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머외'가 쓸어담는 한국 부동산 [전형진의 집코노미 타임즈]
▶전형진 기자
정부에서 처음으로 외국인들의 토지와 주택보유 통계를 내놨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상승장에서 외국인들이 한국 부동산으로 재미를 본다는 보도가 쏟아지자 이번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내놓은 국정과제이기도 했습니다.
'검머외'가 쓸어담는 한국 부동산 [전형진의 집코노미 타임즈]
그래서 이번 발표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숫자들이 많습니다. 많은 분들은 도대체 누가 한국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는지 궁금하셨을 겁니다. 국적별로 이 숫자를 헤아려보니 중국이 가장 많았습니다. 중국 국적자들이 소유한 주택은 총 4만4000가구였는데요. 2위인 미국(1만9000가구)의 곱절입니다.

그런데 국토부가 자료로 제공한 이 그래프에선 2배의 차이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2만 가구(미국)와 4만 가구(중국)의 차이보다 5800가구(캐나다)와 2만 가구(미국)의 차이가 커보이게 만들었네요.
'검머외'가 쓸어담는 한국 부동산 [전형진의 집코노미 타임즈]
사실 중국인들이 한국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는 이야기는 여러 취재 기사를 통해 많이 알려진 편이기 때문에 아주 새로운 소식은 아닙니다. 재미있는 건 오른쪽에 있는 그래프인데요. 외국인들이 사들인 부동산을 지역별로 나눠봤더니 부천시가 가장 많았다는 거죠. 다음은 안산 단원구, 평택, 시흥 순입니다. 공장 혹은 공단을 가진 수도권 도시라는 게 공통점이죠.

과거에 제가 취재했던 경험으론 외국인들의 한국 부동산 거래를 돕는 업체들도 많습니다. 그들의 입국부터 법률적인 문제, 아예 중개까지 턴키로 쥐고 있는 것이죠. 여행사를 낀 패키지 여행처럼 말이죠. 거래가 특정 지역에 집중된다는 데서 이 같은 사정이 읽히기도 합니다. 다섯 번째인 서울 강남구의 경우 앞선 네 곳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외국인들과는 결이 다소 다를 것으로 보이네요.
'검머외'가 쓸어담는 한국 부동산 [전형진의 집코노미 타임즈]
'누가 한국 부동산을 사는지' 말고 '얼마나 사는지'도 궁금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 통계를 보면 93.5%는 1주택만을 가진 것으로 나옵니다. 다주택자인 외국인은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한국 부동산을 거래하면서 얻을 수 있는 유리함은 거의 없는 편이라고 설명합니다. 내국인과의 제도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이득이 많지 않거나 미미한 수준이란 것이죠. 적극적 투자수단으로 삼기엔 장벽이 낮지 않다는 건데, 이 장벽을 오히려 더 높여야 한다는 게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시각입니다. 부동산자본이 유출되는 측면도 있고, 다음 장에서 설명하겠지만 외국인의 명의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참고로 세제에선 내국인과 외국인이 아니라 거주자와 비거주자의 차이만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국인이라도 1년에 183일 이상 국내에 거소를 둔다면 양도소득세 비과세가 가능하고, 아닐 경우 비과세가 불가능하도록 말이죠.
'검머외'가 쓸어담는 한국 부동산 [전형진의 집코노미 타임즈]
지금까지 주택에 대한 통계였다면 이번엔 땅입니다. 한국에 땅을 가진 외국인들의 국적을 나눠봤더니 이번엔 미국이 1위였습니다. 그런데 그 비중이 53.4%로 압도적입니다. 중국은 7.8%에 불과했죠.

재미있는 건 이들이 누구인지를 다시 분류한 아래의 표입니다. 교포가 55.8%나 되네요. 그러니까 한국에 땅을 가진 외국인들의 절반은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 사실상 한국인이란 것이죠. 순수 외국인은 9.9%에 불과합니다. 주택에 대해선 이 같은 통계가 조사되지 않았지만 취재원들의 말을 떠올려보면 크게 다를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규제에 대한 요구가 나오는 이유죠. 앞장에서 설명드린 대로 외국인의 명의를 활용해 투자한다면 세제상 불리한 다주택 상황을 피해갈 수 있으니까요.

외국인(사실상 한국인)의 부동산 투기 과정에서 일어난 불법행위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대대적 단속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제도적 보완에 대해선 아직 이렇다할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군요.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 가운데 부동산 관련 비중이 높았던 편인데요. 얼마나, 어떻게 이행되는지 꾸준히 지켜보겠습니다.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촬영 이재형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