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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 정영효 기자
    정영효 기자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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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신문 정영효 도쿄 특파원입니다.

  • "최악 간부공무원 뽑는다는데"…'스벅차관' 실험에 깜짝 반응 [관가 포커스]

    '스벅 차관'.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에게 강경성 제1차관에 대해 물으면 반드시 등장하는 얘깃거리다. 며칠 동안 날밤을 새는 대형 프로젝트를 마치면 "수고 많았다"며 참가자 전원에게 커피 프랜차이즈의 상품권을 선물한다는 것이다.강 차관에게 상품권을 받아봤다는 국실장급 고위 간부가 적지 않을 정도로 '살포'는 지위고하를 막론한다. 상품권 액수가 직위에 반비례한다는 차이만 있다.18일은 강 차관이 공직에 입문한 지 30년이 되는 날이다. 강 차관은 산업부 최고참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차관급인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교수 출신이고, 최남호 제2차관은 1년 후배다.지난해 5월 제2차관에 임명될 때부터 공고 출신으로 직장생활을 하다가 공직에 입문한 이력이 화제가 됐다. 기술고시 출신으로서는 처음 문과 출신들이 전담하던 총무과장(현 운영지원과)을 맡는 등 일찍부터 소통 능력을 인정받았다.2019년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 규제 당시 대응책을 마련하는 담당 국장(소재부품국장·현 산업공급망정책관)으로서 치과 치료 시기를 놓쳐 이빨이 빠진 일화도 있다.공직 30주년인 올해부터 강 차관은 산업부의 인사와 재무를 아우르는 제1차관으로서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 지난달 초 내부에 공지한 조직문화 혁신방안이 그것이다.산업부 혁신 태스크포스(TF)가 업무와 인사 전반을 보다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직원들의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마련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무와 인사에 직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체계적인 통로가 없다는 반성에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매년 상·하반기 직

    2024.04.18 07:32
  • 다가오는 '해운업 위기'…정부 "해운사 몸집 두 배 키워 넘겠다"

    정부가 우리나라 컨테이너 선사들의 몸집을 6년 내 두 배 가까이 키우기로 했다. 국제 해운업황의 부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반면 해운산업의 미래가 극히 불투명한데 호황 때 번 돈을 몸집 불리기에 써 버리는게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해양수산부는 우리나라 해운사들이 해운업황 부진을 극복하고, 친환경 해운사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해운산업 경영안정 및 활력 제고 방안'을 15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했다.현재 12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인 우리나라 컨테이너 해운사들의 선복량을 2030년까지 200만TEU로 늘리는게 핵심이다. 9300만t인 우리나라 해운사들의 해상수송력은 1억4000만t까지 늘릴 계획이다.이를 위해 2022년 11월 발표한 3조원 규모의 경영안전판에 3조5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위기에 취약한 중소형 해운사 지원 규모를 25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늘리는 방안도 포함됐다.현재 18척인 우리나라 해운사들의 친환경선박(5000t 이상)은 2030년 118척으로 늘린다. 이를 위해 해운사들이 친환경 선박을 발주하는데 총 5조5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집약도(CII) 규제 등 갈수록 엄격해지는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2021년 기준 20.2%인 민간투자 비중을 2030년 30%까지 늘린다는 계획도 세웠다.해양수산부가 해운사 경영 안정책을 내놓은 건 코로나19로 반짝 호황세를 누렸던 해운업황의 사이클이 꺾였다고 판단해서다. 2021년 3972까지 올랐던 국제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작년 말 1006까지 떨어졌다. 2022년 9조9494억원에 달했던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5조8477억원으로 줄었다.해운업계에서는 국제 해운산업의

    2024.04.15 08:15
  • 정부, 제조업 근간 '뿌리산업'에 6400억 투자

    주조 금형 용접 등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에 정부가 올해 6369억원을 투자한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제23차 뿌리산업발전위원회를 서면으로 열어 '2024년 뿌리산업 진흥 실행계획'을 의결했다. 뿌리산업의 첨단화와 지속적인 성장 체계를 만들기 위해 관련 부처가 올해 총 6369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투자 규모가 57% 늘었다. 뿌리산업이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공정 기술을 활용하는 업종이다. 자동차·조선·정보기술(IT) 등 다른 산업의 제조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이용되며, 최종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필수 요소다. 글로벌 공급망 체계가 재편되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주요국들은 뿌리산업의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2022년 기준 우리나라에는 6만1108개의 뿌리산업 관련 기업에 73만2369명이 종사한다.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4%와 17.2%에 달한다. 뿌리산업의 매출은 250조원으로 제조업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했다.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지만 대부분 영세해 연구·개발 능력이 미흡하고,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73만여명에 달하는 종사자 가운데 40대 이상 중장년층 비중이 68.2%로 고령화 대비도 시급하다. 정부는 노동집약적이고 부가가치가 낮은 뿌리산업을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2013년부터 뿌리산업진흥 기본 계획을 5년 단위로 세우고 있다. 이번 투자 계획은 3차 기본 계획(2023~2027년)의 연차별 실행안에 따른 조치다.정부는 올해 뿌리산업의 지원 방향을 ▲인력·자금 등 안정적인 성장 지원 ▲기업 혁신역량 제고 ▲첨단 뿌리산업

    2024.04.08 12:03
  • 나이들수록 불행?…일본의 100세가 韓 노인보다 행복한 이유

    “일본의 100세 노인은 행복지수가 높은데 한국의 100세 노인은 불행하다. ‘자녀 볼 면목이 없다’는 죄의식에 사로잡혀 나이를 먹을수록 불행하다는 인식이 뿌리 깊다.”일본 노인학의 권위자 곤도 야스유키 오사카대 교수(사진)는 최근 인터뷰를 하고 ‘120세 시대’를 맞아 고령화 접근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노화와 행복감은 반비례 관계가 아니며 고령화는 지방보다 도시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일본은 세계 최초의 ‘노인대국’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분류하는 고령사회(14% 이상), 초고령사회(20% 이상)에 각각 1995년, 2010년 진입했다. 자연스레 노인학도 발달했다. 일본의 노인학 연구자는 300~400명에 달한다.곤도 교수는 수십 년에 걸친 고령자 심층 면접을 토대로 ‘고령으로 신체 기능이 쇠퇴해도 행복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는 결론에 도달해 주목받았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노화가 본격화하는 60대에 접어들면 인간의 행복감은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80세를 넘어서면 행복감이 다시 높아졌다.건강 여부는 관계가 없었다. 종일 침대에서 생활하는 105세 할머니의 행복감이 팔팔하던 80세 때보다 훨씬 높은 사례도 있었다. 곤도 교수는 “노화를 인정하는 대신 행복의 기준을 바꾼 결과”라고 분석했다.행복의 기준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은 가족·이웃과의 연대감이다. 일본에는 마쓰리(마을 전통 축제)가 활발한 마을일수록 건강하고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주변인과 연대감이 약한 도시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곤도 교수가 예상하는 이유이기도 하

