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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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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웅열 코오롱 회장 "절대 경영 복귀 안해…아들, 능력 없으면 주식 1株도 안 물려줄 것"

    홀가분해 보였다. 결코 깨뜨려서는 안 된다는 ‘금수저의 무게감’에서 해방됐다는 편안함이 역력했다. 새롭게 도전에 나선 창업 세계에 대한 설렘도 엿보였다. ‘망할 권리가 생겼다’는 것이 무엇보다 좋은 듯했다. 내년부터 코오롱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기로 한 이웅열 회장(62).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경영에 복귀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외아들인 이규호 전무(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35)에 대해서도 냉정했다. 능력을 인정받아야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니다 싶으면 주식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도 했다. 창업 계획에 대해선 “1년여간 공부한 뒤 모색할 것”이라면서도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창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 창업 아이템이 어느 정도 추려진 듯했다. 29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간담회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듯했다’는 표현이 신선했는데.“23년 전 회장이 될 때부터 60세가 되면 은퇴할 것이라고 맘먹었다. 좀 늦어졌다. 최근 3년 동안 집중적으로 고민했다. 지금 물러나지 않으면 회사가 고꾸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회사의 걸림돌이 되지 말자고 결심했다. 진심이다.”▶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직원들이 해마다 한 번씩 중장기 계획을 보고한다. 그런데 보고로 끝이다. 보고서를 서랍 안에 넣어놨다가 1년 뒤 다시 꺼낸다. 얼마 전에도 그랬다. 수년 전 보고서와 달라진 게 거의 없었다. 너무너무 슬펐다. 과연 젊고 역동적인 CEO라면 그럴까 싶었다. 그래서 내려와야 한다고 판단했다. 조직에 모멘텀을 주는 것이 마지막 의무라고 생각했다.”

    2018.11.29 18:09
  • [하영춘의 이슈프리즘] 추천과 청탁 사이

    외부에서는 신문 기자가 힘깨나 쓰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억울한 일을 당하면 알음알음으로 찾아와 하소연하곤 했다. 무턱대고 전화해서 억울함을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부당하게 세금을 많이 부과받았다거나, 내용도 모르고 보증을 섰는데 집을 압류당했다거나,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는 등이었다. 피해를 본 건 자신인데 경찰 조사에선 가해자로 둔갑했다는 하소연도 기억에 남아 있다. 대출 민원도 적지 않았다. 십중팔...

    2018.03.12 17:37
  • [하영춘의 이슈프리즘] 평창올림픽에서 배워야 할 것

    평창동계올림픽 열기가 뜨겁다. 초반인데도 그렇다. 대표선수들이 엮어 내는 드라마 같은 스토리가 가슴을 벅차게 한다. 경기 중 넘어지고도 1위로 골인한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대표팀, 일곱 번의 수술을 딛고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우승한 임효준, 44개의 슛을 온몸으로 막아낸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골리 신소정 등. 모두가 감동이고 환희다. 선수들의 이런 스토리는 거저 나온 게 아니다. 인내와 노력, 눈물과 땀이 어우러진 결과다. 10여...

    2018.02.12 21:04
  • [하영춘의 이슈프리즘] 일자리 창출? 트럼프에게 배워라

    ‘미국 대통령은 체스(서양식 장기) 플레이어’라는 말이 있다. 대통령이 새로 취임하더라도 전임 대통령의 체스게임을 이어받아 계속한다는 의미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주요 정책은 함부로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국의 이런 전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보기 좋게 깨졌다. 트럼프는 취임 보름 남짓 동안 ‘경악’의 행보를 보였다. 오바마케어 수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

    2017.02.05 17:30
  • CES는 인공지능 전쟁터…우린 뭘하고 있나

    알파고의 위세는 사뭇 충격적이었다.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가 있다는 바둑이었다. 그것도 세계 최고수라는 이세돌 9단을 압도해 버렸다. 스스로 진화(deep learning)해야만 가능한 결과였다. 인공지능(AI)은 세계적 화두가 됐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존재하던 ‘생각하는 AI’가 조만간 현실화될 것이란 경계심도 일으켰다. 그때가 작년 3월이었다. 10개월이 지난 미국 라스베이거스. 세계 최대 전자쇼인 CES에서 AI...

    2017.01.02 18:15
  • [하영춘의 이슈프리즘] 이광구의 신상훈 활용법

    금융계 고위직엔 우리은행 출신이 유독 많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우리은행장을 지냈다. 김희태 신용정보협회장과 황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도 우리은행 부행장을 거쳐 계열사 사장을 역임했다. 우리은행으로 간판을 바꾼 뒤 행장을 지낸 다섯 명(이덕훈, 황영기, 박해춘, 이종휘, 이순우) 중 세 명이 아직도 현직이다. 생명력이 그만큼 뛰어나다. 비결은 역시 주인이 정부였다는 점이다. 정부가 인사권(때론 ...

    2016.12.25 17:52
  • [하영춘의 이슈프리즘] 그 많던 '친박'은 어디로 갔나

    딸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이다. 학원 다니느라 힘들어하다가, 틈만 나면 걸그룹에 열광하는 평범한 아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그런 딸아이의 관심이 요 며칠 새 달라졌다. “최순실이 대통령을 조종했다며?”로 시작하더니, “대한민국과 국가정보원 문양을 바꾼 것도 최순실이냐?” “대통령 위에 사이비종교(최순실)가 있으면 신정체제 아니냐?”는 질문까지 쏟아냈다. 짐짓 놀...

