2월 23일 하나은행부터 시작됐다. 이어 부산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을 거쳐 지난 4일 대구은행에서 마무리됐다. 최근 한 달여간 금융권의 이목은 이런 순서로 이뤄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시중은행 현장 방문에 쏠렸다.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 장사’와 ‘성과급 잔치’ 비판의 선봉에 선 이 원장이 이들 은행을 찾을 때마다 해당 은행은 기다렸다는 듯이 ‘상생 금융 방안’이란 이름의 대규모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이 원장의 은행 방문이 이어질수록 은행들의 상생 금융 적용 범위와 내용은 더 넓어지고 다양해졌다. 취약계층에서 출발하더니 고령층, 소상공인, 중소기업으로 지원 대상이 늘어났다. 직접적인 금융 지원도 타행 이체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면제에서 시작해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 금리를 일괄적으로 내리겠다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상생 금융을 누가 더 많이 하는지를 놓고 은행들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까지 연출됐다.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이 올해 약속한 대출금리 인하 액수는 7600억원가량이다. 우리은행이 2050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 1903억원, 하나은행 1857억원, 국민은행 1820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까지 합하면 6개 은행이 깎아주는 대출금리만 8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금리가 내려가는 와중에 은행들의 상생 금융안까지 더해져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는 1년 만에 연 3%대로 떨어졌다. 변동형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 하단도 연 4%대로 내려왔다.지난해 은행들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두면서 올해 들어 은행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

    2023.04.09 18:07
  • [데스크 칼럼] 용두사미 우려되는 은행 과점 깨기

    ‘평화은행 동남은행 동화은행’. 1980년대 설립돼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사라진 은행들이다. 은행 간 경쟁 촉진을 목표로 세워졌지만 자산과 규모가 작은 탓에 경쟁력이 떨어졌고 그 결과 부실이 늘어나 다른 은행에 합병됐다. 이들 은행의 이름이 최근 금융시장에서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정부가 5대 은행 과점 체제를 깨겠다며 ‘챌린저 뱅크’(소규모 특화은행)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챌린저 뱅크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중소기업 대출, 환전, 송금 등 특화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은행을 말한다. 평화은행은 근로자, 동남은행은 지방 중소기업, 동화은행은 이북5도민을 집중 공략하기 위해 설립된 특화은행이었다. 가능한 모든 카드 꺼내들어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이자 장사’를 강하게 비판한 이후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업권별 협회 및 금융권과 실무작업반을 구성해 두 차례 회의를 열었다. 앞으로 몇 차례 회의를 더 한 뒤 오는 6월 말까지 최종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지금까지 회의에선 신규 은행 추가 인가, 증권사 등 비은행권의 업무 범위 확대 등이 집중 논의됐다. 신규 은행 추가 인가와 관련해선 특화은행 도입, 인터넷전문은행·지방은행·시중은행 추가 인가,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이 검토됐다. 은행과 비은행 간 경쟁 촉진을 위해선 카드사의 종합 지급 결제 허용, 증권사의 법인 대상 지급 결제 허용, 보험사의 지급 결제 겸영 허용, 비은행의 정책자금 대출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또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털사 등 53개 금융회사의 신용대출 금리와 한도 등을

    2023.03.12 17:51
  • [데스크 칼럼]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에 대한 훈수

    교보생명 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신창재 회장에겐 늘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의사 출신 금융회사 CEO가 그것이다. 국내 생명보험사 대표 중 유일하게 책임경영을 하는 오너이기도 하다.신 회장은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다 부친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가 암으로 진단받고 쓰러지자 1996년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1999년부터 대표를 맡아 외환위기로 파산할 처지에 몰린 교보생명을 매년 수천억원의 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바꿔놨다. 그동안 수많은 금융회사가 사라졌지만, 교보생명은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며 국내 대표 보험사로 자리 잡았다. 보험업의 특성인 장기적 관점에서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세밀한 리스크 관리와 보험업의 본질인 고객 보장을 선도하는 정도경영을 해온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재무적투자자와 분쟁 장기화교보생명과 신 회장은 지난 몇 년간 골머리를 앓았다.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컨소시엄과의 풋옵션 분쟁이 장기화하고 있어서다.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총 1조2000억원)에 사들인 어피니티는 2018년 말 주당 41만원에 신 회장에게 되팔겠다고 했다. 주주 간 계약에 따른 것이지만 신 회장은 행사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고, 어피니티는 계약을 이행하라며 국제중재 소송을 제기했다. 중재 소송에선 ‘신 회장이 41만원에 되사줄 의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어피니티는 2차 중재를 걸었다.신 회장의 재산은 교보생명 지분(34%)이 대부분이다. 상속세로 교보생명 지분(1800억원어치)을 현물로 납부했다. 풋옵션에 응할 자금이 없는 걸 뻔히 알면서도 어피니티가 2조원에 되사가라고 하는 것은 경영권을 내놓