    2024.04.05 18:39
  • 고령화 대비 '30년 도시 프로젝트'…늙어가던 가고시마 상권도 부활

    지난 2월 말 일본 가고시마시 남부 우스키 상점가의 라멘 가게 긴보시 앞에는 평일에도 긴 줄이 늘어섰다. 우스키 상점가는 시내 중심가나 관광지가 아니라 평범한 주택가의 흔한 상점가다. 코로나19 이후 비싼 임차료 때문에 가고시마 중심부를 떠난 라멘 가게들이 모여들면서 ‘라멘 격전지’가 됐다. 긴보시도 그중 하나다. 아리무라 미유키 긴보시라멘 사장은 “처음 이전한 5년 전보다 손님과 매출이 3배 늘었다”고 말했다. 가고시마의 라멘 가게들이 우스키에 모여든 건 우연이 아니다. 평균수명 연장과 인구 감소로 상권 인구가 고령자 중심으로 변할 것을 내다본 우스키상점가진흥회가 30여 년에 걸쳐 상점가를 개조한 결과다.매일 조금씩 장을 보는 일본인들은 집 근처 상점가 의존도가 높다. 2022년 기준 도쿄에만 2374곳의 상점가가 있다. 일본의 상점가도 인구 감소 여파로 위기를 맞고 있다.‘매뉴얼의 나라’ 일본에서 정부가 쇠락하는 상점가를 되살리는 매뉴얼까지 내놓은 이유다. 중소기업청은 2017년부터 ‘상점가의 미래상을 생각한다’라는 매뉴얼을 매년 발간한다. 매뉴얼의 모델이 바로 우스키 상점가다. 1992년 3개로 흩어져 있던 상점가를 우스키상점가진흥회로 통합하면서 상권 개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통합을 주도한 가와이 다쓰시 우스키상점가진흥회 이사장(71)은 1980년대 후반 신도시 개발로 이 지역에 유입된 인구가 고령화하면서 위기가 찾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2021년 조사에 따르면 2010년 2만615명이던 상점가 반경 1㎞ 이내 인구는 2050년 1만7197명으로 17%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는 3715명에서 6951명으로 8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04.05 18:37
  • 80년 전부터 왕진 시작…10만원이면 한달 두번 재택진료

    “5000~1만5000엔(약 4만4500~13만3500원)이면 집에서 월 2회 재택의료를 받을 수 있다.”나가노현이 일본 최고의 건강·장수 지역으로 거듭난 비결로 왕진(방문 진료) 전통을 빼놓을 수 없다. 고마쓰 히로카즈 사쿠종합병원 지역케어과 부장(전문의·외과과장·사진)은 5일 인터뷰에서 “나가노현은 지역밀착형 의료 서비스의 역사가 깊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사쿠종합병원은 일본 왕진 의료의 발상지다. 와카쓰키 도시카즈(1910~2006)라는 선구자 덕분이다. 도쿄대 의대를 졸업하고 1945년 3월 이 병원의 외과의장으로 부임한 와카쓰키는 의사가 없는 농촌 지역에서 출장 진료를 시작했다. 1946년 10월 원장에 취임한 그는 ‘치료는 예방을 못 이긴다’는 슬로건을 걸고 잠재질병의 개념을 확립했다. 고마쓰 부장은 “최근 보험업계의 화두인 ‘프라이머리 헬스케어’(환자와 초기 접촉을 통한 예방과 치료 통합형 포괄 보건 의료)를 일찍부터 실천한 것”이라고 말했다.사쿠종합병원은 1947년 병원 환자급식, 1959년 지역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현대식 건강검진을 일본에서 처음 시행했다.1980년대 나가노현의 병원들은 왕진과 간병을 묶은 방문 진료를 시작했다. 오늘날엔 방문 진료에 원격의료까지 합쳐진 재택의료로 진화했다. 일본은 2022년 4월 초진을 포함한 원격의료를 완전 자율화했다. 나가노현에서 원격의료가 가능한 병원의 비율은 38.9%로 야마가타현(42.4%)과 함께 일본에서 가장 높다.왕진과 방문 진료의 회당 의료비는 7500~9000엔. 각종 가산금을 포함하면 월 5만엔가량이 든다. 하지만 의료보험 덕분에 고령자들은 10~30%만 부담하면 재택의료를 받을 수 있다.고마쓰 부

    2024.04.05 18:35
  • 단짠 식단·운동 부족에도 장수…'나가노 패러독스'의 비결은 취업률

    5일 일본 나가노시 중심가 오모테산도 센트럴스퀘어의 놀이터 조성 현장. 조경 전문 건설회사인 린교가사하라의 나가하라 히데키 과장보좌는 능숙하게 포크레인을 조작했다. 그의 나이는 70세. 올해로 정년을 맞았지만 회사 요청으로 일을 계속하기로 했다.경비 전문 회사인 젠닛케이서비스나가노에서 일하는 유자와 지아키 씨는 올해 81세다. 종일 서서 공사 현장의 교통 유도를 담당하는 일이지만 젊은 직원과 똑같이 풀타임으로 근무한다. 전체 직원이 230명인 이 회사는 60세 이상 고령자 18명을 고용하고 있다. 70세 이상도 6명이다. 린교가사하라와 젠닛케이의 정년은 70세로 일본의 법적 정년인 65세보다 5년 길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건강에 문제가 없는 한 사실상 정년이 없다.나가노현은 일본에서 고령자 취업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2018년 나가노의 65세 이상 고령자 취업률은 30.4%였다. 젠닛케이의 70세 이상 근로자 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전원이 “대부분이 건강 유지 차원에서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일본 정중앙의 내륙지방인 나가노현은 기묘한 동네다. 소금과 설탕 섭취량이 일본의 4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1위다. 눈이 많은 겨울을 보존식품으로 버티기 때문이다. 된장 생산량과 소비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라는 점도 소금 섭취량이 많은 이유다.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나가노는 미국 못지않은 자동차 문화권이어서 운동량도 부족한 편이다.이처럼 단명할 요소를 고루 갖췄지만 나가노는 일본에서 평균 수명과 건강 수명이 가장 긴 ‘건강·장수현’이다. 소금 섭취량이 많은 아오모리, 아키타, 이와테 같은 북부 지방의 평균 수명이 꼴찌를 다투는 것과 대조