    2016.10.30 18:11
  • [불편한 진실…2016 대한민국 갑질 리포트] 30년 된 '검사때' 벗고 완벽한 을(乙)이 된 세가지 원칙

    갑(甲)과 을(乙)이 정해진 건 아니다. 천하의 슈퍼갑이라도 어느 순간 을로 바뀐다. 하찮기만 했던 을이 어느 날 갑자기 갑으로 부상하기도 한다. 문제는 변신이다. 갑이 을로 변신하는 건 만만치 않다. A변호사는 검사 출신이다. 지검장과 고검장을 두루 거쳤다. 그가 검찰 옷을 벗은 건 2012년. 그의 말을 빌리면 “30여년 검찰 생활 동안 빳빳해진 목이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고 한다. A변호사는 고민했다. 남들은 &ls...

    2016.10.11 19:07
  • [하영춘의 이슈프리즘] 박수환과 '낙하산 허용법'

    요즘 이런저런 자리에 가면 빠지지 않는 대화 메뉴가 있다. ‘김영란법’과 ‘박수환 리스트’가 그것이다. 김영란법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다가, 박수환 리스트로 화제가 옮겨간다. ‘박수환 리스트가 과연 있느냐’는 것과 ‘있다면 리스트에 오른 사람이 누구냐’는 게 사람들의 궁금증이다. 여기에는 ‘걸린 사람이 누구일까’라는 호기심과 &lsqu...

    2016.09.04 18:04
  • [하영춘의 이슈 프리즘] 산업은행 직원을 위한 변명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산업은행으로선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대우조선 부실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던 터였다. 감사원에 이어 검찰도 목을 조여 오는 상황이었다. 악재가 하나 더 겹쳤다. 홍기택 전 회장이 맡고 있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자리를 덜컥 빼앗겨 버렸다. 홍 전 회장은 자기변명적으로 서별관회의를 폭로해 분란을 일으키더니만, 결국 4조3000억원을 들여 얻은 한국 몫 AIIB 부총재 자리를 걷어차 버리고 말았다. 가히 그 직원들에 그 회장이다.산은 직원들은 납작 엎드려 있다. 숫제 ‘날 잡아 잡수쇼’ 하는 투다. 그 어떤 손가락질과 비난도 감내하겠다는 자포자기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렇다고 이들이 할 말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불만은 하나로 모아진다. ‘왜 우리만 갖고 그래?’다.“왜 우리만 갖고 그래?”따지고 보면 맞다. 뭐 하나 산은 뜻대로 된 것이 없다. 최고경영자(CEO)부터 그렇다. 1954년 창립 때부터 차관급 이상 고위 관료나 정권 실세들이 CEO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홍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 출신으로, 과거 박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였다. 일찌감치 실세로 소문난 사람이다. 산은 회장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AIIB 부총재로 옮겨 갔지만, 정부 관계자 누구도 그 배경을 속 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전임자인 강만수 전 회장도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지낸 실세 중 실세였다. 이들에게 ‘그렇게 하면 아니되옵니다’라고 진언할 수 있는 간 큰 직원은 드물었다.면면이 거물들인 만큼 창립 이후 호칭도 중앙은행인 한국은행과 같은 ‘총재(governor)’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질타로 민유성 행장

    2016.07.10 17:48
  • 서양화가 권찬희씨, 여섯번째 개인전

    서양화가 권찬희 씨가 여섯 번째 개인전을 연다.권 씨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가나아트센터)에서 ‘여정’이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연다. 다음달 6일부터 10일까지는 전북 전주시 교동아트미술관에서 같은 제목의 개인전을 갖는다.권 씨는 이번 개인전에서 ‘여정’을 주제로한 작품들을 20여점 전시해 삶의 방향성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는 “소박한 여행에서 벅찬 가슴으로 자연과의 교감은 화구를 챙겨 들게 한다”며 “또 다시 시작될 여정의 표현들을 기대하며 다짐하면서....”라고 이번 전시회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이번 전시회에서는 배와 꽃을 텅빈 마음으로 묘사한 작품들이 여럿 등장한다. 권 씨는 이를 통해 삶에 대한 애착과 통찰, 무한한 애정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덧없음도 삶의 여정의 일환이라는 것이 이번 작품들에서 뚜렷이 드러난다는게 화단의 평가다.권 씨는 원광대 사범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두차례 특선하는 등 여러차례 수상했다. (사)한국 미술협회 여성위원회 전북지부전을 비롯 W갤러리 수채화누리 소품전, 대한민국 미술대축제 '전통과 현대의 동행전' 등 다양한 작품전에 참가했다.또한 순천, 행주, 벽골 미술대전과 한국 수채화공모전, 전라북도 미술대전 등에서 다수의 특선 및 입선했으며 현재는 한국미술협회 여성위원회, 노령회, 수채화누리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