    2023.01.15 17:45
  • [데스크 칼럼] 위믹스 사태가 알려준 진짜 大馬

    암호화폐 ‘위믹스(WEMIX)’에 대한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닥사)의 거래 지원 종료(상장폐지) 결정에 따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위믹스 발행사 위메이드는 거래소들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오는 7일까지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위믹스 투자자들도 닥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설 움직임이다. 법적 공방으로 번진 위믹스 상폐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거래소의 자율규제기구인 닥사는 지난 10월 27일 위믹스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위믹스가 유통량 계획보다 약 30% 이상 초과 유통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위메이드는 공시를 통해 10월 말 2억4600만 개의 위믹스가 유통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코인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공개된 위믹스의 유통량은 10월 27일 기준 3억2000만 개로 나타났다. 이를 주식시장에 대입하면 상장사가 공시한 발행 주식 수와 실제 유통 주식 수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며,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게 닥사의 입장이다.닥사는 이로 인해 기존 투자자 및 신규 투자자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고, 위믹스의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크다고 봤다. 하지만 위메이드는 유통량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벌어진 문제라며 모두 바로잡았다고 해명했다.애초 많은 코인 투자자는 코스닥 상장사인 위메이드가 발행한 위믹스가 상폐까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위메이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 위믹스를 갖고 있는 홀더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있기 때문에 쉽사리 상폐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었다. 다시 말해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것이다.위믹스 상폐는 거래소 입장에

    2022.12.04 17:35
  • [데스크 칼럼] 현실화하는 '빅블러' 리스크

    ‘빅블러(big blur)’. 최근 금융업계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디지털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산업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을 뜻한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는 결제 송금뿐 아니라 예금 대출 보험 등 금융 서비스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정부도 금산분리를 완화해 은행 등 금융회사의 정보기술(IT) 산업 진출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금융 분야에서 빅블러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빅테크 금융 문턱 낮췄지만빅테크의 금융 서비스 진출은 국내 금융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빅테크는 기존 서비스를 바탕으로 쌓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정된 금융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통 금융회사에서 독점적으로 이뤄져 온 금융 서비스의 문턱을 대폭 낮추고 사용자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간편 송금 서비스를 처음으로 선보인 토스와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시스템을 활용해 국내 첫 온라인 사업자 전용 신용 대출 상품을 출시한 네이버파이낸셜, 공인인증서를 없애고 간편 소액 대출상품을 내놓은 카카오뱅크에 많은 금융 소비자가 환호했다.은행 보험사 카드회사 등 전통 금융회사도 빅테크의 공습에 맞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왔다. KB·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 등 금융지주는 모든 계열사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 담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삼성 계열 금융사는 삼성금융네트웍스라는 공동 브랜드를 출범하고 네 개사의 서비스를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앱을 출시하기도 했다. 카드사들도 빅테크의 간편

    2022.10.26 17:32
  • [데스크 칼럼] 선의를 내세운 '정치금융'의 함정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금리 상승세에 편승한 불법 사금융 피해 우려가 크다”며 이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는 불법 사금융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저신용자 지원 및 피해자 보호에 총력을 쏟기로 했다.윤 대통령이 갑작스레 불법 사금융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건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까지 내려간 이후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는 ‘풍선효과’가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불법 사채에 내몰리는 서민들올 들어 시장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대출 시장의 가장 ‘약한 고리’로 꼽히는 저신용·저소득층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문재인 정부가 대출 약자를 보호하겠다며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연 20%로 낮춘 이후 이들은 불법 사채 시장으로 밀려나고 있다. 제도권 대출 시장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대부업체들이 연체를 걱정해 이들에 대한 대출을 기피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금리에 근접한 수준의 금리로 대출받던 취약계층이 대출 시장에서 배제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최고금리 인하가 오히려 대출 문턱을 높였다”고 지적했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대부업 이용자는 112만 명으로,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낮아진 이후 11만 명 줄었다. 금감원은 이들 중 상당수가 불법 사채 시장으로 내몰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금감원이 접수한 불법 사금융 상담·신고는 9238건으로 전년보다 26% 늘었다.법정 최고금리는 금융회사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 대