    2024.04.05 18:34
  • 오토바이 만드는 야마하 심볼…음악 튜닝 포크인 이유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도요타·혼다·야마하의 발상지 하마마쓰中에서 계속 시즈오카현 최대 도시 하마마쓰는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자동차 혼다 스즈키, 세계 최대 악기 제조사이면서 엔진 전문 기업인 야마하, 피아노 생산업체인 가와이악기제작소의 창업자를 배출한 지역이다.오늘날에도 혼다와 야마하, 스즈키의 역사와 기업 이념을 소개하는 전시관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 연말연시 연휴를 맞아 세 곳을 차례로 찾았다.야마하는 건반악기와 금관악기 제조사로서 갈고 닦은 프로펠러 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다각화했다. 재봉틀에서부터 오토바이, 선박 스크류까지 프로펠러를 활용한 제품을 생산하던 기술 부문이 1955년 야마하(당시 일본악기제조)로부터 분리 독립한 회사가 야마하발동기다.야마하발동기가 오늘날에도 음률을 점검할 때 쓰는 3개의 튜닝 포크를 회사의 심볼로 사용하는 이유다. 야마하발동기의 1호 오토바이인 YA-1은 분리 독립 첫해인 1955년 후지등산레이스와 아사마화산레이스 같은 대회를 독식했다.분리 독립 5년 뒤인 1960년에는 오토바이 엔진 기술을 활용해 선박 엔진으로 사업을 넓혔다. 또 유리강화섬유플라스틱(FRP) 소재 실용화에 최초로 성공하면서 선박 엔진 뿐 아니라 요트를 만드는 회사로 성장했다.오늘날 야마하발동기는 소형 엔진과, 차체 및 선체, 전자제어의 3개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요트, 오토바이, 골프카트, 제설기 등의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기업이 됐다.  스즈키, 야마하와 달리 혼다는 본사를 도쿄로 옮겼다. 하지만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를 기리는 기념관은 고향인 하마마쓰에 남아있다. 당시만 해도 매우 드물었던 자동차가 집 앞을 지

    2024.03.31 10:20
  • "TV 4대 값이면 자동차 산다"…세계서 히트 친 車 정체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도요타·혼다·야마하의 발상지 하마마쓰上에서 계속 일본에는 세계적인 기업이 동시에 탄생한 '일본판 승산마을'이 있다. 시즈오카현 최대 도시 하마마쓰가 그 무대다.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자동차 혼다 스즈키, 세계 최대 악기 제조사이면서 엔진 전문 기업인 야마하, 피아노 생산업체인 가와이악기제작소의 창업자들이 모두 이 지역에서 배출됐다. 하마마쓰는 일본 3대 면화산지에서 방직기, 피아노 등 제조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성장했다.하마마쓰는 항공 자위대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지형이 넓고 평평해 활주로를 만들기 좋고, 도쿄와 오사카의 가운데라는 입지적인 이점이 있었다. 야마하의 역사를 소개하는 야마하발동기 커뮤니케이션 플라자의 역사관 입구에는 오래된 프로펠러가 전시돼 있다.피아노를 만드는 야마하가 프로펠러와 관계가 있을가. 이 시절 비행기 프로펠러는 나무로 만들어졌다. 나무를 여러겹 겹쳐서 곡선으로 만드는 제작 방식은 피아노의 목공 기술과 동일했다. 악기 제조사였던 야마하로부터 오토바이에서부터 보트, 골프카트, 제설기까지 만드는 야마하발동기가 탄생한 이유다.약점인 내구성을 보완하기 위해 항공기 프로펠러는 금속으로 바뀌게 된다. 금속 프로펠러 제작 기술을 응용한 사업이 관악기 제작이다. 하마마쓰가 오늘날 세계 최대 건반악기와 관악기 생산 도시로 성장한 배경이다.1915년에는 오늘날 JR의 전신인 일본철도의 기관차를 생산하는 공장까지 들어서면서 기계 산업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게 됐다. 1923년 일본 정부는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를 모방해 일본 각지에 농업 상업 공업 분야의 전문학교를 개설했다. 제조업 전

    2024.03.30 10:33
  • "삼성·LG, 한 마을 출신"…日에도 '대기업 출생 마을' 있다?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경상남도 진주시 승산마을은 삼성그룹과 LG그룹, GS그룹, 효성그룹의 창업자들이 태어났거나 인연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허만정 GS그룹 창업회장,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 허정구 삼양통상 창업회장 등이 모두 이 지역에서 태어났거나 이 지역의 초등학교인 지수초등학교를 다녔다.일본에도 세계적인 기업이 동시에 탄생한 '일본판 승산마을'이 있다. 시즈오카현 하마마쓰가 그 무대다.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자동차 혼다 스즈키, 세계 최대 악기 제조사이면서 엔진 전문 기업인 야마하, 피아노 생산업체인 가와이악기제작소의 창업자들이 모두 이 지역에서 배출됐다.도요타자동차그룹의 창업자 도요타 사키치는 하마마쓰시의 이웃인 고사이시 출신이다. 혼다의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 스즈키 창업자 스즈키 미치오, 가와이악기의 가와이 고이치는 하마마쓰시에서 태어났다.세계 최초로 TV를 개발한 'TV의 아버지' 다카야나기 겐지로도 하마마쓰시 출신이다. 야마하 창업자인 야마하 도라쿠스는 와카야마현 출신이지만 하마마쓰에서 처음 피아노를 생산하고 야마하를 차렸다.자동차는 설명이 필요없는 일본의 대표 산업이다. 반면 전세계 피아노의 40%, 관악기의 30%가 하마마쓰에서 생산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마마쓰는 전자 피아노, 건반 오르간 시장 점유율도 세계 1위다.진주시 승산마을 일대에서 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창업자들이 여럿 배출됐는지를 설명하는데는 솥바위 전설이 언급된다. 경남 의령의 솥바위 반경 20리 안에서 내로라하는 부자들이 나온다는 전설이다.일본 대표 기업들이 유독 하마

    2024.03.29 13:00
  • "부처 없어지는 게 목표"…'日 저출산 사령탑' 관료의 속내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⑩에서 계속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해 1월 정기 국회의 시정방침 연설(정기 국회를 개원하면서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을 밝히는 연설)에서 저출산 대책을 일본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선정했다.작년 4월 출범한 어린이가정청은 이러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해 11월28일 일본외신기자센터(FPCJ)의 지원을 받아 한국 언론으로 처음 어린이가정청을 방문해 담당 관료를 인터뷰 했다.인터뷰에 응한 다카하시 고지 어린이가정청 종합정책담당 심의관은 어린이가정청을 "일본 정부 기관 가운데 가장 최근에 생기고 가장 규모가 작은 부처"라고 소개했다. 여러 관계 부처에서 모인 350명의 공무원이 일본 연간 예산의 4% 정도인 4조8000억엔(약 43조원)을 사용한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고령화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어린이가 가장 중심(子供真ん中)'이라는 구호에서 보듯 일본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무게중심을 저출산으로 옮기고 있다.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던 저출산과 육아지원 정책을 어린이가정청으로 통합했다.한국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담당한다. 하지만 고령화 대책을 함께 다루는데다 담당 부처 역시 흩어져 있다.다카하시 심의관은 "지금까지 저출산 대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아이의 수가 줄어드는 건 정책의 비일관성 때문"이라며 "어린이가정청이라는 사령탑이 생김으로서 관련 대책을 효과적으로 실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어린이가정청 설립으로 일본의 저출산 정책은 수립과 집행이 빨라졌을까. 다