    2016.06.21 15:14
  • [하영춘의 이슈 프리즘] 산업은행 뒤에 숨지 마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방만함과 무능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정권과 가까운 ‘낙하산’ 최고경영자(CEO)와 국책은행이라는 보호막에 안주한 직원들이 조선산업 위기를 키웠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그 결과가 2013년 이후에만 4조5000억원을 투입한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다. 20조원을 쏟아붓고도 생사가 불투명한 대우조선해양도 이들의 작품인 걸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들을 위기의 주범으로 보는 건 뭔가 께름칙하다. 미필적 고의범쯤으로 보는 게 어쩌면 맞다.산은 뒤에 꼭꼭 숨은 정부여러 정황을 짚어 보면 그렇다. STX그룹 문제가 표면화된 건 2013년 3월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직후다. 정부와 산은의 의견은 사뭇 달랐다. 산은은 STX조선과 STX팬오션의 법정관리를 주장했다. 정부는 아니었다. 당연히 둘 다 살렸으면 했다. 산은이 인수하든지, 채권단이 지원토록 종용했다. PK(부산·경남) 출신 국회의원들도 STX조선을 살리라고 윽박질렀다. 홍기택 당시 산은 회장이 ‘면책 보장’을 요구하며 버텼지만 비웃음만 사야 했다. 덕분에 당시 STX조선은 법정관리를 피했다. 산은 등은 그 대가로 4조5000억원을 더 털어 넣어야 했다.이렇게 보면 조선산업 부실을 키운 주체는 정부(물론 청와대와 정치권도 포함해서다)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산은 등이 온갖 비난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은 정부가 철저히 이들 뒤로 숨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3년 각종 회의가 끝난 뒤 “산은이 알아서…”라는 말만 되뇌었다. 비겁하기 짝이 없다.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GM식 구조조정’을 얘기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GM이 흔들리자 미국 정부는

    2016.05.29 17:41
  • [하영춘의 이슈 프리즘] '그 사람'과 '그 양반'의 총선

    가히 ‘할배들의 경제배틀’이다. 다름 아닌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얘기다. 두 사람은 70대다. 강 위원장이 73세(1943년생), 김 대표가 76세(1940년생)다. ‘할배들’이다. 이 두 사람이 자칫 소극(笑劇)에 그칠 뻔했던 4·13 총선에 그나마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두 사람은 닮았다. 이력부터가 그렇다. 두 사람 모두 청와대 경제수석, 장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을 갈아탄 뒤 새로운 당의 간판 역할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 자신을 모셔온 당에 대해 툭하면 으름장이나 어깃장을 놓는 것도 닮은꼴이다. 이러다 보니 이들에 대해 고운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욕이라거나, 독불장군이라거나, 전에 몸담았던 당에 대한 섭섭함의 발로라는 비판이 있는 게 사실이다.모처럼 싹 튼 정책경쟁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이번 총선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퍼주기식 공약 경쟁이나 해코지식 비난전으로 일관됐던 선거판에 정책 경쟁의 싹을 틔웠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 19대 총선은 ‘무상 경쟁’이었다. 여당과 야당이 쏟아낸 무상공약 시리즈를 지키려면 250조원 이상이 든다는 계산이 나올 정도였다. 20대 총선 초반도 비슷했다. 여야 3당이 창출하겠다고 공약한 일자리만 1000만개가 넘었다.흐름을 바꾼 것이 두 사람이다. 강 위원장은 ‘한국판 양적 완화’를 들고나왔다.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산업은행 채권(산금채)과 주택저당채권을 사들여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자고 덜컥 제안했다. 김 대표의 반격은 즉각적이었다.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2016.04.04 18:04
  • [하영춘의 데스크 시각] 조태오, 남규만 그리고 '원샷법'

    시나리오 작가 이모씨는 요즘 ‘조태오’와 ‘남규만’에 꽂혀 있다. 조태오와 남규만을 합쳐 더 극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그런 인물만 만들어내면 관객 1000만명을 끌어들이는 대작 영화를 제작할 수 있고, 오랜 무명작가 설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조태오와 남규만은 영화와 드라마에 나오는 가상 인물이다. 조태오(유아인 분)는 작년 인기를 끌었던 영화 ‘베테랑’에 등장하는 재벌 3세다. 남규만(남궁민 분)은 방영 중인 TV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에 나오는 인물로 역시 재벌 3세다. 두 사람은 비슷하다. 이른바 ‘금수저’의 전형이다.안하무인, 막말, 폭행은 기본이다. 마약파티도 서슴지 않는다. 살인까지 한다. 그러고도 살인 혐의에서 유유히 벗어난다. 이들의 악행은 형사와 변호사에 의해 들통난다. 전형적인 선과 악의 구도다. 관객들로선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콩쥐팥쥐》 《흥부전》 같은 얘기에 익숙해진 터라 더욱 그렇다.惡의 대명사 된 재벌 2,3세시나리오 작가 이씨는 이 구도를 유지하되 조태오나 남규만보다 더 나쁜 캐릭터를 찾아내려 한다. 그는 “미국 영화는 인터스텔라, 스타워즈, 마션처럼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데 비해 국내 영화는 과거나 현재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 중점을 둔 영화나 드라마는 국제시장, 오빠생각, 응답하라 1988처럼 공감을 염두에 두고 있는 반면 현재를 기반으로 한 영화는 흥미를 위해 선과 악의 선명한 구도를 설정하는 게 특징”이라고 덧붙였다.그렇다면 실제 조태오나 남규만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한 재벌기업