    2022.09.04 17:29
  • [데스크 칼럼] 씁쓸한 은행 대출금리 인하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입을 맞춘 듯 “은행의 ‘이자 장사’가 지나치다”고 경고한 이후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신한은행이 가장 먼저 총대를 멨다. 6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연 5%를 넘는 고객에 대해 앞으로 1년간 금리를 연 5%로 동결하겠다고 했다. 이를 초과하는 이자는 신한은행이 떠안기로 했다.우리·하나·농협은행도 곧바로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우리은행은 주담대 최고금리를 연 7%대에서 연 5%대로 1%포인트 넘게 낮췄다. 하나은행은 연 7% 이상 금리로 대출받은 개인사업자의 금리를 최대 1%포인트 깎아주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금리 상한 주담대의 가산금리를 최대 0.2%포인트 내렸다. 5대 은행 중 아직까지 동참하지 않은 국민은행은 앞선 네 은행을 뛰어넘는 규모의 대출금리 인하를 준비 중이며 조만간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 상승기에 대출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항변해온 은행들이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압박에 ‘백기’를 든 모양새다. 강도 높은 압박에 백기 든 은행하지만 정작 금융 소비자들은 은행들의 금리 인하 행렬을 썩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출받은 대부분 사람에겐 혜택이 거의 없어서다. 은행에서 주담대를 이용하고 있는 이들 중 연 5% 이자를 무는 고객은 많지 않다. 주담대 금리 상단을 적용받는 차주도 드물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발표만 요란할 뿐 ‘생색내기’란 지적이 나온다. 금리를 내린 은행들은 몇 명의 고객이 적용 대상이고 이들이 받는 금리 감면 혜택은 얼마인지, 은행이 지는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등

    2022.07.10 17:05
  • [데스크 칼럼] 신뢰 뿌리째 흔들리는 은행

    ‘내부통제.’ 최근 은행권에서 가장 자주 거론되는 말이다.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직원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660억원가량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이 직원은 세 차례에 걸쳐 내부 문서를 위조해 상관의 승인을 받은 뒤 돈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은행 측은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지난달에서야 뒤늦게 이를 인지하고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최근 신한은행 부산 영업점에서도 한 직원이 시재금 2억원가량을 가로챈 사건이 발생했다. 시재금은 은행에서 고객이 예금을 찾으러 올 경우를 대비해 지점에 준비해놓은 현금이다. 지점은 영업이 끝나면 하루 동안 들어오고 나간 돈을 따져 100원 단위까지 꼼꼼하게 맞춰봐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위험 수위 달한 모럴해저드두 사건은 모두 기본을 지키지 않아 벌어졌다. 은행에선 잊을 만하면 대규모 횡령 사건이 터져 나왔다. 2005년 조흥은행에선 자금 결제 담당 직원이 412억원을 빼돌렸고 2013년엔 국민은행 직원이 채권을 시장에 내다 파는 수법으로 약 90억원을 횡령했다. 2017년엔 하나은행 직원이 13억원을 횡령했다가 적발됐다.2016년부터 작년까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횡령·유용 사건은 86건에 달했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이 각각 22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16건, 우리은행 15건, 국민은행 11건이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에서 터진 횡령·배임·사기 등 금융사고 총액은 116억3000만원에 이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은행권에선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가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사고

    2022.05.29 17:37
  • [데스크 칼럼] 우려 커지는 새 정부 금융정책

    “기대가 컸는데 갈수록 걱정이 많아집니다.”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가 털어놓은 말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다른 금융사 CEO들도 비슷하게 느낀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간담회를 하고 차기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가계부채 문제와 글로벌 금융시장 리스크,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 방안 등이 다뤄졌다. 윤석열 당선인은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가장 중요한 금융 공약으로 내세웠다. 가계대출 규제 완화와 예대금리차 축소, 예대금리 공시제도 등이 핵심이다. 규제 완화 기대감 높지만금융업계가 새 정부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건 대출 규제 완화다. 지역에 관계없이 담보인정비율(LTV)이 70%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지역별로 40~60% 차등 적용된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를 대상으로 LTV를 최대 80%까지 적용하는 방안도 구체화될 전망이다.금융당국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도 차츰 풀릴 것으로 관측된다. 신용대출을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조치와 은행별 가계대출 증가율을 금융당국에서 관리하는 강력한 대출 규제도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다.하지만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 속에 급증한 가계부채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계빚이 18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섣불리 규제를 완화하면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수위가 당분간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손대지 않기로 한 것은 이런 사정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예대금리차 공시제’와 대출금리 원가 공개를 놓고선 벌

