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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 최종석 기자
    최종석 기자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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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단을 짜기 위한 프랑스 욕심에서 광견병 백신이 나왔다 [서평]

    1865년 프랑스 정부는 발효와 효모에 관해 연구하던 과학자 루이 파스퇴르에게 누에 질병인 미립자병 연구를 의뢰했다. 누에는 고급 섬유인 실크의 원료를 생산하는 곤충으로 중국 수입품을 대체하기 위해 유럽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었다.프랑스 정부는 누에들이 잘 자라지 못하고 떼죽음을 당하자 그 해법을 파스퇴르에게 의뢰했다. 그는 미생물학부터 수의학, 의학 연구까지 뛰어들었고, 탄저병과 광견병 백신을 발명하는데 이르렀다. 공공보건의 승리를 이끌어 인간의 수명을 극적으로 연장한 길은 실크로부터 시작됐다. 의식주는 인간 생활의 필수 요건이다. 태어나 담요에 싸이는 바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직물과 함께한다. 인류의 역사는 직물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저널리스트인 버지니아 포스렐은 <패브릭>을 통해 직물의 문명사를 조망한다. 네안네르탈인의 식물 섬유부터 실크로드, 리바이스 청바지, 섬유 배터리까지 직물로 세상을 바꾼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단순한 시대순이 아닌 섬유, 실, 염료, 상인, 소비자 등 다양한 관점에서 직물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직물은 우리가 사용하는 말에도 뿌리 깊게 박혀있다. 계획을 ‘짜고’, 모임을 ‘조직’하고, 실력을 쌓아 ‘성적’을 거둔다. 영어에서는 글을 뜻하는 텍스트(text)는 직물(textile)과 어원이 같다. 섬유를 얻기 위한 노력은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을 짤 만큼의 실을 만들려면 야생식물에서 채취한 섬유로는 부족했다. 인류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동물과 식물의 번식을 통제해 두꺼운 털을 가진 양과 솜이 풍부한 목화를 만들어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잘 자

    2024.04.23 14:20
  • [책마을] 아침에 일어나면 꿈을 적어둬라

    브라질 신경과학자인 싯다르타 히베이루 히우그란지두노르치연방대 교수는 <꿈의 인문학>에서 ‘왜 우리가 꿈을 꾸고, 꿈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며, 꿈은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질문한다. 그는 이 답을 찾기 위해 뇌과학부터 역사와 예술에 이르기까지 19년간 꿈을 파고들었다.꿈과 수면에 관한 연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카를 융의 연구를 바탕으로 해 심층심리학 관점에서 발달하기 시작했다. 프로이트의 연구는 논란이 많았지만 꿈을 인간의 삶 한가운데로 되돌려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꿈꾸는 사람의 정신 구조가 꿈 안에서 선명히 드러난다는 관찰을 통해 꿈이 전하는 심오한 의미를 분석했다.20세기 중반 수면이 자극 없는 평온한 상태라는 오래된 개념을 뒤흔드는 충격적인 발견이 있었다. 미국 생리학자 너새니얼 클라이트먼은 수면각성주기라는 연구를 통해 수면은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는 안구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호흡과 심박이 불규칙해지며 놔파가 빨라지는 렘수면을 규명했다.렘수면과 꿈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가 이뤄지며 도파민, 보상체계가 꿈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도파민 양이 적을수록 꿈을 적게 꾸고 도파민이 늘어나면 꿈꾸는 시간도 늘어났다. 이를 통해 꿈이 단지 무작위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도파민으로 활성화되는 보상체계에 대한 이미지라는 것이 알려졌다. 꿈이 인체를 위험 상황에서 보호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과정이라는 것이다.저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 잠시 머물며 꿈을 기록하는 습관을 지니라고 권한다.꿈은 지금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여주는 도구며 자기를 성찰하고 내면

    2024.04.12 19:07
  • 꿈을 기록하라,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준다 [서평]

    브라질 신경과학자 싯다르타 히베이루 히우그란지두노르치연방대학교 교수는 <꿈의 인문학>에서 ‘왜 우리가 꿈을 꾸고, 꿈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며, 꿈은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질문한다. 그는 이 답을 찾기 위해 뇌과학부터 역사와 예술에 이르기까지 19년간 꿈을 파고 들었다. 꿈과 수면에 관한 연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카를 융의 연구를 바탕으로 하여 심층심리학의 관점에서 발달하기 시작했다. 프로이트의 연구는 논란이 많았지만 꿈을 인간의 삶 한가운데로 되돌려 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꿈꾸는 사람의 정신 구조가 꿈 안에서 선명히 드러난다는 관찰을 통해, 꿈이 전하는 심오한 의미를 드러냈다. 20세기 중반 수면이 자극이 없는 평온한 상태라는 오래된 개념을 뒤흔드는 충격적인 발견이 있었다. 미국 생리학자 너새니얼 클라이트먼은 수면각성주기라는 연구를 통해 수면은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는 안구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호흡과 심박이 불규칙해지며, 놔파가 빨라지는 램수면을 규명했다. 램수면과 꿈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가 이뤄지며 도파민과 보상체계가 꿈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도파민의 양이 적을수록 꿈을 적게 꾸고, 도파민의 양이 늘어나면 꿈꾸는 시간도 늘어났다. 이를 통해 꿈이 단지 무작위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도파민으로 활성화되는 보상체계에 대한 이미지라는 것이 알려졌다. 꿈이 인체를 위험 상황에서 보호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과정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에 잠시 머물며 꿈을 기록하는 습관을 지니라고 권한다. 꿈은 지금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2024.04.09 14:35
  • [책마을] 우리는 칫솔 쓰는 법을 까먹는 병도 걸린다

    로널드는 갑작스러운 뇌졸중을 겪은 뒤 물건의 사용법을 잊어버렸다. 포크, 숟가락, 칫솔, 손톱깎이, 드라이버가 무엇인지 알았지만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식사 시에 칫솔을 주자 칫솔을 숟가락처럼 사용했다. 개념실행증이었다. 환자가 도구 등의 사물을 활용해 임무를 완수하는 방법에 대한 개념적 이해를 하지 못하는 증상이다.실행증은 여러 종류로 나타난다. 눈을 뜨는 데 필요한 근육은 정상이나 눈을 잘 못 뜨는 눈꺼풀실행증, 옷을 못 입는 착의실행증, 동작을 못 만들어내는 관념운동실행증 등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신경과학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뇌가 오작동하는 다양하고 신기한 사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현실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 보여준다.어떤 환자는 멀쩡히 살아 있는데도 자기가 죽었다며 장례를 치러달라고 하거나, 자기 몸이 부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코타르증후군이라 불리는 이 증상은 뇌의 논리성을 담당하는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 발생한다. 또 다른 망상증인 카그라스증후군 환자는 가족을 보고 진짜 가족은 사라지고 가짜가 그 자리에 있다고 믿는다. 자신의 진짜 딸은 납치됐고 사기꾼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믿는다. 일부 환자는 온 세계가 사기꾼으로 뒤덮였다고 생각한다.뇌의 오작동이 새로운 능력을 발현시키는 일도 있다. 데릭은 수영장에서 심한 뇌진탕을 당한 뒤 새로운 재능이 생겨났다. 평생 피아노를 배워본 적이 없었지만, 갑자기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그가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자 마치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듯이 손가락이 건반 위를 춤췄다.이 밖에 13년 동안 자신