    2016.01.31 17:28
  • [하영춘의 데스크 시각] 이상한 구조조정…김 부장은 외롭다

    연말 송년모임에서 후배를 만났다. 대기업 부장으로 잘나가는 그였다. 힘이 하나도 없길래 “무슨 일 있느냐”고 물었다. “사실상 그만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모두가 놀라는 사이, “그만두라는 사인을 받았는데 버틸 재간이 없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입사 21년차의 이제 40대 후반. ‘정년 60세’가 되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그는 어쩔 수 없이 짐을 싸기로 했단다. 회사가 조직을 축소하면서 임원 승진 기회가 적어졌고, 보직 이동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한직으로 발령내는 상황에서 정년 60세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한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임원 승진 기회는 줄어들고…연말 인사철이다. 삼성그룹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임원 승진자를 발표하고 있다. 승진 연한을 2~3년 뛰어넘어 ‘별’을 단 샐러리맨 신화는 올해도 빠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올 인사철 분위기는 왠지 썰렁하다. 대부분 회사에서 퇴임한 임원 수가 승진한 임원보다 많다고 한다. 삼성그룹 전체적으론 상무 이상 임원 수가 200명가량 줄었다는 얘기도 있다. 그만큼 ‘잘린’ 임원이 많다는 의미다. 미증유의 위기상황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는 게 담당자들의 설명이다.그래도 임원을 했다가 그만둔 사람은 괜찮다. 연봉도 많이 받았고, 잘하면 갈 데도 있다. 임원 승진 기회를 노리다 시기를 잘못 만나 집에 가야 하는 부장들보다는 훨씬 낫다.비단 임원인사 때만은 아니다. 이른바 ‘김부장, 이차장’은 외롭다. 이들의 말을 빌리면 ‘동네북 신세’다. 회사가 어려워져 구조조정을 할라치면 최우선 대상으로 이들이 거론된다. 당장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업계만 봐도 그렇다.

    2015.12.06 17:42
  • [하영춘의 데스크 시각] 폭스바겐 CEO는 왕따였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이 ‘미국 음모론’을 제기했다. “미국이 폭스바겐에 대해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유럽 자동차업계를 견제하고 자국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미국 음모론은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이 터진 지난달 18일부터 나돌았다. 세계 1위로 올라선 폭스바겐을 한방에 보내려는 미국의 술책이라는 게 골자다. 2008년 세계 1위가 된 도요타가 미국 정부의 대규모 리콜명령으로 휘청거렸던 사례가 곁들여지며 제법 그럴듯했다. 하지만 아니다. 폭스바겐 스캔들은 도요타 리콜과는 분명 다르다. 폭스바겐 스스로 6년에 걸쳐 1100만여대의 배기가스를 조작했다고 시인했으니 명백한 사기극이라고 보는 게 맞다.‘미국 음모론’은 틀렸다음모론 얘기가 나왔으니 폭스바겐 스캔들을 음모론적 시각으로 한 번 살펴보자. 가장 그럴듯한 음모론은 ‘엔지니어 음모론’이다. 폭스바겐은 ‘클린 디젤’을 내세워 유럽시장을 장악했다. 미국시장만 잡으면 세계 평정은 일도 아닌듯 싶었다. 미국이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갈수록 강화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독일이 자랑하는 엔지니어들은 죽을 힘을 다해 클린 디젤을 개발했다. 하지만 웬걸. 미국 기준엔 못 미쳤다.이들은 다급해졌다. 연구개발비는 바닥났다. 주어진 시간도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실패를 자인하자니, 질책이 두려웠다. 외통수에 몰린 엔지니어들이 배기가스 조작이라는 꼼수를 사용했다는 분석이다.또 다른 음모론은 ‘폭압적 지배구조 음모론’이다. 폭스바겐 창업자는 포르쉐를 세운 페르디난트 포르셰다. 그의 손자들이 장성한 뒤 지배구조가 뒤틀렸다. 친손

    2015.10.05 18:26
  • [하영춘의 데스크 시각] 국민연금을 위한 변명

    이런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당황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허둥대는 것 같기도 하다. 얄미울 정도로 자신있던 평소와는 사뭇 다르다. 다름 아닌 삼성 얘기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다. “국민연금만 찬성하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할 수 있다(김신 삼성물산 사장)”는 애절한 말도 평소 삼성에서는 잘 듣지 못하는 말이다.그만큼 엘리엇의 공격은 집요하다. 하긴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아르헨티나의 채권을 산 뒤 이자까지 받아내기 위해 군함과 대통령 전용기마저 압류했던 엘리엇이다. 세계에 존재하는 각종 연기금과 펀드 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이다. ‘천하의 삼성’이 당황해하는 걸 보면 그 공격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쉽게 물러날 것 같으면 애초 덤비지도 않았을 것으로 보는 게 맞다.수비수가 될 수밖에 없는 입장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성사의 캐스팅보트를 쥔 것으로 주목받는 국민연금은 정반대다. 각종 연기금과 펀드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이다. 축구로 치면 전형적인 수비수다. 간혹 골을 넣지만, 그보다는 골을 안 먹는 데 더 치중한다. 대부분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만큼 그럴 수밖에 없다.이건 명분이다. 이유는 딴 데 있다. 열 골을 넣었다고 해도 한 골을 먹으면 치도곤을 당한다. 10-1로 이기는 것보다 0-0으로 비기는 게 낫다. 감사원의 감사를 제대로 받으려면 그렇다. 연간 수익률을 아무리 많이 내도 칭찬받지 못한다. 오히려 여러 가지 투자 중 한 가지라도 잘못되면 엄한 책임 추궁을 당한다. 그러니 아무리 기대수익률이 높아도 선뜻 움직이지 않는다.의결권 행사 때도 그렇다. 국민연금이 5%