    2024.03.29 08:01
  • "여기라면 셋째도 낳을까봐요"…산골마을 출산율 기적 이유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⑨에서 계속 오카야마현 나기초의 2019년 출산율은 2.95명으로 일본 평균의 두 배를 넘었다. 마을 전체가 육아에 참여하는 공동 육아가 출산율 기적을 쓴 비결로 꼽힌다.'일자리 편의점(나기시고토엔)'과 함께 마을 전체가 어린이집인 나기초의 육아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또다른 시설이 '나기차일드홈'이다. 나기차일드홈은 일종의 육아 품앗이 센터다. 엄마들이 아이들을 함께 돌본다. 마을 어른들이 아이를 돌봐주는 '스마이루'라는 제도도 있다.현재 12명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스마이루 회원으로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나기차일드홈에서 주 1~2회 아이들을 돌보는 간넨 사키코(78세) 할머니는 "남편이 죽고 나서 집에서는 혼자"라며 "여기서 도움이 되는게 행복해서 아이 돌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쓰는 사람만 쓰는 시설과 제도가 아니다. 나기초의 엄마들은 임신과 출산을 하면 건강검진과 아기 마사지 등을 위해 무조건 나기차일드홈을 들르게 된다. 일본에는 '공원 데뷔'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놀이그룹에 끼는 걸 힘들어 하는 보호자와 아이가 있다.가이하라 히로코 나기차일드홈 육아 어드바이저는 "이 시설 덕분에 낯가림을 극복하는 과정없이 자연스럽게 품앗이 육아에 익숙해지게 된다"고 말했다.'애들을 같이 봐주는게 대수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독박 육아와 고립 육아의 스트레스와 육체적인 피로가 얼마나 큰 지 이해할 수 있다. 육아 분담 외에 나기차일드홈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 또 있다. 마을의 다른 엄마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셋째, 넷째

    2024.03.27 07:30
  • "아이 키우며 月 200만원씩 벌어요"…'출산율 기적'의 비결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⑧에서 계속  오카야마현 나기초의 2019년 출산율은 2.95명으로 일본 평균의 두 배를 넘었다. 마을 전체가 육아에 참여하는 공동 육아가 출산율 기적을 쓴 비결로 꼽힌다.마을 전체가 어린이집인 나기초의 육아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제도가 '일자리 편의점(나기시고토엔)'과 '나기차일드홈'이다일자리 편의점은 말 그대로 편의점에서 물건 사듯 간단하게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있는 제도다. 일자리 편의점이 관공서와 기업, 농가로부터 의뢰받은 일자리를 가벼운 마음으로 일하려는 주민과 연결하는 매칭 방식이다. 2017년부터 시작했다.  원칙적으로 위험하지 않으면서 작업 장소가 마을 행정구역 안이라면 뭐든지 맡는다. 보통은 2~3시간, 길어야 반나절이면 끝나는 일이 대부분이다. 업무용 우편물에 주소지를 붙이는 등의 간단한 사무업무나 농사일을 돕는 일이 가장 많다. 나기초에는 농사를 짓기 어려운 고령농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최근에는 고령자와 장애인의 과제를 해결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구와무라 요시카즈 일자리편의점 대표는 "나이를 먹어서 도시의 자녀 집에 몸을 맡기거나, 장애가 있는 아이를 복지시설에 보낸다는 이유로 나기초를 떠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현재 300명 정도가 일자리편의점에 등록해 있다. 아이를 중학교에 보내고 복직이나 구직을 위한 훈련에 활용하는 사람도 있고, 90대 노인도 있다. 하지만 가장 많은 연령대는 아이를 키우면서 용돈벌이를 하려는 젊은 주부들이다. 오카야마의 올해 최저임금은 932엔이다. 30분만 일하고 500~600엔 받는 회원이 있는가 하면 월 20만

    2024.03.26 13:38
  • [특파원 칼럼] 5년간 일본에서 보고 느낀 것

    일본 연수와 도쿄특파원으로 5년간 오키나와를 제외한 일본의 46개 광역지방자치단체를 모두 훑어볼 수 있었다.취재 주제 1위는 저출산·고령화였다. 북으로는 홋카이도에서 가장 외딴 편의점부터 남으로는 고령자 중심의 가고시마 상점가와 주민이 단 한 명 남은 구마모토의 산간 마을까지 직접 살펴봤다. 두 번째 취재 테마는 ‘잃어버린 30년’ 장기 침체였다. 일본은 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인재로도 30년이나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나. 정치의 후진성, 경제의 비효율성 등 수많은 진단이 있었지만 ‘이거다’ 싶은 건 없었다. 아무리 정치가 후진적이고 경제가 비효율적이어도 일본 정도 되는 나라가 30년이나 침체를 못 벗어나는 상황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일본인도 걱정하는 '서울 집중'일본 방방곡곡을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낀 끝에 개인적으로 찾은 잃어버린 30년의 원인은 저출산·고령화다. 15~64세의 생산연령 인구 감소로 시들어 버린 경제 활력과 인력난은 일본 경제를 뿌리부터 좀 먹고 있었다.인구 감소는 모세혈관이 썩어들어가는 병과 같다. 피가 구석구석 전달되지 않으니 어떤 정책도 통하지 않는다. 일본 정부가 30년 가까이 소득과 소비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인구가 줄어 수요가 감소하는 나라에서는 백약이 무효였다.어떻게 해야 모세혈관을 재생시킬 수 있을까. “한국의 가장 큰 약점은 서울 집중”이라던 재일동포 3세 기업인 오야마 겐타로 아이리스오야마 회장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과도한 서울 집중으로 학군 경쟁과 사교육비, 취업난과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진 젊은 세대가 출산을 엄두도 못 낸다는 지적이었다. 기자