    2024.03.29 19:00
  • 자기가 죽었다며 장례치러달라고 안달… 인간의 뇌는 왜 이럴까 [서평]

    로널드는 갑작스러운 뇌졸중을 겪은 후 물건의 사용법을 잃어버렸다. 포크, 숟가락, 칫솔, 손톱깎이, 드라이버가 무엇인지 알았지만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식사 시에 칫솔을 주자 칫솔을 숟가락처럼 사용했다. 숟가락에 치약을 묻혀 이를 문질렀다. 문제는 개념실행증이었다. 환자가 도구 등의 사물을 활용해 임무를 완수하는 방법에 대한 개념적 이해를 갖지 못하는 증상이다.실행증은 여러 가지 종류로 나타난다. 눈을 뜨는 데 필요한 근육은 정상이나 눈을 잘 못 뜨는 눈꺼풀실행증, 옷을 못 입는 착의실행증, 동작을 못 만들어내는 관념운동실행증 등이다. 이런 증상은 우리의 뇌가 고장 난 이후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신경과학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뇌가 오작동하는 다양하고 신기한 사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현실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 보여준다.어떤 환자는 멀쩡히 살아 있는데도 자기가 죽었다며 장례를 치러달라고 하거나, 자기 몸이 부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코타르증후군이라 불리는 이 증상은 뇌의 논리성을 담당하는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 발생한다.또 다른 망상증인 카그라스증후군 환자는 가족을 보고 진짜 가족은 사라지고 가짜가 그 자리에 있다고 믿는다. 자신의 진짜 딸은 납치되었고 사기꾼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믿는다. 일부 환자는 온 세계가 사기꾼으로 뒤덮였다고 생각한다.뇌의 오작동이 새로운 능력을 발현시키는 일도 있다. 데릭은 수영장에서 크게 뇌진탕을 당한 후 새로운 재능이 생겨났다. 평생 피아노를 배워본 적이 없었지만, 갑자기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욕구가

    2024.03.27 09:26
  • [책마을] 인류는 타고난 패턴 탐구자 '자폐인' 덕에 발전했다

    알은 네 살이 될 때까지 말을 하지 않았다. 사람에게 관심이 적었고, 패턴을 발견하는 데 열중했다. 말을 시작한 뒤에는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려고 주변 사람에게 끊임없이 질문했다. 교사들은 알의 끝없는 질문에 짜증을 냈다. 한 교사는 분노와 절망에 못 이겨 알의 뇌가 “맛이 갔다”고 했다.알에겐 홈스쿨링밖에 방법이 없었다. 집과 도서관을 오가며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진실을 찾는 데 몰두했고 규칙을 사랑했다. 그는 세상의 법칙과 패턴을 찾는 데 타고난 패턴 탐구자였다. 그는 위대한 과학자이자 발명가 토머스 알바 에디슨이었다.40여 년간 인간 뇌를 연구한 사이먼 배런코인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패턴 시커>에서 자폐인이 인류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밝힌다.자폐인은 사물과 자연을 일정한 기준과 규칙에 따라 치밀하게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저자는 이런 성향의 사람들이 도구, 언어, 제도, 법 등 문명의 거의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전한다.저자는 인간이 가진 체계화 시스템을 ‘만일-그리고-그렇다면’ 패턴으로 정의한다. 5000년 전 인류는 무거운 바위와 바퀴를 마주했다. ‘만일 돌이 엄청나게 무겁다면, 그리고 내가 소에게 마구를 채울 수 있다면, 그렇다면 저 거대한 돌을 옮길 수 있을 것이다.’ 인류는 이렇게 바퀴 사용법을 알아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인류는 자폐인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최종석 기자

    2024.03.08 18:43
  • 인류의 발명을 촉진시킨 사람은 자폐인들이다 [서평]

    알은 네 살이 될 때까지 말을 하지 않았다. 알은 사람에게는 관심이 적고, 패턴을 발견하는 데 열중했다. 말을 시작한 뒤에는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려고 주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해댔다. 교사들은 알의 끝없는 질문에 짜증을 냈다. 한 교사는 분노와 절망에 못 이겨 알의 뇌가 “맛이 갔다”라고 했다.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알은 홈스쿨링을 밖에 방법이 없었다. 그는 집과 도서관을 오가며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알은 진실을 찾는데 몰두했고, 규칙을 사랑했다. 그는 세상의 법칙과 패턴을 찾는 타고난 패턴 탐구자였다. 그는 위대한 과학자이자 발명가 토머스 알바 에디슨이었다.에디슨의 행동은 두 가지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한 가지 렌즈는 강박 또는 자폐증의 증상이다. 다른 렌즈로 본다면 지칠 줄 모르는 실험 능력과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관찰력이다. 40여 년간 인간 뇌를 연구해온 사이먼 배런코인 영국 케임브리지대 발달정신병리학 및 실험심리학 교수는 <패턴 시커>에서 자폐인이 인류 발달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밝힌다.자폐인은 사물과 자연을 일정한 기준과 규칙에 따라 치밀하게 분석하는 체계화된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저자는 이런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도구, 언어, 제도, 법 등 문명의 거의 모든 것들을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전한다. 스웨덴의 10대 자폐인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 변화라는 아주 좁은 주제에 강한 관심을 가졌으며, 결국 지구의 미래를 위해 이 문제가 시급하다는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저자는 인간이 가진 체계화 시스템을 ‘만일-그리고-그렇다면’ 패턴으로 정의한다. 5000년 전 인류는 아주 무거운