    2022.04.06 17:03
  • [데스크 칼럼] 부메랑 될 中의 '제로 코로나'

    베트남과 인접한 중국 남부의 광시좡족자치구 바이써(百色). 인구 380만 명의 이 도시는 한 달가량 봉쇄돼 있다. 지난 5일 9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된 이후부터다. 최근 중국에서 봉쇄된 도시는 바이써가 세 번째다. 지난해 12월 북서부의 인구 1300만 명인 산시성 시안이 33일간 록다운됐고, 올해 1월에는 인구 500만 명의 허난성 안양이 봉쇄 조치됐다. 이들 도시가 봉쇄된 이유는 모두 같다. 코로나19 환자가 나왔다는 것이다.중국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년 전부터 ‘제로(0)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처음 발견된 허베이성 우한을 시작으로 집단 감염자가 발생한 도시는 예외 없이 봉쇄하고 있다. 강도 높은 방역 조치 지속해당 도시에 있는 아파트는 환자가 나온 즉시 단지 전체가 봉쇄된다. 거주민뿐만이 아니다. 봉쇄 결정이 내려졌을 때 단지 내에 있던 경비원 등은 물론 물건을 배송하기 위해 잠시 들어와 있던 택배원도 길게는 3주간 나갈 수 없다. 입주민 모두 코로나19 핵산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지난달 수도 베이징에서 해외발 우편물 접촉으로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는 해외에서 택배를 받아도, 감기 증상으로 약을 사도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한다.이런 강력한 방역 조치로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와중에도 중국에선 하루 확진자가 100명 안팎에 그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22일 기준 중국 본토에선 90명의 감염자가 보고됐다.대만도 사실상 제로 코로나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확진자가 급증하자 외국인의 입국과 환승을 전면 금지했다. 유흥시설은 문을 닫도록 했고 요식업소에

    2022.02.23 17:14
  • [데스크 칼럼] 노골화하는 홍콩의 중국화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직전 홍콩대 교정에 세워진 조각상 ‘치욕의 기둥’이 지난달 23일 철거됐다. 이 조각상은 1989년 6·4 톈안먼 민주화 운동 유혈 진압에 따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설치됐다. 지난 24년 동안 중국 공산당이 홍콩 시민에게 약속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상징하는 기념비이기도 했다. 대학 측은 성명을 통해 “조각상을 교내에 두면 법적 위험이 있다는 법률 자문 결과에 따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새해 첫날인 지난 1일 홍콩이공대에선 학생과 교직원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게양식이 열렸다. 홍콩이공대는 2년 전 홍콩을 휩쓴 대규모 반정부 시위 때 선봉에 섰던 곳이다. 작년 9월 개정된 국기법에 따라 올해부터 홍콩의 모든 학교에선 매주 국기 게양식을 하고 학생들은 중국 역사를 배워야 한다. 6개월 새 4개 매체 폐간새해 첫 업무 시작일인 3일 홍콩에선 극과 극의 풍경이 펼쳐졌다. 홍콩 당국의 언론 탄압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이날 반중(反中) 온라인매체 전구일보가 폐간을 발표했다. 창업자 겸 전 홍콩입법회 의원인 레이먼드 웡은 “더 이상 홍콩에 남아 있는 직원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없다”며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관련 콘텐츠도 삭제한다”고 밝혔다. 1996년 설립된 전구일보는 2019년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등을 생중계하며 이름을 알렸다.당국의 탄압을 피해 대만에 거주 중인 웡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29일 폐간한 유명 온라인매체 리창뉴스의 선택이 자신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리창뉴스 역시 당국이 전·현직 수뇌부를 체