    2024.03.25 17:48
  • "애 둘은 당연 셋은 기본, 넷째 낳을까 고민"…총리도 달려갔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⑦에서 계속 "아이 둘은 당연하고, 셋이 기본이에요. 여기 엄마들은 넷째를 낳을까 말까 고민해요." 오카야마현 나기초의 하타 아야노(25세)씨.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해 1월 정기 국회의 시정방침 연설(정기 국회를 개원하면서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을 밝히는 연설)에서 저출산 대책을 일본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선정했다. 약 한 달 뒤인 2월15일에는 관련 예산을 두 배 늘리는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을 처음 구체화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 기시다 총리가 처음 찾은 저출산 대책 현장이 오카야마현 나기초였다. 나기초는 주고쿠 지방의 정중앙에 있는 인구 5742명의 산간 마을이다.일본인들도 아는 이가 많지 않은 동네를 첫 방문지로 선택한 건 나기초가 초(超)다산 마을이어서다. 나기초의 2019년 출산율은 2.95명으로 일본 평균의 두 배를 넘었다.아이 한 명을 낳을까 말까 하는 일본에서 나기초는 어떤 동네길래 아이 셋이 기본인 마을이 됐을까.나기초도 일본의 다른 시골 마을과 마찬가지로 인구감소와 마을 소멸의 위기를 맞았었다. 1957년 9000명이던 인구가 현재 5742명으로 60여년 만에 3분의 2로 줄었다. 이대로라면 20년 후 나기초의 인구는 다시 3분의 2로 줄고, 30년 후면 반토막 난다.2002년 헤이세이 행정구역 대합병 당시 나기초는 주민투표로 이웃 쓰야마시와 합병하는 대신 마을을 독자적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인구가 줄어드는 나기초가 독자생존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다.특히 주고쿠 지방의 교통이 불편한 산간 지역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안고 싸워야 했다. 나기초가 선택한 독자생존의 길은 육아 환경이 뛰어난 마을이었다.

    2024.03.25 07:04
  • 日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도…시장은 엔低 베팅

    일본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된 마이너스 금리가 17년 만에 해제됐지만 엔화 가치는 34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 기업이 해외 수익을 자국으로 가져오는 대신 현지에 쌓아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엔저(低)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일본 정부는 해외 자금을 본국으로 가져오면 세금을 일시적으로 낮춰주는 ‘자금 송환(repatriaton) 감세’를 검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엔저 브레이크’ 상실한 도쿄 외환시장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21년 이후 4년 연속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매도세가 매수세를 웃돌았다고 24일 보도했다. 일본 기업과 금융회사가 주로 거래하는 도쿄 외환시장은 전통적으로 엔화 매수세가 우위를 보이는 시장이다. 일본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를 팔고, 엔화를 사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1999~2020년 21년간 엔화 매도세가 우위를 보인 해는 네 차례뿐이었다.하지만 주요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2021년부터 도쿄 외환시장은 ‘엔저 브레이크’ 기능을 잃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루평균 엔화 가치의 하락폭이 0.04엔까지 확대됐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급격한 금리 인상 속에서 일본은행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마이너스 금리는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주요인으로 지적됐다.지난 19일 일본은행은 17년 만에 기준 금리를 올려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했다. 하지만 엔저는 멈추지 않고 있다. 23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151.4엔으로 34년여 만의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전문가들은 해외 사업을 우선시하는 일본 기업의 동향을 원인으로 꼽는다.

    2024.03.24 18:45
  • "여보, 여기서 살자"…3040 맞벌이 부부가 반한 도시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⑥에서 계속 일본 지바현 나가레야마시(市)는 ‘육아 전문 도시’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2004년 15만 명 안팎이었던 나가레야마의 인구가 2023년 약 21만 명으로 40% 늘었다. 30~40대 육아세대가 크게 늘면서 일본에서 0~9세 인구가 75세 이상 인구보다 많은 단 두 개의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됐다.나가레야마시청은 구시가지에 있다. 신시가지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신시가지 시민홀에서 여권 발급을 포함한 모든 민원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도쿄로 출퇴근하는 맞벌이 부부들을 고려해 업무 시간은 평일 저녁 7시까지, 토요일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늘렸다.'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숲의 마을'이라는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나가레야마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전철역 남쪽 출구 광장. 나가레야마에 임장을 온 맞벌이 부부는 이 광장에서 공원으로 이어지는 가로수길을 보면서 "그래, 여기서 살자"라고 결정한다고 한다. 이 가로수도 같은 크기의 나무를 단순하게 일렬로 심은게 아니다. 앞쪽에는 키 큰 나무를 심고 뒤로 갈수록 점점 작은 나무를 심는 원근법을 활용해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자키 요시하루 나가레야마 시장은 "키가 같은 나무를 심는 것과 예산은 같지만 효과는 훨씬 크다"고 말했다.남쪽 출구 광장은 시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지만 왠지 모르게 차분하다. 광장을 거닐어보면 아이 키우기 참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유심히 살펴보면 자극적인 색깔의 간판이 없다. 나가레야마시는 10년 전 마을 미관 조례를 만들었다.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주택가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빨간색,

    2024.03.21 07:11
  • 日, 대규모 금융완화 마침표…"글로벌 시장에 느린 쓰나미될 것"

    “느리게 움직이는 쓰나미가 될 것이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도 불구하고 완화적인 통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11년 만의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 폐기에도 불구하고 엔·달러 환율이나 일본 증시는 일단 안정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외환·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은행 예상 벗어난 물가이날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마이너스 금리, 수익률곡선통제(YCC), 주가지수펀드(ETF) 및 부동산투자신탁(REITs) 매입 중단을 결정했다. 우에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의 YCC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과 같은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은 그 역할을 다했다”고 말했다. 2022년 이후 물가 상승률이 2% 이상으로 올라서고, 실질 임금도 올 들어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통화정책을 정상화시킬 때가 됐다는 설명이다. 대규모 금융 완화를 주도했던 구로다 하루히코 전 일본은행 총재는 2022년 9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적어도 2~3년간 대규모 금융 완화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글로벌 인플레 확산에 따른 파장은 예상보다 컸다.지난해 일본 물가 상승률은 3.1%를 기록하며 1982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작년 1월 일본은행은 2024년과 2025년 물가상승률을 각각 1.6%와 1.8%로 내다봤지만 1년 뒤인 지난 1월에는 예상치를 각각 2.4%와 1.8%로 대폭 올려 잡았다.일본은행은 그동안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대신 금리 상승 허용폭이란 변칙

    2024.03.19 18:28
  • 日, 17년 만에 금리 인상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지하던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 마침표를 찍었다. 일본은행은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 기준금리를 연 -0.1%에서 연 0~0.1%로 인상했다. 2007년 2월 이후 첫 금리 인상이자 2016년 1월 이후 유지해 온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폐기다. 일본은행은 국채 무제한 매입을 통해 장기 금리(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는 수익률곡선통제(YCC)도 종료하기로 했다.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REITs)을 매입해 주식시장에 개입하는 질적 금융완화 정책도 중단한다. 2013년 이후 지속해 온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끝내기로 한 것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임금과 물가가 선순환하면서 2% 물가 목표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면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펴는 세계 중앙은행은 한 곳도 남지 않았다. 일본보다 앞서 2012~2014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덴마크중앙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국립은행은 2022년 하반기 모두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했다.일본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우에다 총재는 “당분간 완화적인 금융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도쿄=정영효 특파원 