    2024.03.05 08:15
  • [책마을] 사랑하는 것을 자극해야 지갑이 열린다

    소비자 심리학의 대가인 애런 아후비아 미국 미시간대 디어본 경영대학 마케팅 교수는 <사고 싶어지는 것들의 비밀>을 통해 인간이 사물과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것들의 비밀을 밝혀낸다. 그는 사람과 사물 사이의 차갑고 실용적인 관계에 감정적 온기를 불어넣은 ‘관계 난로’라는 개념을 제시한다.첫 번째 관계 난로는 의인화다. 마치 반려동물 같은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를 다른 사람과 연결해주는 것이다. 친구나 가족의 사진, 다른 사람에게 받은 선물, 다른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나 물건,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되는 휴대폰 등이다. 마지막은 ‘자기감’이다. 특정 브랜드의 옷을 계속 입는 것, 어떤 음식을 먹는 것, 특정 자동차를 타는 것, 어떤 향수를 쓰는 것 등은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표현하는 방식이 된다. 좋아하는 것에 소비하는 건 단순히 필요한 것을 사는 게 아니라 내적 만족감과 정체성을 높이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케팅 방법론을 넘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깨달음까지 전한다.최종석 기자

    2024.03.01 18:07
  • [책마을] 건망증이 노화 탓? "ADHD였다네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남자 아이의 장애라고 많이 알려졌지만 성별과 나이가 이 증상의 특징이 아님이 밝혀졌다. 노인에게서도 ADHD 증상이 나타난다.미국에서 50여 년간 ADHD 진단과 치료를 전문으로 해온 캐슬린 네이도 박사는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평생 ADHD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노인에게 주목해야 한다고 전한다. 그는 <나이 들면 ADHD와 헤어질 줄 알았다>의 저자다. 네이도 박사에 따르면 노인 ADHD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일상생활 관리, 건망증과 같은 문제를 단순히 노화 관리 인지 저하의 문제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나이가 들었어도 치료를 통해 충분히 나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노인 ADHD는 의욕 저하, 우울증, 치매와도 연관성이 있다.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로 물건을 과도하게 모으는 ‘저장장애’도 ADHD와 함께 온다고 한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정돈된 환경을 만들지 못하는 노인들은 ADHD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노인 ADHD를 치료하는 방법은 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부터 출발한다. 명상과 마음 챙김을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매일 야외에서 자연을 느끼며 시간을 보내고, 과일과 채소 같은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사회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외로움에 갇히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저자는 ADHD를 진단받는 방법부터 약물치료, 경제적 스트레스 관리, 인간관계 문제 대처법, 은퇴 준비 등 다양한 지침을 제시한다.최종석 기자 

    2024.03.01 17:59
  • 나이 들어서 편집광처럼 물건 모은다면 노인 ADHD 의심해야 [서평]

    주의력결핍행동장애(ADHD)가 남자 아이의 장애라고 많이 알려져 있다. ADHD가 있는 아이들은 의자에서 방방 뛰거나 수업을 방해하고 충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잘 잊어버리고, 체계적이지 못할뿐 아니라 주의가 산만하다. 최근에는 여성과 성인 ADHD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며 성별과 나이가 이 증상의 특징이 아님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노인에게서도 ADHD 증상이 나타날까? 어린 시절 ADHD 문제가 있다고 언급된 성인들이 이제 은퇴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수명 연장과 출생률 감소가 더해지면서 2035년이면 ADHD 아동, 청소년보다 노인의 수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ADHD 노인에 대해 간과하고 있다. 미국에서 50여 년간 ADHD 진단과 치료를 전문으로 해온 캐슬린 네이도 박사는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평생 ADHD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노인들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전한다. 그는 <나이 들면 ADHD와 헤어질 줄 알았다>를 통해 노인 ADHD로 진단받은 사람들의 사례를 전한다. 그는 스트레스 관리, 결혼생활과 인간관계 대처법, 은퇴생활 준비, 약물치료 등 다양한 해결법을 전한다. 노인 ADHD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일상생활 관리, 건망증과 같은 문제가 단순히 노화 관리 인지 저하의 문제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ADHD를 진단받기에 너무 늦은 시기는 없으며, 나이 들었어도 인식하고 치료받음으로써 충분히 나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노인 ADHD는 의욕 저하, 우울증, 치매와도 연관성이 있다.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로 물건을 과도하게 모으는 ‘저장장애’도 ADHD와 함께 온다고 전한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정돈된 환경을 만들지 못하는 노인들은 ADHD일

    2024.02.27 09:52
  • [책마을] 50세 넘어 시작한 도전에서 성공한 사람들

    미국 매사추세츠의 전화기 수리기사였던 크리스 도너번에게는 오랜 취미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여성용 구두를 아주 섬세하게 스케치했다. 그의 디자인은 편하게 신는 신발보다 건축 설계도에 가까웠다. 50세가 됐을 때 전립선암을 진단받고 원치 않게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54세에 병이 완치된 후 그는 절박함 속에 이탈리아 디자인학교에 등록해 최고령 학생이 됐다. 구두 디자이너로 새 출발한 것이다. 그는 61세에 패션계에서 가장 참신한 슈퍼스타로 소개됐다. 구두 브랜드 ‘크리스 도너번’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 사상 첫 여성 부편집장이었던 저널리스트 조앤 리프먼은 <더 넥스트>에서 앞선 사례처럼 실패를 극복하고 자신의 인생 2막을 여는 데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이들을 인터뷰하고 신경과학, 사회심리학, 인지과학 등 다양한 이론을 바탕으로 그들의 삶을 관통하는 법칙을 제시한다. 이들은 인생의 다음 단계로 도약할 때 ‘탐색-분투-중단-해법’이라는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일반적으로 변화는 정보를 수집하는 ‘탐색’으로 시작한다. 그런 다음에는 불편하고 절망적일 수 있는 ‘분투’로 접어든다. 그러다가 종종 휴식을 취하거나 강제로 ‘중단’당하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마침내 국면 전환과 함께 ‘해법’이 도출되면 변화가 완수된다는 것이다.저자가 소개하는 사람은 대부분 50세 이후에 새로운 도전에 나서 성공을 이룬 사람이다. 할랜드 데이비스 샌더스는 변호사 생활이 참담한 실패로 끝난 후 개업한 식당이 망했다. 65세에 파산하고 사회보장금과 연금으로 생

    2024.02.23 18:12
  • 65세에 파산하고 통닭집으로 재기한 사나이, 그는 KFC 할아버지 [서평]