    2015.07.08 20:56
  • [하영춘의 데스크 시각] '알래스카의 여름'은 가고 있는데…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재미있는 말을 했다. “지금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알래스카의 여름과 같다”는 게 그 말이다. 알래스카의 여름은 7~8월 잠깐이다. 날씨가 쾌청한 것 같지만 금세 혹독한 겨울이 온다. 정유 및 유화업계는 작년 대규모 적자를 냈다. 1분기 흑자로 돌아섰지만 ‘반짝 호전’일 뿐이란 게 정 사장의 분석이다. 그는 “지금이 사업 구조를 바꿀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고도 했다. 긴 겨울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였다.비단 정유·유화업계만이 아니다. 국내 제조업 모두가 해당한다.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501곳은 지난 1분기 중 28조2637억원의 영업이익과 20조928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에 비해 영업이익은 7.1%, 순이익은 3.8% 늘었다. 두 가지 이익이 동시에 늘어난 것은 5분기 만이다. 분명 좋은 일이다. 쨍하니 맑은 여름이다.엔저 추세에 인건비만 오르고하지만 한 꺼풀만 벗기고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상장사 501곳의 1분기 매출(432조8223억원)은 작년 동기보다 5.8% 줄었다. 삼성전자는 물론이거니와 현대자동차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간판 기업들의 매출이 약속이나 한 듯 뒷걸음질했다.매출이 준다는 건 기업들의 규모가 쪼그라들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익이 늘었다는 건 원가가 줄었거나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판매관리비를 줄였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현상은 오래가지 못한다. 원가나 판매관리비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다. 얼마 안 가 매출과 이익이 함께 줄어드는 ‘긴 겨울’을 맞고 만다. 그 전에 매출을 늘리든가, 원가 및 판매관리비를 구조적으로 줄여 놓아야 한다.불행히도 아니다. 사방을 둘

    2015.05.31 20:43
  • [하영춘의 데스크 시각] 고장난 금융산업을 고친다고?

    금융산업 위기론이 한창이다. 정부와 업계 관계자 모두 입만 열면 금융산업 위기론을 외친다. 앞장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섰다. 그는 “금융업이 뭔가 고장났다”고 타박했다. 며칠 뒤에는 “예대금리 차이만 바라보고 있다”고 질책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금융산업이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고 거들었다.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은 한 술 더 떠 “현재 상태라면 금융권이 고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이런 위기론에 토를 달 사람은 없다. 최 부총리의 말대로 부가가치, 일자리, 세수 측면에서 금융업의 기여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국내총생산에서 금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7%에서 지난해엔 5%대로 주저앉았다. 금융·보험업의 일자리는 2013년 12월 85만9000개에서 작년 말 80만7000개로 줄었다. 금융업이 내는 법인세는 한때 12조원이 넘었으나 최근엔 3조원대로 급감했다. 이런 상황이니 금융산업에 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다.확산되는 금융산업 위기론하지만 그 ‘뭔가’에 대해 정부와 업계의 시각은 약간 다른 것 같다. 정부는 과감한 개혁을 원한다. 최 부총리의 말을 빌리면 “외환위기 전 금융정책과 감독기능 분리, 금융업권 칸막이 제거 등을 주도했던 금융개혁위원회 수준의 과감한 구조개혁”을 뜻한다. 이를 통해 “실물지원 기능이라는 금융 본연의 기능을 활성화했으면 하는 것(임 위원장)”이 정부의 바람이다.업계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개혁은 규제와 감독관행 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임 위원장은 지난달 3일 열린 ‘범금융 대토론회&rsq

    2015.03.15 20:41
  • [하영춘의 데스크 시각] 차기 신한은행장의 조건

    신한금융그룹에서 ‘신한사태’는 금기어나 마찬가지다. 임원이건 직원이건 신한사태를 먼저 입에 올리는 사람은 드물다. 어쩌다가 사석에서 신한사태 얘기가 나오면 애써 외면한다. 자리를 피하거나, 못 들은 척한다. 그들에게 신한사태는 그만큼 아픈 상처다.벌써 4년도 넘어 잊혀진 듯했던 신한사태가 다시 관심사로 부상했다. 두 가지 계기였다. 우선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으로 인해서였다. 라 전 회장은 지난달 29일 농심의 사외이사 후보로 공시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어 검찰 조사에도 응하지 못한 그였다. 그런 사람이 대기업 사외이사 후보가 된다고 하니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작년 10월 그를 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고발했던 참여연대는 즉각 반발했다. 라 전 회장은 결국 농심 사외이사 후보직을 자진사퇴했다.후보로 거론되는 다섯명또 다른 계기는 서진원 신한은행장의 갑작스런 입원이었다. 그가 지난달 초 입원할 때만 해도 금방 퇴원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웬걸. 입원은 한 달을 넘겼다. 지난 11일에야 퇴원했다. 얼마 동안은 통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도 받았다고 한다. 신한은행은 오는 24일 후임 행장을 선출키로 했다.서 행장은 신한사태 당시 신한생명 사장이었다. 신한사태와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신한사태 이후 행장으로 선임돼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과 함께 후유증을 빠르게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서 행장이 신한지주 등기이사와 신한은행 부회장직을 유지하다가 건강이 회복되면 한 회장의 뒤를 이을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신한사태가 다시 언급되는 것은 누가 그의 후임자가 될 것이냐를