    2024.03.19 18:28
  • [속보] 일본은행, 17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금융완화 해제

    일본은행은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 기준금리를 연 0~0.1%로 0.1~0.2%포인트 인상했다. 2016년 1월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8년 만에 해제했다. 단기 기준금리와 별도로 장기 기준금리를 운용해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장단기 금리조작(YCC)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신탁펀드(Reits)를 매입해 주식시장에 개입하는 질적 금융완화 정책도 중단하기로 했다. 이로써 일본은행은 2013년 4월부터 이어온 대규모 금융완화를 11년 만에 해제했다.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2024.03.19 12:39
  • 하루 900원이면 아이 등하원까지…日 '파격 정책' 비밀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⑤에서 계속 일본 지바현 나가레야마시(市)는 ‘육아 전문 도시’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2004년 15만 명 안팎이었던 나가레야마의 인구는 2023년 약 21만 명으로 40% 늘었다. 30~40대 육아세대가 크게 늘면서 일본에서 0~9세 인구가 75세 이상 인구보다 많은 단 두 개의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됐다. 나가레야마의 기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지난해 11월27일 일본외신기자센터(FPCJ)의 협력을 얻어 이자키 요시하루 시장을 인터뷰했다. 2003년 취임한 이자키 시장의 첫번째 과제는 2005년 8월 쓰쿠바익스프레스 개통 전까지 3270㏊(32.7㎢)의 신도시 개발 계획을 성사시키는 일이었다. 이자키의 나가레야마는 주변의 지방자치단체보다 최대한 빨리, 되도록 비싼 값에 땅을 판다는 전략을 세웠다. SWOT 분석(강점, 약점, 기회, 위협 등 네 가지 요인을 분석하는 경영기법)을 통해 나가레야마가 선택한 길은 ‘육아 환경에 특화한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숲의 마을’이라는 브랜드화였다.주 타깃을 30~40대 맞벌이 육아세대로 잡았다. 이자키 시장은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의 마케팅 전략처럼 인구를 유치할 주요 타깃을 정하고 영업에 나선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맞벌이 육아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첫번째 정책은 어린이집을 대폭 늘리는 것이었다. 어린이집이 없으면 맞벌이 부부가 나가레야마로 이사를 오지 않고, 그러면 집을 사거나 임대하지도 않는다고 봤다. 2010년 17곳이었던 어린이집을 2023년 104곳으로 늘렸다. 200세대 이상의 아파트는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킬러 콘텐츠는 도쿄를 잇는 지하철역 바로 옆에 설치한 ‘

    2024.03.19 07:08
  • 인구증가율 6년 연속 1위…'육아 전문 도시' 나가레야마 탄생기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④에서 계속 저출산·고령화와 인구감소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한 개인이 바꿔놓을 수 있을까. 일본 지바현 나가레야마시(市)는 한 개인이 지역의 인구구조를 바꿔놓은 도시다. 도쿄에서 40분 떨어진 인구 20만 명의 이 도시는 ‘육아 전문 도시’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20년 가까이 브랜드화에 공을 들인 덕분이다. '엄마·아빠가 될 거라면 나가레야마(하하·치치니 나루나라 나가레야마)'라는 일본어 발음을 활용한 슬로건 덕분에 '육아'하면 나가레야마를 떠올리는 일본인이 늘고 있다.육아 전문 도시 나가레야마 탄생기는 약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도쿄 아키하바라와 이바라키현 쓰쿠바시를 잇는 수도권 신도시 철도 쓰쿠바익스프레스 건설 계획이 발표됐다. 마을은 철도가 깔리면 사람이 몰리고 땅값도 오를 것이란 기대에 부풀었다.1988년 나가레야마로 이주한 이자키 요시하루 씨의 생각은 달랐다. 이자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에서 인구환경연구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21년간 미국과 일본에서 도시 계획자(Urban Planner)로 활동했다. 전문가인 그가 보기에 철도 건설은 나가레야마에 대위기였다.일본 대도시 지역의 택지개발 및 철도정비의 일체적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택철법)은 신설 철도 주변의 택지개발 사업을 의무화했다. 2005년 8월 쓰쿠바익스프레스 개통 전까지 개발할 면적은 3270㏊(32.7㎢)였다. 일본 역사상 최대 사업이었던 다마뉴타운 사업(1965년 도쿄도 서남부 지역의 균형 개발을 위해 2884㏊ 규모로 시행된 신도시 조성사업)보다 20% 컸다.나가레야마시가 담당하는 지역은 627㏊로 시 면적의 18%에

    2024.03.18 07:05
  • "예상 밖 변화에 깜짝"…한국도 하는데 日만 성공한 이유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③에서 계속 일본 3대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는 2013년부터 아침형 근무제와 '110 운동' 등 일하는 방식 개혁을 실시해 0.6명이던 출산율을 10년 만에 3배 끌어올렸다.출산율 상승은 이토추도 예상치 못한 변화였다. 아침형 근무와 아침식사 제공 모두 저출산 대책은 아니지만 일과 육아의 양립을 가능케 만드는 근무제도이기도 했다. 이토추 여사원들은 거의 매일 정시에 퇴근하는 대신 다음날 오전 5시에 일어나 자녀가 일어나는 시간까지 전날 남은 일을 처리하고 당일 스케줄을 정리한다.아이가 깨면 먹이고 씻겨서 어린이집에 맡긴 뒤 9시까지 출근한다. 아침형 근무제가 없었다면 일과 출산·육아의 병행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이토추의 여직원들은 입을 모은다.2010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사내 탁아소도 저출산 제도라기보다 여직원 복직 지원 제도였다. 일본은 0~3세까지의 어린이집 입원 경쟁률이 가장 치열하다. 또 지원 시기(매년 12월과 이듬해 2월 두차례)와 등원 시기(매년 4월)가 정해져 있다. 출산시기에 따라 복직 시점이 제각각인 여성의 입장에서 맞추기가 쉽지 않다.등원시기와 복직시점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만든게 사내 탁아소다. 현재 육아휴직을 사용한 이토추 여직원의 복직률은 100%다.3300명에 달하는 이토추상사 종합직 직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11.3%다. 최근 신입사원만으로 범위를 좁히면 33.3%가 여성이다. 소수정예로 경쟁사와 맞서야 하는 이토추는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는 미래가 없다고 본다.이토추도 처음에는 여성 만을 위한 제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먹혀 들지 않았다. 여사원을 위한 제도가 왜 정착되지 않는지