    미국 매사추세츠의 전화기 수리기사였던 크리스 도너번에게는 오랜 시간 동안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취미가 있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여성용 구두를 아주 섬세하게 스케치했다. 그의 디자인은 편하게 신는 신발보다는 건축 설계도에 가까웠다. 그는 직장 생활을 수십 년 하는 동안에도 그리기를 계속했다. 그는 50세가 되었을 때 전립선암을 진단받고 원치 않게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 54세에 병이 완치된 후 그는 절박함 속에 이탈리아 디자인학교에 등록해 최고령학생이 됐다. 구두 디자이너로 새 출발을 시작한 것이다. 이후 그가 선보인 구두 디자인에 업계 사람들은 열광했고, 61세에 ‘패션계에서 가장 참신한 슈퍼스타’로 소개됐다. 그의 구두 브랜드 ‘크리스 도너번’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팬데믹은 우리 사회에 여러 변화를 일으켰지만, 그중에서도 중대한 변화는 직장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직장을 떠나고 경력을 바꾸는 일이 기록적인 수에 이르렀다. 적극적으로 회사 일에 몰두하지 않는 ‘조용한 퇴직’이라는 말도 생겼다. 직장은 물론이고 직업도 이젠 평생 직업도 찾을 수 없는 시대에 새로운 커리어를 찾고 도전하는 일은 불가피한 일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 사상 첫 여성 부편집장이었던 저널리스트 조앤 리프먼은 <더 넥스트>에서 실패를 극복하고 자신의 인생 2막을 여는 데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이들을 인터뷰하고 신경과학, 사회심리학, 인지과학 등 다양한 이론을 바탕으로 그들의 삶을 관통하는 법칙을 제시한다. 이들은 인생의 다음 단계로 도약할 때 ‘탐색-분투-중단-해법&rsquo

    2024.02.21 09:17
  • 줄을 서서 물건을 사게 하고 싶다면 애착과 강박을 자극하라 [서평]

    사람들은 왜 유명 맛집에 1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릴까? 애플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되면 매장 앞에는 기나긴 행렬이 이어질까? 이처럼 가방, 시계, 자동차와 같은 물건에 열광하는 것은 혹시 이 물건들을 사랑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소비자 심리학의 대가인 애런 아후비아 미시간대 디어본 경영대학 마케팅 교수는 <사고 싶어지는 것들의 비밀>을 통해 인간이 사물과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것들의 비밀을 밝혀낸다. 저자는 심리학, 신경과학 등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인간의 사물에 대한 욕망을 파헤친다. 저자는 인간이 더 나은 사회적 평가를 위해, 타인과의 애착 형성을 위해, 더 나은 삶은 살고 싶은 욕망 때문에, 사물에 대해 애착을 갖는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과 사물 사이의 차갑고 실용적인 관계에 감정적 온기를 불어넣은 ‘관계 난로’라는 개념을 제시한다.첫 번째 관계 난로는 사람이 사물처럼 여기는 ‘의인화’다. 반려동물은 사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람도 아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정말 사랑하고 자기 자식처럼 대한다. 저자는 저장 강박도 의인화와 관계있다고 주장한다. 물건을 강박적으로 모으고 저장하는 것은 그것이 매우 중요하고 쓸모 있을 것이라고 과도하게 믿는 심리적 장애가 표출되는 행동이다. 또한 그 물건이 자기와 강력하게 통합되어 그 대상을 없애면 자신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사물을 인간으로 인식하면 도덕적 의무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관계 난로는 우리를 다른 사람들과 연결해주는 것이다. 친구나 가족의 사진, 다른 사람에게 받은 선물, 다른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나

    2024.01.29 13:39
  • [책마을] '지름 1㎜' 뇌혈관을 수술하는 의사들

    뇌혈관의 지름은 1밀리미터가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혈관벽은 이보다 얇기 때문에 이를 다루는 것은 매우 위험하면서도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독일 베를린 자선병원의 신경외과 전문의인 페터 바이코치는 <1밀리미터의 싸움>을 통해 뇌와 신경계 수술 사례를 소개하며 신비한 뇌의 세계를 보여준다.그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재발 가능성이 아주 큰 환자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의사와 환자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수술을 통해 생과 사를 오가는 경험을 함께한다. 언어능력을 담당하는 뇌 부위 가까이에 생긴 종양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자가 깨어 있는 각성 상태에서 수술해야 한다. 저자는 환자의 의식을 유지하며 수술 시간 내내 대화를 나누고, 그림들을 보여주며 질문을 한다.저자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삶의 질을 어느 정도까지 희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수술은 경우에 따라 신경 훼손이나 장기들의 기능 손상을 감수해야만 했다. 다리 마비나 방광 기능장애와 같은 후유증을 감수할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방사선 요법에 희망을 걸고 삶의 질을 양호하게 유지하느냐의 선택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최종석 기자 

    2024.01.19 18:56
  • '지름 1㎜' 뇌혈관 수술에서 삶과 죽음을 가르는 獨 외과의사 [책마을]

    인간의 뇌는 경이롭다. 아주 작은 천억 개의 세포가 모여있고 이를 극도로 섬세한 혈관들이 연결한다. 주요 혈관들에서 뻗어나간 혈관 지류들과 신경계까지 조화를 이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뇌혈관의 지름은 1밀리미터가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혈관벽은 이보다 얇기 때문에 이를 다루는 것은 매우 위험하면서도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독일 베를린 자선병원의 신경외과 전문의인 페터 바이코치는 <1밀리미터의 싸움>을 통해 뇌와 신경계 수술 사례를 소개하며 신비한 뇌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는 이곳에서 36명의 동료 의사와 함께 하루 5~6건, 1년에 800여 차례 수술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재발 가능성이 아주 큰 환자들의 사례들을 소개한다. 동정맥 기형 환자는 모세혈관에 기형이 생겨서 출혈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마치 뇌 속에 시한폭탄을 지니고 사는 것 같은 이런 환자는 수술도 매우 까다롭고 위험성도 크다. 의사와 환자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수술을 통해 생과 사를 오가는 경험을 함께한다. 언어능력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가까이에 생긴 종양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자가 깨어있는 각성 상태에서 수술해야 한다. 저자는 환자의 의식을 유지하며 수술 시간 내내 대화를 나누고, 그림들을 보여주며 질문을 한다. 그래야 언어영역에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고 곧장 계획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삶의 질을 어느 정도까지 희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저자의 수술은 경우에 따라 신경 훼손이나 장기들의 기능 손상을 감수해야만 했다. 저자는 다리

