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초 각종 청약 규제를 풀면서 전국 미분양 주택 수 증가세가 2개월째 주춤해졌다. 하지만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계속 늘고 있는 데다 건설회사가 분양을 연기하고 있어 주택 공급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반짝 살아났던 주택 거래량도 다시 줄어들면서 건설 경기 회복 기대가 사그라들고 있다.
미분양, 2개월째 줄었지만…착공도 '뚝'

미분양 주택 증가세 ‘일단 제동’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7만1365가구로 집계됐다. 올 3월(7만2104가구)보다 1.0%(739가구) 줄어들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수도권은 1만1609가구로, 3월(1만1034가구)보다 5.2%(575가구) 늘었다. 반면 지방은 5만9756가구로 전월(6만1070가구)에 비해 2.2%(1314가구) 줄었다.

지난해 9월 이후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이어가면서 전국 미분양 주택이 8만 가구를 돌파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하지만 정부가 무순위 청약의 무주택·거주지 요건을 폐지하고,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을 줄이는 등 분양 관련 규제를 대거 풀면서 미분양 증가세가 주춤해졌다. 여기에 미분양이 발생한 일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건설사가 앞다퉈 중도금 무이자 등 할인 분양에 나서면서 미분양 주택 증가세에 제동이 걸렸단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미분양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기보다 건설사에서 아파트 분양 시기를 대거 연기한 데 따른 통계 착시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금융 여건과 중도금 조달 문제로 지방을 중심으로 한 중소·중견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오히려 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는 8716가구로, 3월(8650가구)보다 0.8%(66가구) 증가했다. 광주(25.9%), 대구(6.4%), 인천(5.8%) 등에서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 증가세가 가팔랐다.

인허가·착공·분양 급감에 ‘공급 비상’

미분양 주택 급증세는 멈췄지만 주택 공급난 우려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미분양 주택과 관련해 ‘인위적인 개입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건설사가 신규 물량 공급에 몸을 사리고 있어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 책정을 두고 조합과 곳곳에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며 “작은 변수만 발생해도 언제든지 미분양 주택이 크게 증가할 수 있어 분양 일정을 최대한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 시장의 선행 지표로 꼽히는 인허가·착공·분양 실적은 갈수록 둔화하고 있다. 지난달 누적 기준 전국 주택 인허가는 12만3371가구로, 전년 동기(16만842가구)보다 23.3% 감소했다. 아파트는 10만6087가구로, 17.5% 줄었다. 아파트 외 주택은 1만7284가구에 그쳐 전년보다 46.3% 급감했다.

지난달 누적 기준 전국 주택 착공 역시 6만7305가구로, 전년 동기(11만8525가구)보다 43.2% 줄었다. 분양도 마찬가지다. 전국 공동주택 분양은 3만9231가구로, 전년 동기(7만8894가구) 대비 50.3% 쪼그라들었다. 이 중 수도권은 2만4206가구로, 42.9% 감소했다.

회복세를 보였던 주택 거래량도 다시 위축 조짐이다. 올 4월 전국 주택 매매량은 4만7555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6% 줄었다. 수도권과 지방 주택 매매량이 각각 2만830건, 2만6725건으로 10.8%, 23.8% 감소했다. 지난달 서울 주택 매매량은 5122건으로, 16.3% 줄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인허가와 착공 실적이 크게 감소하면 결국 2~3년 뒤 입주 물량이 줄어 전·월세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