    2015.02.15 20:42
  • [한계돌파] 크라우드펀딩서 대출까지…핀테크가 '금융의 활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참가 업체만 3500여개에 이른다. 이 중 10%가 넘는 375개가 스타트업(신생 벤처)이다. 작년보다 59% 늘었다.CES에서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인정받으면 투자은행이나 벤처캐피털에서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최근엔 다른 길도 열렸다.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이 그것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모바일 등 온라인을 통해 기업을 소개한 뒤 불특정 다수로부터 공개적으로 투자받는 것을 말한다. 특정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받는 것에 비해 펀딩 과정에서 기업을 알리는 홍보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크라우드 펀딩은 최근 화두로 등장한 핀테크(fintech)의 일종이다. 금융과 정보기술(IT)이 결합해 만든 새로운 금융영역이다. 투자은행이나 벤처캐피털 등 기존 회사들이 버려둔 일을 한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핀테크 하면 보통 알리페이나 애플페이 등을 연상한다. 이들이 제공하는 지급결제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송금과 크라우드 펀딩, 신용평가, 자산운용, 예금 및 대출까지 핀테크는 거의 모든 금융영역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글로벌 금융전문가 3000명이 CES를 찾는 까닭은글로벌 핀테크 흐름에서 주목할 것은 주도 세력이다. 기존 금융회사가 아니다. 애플 알리바바 등 대형 IT 기업이나 렌딩클럽(lending club·개인 간 대출업체) 등 아이디어를 사업화한 스타트업이 핀테크를 주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돼 핀테크가 금융의 주류로 등장할 경우 금융산업 생태계는 송두리째 바뀔 수 있다. IT 기업이 은행 등을 밀어내고 금융의 주역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기존 금융권으로선 자칫하면 주변부로 밀려나거나 문을 닫을 수

    2015.01.05 21:07
  • 한계돌파…다시 도전이다

    을미년(乙未年) 새해다. 상서로운 기운이 넘친다는 청양띠 새해다. 새해는 설레게 마련이다. 올해는 아니다. 왠지 불안하고, 뭔가 답답하다는 사람이 많다. 세계 경제는 힘이 빠져 있다. 엔저(低), 강(强)달러, 저(低)유가에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변수 투성이다. 국내 기업은 한계에 부딪혔다. 정부가 애써 돈을 풀었지만 경기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그러다 보니 “금리 물가 성장 투자가 모두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무는 4저(低) 시대...

    2014.12.31 21:52
  • 당신은 한국의 미래가 두렵지 않습니까

    국가 재정은 바닥을 드러낸다. 국가 빚은 국내총생산(GDP)의 70%에 육박한다. 펀더멘털(기초 경제여건)이 흔들리는 것을 감지한 국제신용평가사는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채산성 악화를 견디지 못한 국내 50대 기업 중 17곳이 국내 공장 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전할 계획이다. 그런데도 선거를 의식한 국회는 복지예산 증액을 둘러싼 다툼을 벌이다 회기를 중단한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대학생들이 졸업을 미루면서 ‘대학...

    2014.12.14 20:46
  • [한경데스크] 윤종규와 하영구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과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최근 금융계 화제의 주인공이다. 윤 회장은 지난 21일 회장에 취임했다. 하 전 행장은 ‘별일’ 없으면 이번주 전국은행연합회장에 선임될 예정이다. 일가(一家)를 이룬 두 사람이지만 살아온 이력은 사뭇 다르다. 윤 회장은 광주상고 출신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지만, 공인회계사 시험과 행정고시(결국 임용되지 못했지만)에 합격하는 등 자수성가한 사람의 전형을 보여줬다. 하 전 행장은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왔다. 대한민국 사회의 엘리트 코스를 걸었다. 미국 유학을 다녀와 씨티은행에 들어갔다. 은행장만 14년 하는 등 승승장구했다.두 사람은 KB금융 회장 자리를 두고 맞붙었다. 상당수 사람들은 ‘KS학연’을 가진 하 전 행장의 승리를 점쳤다. 30억원에 육박하는 연봉을 받는 씨티은행장직까지 버렸으니 더욱 그랬다. 결과는 아니었다. 학력도 신통치 않고 빽도 없는 윤 회장의 승리였다. 내부 출신 회장에 대한 직원들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였다.외부압력에도 소신 지킬까그렇다고 해도 윤 회장의 앞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당장은 금융당국 및 정치권과의 관계가 문제다. 금융당국은 그가 취임하기도 전에 KB금융의 LIG손보 인수에 부정적 시각을 전달했다. 지배구조 등을 문제 삼았지만, 윤 회장에 대한 ‘군기 잡기’ 의지가 내포돼 있다는 게 말 많은 사람들의 해석이다.정치권의 인사 청탁은 더 큰 실험대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인사청탁이 동시다발적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윤 회장은 취임사에서 “더 이상 청탁으로 인사를 해결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천명했지만, 과연 끝까지 이 소신