    2024.01.16 15:13
  • [책마을] 총명했던 건륭제는 왜 말년에 망했나

    중국 청나라의 6대 황제 건륭은 역사상 실질 통치 기간이 가장 길었던 왕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735년부터 1795년까지 60년간 재위했고 3년4개월간 자리를 물려준 뒤 살아있는 황제의 부친으로서 사실상 최고 권력을 행사했다.그는 긴 통치 기간만큼이나 청나라의 흥망성쇠를 모두 경험했다. 89세까지 장수하며 태평성대를 이룬 성공한 황제였지만, 말년에는 탐욕을 부리며 부패를 만들어내 청나라를 쇠락의 길로 몰았다. 결국 청나라를 백련교의 난과 아편전쟁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는 결과를 초래했다.중국의 역사학자인 장훙제는 <건륭>을 통해 건륭제의 소년 시절부터 사망할 때까지 이야기를 다양한 사료를 통해 전한다. 건륭제가 나라를 다스린 50여 년 동안 중국의 인구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역사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건륭 6년에 실시한 인구조사에서 중국의 인구는 이미 1억4000만 명에 달했다. 이 시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의 3분의 1을 차지했고, 청나라 영토는 최대 크기였다.그는 절제되고 규칙적인 습관을 지키며 평생 술은 거의 입에 대지 않았지만, 극도로 사치스러워서 여섯 차례나 남쪽 지방을 순행하며 엄청난 경비를 지출했다. 젊어서는 총명하고 겸손하며 신중한 성격으로 청나라를 태평성대에 올려놨지만, 말년에는 고집불통에 기고만장해서 누구의 의견도 듣지 않았다.건륭제의 잘못 중 하나는 청나라 왕조에 불리한 내용을 담은 책을 모두 불사르는 문화적 퇴행을 가져온 것이다. 또한 체제를 비판하는 글을 쓴 사람을 대대적으로 처벌하는 ‘문자옥’을 가장 많이 행한 황제였다.그는 말년에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청나라를 쇠락의 길로 몰았다.

    2024.01.05 18:40
  •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통치했던 건륭제는 무엇을 남겼나 [책마을]

    중국 청나라의 6대 황제 건륭은 역사상 실질 통치 기간이 가장 길었던 왕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735년부터 1795년까지 60년간 재위했고 이후 3년 4개월간 자리를 물려준 뒤 살아있는 황제의 부친으로서 사실상 최고 권력을 행사했다. 그는 길었던 통치 기간만큼이나 청나라의 흥망성쇠를 모두 경험했다. 89세까지 장수하며 태평성대를 이룬 성공한 황제였지만, 말년에는 탐욕을 부리며 부패를 만들어내 청나라를 쇠락의 길로 몰았다. 결국 청나라를 백련교의 난과 아편전쟁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는 결과를 초래했다. 중국의 역사학자인 장훙제는 <건륭>을 통해 건륭제의 소년 시절부터 사망할 때까지 이야기를 다양한 사료를 통해 전한다. 역사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건륭 6년에 실시한 인구조사에서 중국의 인구수는 이미 1억4000만 명에 달했다. 건륭 60년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3억에 가까웠다. 건륭제가 나라를 다스린 50여 년 동안 중국의 인구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 시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3분의 1을 차지했고, 청나라 영토는 최대 크기였다. 건륭제는 즉위 과정이 순조로웠던 몇 안 되는 중국의 황제 중 하나였다. 아버지였던 옹정제가 비밀리에 태자를 세우는 제도를 처음 마련한 덕분에 다른 황자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었다. 이전 강희제와 옹정제가 70년 동안 나라를 안정시켜놔서 특별한 우환도 없는 상태에서 황제에 올랐다. 그는 다양한 성격을 가진 복잡하고 변덕스러운 사람이었다. 그는 인자하고 선량한 면이 있었지만, 폭력적인 면도 있었다. 사교적이고 기품 있으며 주변 사람들이 ‘봄바람과 따뜻한 기운’을 느낄 만큼 온화했지만, 매우 오만해

    2024.01.03 09:21
  • [책마을] 측정은 어떻게 역사를 지배했는가

    영국 저널리스트 제임스 빈센트는 <측정의 세계>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측정이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 그 기원을 살펴본다. 그는 인류가 처음으로 숫자를 세고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다른 동물들과 달라졌다고 지적한다. 측정은 우주 속 인간의 위치를 다시 정의하게 하고 건설과 도시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구조적 뿌리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고대 이집트인들은 나일로미터라는 측정 도구를 사용해 나일강의 범람 수위를 측정했다. 매년 홍수로 불어난 나일강은 주변 땅을 비옥하게 개량했다. 나일로미터가 기근이 온다고 측정하면 사람들은 식량을 비축했다. 풍작이 온다고 하면 작물, 노동, 토지의 형태로 적절한 세금이 부과됐다.측정법은 초기 국가와 사회 구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중세 영주들은 원하는 만큼 노동과 상품을 착취하기 위해 자기만의 척도를 이용했다. 토지의 면적이나 곡물의 무게를 잴 때 쓰이는 기준값은 지역마다 달랐다.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측정 체계인 미터법은 프랑스 혁명으로 본격 도입됐다. 혁명 당시 평민은 귀족의 속임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귀족은 교역과 농업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서 표준화를 원했다.측정은 정복과도 관계가 깊었다. 17세기 측정 열풍이 불었던 스웨덴은 정밀한 무기로 인근 핀란드, 노르웨이, 러시아에 이르는 영역을 정복했다. 18세기 미국의 개척자들은 야생의 땅을 측정하며 관리할 수 있는 땅으로 바꿔나갔다.최종석 기자

    2023.12.22 17:30
  • "측정 못하고, 숫자로 못 표현하는 지식은 빈약하다" [책마을]

    “당신이 말하는 것을 측정할 수 있고 숫자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을 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숫자로 표현할 수 없다면, 그 지식은 빈약하고 부족하다.”켈빈 경으로 잘 알려진 19세기 영국의 물리학자 윌리엄 톰슨은 측정이 인간의 삶에 이바지한 공로를 이처럼 요약했다. 몸무게를 재고, 거리를 계산하고, 시간을 확인하고, 물건의 크기를 가늠하면서 우리는 주변의 모든 것을 측정한다. 개수 셈하고 가격을 따지는 것도 측정이다.영국의 저널리스트 제임스 빈센트는 <측정의 세계>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측정이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 그 기원부터 현재까지 살펴본다. 그는 인류가 처음으로 숫자를 세고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다른 동물들과 달라졌다고 지적한다. 측정은 우주 속 인간의 위치를 다시 정의하게 하고 건설과 도시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구조적 뿌리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인류가 최초로 측정을 한 시기는 언제였을까? 저자는 이 실마리를 찾기 위해 고대 이집트 문명을 살펴본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나일로미터라는 측정 도구를 사용해 나일강의 범람 수위를 측정했다. 매년 홍수로 불어난 나일강은 주변 땅을 비옥하게 개량했다. 나일로미터가 기근이 온다고 측정하면 사람들은 식량을 비축했다. 풍작이 온다고 하면 작물, 노동, 토지의 형태로 적절한 세금이 부과됐다.측정법은 초기 국가와 사회 구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중세 영주들은 원하는 만큼 노동과 상품을 착취하기 위해 자기만의 척도를 이용했다. 토지의 면적이나 곡물의 무게를 잴 때 쓰이는 기준값들은 지역마다 달랐다. 이 느슨하고 유연한 값을 통제하는 것은 사회 질서를 지키고 왕권