    2022.01.09 17:17
  • [데스크 칼럼] 세계를 강타한 친환경의 역설

    영국 7위 에너지 공급업체 벌브가 지난 23일 파산했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해 전력 생산 비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이후 영국에서 같은 이유로 파산한 업체는 21곳에 달한다. 170만 가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벌브는 이들 업체 중 규모가 가장 크다.영국 정부는 공적 자금을 쏟아부어 벌브를 일시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현재 영국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연초 대비 네 배 이상 뛰었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천연가스 위기로 인한 비용이 26억달러(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청구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세계 곳곳에서 에너지 대란영국뿐만 아니라 최근 세계 곳곳에선 에너지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배나 올랐다. 이 여파로 영국에선 가스·전력 소매업자들이 줄도산했고, 비료 등 에너지 소비가 많은 공장의 조업이 중단됐다. 프랑스에선 가정용 전기료가 급등해 정부가 수백만 가구에 100유로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에서도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공장이 멈춰서는 사태가 빚어졌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의식해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여파다. 중앙정부가 탄소배출 저감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지방정부들이 페널티를 피하려고 에너지 소비 규제를 강화한 데다 호주와의 갈등으로 발전용 석탄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력난이 중국 전역을 강타했다.이달 들어 미국에선 석탄 가격이 12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세계 각국의 신재생에너지 전환 정책 등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뛰면서 석탄값도

    2021.11.28 17:22
  • [데스크 칼럼] 억만장자 '우주전쟁'과 누리호

    1960년대 미국 인기 드라마 ‘스타트렉’에서 제임스 커크 선장을 연기했던 90세 노배우 윌리엄 섀트너가 우주여행의 꿈을 이뤘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이끄는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이 지난 13일 미국 텍사스주 밴혼 발사장에서 섀트너를 태운 ‘뉴 셰퍼드’ 로켓 우주선을 발사했다. 섀트너는 “믿을 수 없고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심오한 경험이었다”며 감격에 벅차 눈물을 글썽였다.블루오리진은 앞서 지난 7월 20일 베이조스 등 민간인 4명을 태운 우주선을 쏘아올렸다. 지구와 우주의 경계로 불리는 고도 100㎞ ‘카르만 라인’을 넘어 약 3분간 중력이 거의 없는 상태를 체험하고 지구로 복귀하는 여정이었다. 우주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블루오리진은 우주관광 사업을 두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세운 스페이스X,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갤럭틱과 치열한 ‘3파전’을 벌이고 있다.블루오리진보다 9일 앞서 버진갤럭틱이 우주관광 시범 비행에 성공했다. 브랜슨은 5명의 탑승객과 함께 우주선 ‘VSS 유니티’를 타고 고도 88㎞까지 올라가 4분간 무중력 경험을 한 뒤 돌아왔다. 스페이스X는 지난달 15일 우주선 ‘크루드래건’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인류 최초로 모두 민간인으로 이뤄진 첫 우주여행이었다. 경쟁하는 두 업체보다 2개월 늦었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멀리(약 575㎞) 쏘아올린 기록을 세웠다. 우주에 체류하는 시간도 사흘이나 돼 진정한 의미의 우주여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우주관광을 둘러싼 억만장자들의 경쟁을 놓고 일각에선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변화로 많은 사람이 신음하는데 갑부들은 한가하

    2021.10.17 16:42
  • [데스크 칼럼] 중국의 최대 리스크는 '시진핑'

    ‘BAT.’ 중국 최대 포털기업 바이두와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를 부르는 말이다. 이들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와 중국인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각각 같은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장악한 미국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의 공략에 대응해 중국 내수시장을 지켜내고, 세계에 중국 기업의 실력을 알린 기업이라며 칭찬해왔다. 향후 글로벌 기술 패권을 둘러싼 경쟁에서 미국의 공세에 맞서 중국을 대표해 선봉에 설 기업으로 평가해왔다. 코너에 몰린 中 기술기업그랬던 이들 기업이 창사 이후 최대의 시련을 겪고 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반독점과 국가 안보를 내세워 작년 하반기부터 이들 기업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로 강도 높은 규제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중국 당국의 압박은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이 금융당국의 심기를 정면으로 건드리면서 시작됐다. 작년 10월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마윈은 “당국이 ‘위험 방지’를 앞세워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정책을 펴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같은 해 11월 당국은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인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증시 동시 상장을 전격 중단시켰다.이후 바이두와 텐센트, 차량 호출업체 디디추싱, 음식 배달기업 메이퇀 등 관련 업계 1위 빅테크가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고 일부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줄줄이 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빅테크 ‘군기 잡기’는 최근 사교육과 게임업체로도 확산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반독점, 데이터 안보, 사회 불평등과 관련해 실시한 기업 단속이 작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50건이 넘는다. 1주일에 한 번꼴로 단속한 셈이다.당

    2021.08.22 17:45
  • "美 40년 이어진 저물가 시대 끝났다"