    2014.11.23 20:50
  • [책마을] 다윗의 삶에서 배우는 위기 돌파법

    다윗처럼 극적인 삶을 산 사람도 드물다. 세계 역사를 장식한 어느 영웅에 비춰도 다윗의 출중함은 뒤지지 않는다. 여덟 형제의 막내로 태어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양치기 소년 다윗. 거인 골리앗을 돌팔매질로 무너뜨리며 이스라엘 왕 사울의 후계자로 떠오른 영웅. 악기와 시문에 능해 ‘시편’을 지은 시인. 이스라엘 왕국을 통일해 40년을 통치하며 국가 기반을 닦은 뛰어난 제왕. 그의 삶은 이렇듯 극적이지만 마냥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다.《다윗의 의자》는 다윗의 삶을 14가지 경우로 나눠 다윗이 그때마다 어떤 지혜를 발휘했는지 보여준다. ‘승승장구할 때, 기회가 찾아올 때, 사랑받을 때, 불행을 만날 때, 상처받을 때, 범죄할 때, 함정에 빠졌을 때, 유혹당할 때, 앙갚음하고 싶을 때, 한계에 부딪칠 때’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했는지를 들려준다. 아울러 그의 삶과 행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13가지로 정리한다. ‘행하라, 귀 기울이라, 바르게 하라, 절제하라, 책임지라, 승복하라, 싸우라, 구하라, 이해하라’ 등이다.비기독교인에게도 유익한 교훈서가 될 수 있다. 최고경영자(CEO)에게는 훌륭한 지침서다. 하나님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하나님을 ‘나의 의지’나 ‘소중한 가족’ 등으로 바꾸면 된다. 다윗은 한계에 부딪힐 때 하나님이 다른 것을 시작하실 기회로 믿었다. 따라서 그에게 절망은 없었다. 일상 생활이나 조직 생활에서 한계에 부딪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고? 천만의 말씀. 한계는 또 다른 시작, 또 다른 기회를 의미한다. 다윗이 절대자인 하나님에게 의탁했듯이 자신의 의지를 믿고 따르거나, 소중한 가족을 생각하면 그렇다.하영춘 기자 h

    2014.09.25 21:57
  • [한경데스크] KB의 명운, 사외이사에 달렸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그들만의 리그’로 불린다. 이사회 멤버는 10명. 사외이사가 9명이다. 나머지 1명은 회장이다. 회장 후보를 선출할 때는 회장이 빠진다. 사외이사 9명이 회장 후보를 뽑는다. 사외이사를 선출할 때도 그렇다. 사외이사가 사외이사를 추천한다. 사외이사 천국이다(게다가 보수도 많다). 사외이사의 마음만 얻으면 회장도 사외이사도 될 수 있다.사외이사의 위력은 여러 번 나타났다. 2009년엔 금융당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단독 후보였던 강정원 국민은행장을 회장 후보로 선출하는 뚝심을 보였다. 2010년엔 누구나 아는 ‘MB맨’이었던 어윤대 씨를 회장 후보로 뽑으면서도 5 대 4의 표결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른바 ‘낙하산’도 얼마든지 거부할 수 있다는 힘을 보여줬다.10명 넘는 자천타천 후보들이런 사외이사들이 회장 후보 선출을 앞두고 고민에 빠진 것 같다. 벌써 10여명이 넘는 후보가 거론되지만 마땅한 사람이 보이지 않아서다. 고민을 유추하면 이렇다.‘이번엔 금융당국이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실제 지금까지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KB금융 회장과 관련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노골적인 낙하산도 없을 것 같다. ‘관피아’ 소동을 감안하면 관료 출신은 힘들다. 내부 출신을 뽑으면 좋겠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적임자라고 생각했던 내부 출신은 대부분 주전산기 교체사건 등으로 ‘별(징계)’을 달았다. 외부에서 모셔오자니 마땅한 사람이 없다. 다른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사람들이 거론되지만, 그들이 은근히 내세우는 ‘뒷배’를 생각하면 선뜻 내키지 않는다.’이 시점에서 사외이사들은 금융위원회가 임

    2014.09.24 20:46
  • [한경데스크] 윽박지른다고 보신주의 깨질까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권 보신주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지난달 24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였다. 은행들은 처음엔 뜨악했다. 웬 보신주의인가 싶었다. 하지만 금세 달라졌다. 기술금융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국민 신한 하나은행 등은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에 담보 없이 최대 10억원까지 빌려주기로 했다는 기술금융지원방안을 잇따라 발표했다. 자신들의 발표가 행여 다른 뉴스에 묻힐세라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역력하다. 한마디로 ‘담보 없이 기술만 보고 돈을 빌려주는 등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으니 좀 알아달라’는 투다.유명무실해진 ‘녹색금융’ 기억이런 모습은 새로울 게 전혀 없다. 이명박 정부 때도 그랬다. 녹색금융이 그것이다. 녹색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에 파격적인 조건으로 자금을 빌려준다는 바람이 금융계를 휩쓸었다. 작년 박근혜 정부 출범 때는 창조금융 바람이 거셌다. 은행마다 창조금융위원회를 만드는 등 부산을 떨었다.지금은 어떤가. 녹색금융은 흔적만 남은 채 사라지다시피했다. 창조금융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가시적 성과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이런 행태를 보여줬던 은행들이다 보니 보신주의 타파를 위한 기술금융 바람도 조만간 사그라질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금융당국의 ‘독려’와 ‘감시’가 약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담보 우선’을 들고 나올 것이란 관측도 상당하다.금융당국도 이런 우려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단기적으론 기술금융을 독려하면서도, 제도적으로 보신주의를 깨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