    2023.12.19 10:26
  • '시진핑 박사학위' 외교전문가의 美·中 갈등 10가지 시나리오[책마을]

    “새로운 강대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이 이를 두려워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전쟁은 피할 수 없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에서 전쟁을 불가피하게 만든 것은 아테네의 부상이 스파르타에 심어준 공포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역사학자 그레이엄 엘리슨은 이를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칭하며 현대의 미국과 중국의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과연 떠오르는 세력인 중국과 지배 세력인 미국의 군사적 충돌은 불가피한 것일까. 은 외교 전문가인 케빈 러드 주미 호주 대사가 미·중 관계에 관해 수십 년간 분석해온 내용을 집대성한 책이다. 그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호주 총리를 역임하고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외무장관직을 수행하다 2013년 총리로 복귀해 임기를 마쳤다. 그는 호주국립대학에서 중국학을 전공해 중국어에 능통하다. 그는 외교관으로 활동하면서 시진핑을 비롯한 중국 고위 관료들을 여러 차례 만났고, 2022년에는 옥스퍼드대에서 시진핑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미·중 패권 전쟁의 이면에는 근본적인 세계관 차이도 있지만 오해와 불통의 오랜 역사가 있다고 진단한다. 과거 미국은 산둥성의 독일 점령지 반환을 조건으로 중국을 제1차 세계대전에 끌어들였다. 수백만 명의 중국 노동자들은 악명높은 유럽 서부전선에 보내져 참호를 파고 야전병원을 건설했다. 수천 명은 목숨을 잃었다. 정작 종전 후 미국은 일본을 달래기 위해 산둥성 일부를 마음대로 일본에 양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은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군의 중국 침략을 방치했다. 냉전기에는 소련을 봉쇄하는 데 중국을 이용하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이 겉으로는 체제를

    2023.12.07 09:11
  • [책마을] 바다에는 영생불사의 생물이 산다

    지중해에 사는 홍해파리는 영원히 늙지 않고 안 죽는 영생의 삶을 산다. 홍해파리는 난자와 정자를 분출한 뒤 다시 퇴화해 어린아이 상태로 돌아간다. 세포가 다시 젊어지고 외형도 바뀐다. 이들을 먹어 치우는 천적이 없었다면 오늘날 바다는 미끌미끌한 해파리로 가득 찼을지도 모른다. 평균 수심 4000m, 지구 표면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광대하고 혹독한 바닷속에는 이처럼 우리가 잘 모르는 신비한 생물이 아직 많다. 독일 출신 해양 생물학자 율리아 슈네처는 신간 에서 바닷속에 사는 경이로운 생물에 관한 최신 연구를 소개한다. 심해의 상어에 관해 읽어 내려가면서 두렵게만 느꼈던 상어가 얼마나 오해를 받아왔는지 알 수 있다. 동물이나 식물이 빛을 발하는 능력을 생체 형광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산호초에 사는 물고기 중 180종 이상이 빛을 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특히 빛이 거의 침투하기 힘든 심해의 물고기들이 형광을 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에 따르면 형광은 바다에서 의사소통, 사냥, 위장 등의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저자는 생체 형광 연구가 생명공학 차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고 전한다. 돌고래가 휘파람과 같은 소리를 통해 언어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돌고래는 ‘서명 휘파람’으로 불리는 이름을 갖고 있다. 어린 돌고래는 생후 첫 달에 스스로 자기 이름을 짓는다. 서명 휘파람을 한번 만들면 평생 간직한다. 상대방에게 자신을 소개하거나 말을 걸 때 사용한다. 북태평양 한가운데 봄부터 여름까지 반년 동안 백상아리가 모이는 지역이 있다. ‘화이트 샤크 카페’라고 불리는 이곳은 위성으로 볼 땐 사막과 같다. 하지만 연구자들이 수심 1

    2023.11.24 19:20
  • 지중해에는 영생불사의 생명체가 산다… 경이로운 바다생물들 [책마을]

    지중해에 사는 홍해파리는 영원히 늙지 않고 안 죽는 영생의 삶을 산다. 홍해파리는 난자와 정자를 분출한 뒤 다시 퇴화해 어린 아이 상태로 돌아간다. 세포도 다시 젊어지고 외형도 바뀐다. 이들을 먹어 치우는 천적이 없었다면 오늘날 바다는 미끌미끌한 해파리로 가득 찼을지도 모른다. 평균 수심 4000미터, 지구 표면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광대하고 혹독한 바닷속에는 이처럼 우리가 잘 모르는 신비한 생물들이 아직 많다. 독일 출신의 해양 생물학자 율리아 슈네처는 〈상어가 빛날 때〉에서 바닷속에 사는 경이로운 생물들에 관한 최신 연구를 소개한다. 동물이나 식물이 빛을 발하는 능력을 생체 형광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산호초에 사는 물고기 중 180종 이상이 빛을 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특히 빛이 거의 침투하기 힘든 심해의 물고기들이 형광을 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에 따르면 형광의 기능은 바다에서의 의사소통, 사냥, 위장 등의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다. 저자는 생체 형광 연구는 생명공학 차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고 전한다. 돌고래가 휘파람과 같은 소리를 통해 언어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돌고래는 이른바 서명 휘파람이라 불리는 이름을 갖고 있다. 어린 돌고래는 생후 첫 달에 스스로 자기 이름을 짓는다. 일단 서명 휘파람을 한번 만들면 평생 간직한다. 상대방에게 자신을 소개하거나 말을 걸 때 사용한다. 북태평양 한가운데 봄부터 여름까지 반년 동안 백상아리들이 모이는 지역이 있다. ‘화이트 샤크 카페’라 불리는 이곳은 위성으로 볼 때는 사막과 같다. 태평양 전체에서 엽록소 함량이 가장 낮은 곳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연구자들

    2023.11.21 14:34
  • [책마을] 농장 식재료가 식탁까지 이르는 여정

    신간 은 식품공장과 주방 그리고 농장이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탐구한 책이다. 제주부터 강원 철원까지, 산골짜기부터 바다 위까지 식품 제조와 식재료 재배 현장을 전한다. 유명 프랜차이즈 식품 연구소를 찾아 표준화된 맛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소개한다. 도미노피자, 굽네치킨, 던킨도너츠 연구소는 ‘복제가 가능한 노하우’라는 주제를 연구하는 곳이다. 인도 카레, 타코, 햄버거, 치킨 등 맛집의 주방을 들여다보며 이들의 영업 비결도 엿볼 수 있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2023.11.03 20:26
  • 클릭 한번으로 내 눈 앞에 배달된 음식의 뒷 이야기[책마을]