    2024.03.15 07:02
  • "삼성 따라 했더니 연봉 5000만원 올랐다"…놀라운 반전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②에서 계속  일본 3대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는 2013년부터 아침형 근무제를 실시해 0.6명이던 출산율을 10년 만에 3배 끌어올렸다.오후 8시 이후의 잔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대신 오전 5~8시 근무를 심야근무로 취급해 야근 수당(할증수당)을 지급하는 아침형 근무제와 함께 '110 운동'이 비결로 꼽힌다. 110 운동은 회식은 '1차만 밤 10시까지 끝낸다'는 캠페인이다.아침형 근무제도로 기껏 일찍 퇴근했는데 밤 늦게까지 회식이 이어지면 제도가 무의미해 진다는 상사맨들의 경험칙에서 병행하는 제도다.110 운동은 삼성그룹이 2012년 도입한 '119 캠페인(1가지 술로, 술자리는 1차만 하고, 9시 전에 끝내는 회식 문화)'을 이토추가 일본식으로 변형해서 2013년부터 실시하는 운동이다.이케하다 마사토 이토추상사 홍보실장은 "일본은 술을 섞어 마시는 폭탄주 문화가 없기 때문에 '1가지 술로'를 뺀 대신 '9시는 너무 이르다'는 불만을 반영해 '10시까지'로 늘려 110 운동으로 정착시켰다"고 설명했다.이토추상사가 일하는 방식 개혁을 시작한 2010년 이후 12년간 노동생산성은 5.2배 늘었다. 주가는 7.6배, 배당은 8.9배 늘었다. 회사만 좋았던 게 아니다. 직원도 좋았다.2010년 1254만엔(약 1억1536만원)이었던 평균 연봉이 2022년 1830만엔(약 1억6834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평균 근속연수는 15.8년에서 18.3년으로 길어졌다. 더 많이 받으면서 오래 다니는 회사가 된 셈이다.주주들은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해 졌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아침형 근무제도를 실시한 이후 이토추는 건강검진을 강화했다. 새 제도가 생활리듬을 깨뜨려 건강을 해칠 수

    2024.03.14 07:00
  • "야근 싹 갈아엎었더니…" 10년 만에 기적 이룬 회사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①에서 계속 일본 3대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는 2013년부터 아침형 근무제를 실시해 0.6명이던 출산율을 10년 만에 3배 끌어올렸다.아침형 근무제란 오후 8시 이후의 잔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대신 오전 5~8시 근무를 심야근무로 취급해 야근 수당(할증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야근과 같은 액수의 수당을 줄테니 야근을 하지 말고 새벽에 일하라는 취지다. 이토추상사의 내부 조사 결과 이토추 직원들은 허구헌 날 야근을 하지만 대부분 불필요한 것들이었다. 어차피 매일 야근을 하니 낮에 할 일을 밤으로 미뤄두거나,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남아서 시간을 끄는 일이 대부분이었다.야근을 없애는 대신 새벽근무에 할증수당을 제공했더니 직원들은 목적이 분명한 잔업만 하게 됐다. 머리가 맑은 아침에 하는 일이 효율성도 더 높았다.아침형 근무제도 도입 3년 후인 2016년 자체 평가 결과 이토추상사의 월 평균 잔업시간은 15% 줄었다. 밤 8시 이후 퇴근자 비율은 30%에서 5%, 밤 10시 이후 퇴근자는 10%에서 거의 '제로(0)'로 감소했다. 반면 8시 이전에 출근하는 직원의 비율은 20%에서 45%로 늘었다.아침식사를 이용하는 직원은 1일 평균 1100명인데, 무료 식사를 제공하고도 회사의 월간 비용은 6% 줄었다. 잔업수당이 10%, 야근 택시비가 30% 줄어든 덕분이다. 전력 사용률은 6%, 온실가스 배출량은 7% 감소했다. 뜻하지 않게 아침형 근무제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으로 이어진 셈이다.고바야시 부사장은 아침형 근무제도가 일의 양을 줄이려는 제도가 아니라 효율성이 높은 시간대에 일하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잔업을 하지 말라

    2024.03.13 07:05
  • 야근 말고 새벽 6시 출근하라고 했더니…'깜짝 반전'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 여대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직장은 어디일까.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가 2023년 졸업 예정자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일본 3대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가 2년 연속 여대생이 선호하는 직장 1위에 올랐다. 이토추상사는 남자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장에서도 1위에 오르며 종합 1위를 차지했다.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 등 경쟁사들은 매출의 60%가 자원사업에서 나온다. 이토추상사는 매출의 80%가 생활·소비용품이다. 데상트 등 다수의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고 편의점 프랜차이즈 패밀리마트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여대생이 이토추상사를 선호하는 이유다.그렇다고 해도 이토추상사가 종합상사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종합상사는 일본 고도성장기를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최고의 엘리트들이 전세계를 누비며 '메이드 인 재팬' 상품을 팔았다.최고 수준의 처우를 자랑했지만 24시간 사무실 등이 꺼지지 않는 노동 강도 또한 악명 높았다.꼭두새벽에 출근해서 별 보며 퇴근해선 밤 새 마시고, 다시 다음날 새벽 출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슈퍼맨, 원더우먼의 직장.이런 회사의 직원들이 아이를 많이 낳을 리 없다. 이토추상사의 2013년 사내 합계특수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0.6명으로 일본 평균(1.41명)을 한참 밑돌았다.그런데 2022년 이토추의 출산율이 1.97명으로 9년 만에 세 배 뛰어오른 반전이 일어난다. 같은 해 일본 전체 평균은 1.3명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기자는 지난해 7월 '이토추의 기적'을 한국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경제신문 칼럼을 통해 소개했다. 이 인연으로 일본외신기자센터(FPCJ)의 지

    2024.03.11 07:04
  • 닛케이 랠리…日銀, ETF로 34조엔 대박

    일본 닛케이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주식시장에 개입하는 일본은행이 대박을 터뜨렸다. 일본 증시에 투자한 상장지수펀드(ETF)의 평가이익이 사상 최대치인 34조엔(약 305조원)을 기록했다.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민간 경제연구소 닛세이기초연구소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2월 말 현재 일본은행이 보유한 ETF의 시가총액이 71조엔으로, 장부가보다 34조엔 높다고 보도했다. 71조엔은 한국의 올해 예산(656조원)과 비슷한 규모다. ‘주식회사 일본’ 최대주주 일본은행작년 9월 말 일본은행은 보유한 ETF의 장부가가 37조1160억엔, 시가총액은 60조6955억엔이라고 발표했다. 23조5794억엔의 평가이익이 반 년도 안 돼 10조엔 이상 늘었다. 당시 31,857이던 닛케이지수가 같은 기간 8000포인트가량 오른 덕분이다. ETF 수익률은 개별 종목이 아니라 닛케이지수 등락에 따라 결정된다. 일본은행의 ETF 손익분기점은 닛케이지수 20,600으로 알려져 있다.일본은행은 주요국 중앙은행 중 유일하게 ETF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증시에 개입한다. 2009년 3월 닛케이지수가 버블(거품) 경제 붕괴 이후 최저치인 7054까지 떨어지자 이듬해인 2010년 금융완화 정책의 하나로 도입됐다.처음 도입 당시 연간 매입 한도는 4500억엔이었다. 하지만 2013년 대규모 금융완화 이후 매입 한도가 세 차례에 걸쳐 6조엔까지 늘었다. 2020년 3월에는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을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매입 한도가 12조엔으로 확대됐다.2013년부터 2020년까지 일본 주식을 가장 많이 사들인 주체는 일본은행이다. 순매수 규모가 32조5000억엔에 달한다. 같은 기간 기업(16조4000억엔)과 연기금(5조엔)의 순매수 규모를 합친 것