    지난해 3월 발생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수십 년간 이어져온 미국 내 ‘저(低)인플레이션’이 막을 내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노동부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오르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최근의 물가 급등세는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상당 기간 지속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20년 동안 누적 인플레 18% 그쳐세계은행에 따르면 미 경제는 1980년대 초반부터 40년 가까이 3%(전년 대비) 안팎의 낮은 인플레이션을 보여왔다. 저물가 배경으로는 세계화와 근로 인구 증가, 전자상거래 활성화 등이 꼽힌다. 미국의 무역 총액은 1970년만 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11%에 불과했지만 2011년 31%로 급증했다. 무역 장벽이 속속 허물어지면서 미국 내 소비자가 해외에서 들여온 저렴한 상품을 쓸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1980년대 이후 중국이 글로벌 시장 경제로 편입되면서 값싼 노동력이 크게 늘어난 것도 물가를 낮추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 및 식품을 제외한 미 근원 인플레이션이 1990년 이후 20년 동안 18% 오르는 데 그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반면 상품이 아닌 서비스 물가는 같은 기간 147% 급등했다. 미국에서 각종 서비스까지 수입하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블러리나 우루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오랫동안 무역 상대국에서 디플레이션을 수입해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전자상거래 발달도 가격 인하 경쟁을 유도한 일등공신으로 지목된다. 이른바 ‘아마존 효과’다. 2017년 투자은행 골드만삭

    2021.07.13 17:33
  • [데스크 칼럼] 곳곳에서 거세지는 '테크래시'

    지난 1일 화상으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 회의에서 세계 130개국이 글로벌 디지털세 도입 방안에 합의했다. 2019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들이 일본 후쿠오카에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해 새로운 과세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선언문을 발표한 지 2년 만이다.디지털세는 빅테크들이 매출이 발생하는 곳에서 세금을 내도록 하는 조세체계다. 부과 대상은 연결 매출 200억유로(약 27조원) 및 이익률 10% 이상의 글로벌 기업으로 정해졌다. 세계 100여 개 기업이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빅테크를 겨냥한 각국 정부의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DC 검찰은 지난달 아마존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냈다. 페이스북은 작년 12월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구글은 지난해 10월 법무부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각국 정부 빅테크 압박 강화한발 더 나아가 미국 하원은 지난달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기 위한 ‘반독점 규제법안’ 심의에 들어갔다. 법안이 통과되면 아마존은 아마존닷컴에서 자사 상품을 팔지 못할 뿐 아니라 자사 제품을 우선적으로 노출할 수 없게 된다. 애플도 폐쇄적으로 운영해온 앱스토어 정책을 바꿔야 하는 등 그 파급력은 매우 클 전망이다.빅테크에 칼을 꺼내든 곳은 미국만이 아니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지난달 페이스북의 반독점 위반 혐의에 대한 공식 조사를 시작했다. 프랑스 경쟁당국은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로 구글에 2억2000만유로의 벌금을 매겼다. EU 집행위원회는 공정거래 규정을 어길 경우 매출의 최대 10%를 벌금으로 내거나 강제로 기업을 분할할 수 있

    2021.07.07 17:39
  • [데스크 칼럼] 中 '늑대전사'의 귀환

    지난 1일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에 올라온 글과 사진에 전 세계가 분노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의 공식 사이트인 중국장안망이 ‘중국점화 vs 인도점화’란 제목으로 게재한 것이다. 중국이 우주 로켓을 발사하는 장면과 인도가 화장장에서 시신을 불태우는 사진을 나란히 붙였다. 최근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40만 명을 넘는 인도에서 시신을 처리하느라 화장장이 과부하에 걸린 상황을 노골적으로 조롱한 것이다. 이 글...

    2021.05.26 18:19
  • [데스크 칼럼] 국제사회 편가르는 美·中

    “중국이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vs “미국은 손님을 이렇게 대접하나.”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2+2’ 회담장.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첫 대면 만남에서 미·중이 정면 충돌했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측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과...

    2021.04.14 17:47
  • [데스크 칼럼] 세계의 '회색 코뿔소' 된 중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3주 만인 지난달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통화를 했다. 이례적으로 2시간 동안 진행된 통화의 대부분은 양국 간 핵심 이익을 둘러싼 팽팽한 ‘기싸움’으로 채워졌다. 두 정상은 홍콩과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대만 문제를 놓고 날선 표현을 주고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강압적이고 불공정한 경제적 관행과 홍콩 탄압, 신장에서의 인권 침해, 대만을 포함한 지역 내에서의 독선적인 행동...

    2021.03.0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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