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매입임대주택 제도를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경매에 넘어간 주택의 인수를 희망하는 세입자에게는 우선매수권을 주고, 세입자가 우선매수권 행사를 원치 않으면 LH가 물건을 우선 매수해 임대주택 등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1일 서울 논현동 LH 서울지역본부에서 LH와 긴급 회의를 열고 “LH에 이미 예산과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매입임대 제도를 확대 적용해 전세사기 피해 물건을 최우선 매입 대상으로 지정하도록 범정부 회의에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LH의 매입임대 물량은 2만6000가구(예산 5조5000억원)다. 정부는 인천 미추홀구와 경기 구리, 부산 등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 물량을 LH의 매입임대 제도를 통해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지방공사 등이 운영하는 매입임대까지 동원하면 가능한 물량이 3만5000가구로 늘어난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매입임대주택의 평균 가격은 가구당 2억원 정도다. 최대 7조5000억원가량을 피해 주택 매입에 투입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지자체 물량 역시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권 보장에 활용할 수 있도록 추가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원 장관은 “물량이 부족하면 재정당국과 얼마든 협의해서 추가 물량을 배정하겠다”며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그에 해당하는 물건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이와 관련해) 이미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LH가 선순위 근저당이 잡힌 전세사기 물건을 매입하더라도 피해자가 돌려받는 전세 보증금은 없거나 크지 않을 전망이다. 원 장관은 “LH가 물건을 매입하더라도 (법원 감정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재원은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법원이 제시한 가격 틀 내에서 LH가 매입해야 불필요한 논란이 없고, 그 경매금을 가지고 선순위 배당금이 정리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원 장관은 지난 19일 “공공매입임대는 매입하더라도 그 돈이 피해자에게 사실상 한 푼도 가지 않고 선순위 채권자만 좋은 일 해주는 것인데 그걸 세금으로 하라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공공매입임대 활용 방안에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서울 강서구와 인천 미추홀구에 이어 경기 화성 동탄, 대전 서구, 부산진구 등 전국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자 공공이 피해 주택을 직접 매입하는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