    현대 한국인들은 과거에 비해 직접 요리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점심을 거리의 식당에서 해결하고 저녁은 음식을 배달해서 먹거나 간편식으로 훌륭하게 때운다. 내 집 주방의 요리하는 기능은 축소되고 있다. 하지만 식당, 프랜차이즈 외식기업, 식품공장, 농장까지 집 밖의 주방은 점점 확장되고 있다. 잡지 에디터로 오랫동안 라이프스타일 관련 글을 써온 저자는 에서 공장과 주방과 농장이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탐구한다. 2021년 7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제작된 배달 플랫폼 요기요 뉴스레터 내용을 단행본 꼴로 구성해 추가 편집한 버전이다. 저자는 제주부터 철원까지, 산골짜기부터 바다 위까지 2년간 40여 곳의 식품 제조와 식재료 재배 현장을 찾았다. 책의 첫 부분은 주방의 대량생산 버전인 식품공장이다. CJ 햇반을 만드는 즉석밥 공장은 21세기 한국인의 밥솥이다. 집에서 밥 짓는 과정과 똑같이 쌀을 씻고 불리고 솥에 넣고 불을 올리고 뜸을 들인다. 저자는 만두, 라면, 커피, 요거트, 초콜릿, 명란 등 공장 내부를 탐구한다. 효율적 생산과 대중적 맛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는 프랜차이즈 식품 연구소를 찾아 표준화된 맛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소개한다. 도미노피자, 굽네치킨, 던킨도너츠 연구소는 ‘복제가 가능한 노하우’라는 주제를 연구하는 곳이다. 저자는 인도 카레, 타코, 햄버거, 치킨 등 맛집들의 주방을 들여다보며 이들의 영업비결도 탐구한다. 40인분의 짜장을 한꺼번에 하루 세 번씩 볶는 인천 중국집, 유기농 밀가루로 아침마다 빵을 굽는 여의도 햄버거집, 130도 열기 속에서 어머니와 아들이 송편을 빚는 떡집 등 유명 맛집의 생생한

    2023.10.31 09:03
  • [책마을] 영화 아닌 현실에서도 '스토리' 없인 외면당한다

    2018년 12명의 태국 소년이 물이 찬 동굴에 갇혔다. 이들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퍼지자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이 소년들을 응원했다. 같은 해 예멘 내전 중 굶주림으로 사망한 5세 미만 어린이 8만5000명은 훨씬 적게 보도됐다. 아이들은 세계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죽어갔다. 태국 소년들의 구출 이야기는 해피엔딩을 기대하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으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예멘 어린이들 사건은 상징적인 개별 사건이 없었고 저널리즘적 연출이 불가능했다. ‘구원’ 서사가 작동할 여지가 없었다. 경쟁, 복수, 사랑, 구원 등과 같은 서사 구조는 영화와 소설 속에서만 작동하진 않는다. 정치, 전쟁, 뉴스, 교육, 광고 등 모든 것에 이야기가 담겨 있다. 허구든, 사실이든 정보가 교환되고 퍼지는 곳에 서사 구조가 발견된다. 독일 칼럼니스트 자미라 엘 우아실과 프리데만 카릭은 에서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인류 역사에서 작동해왔는지 탐구한다. 선사시대 부족부터 성경, 그리스 신화, 구텐베르크 인쇄술, 할리우드 영화까지 스토리텔링이 세상에 끼친 긍정적이고도 부정적인 영향을 추적한다. 영국 버밍엄대 연구진은 6000여 편의 영화를 분석해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공통의 여섯 가지 서사 유형이 있다고 밝힌다. 가난뱅이가 백만장자가 되는 이야기, 주인공이 끝없이 추락하는 이야기, 구덩이에 빠졌다가 탈출하는 이야기, 한참 상승한 뒤 추락하는 이카로스 이야기, 고난 속에 성공하는 신데렐라 이야기, 처음에는 강한 타격을 받았다가 중간에 상승하지만 결국 비극을 맞는 오이디푸스 이야기다. 정치인과 일부 기업인은 서사를 활용해 내러티브 전쟁에 뛰어든다. 서구

    2023.10.20 18:37
  • 노예제도 지키려 백인들이 써먹은 이것… 바로 '스토리텔링' [책마을]

    2018년 12명의 태국 소년이 물이 찬 동굴에 갇혔다. 이들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퍼지자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소년들을 응원했다. 반면 같은 해 예멘 내전 중 굶주림으로 사망한 5세 미만의 어린이 8만5000명은 훨씬 적게 보도가 됐다. 아이들은 세계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죽어갔다. 태국 소년들의 구출 이야기는 해피엔딩을 기대하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으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예멘 어린이들 사건은 상징적인 개별 사건이 없었고 저널리즘적 연출이 불가능했다. ‘구원’의 서사가 작동할 여지가 없었다. 경쟁, 복수, 사랑, 구원 등과 같은 서사 구조는 영화나 소설 속에서만 작동하지 않는다. 정치, 전쟁, 뉴스, 교육, 광고 등 모든 것에 이야기가 담겨 있다. 허구든 사실이든 정보가 교환되고 퍼지는 곳에 서사 구조가 발견된다. 독일 칼럼니스트 자미라 엘 우아실과 프리데만 카릭은 에서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인류 역사에서 작동해왔는지 탐구한다. 선사시대 부족부터 성경, 그리스 신화, 구텐베르크 인쇄술, 할리우드 영화까지 스토리텔링이 세상에 끼친 긍정적이고도 부정적인 영향을 추적한다. 버밍엄대 연구진은 6000여 편의 영화를 분석한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공통의 여섯 가지 서사 유형이 있다고 밝힌다. 가난뱅이가 백만장자가 되는 이야기, 주인공이 끝없이 추락하는 이야기, 구덩이에 빠졌다가 탈출하는 이야기, 한참 상승한 후에 추락하는 이카로스 이야기, 고난 속에서 성공하는 신데렐라 이야기, 처음에는 강한 타격을 받았다가 중간에 상승하지만 결국 비극을 맞는 오이디푸스 이야기다. 사람들은 대체로 비극보다 해피엔딩 구조를 선호했다고 연