    2014.08.11 20:44
  • [한경데스크] '행복한 KB금융 직원' 가설

    올 프로야구 최대 화두는 ‘타고투저’다. 타자는 펄펄 나는 반면 투수는 힘을 못쓴다. 툭하면 핸드볼 스코어가 나온다. 원인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다. ‘스트라이크존이 너무 좁다’느니, ‘공 반발력이 좋아졌다’느니 말이다.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타고투저가 있었다. 1987년이 대표적이다. 그해 홈런이 갑작스레 30%가량 늘었다. 사무국 조사결과 의심가는 곳은 아이티였다. 당시 메이저리그에 공인구를 공급하던 곳은 롤링스라는 회사였다. 롤링스는 인건비가 싼 중남미 국가 아이티에서 수(手)작업으로 공인구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해 만들어진 공만 유달리 실땀이 단단하게 조여져 실밥이 덜 도드라졌다. 투수들은 변화구를 던지기 힘들게 된 반면 타자들이 친 공은 멀리 나갔다.아이티 국민 행복하게 만든것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아이티 정정(政情)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1986년 독재자 장 클로드 두발리에가 축출되자 신이 난 노동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실밥을 세게 조였다는 것이다. 이듬해인 1988년 아이티에 정치적 혼란이 다시 찾아왔고, 메이저리그 홈런 수도 29% 줄었다. 이는 ‘행복한 아이티인 가설’로 불리며, 야구가 얼마나 작은 것에 영향받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일컬어진다.여기서 야구 얘기를 하자는 건 아니다. 다만 아이티인을 행복하게 만들었던 조건은 어떤 기업, 어떤 조직에서나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지배구조 안정이 바로 그것이다.작년부터 금융권 화제의 주인공은 KB금융그룹이다. 도쿄지점 부당대출, 국민주택채권 위조, 개인 정보 유출사고가 이어지더니만, 급기야 전산교체를 둘러싸고는 최고경영진 간 내분까지 벌어졌다. 임

    2014.06.29 20:53
  • [한경데스크] '말로만 공모제'도 수술하라

    박근혜 대통령이 머리 숙여 사과했다. 세월호의 의로운 희생자들 이름을 호명하면서는 눈물까지 흘렸다.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겠다는 등의 대책도 발표했다. 퇴직 관료의 취업제한 대상 기관 수를 3배 이상 확대하고, 퇴직 후 취업제한 기간도 3년으로 늘리는 등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 폐해 척결방안도 내놓았다.안전감독·인허가 규제·조달업무 등과 직결되는 공직 유관단체와 각종 조합 및 협회에까지 관료들이 나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관료들로선 당혹스러울 일이지만, 반응은 애써 담담하다. “이미 예상했던 조치”라는 반응이 많다.낙하산 통로로 전락한 공모제그렇다면 관피아의 폐해가 정말 척결될 수 있을까. 민간의 반응은 ‘글쎄올시다’다. 관료들이 얼마 동안은 쥐 죽은 듯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낙하산 본능’을 되찾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퇴직 후 3년이 지난 선배를 대신 내려 보내는 ‘쿠션 인사’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당장은 관료들이 비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정치권 등의 압력이 더 거세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이를 위한 통로로 공기업 사장 공모제를 꼽는 사람이 많다. 공모제는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 도입됐다. 공기업은 물론 금융지주사 등 주인 없는 회사 대부분이 실시하고 있다.취지는 더없이 좋지만, 실제로는 ‘낙하산에게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한 제도’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많다. 공모를 실시하기 전부터 내정자 이름이 나돈다. 뚜껑을 열어보면 틀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행여 내정자가 후보에 포함되지 않으면 재공모를 하도록 한다. 공기업만이 아니

    2014.05.19 20:37
  • [한경데스크] '그림자 규제'가 더 무섭다

    손해보험업계의 요즘 관심은 삼성화재다. 삼성화재의 ‘용감함’이다. 용감함은 별것 아니다. 이달부터 영업용 및 업무용 자동차 보험료를 올리기로 한 결정이다. 불어나는 자동차 보험 적자를 감안하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용감함으로 불리는 것은 그 과정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자동차 보험료를 조정하면서 금융당국과 상의하지 않았다. 그냥 규정에 따라 ‘자율’로 보험료를 조정했다고 한다. 뒤늦게 이를 안 금융당국이 노발대발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 ‘용감한 삼성화재’라고 부르는 이유다.  증거도 흔적도 없는 규제 자동차 보험료 조정은 업계 자율이다. 인상 요인이 생기면 올리고, 인하 요인이 발생하면 내리면 된다. 사전 심사대상도 아니고, 신고 사항도 아니다. 보험개발원 등을 통해 조정폭이 적정한지를 검증받으면 그만이다. 현실은 아니다. 보험료 조정안을 갖고 “이렇게 조정해도 되겠습니까”라고 상의한 뒤 ‘오케이’ 사인을 받아야만 조정할 수 있다. 그것이 관행이다. 손보사들이 커지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몇 년째 자동차 보험료를 올리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는 암 덩어리”라고 말한 후 규제 혁파 논의가 활발하다. 금융당국은 금융 공기업과 유관기관 등의 내규나 모범규준 등에 숨어 있는 규제까지 10% 이상 걷어 내기로 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은행연합회 등 금융협회와 KB금융 등 지주회사 회장들을 불러 규제 완화 필요성을 당부하기도 했다.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금융업계 시각은 사뭇 다르다. 숨어 있는 규제를 걷어 낸다고 달라지는 건 별로 없을 것이란 냉소적 시각이 많다

    2014.03.1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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