    2024.03.10 18:26
  • "세계적 꼴찌 수준, 한국보다 올려라"…마음 급해진 日 '비상'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日경제 발목잡는 최저임금③에서 계속 일본의 최저임금은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올해 주요국의 최저임금을 엔화로 환산해 보면 일본의 최저임금(1004엔)은 한국(1080엔)보다 낮다. 프랑스(1786엔)와 영국(1876엔), 독일(1924엔) 등도 일본보다 월등히 높다.미국의 연방 최저임금도 7.25달러(약 1084엔)로 일본보다 높은데다 15달러 이상인 지역이 급증했다. 샌프란시스코시는 18.07달러(엔화 환산시 2701엔), 워싱턴DC와 LA는 각각 17달러(약 2541엔)와 16.78달러(약 2509엔)로 일본보다 2.5배 가량 높다.풀타임 근로자의 임금 중간값을 100으로 했을때 최저임금의 비율이 일본은 46%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편이었다. 프랑스와 한국은 61%에 달했다. 주요 경제대국들이 코로나19 기간에도 최저임금을 1~2%씩 인상한 반면 일본은 0.1% 오르는데 그친 결과다.소득이 늘지 않으면 소비가 얼어붙어 '잃어버린 30년'의 장기침체와 만성 디플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일본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035년 무렵까지 평균 최저임금을 1500엔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광역 지자체장 선거 공약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내거는 후보자도 늘고 있다.기업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이 반가울 리 없다. 미무라 아키오 일본상공회의소 전 회장은 임기 내내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의 경우 중소기업 비중이 80%를 넘는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도시로의 고용 유출이 더욱 빨라져 지방의 쇠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하지만 글로벌 인플레와 인력난의 아우성에 최저임금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묻히는 분위기다. 반대로

    2024.03.10 08:07
  • "月 200만원도 못 벌어요"…어느 일본인 가장의 절규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日경제 발목잡는 최저임금②에서 계속 2023~2024년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도쿄(1113엔)와 가장 낮은 이와테(893엔)의 차이는 220엔(약 2000원)에 달한다. 2006년의 109엔에서 2배 이상 벌어졌다.원인은 역시 '인구감소의 역습' 인력난이다.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과 외식업체들은 일손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다른 지역과의 인력쟁탈전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다.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이 넋 놓고 있다가는 젊은 인력을 다 빼앗길 상황이다.이 때문에 최근 일본의 지역별 최저임금 협상은 한국의 도지사격인 지사가 노조 편에 서서 적극적인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풍경이 흔해졌다.스기모토 다츠지 후쿠이현 지사는 2023년 8월초 이례적으로 후쿠이현 최저임금심의회에 출석해 "적극적인 인상"을 요청했다. 이바라키현 심의회의 결정액은 중앙심의위 목표액보다 2엔 많은 42엔이었지만 오이가와 가즈히코 이바라키 지사는 공개질문장을 던지며 최저임금 추가 인상을 요구했다.그 결과 후쿠이현의 2023~2024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4.8%로 900엔이 넘는 지자체 중에 가장 높았다. 이바라키의 2023~2024년 인상률은 4.6%로 900엔을 넘는 지자체 가운데 세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12개 광역 지자체가 최저임금심의회가 제시한 목표 인상액보다 최저임금을 더 많이 올렸다.일본 정부도 최저임금을 통일시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3년 후생노동성은 A~D의 4단계이던 최저임금 지역 구분을 A~C의 3단계로 줄였다. 최저임금 제도를 현재의 방식으로 개편한 1978년 이후 처음 제도를 바꿨다.등급을 줄임으로써 지역간 격차를 축소시키겠다는 의도다. 후생노동성은 "인상폭이 매년 대도시인 A지역에서 지방인 D지역

    2024.03.09 08:05
  • 똑같은 햄버거도 지역마다 가격 다르다…수렁에 빠진 日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日경제 발목잡는 최저임금①에서는 지역과 업종별로 다른 일본의 최저임금 제도의 결정 방식과 예기치 않은 후유증을 살펴봤다. 총무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일본 평균을 100으로 했을 때 도쿄도(104.5)와 가나가와현(103.0), 교토부(101.1)의 물가는 평균을 넘었다. 도쿄의 물가는 9년 연속 일본 1위였다.반면 미야자키현(96.2)은 4년 연속 일본에서 물가가 가장 싼 지역이었다. 군마현(96.6)과 가고시마현(97.2)이 뒤를 이었다.물가와 생활수준의 차이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곳은 일본 전역에 점포망을 가진 대형 외식 체인점들이다.일본 42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서 360여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중식 체인 오사카오쇼는 가게마다 메뉴와 가격이 제각각인 '마이크로매니지먼트 전략'을 벌이고 있다. 2019년 전략을 시작할 때만해도 메뉴의 90%가 전국 공통이었지만 현재는 20%만 같다.2022년 10월부터는 간판 메뉴인 군만두 1인분 가격을 270~290엔(세금포함)으로 지역에 따라 3개 가격대로 나눴다. 지역에 따라 임대료와 인건비 차이가 10배씩 나는 상황을 반영했다. 우에츠키 다케시 오사카오쇼 사장은 "지역과 고객이 다르면 요구하는 메뉴도 다르기 마련이다. 전국 균일 가격으로는 대응이 안된다"고 설명했다.패밀리 레스토랑 '가스토' 매장 1320개를 운영하는 스카이라크홀딩스도 2022년 7월부터 가격을 도시와 지방으로 나눴다. 10월에는 도쿄 등 '초도심' 지역을 추가해 가격대를 3개 등급으로 나눴다.주력 메뉴인 '치즈 인 햄버거' 가격은 769~879엔(세금 포함)으로 지역에 따라 110엔 차이가 난다. 스카이라크홀딩스 관계자는 "지방과 도시의 구매력 차이에 대응한 전략"이라고 설명했

    2024.03.08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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