    2023.10.18 09:27
  • [책마을] 인간은 왜 확신에 찬 헛소리를 하는가

    분명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굳게 믿는 사람을 주변에서 자주 본다. 사람들은 자신을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며,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이 항상 옳고 진실에 부합한다고 간주한다. 인간은 정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인가? 독일 출신의 신경과학자이자 정신의학자인 필리프 슈테르처는 을 통해 우리가 믿고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사실은 일종의 착각에 불과하다고 전한다. 그는 망상적인 사고와 정상적인 사고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우리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평범한 사람의 뇌 기능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 전반부에서는 인간의 비합리성에 대해 규명한다. 자신의 스마트폰이 해킹당했다고 믿는 직장인, 사위가 자신의 물건을 훔친다고 믿는 노부인, 제2의 9·11 사건이 일어났다고 믿는 과학자 등의 사례를 든다. 주변에 흔히 있는 사람들의 사례를 들며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후반부는 예측 기계로서의 뇌를 탐구한다. 저자는 신경과학, 철학, 유전학, 심리학을 넘나들며 인간의 확신을 ‘정상’과 ‘비정상’ 같은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진단한다. 확신은 자기가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예측이다. ‘평평한 지구학회’ 회원들에게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확신이 높은 정확성을 지닌다. 확신은 인간에게 안정감을 준다. 음모론을 믿는 사람은 바보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다. 음모론은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대해 단순한 설명을 제공한다. 음모론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에 부합하는 내용이 아니라, 얼핏 보기에 모순된 것을 그럴듯하게 풀어주는 능력이다.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뭔가를 알고 통

    2023.10.06 18:49
  • "사위가 내 물건 훔친다"...인간은 왜 확신에 찬 헛소리를 하는가 [책마을]

    분명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굳게 믿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항상 본다. 사람들은 자신을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며,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이 항상 옳고 진실에 부합한다고 간주한다. 인간은 정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인가? 독일 출신의 신경과학자이자 정신의학자인 필리프 슈테르처는 을 통해 우리가 믿고 진실이라 생각하는 모든 것이 사실은 일종의 착각에 불과하다고 전한다. 그는 망상적인 사고와 정상적인 사고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우리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평범한 사람들의 뇌 기능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경과학, 철학, 유전학, 심리학을 넘나들며 인간의 확신을 ‘정상’과 ‘비정상’ 같은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진단한다. 어떤 확신이 정상적인 것으로, 또는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해도 그것은 언제나 가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전반부에서는 인간의 비합리성에 대해 규명한다. 자신의 스마트폰이 해킹당했다고 믿는 직장인, 사위가 자신의 물건을 훔친다고 믿는 노부인, 제2의 9·11 사건이 일어났다고 믿는 과학자 등의 사례를 든다. 주변에 흔히 있는 사람들의 사례를 보여주며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후반부는 예측 기계로서의 뇌를 탐구한다. 저자는 과학적 사례와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의 뇌는 예측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을 규명한다. 뇌는 의식하지 못하는 아주 짧은 시간에 주변의 상황을 유추해 불확실성을 낮추고 생존 가능성을 높여오도록 발달해왔다. 뇌의 지각은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생산적인 과정이라는 것. 뇌가 자신의 예측에 맞아떨어

    2023.09.25 09:56
  • [책마을] "자본주의 세상도 문화가 지배한다"

    각 나라는 자기만의 문화와 방식으로 자본주의를 수용했다. 각 국가와 민족의 문화적 특성에 따라 자본주의 성패가 갈렸다. 조홍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에서 음식 패션 주택 화폐 예술 등 23가지 주제를 통해 자본주의가 어떻게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었는지 탐구한다. 저자는 삶의 기본이 되는 의식주부터 살핀다. 먹거리는 현대 사회의 탄생에서 가장 첨단을 달린 산업이었다. 주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영양과 보관 가능성이다. 고기와 생선은 훈제, 절임, 발효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보관 기간을 늘렸다. 캔의 발명으로 보관 기간이 획기적으로 늘어났고 냉동, 항해 기술은 대륙 간 이동을 가능하게 해 육식의 산업화를 촉진했다. 현대 산업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컨베이어 시스템은 도살장의 자동 체인이 시발점이었다. 산업혁명의 시작은 옷이었다. 증기기관을 통해 면화에서 실을 뽑아내 천을 짜는 작업은 공장이란 시설을 만들어냈다. 섬유산업은 산업화를 이행하는 모든 국가의 통과의례와 같은 역할을 했다. 면직산업은 영국에서 독일, 미국, 일본으로 전해졌고, 한국과 중국을 거쳐 베트남, 터키 등으로 옮겨갔다. 자본주의는 물질적 풍요를 이룰수록 비물질적인 것을 추구했다. 인간은 무한한 자본을 축적하려는 허망한 노력을 하면서 인생을 낭비하지 않았다. 저자는 풍요로운 자본주의에서는 새것보다 오래된 것이 소중하고 비싼 경우가 많아진다고 전한다. 기능을 중요시하던 초기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의미를 따지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100년 넘은 고택은 관광자원이 되고, 2000년 된 돌기둥은 사적이 된다. 자본주의는 단순히 효율을 추구하는 곳

    2023.09.15 18:47
  •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세상을 지배하는 건 문화" [책마을]

    자본주의는 인류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줬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는 불평등을 낳긴 했지만 동시에 수많은 기회와 충분히 먹고 추위에 떨지 않도록 옷을 입으며 최소한의 주거 공간을 갖는 문제를 해결해왔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자본주의의 풍요를 열매 맺지 못했다. 자본주의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각 나라는 자기만의 문화와 방식으로 수용했다. 각 국가와 민족의 문화적 특성에 따라 자본주의 성패가 갈렸다. 조홍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을 통해 자본주의와 문화를 여러 분야별로 살펴보면서 인류 문명의 발자취를 고찰한다. 음식, 패션, 주택, 화폐, 예술 등 23가지 주제를 통해 자본주의가 어떻게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었는지 탐구한다. 저자는 삶의 기본이 되는 의식주부터 살핀다. 먹거리는 현대 사회의 탄생에서 가장 첨단을 달리는 산업이었다. 주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영양과 보관 가능성이다. 고기와 생선은 훈제, 절임, 발효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보관 기간을 늘렸다. 캔의 발명으로 보관 기간이 획기적으로 늘어났고 냉동, 항해 기술은 대륙 간 이동을 가능하게 해 육식의 산업화를 촉진했다. 현대 산업의 대명사라 불리는 컨베이어 시스템은 도살장의 자동 체인이 시발점이었다. 자본주의를 촉진 시킨 산업혁명의 시작은 옷이었다. 증기기관을 통해 면화에서 실을 뽑아내 천을 짜는 작업은 공장이란 시설을 만들어냈다. 섬유산업은 산업화를 이행하는 모든 국가의 통과의례와 같은 역할을 했다. 면직 산업은 영국에서 독일, 미국, 일본으로 전해졌고, 한국과 중국을 거쳐 베트남, 터키 등으로 옮겨갔다. 자본주의는 물질적 풍요를 이룰수록 비물질적인 것을 추구했다. 인

    2023.09.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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