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부터 민간 아파트에도 ‘제로에너지’ 의무화가 적용되면 공사비가 급등할 것이란 업계 안팎의 우려에 “건설사가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합의점을 찾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민간 건설사, 연구기관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제로에너지의 건축물 적용 기준 등을 논의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탄소중립 로드맵을 준수하되 중소 건설사도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준을 찾고 있다”며 “바닥 구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신재생에너지를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등 제로에너지 측정 방법을 한 가지로 가져가면 한계가 있을 수 있어 옵션을 둘 것인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로에너지 건축물 로드맵상 내년부터 새로 사업 승인을 신청하는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는 에너지 자립률 20%(제로에너지 5등급) 이상을 갖춰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 1월 1일부터 딱 잘라 시행해야 하는 건 아니고 내년 중 시작하면 된다”며 “업계가 준비할 시간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현재 정부는 제로에너지 건축물에 용적률 완화와 취득세 감면, 보조금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내년 의무화 시행 이후에도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논의를 이어간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다만 재정 지원 가능성에 대해선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지난 3월 산업계 건의를 받아들여 석유화학과 철강 등 산업 부문에 대해선 탄소중립 목표치를 낮췄다. 원래는 2030년까지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가 14.5%였는데 11.4%로 하향 조정했다. 이를 반영해 건설 부문도 목표치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업계에선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 중단 위기를 맞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시장의 혼란 등을 고려해 정부에 제로에너지 적용 시기를 내후년 이후로 늦출 것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적용 시기를 (내년 이후로) 늦추거나 내용을 변경하는 방안은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