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신월7-2구역 신속통합기획안 투시도.
서울 양천구 신월7-2구역 신속통합기획안 투시도.
김포공항 고도 제한 규정 때문에 재개발이 지지부진하던 서울 양천구 신월7-1구역에 최고 높이 15층 2900가구 규모의 대단지가 들어선다. 서울시가 한국공항공사와의 협의에 나서 고도 제한을 일부 풀어준 성과다.

고도 제한 완화로 신월동 일대 정비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 구역과 서쪽으로 맞닿은 신월7-2구역은 공공재개발 사업지로 선정돼 정비구역 지정을 앞두고 있다. 인근 신월시영, 길훈·신안파크아파트도 올해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 사업의 첫발을 떼 향후 신월7동에 8000여 가구의 아파트촌이 조성된다. 신월1·3동에선 서울시 정비사업인 모아타운 계획안도 연내 나올 예정이다.

○‘고도 제한 완화’ 숙원 해결

서울시는 양천구 신월7동 913 일대(신월7-1구역)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했다고 1일 발표했다. 이곳은 30년 이상 건축물이 87%인 빌라촌에서 지상 14~15층 27개 동 2900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서울시는 “1년간 주민과 자치구, 전문가가 적극적인 소통과 조정을 거쳐 기획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획안이 주목받는 건 서울시가 직접 한국공항공사와의 협의를 통해 김포공항 인근 고도제한 규정을 소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공항시설법에 따르면 활주로 반경 4㎞ 이내 건축물은 해발고도 57.86m 이하(11~12층)로만 지을 수 있다. 서울시는 한국공항공사의 협조를 얻어 해발고도 제한을 66.49m까지 풀었다. 서울시는 제2종일반주거지역에 적용되는 7층 높이 규제도 없애면서 별도 공공기여 없이 건물을 더 올릴 수 있게 했다.

주변에 흩어진 북측 곰달래공원, 남측 오솔길공원 등을 단지 내부 녹지와 보행로로 연결해 ‘도심 속 공원’ 같은 단지를 기획한 점도 눈에 띈다. 이 구역에는 2028년 개통 예정인 경전철 목동선 오솔길실버공원역이 들어설 예정이다. 구역 바로 동쪽 대로변을 따라 주거·상업복합타운이 설치되면 지하도를 통해 경전철 역사와 연결된다.

서울시는 신월7-1구역 신속통합기획안의 정비계획 입안 절차를 연내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속통합기획안이 양천구를 거쳐 서울시에 입안되려면 주민 동의율 67%를 채워야 한다. 요건을 채워 제출하면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 수권분과위원회 심의를 통해 신속통합기획안을 정비계획으로 확정하게 된다.

○신월동 재개발 사업 탄력

신월동은 노후 빌라가 많아 2000년대 중반부터 주민의 재개발·재건축 추진 의지가 높았던 지역이다. 하지만 고도 제한 규정 때문에 사업성이 낮은 데다 토지 소유주가 많아 10년 넘게 진척된 사업이 없었다.

이번 신속통합기획안으로 신월동 일대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월7동 2구역은 2020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로 선정돼 정비구역 지정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는 이 구역의 정비계획안을 검토하면서 고도 제한을 1구역처럼 66.49m까지 완화해 7층 높이 규제도 풀었다. 2구역 재개발이 끝나면 가구 수는 2202가구로 불어날 예정이다.

신월7동 1, 2구역의 북서쪽으로 맞닿은 길훈아파트와 신안파크아파트도 각각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하고 있다. 남쪽의 신월시영(현재 2256가구)은 지난 1월 안전진단을 통과해 4월 예비신탁사로 코람코자산신탁과 KB부동산신탁을 선정하고 정비계획안 수립을 준비하고 있다. 고도제한이 걸려 있는 신월시영은 57.86m인 구역과 71.86m인 구역으로 나뉜다. 신월시영 전용 84㎡ 타입(2층)은 지난 3월 6억5500만원에 손바뀜하며 1월(6억1000만원·11층)보다 4500만원 올랐다.

신월IC 북쪽 남부순환로를 사이에 둔 신월1동과 3동은 서울시 정비사업인 모아타운으로 지정돼 관리계획을 짜고 있다. 연내 용역이 마무리되면 모아타운 관리지역으로 고시하고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준비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