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던 전국 미분양 주택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매월 1만 가구 안팎으로 늘어나던 미분양 주택 수가 지난달엔 79가구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정비사업조합과의 갈등과 미분양 우려 등으로 건설사가 아파트 분양을 대거 연기한 데 따른 ‘착시현상’이라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증가세는 오히려 거세지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한 중소·중견 건설사의 줄도산 우려는 여전히 건설업계 뇌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풀 꺾인 미분양?…"공급 연기 착시효과"

◆주춤해진 미분양 주택 수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7만5438가구로 지난 1월(7만5359가구)보다 0.1%(79가구) 증가했다. 수도권은 1만2541가구로 1월(1만2257가구)에 비해 2.3%(284가구) 증가했고, 지방은 6만2897가구로 전월(6만3102가구) 대비 0.3%(205가구) 줄었다.

지난해 9월 후 미분양 주택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지속하면서 지난달 말 기준 미분양 주택 수가 8만 가구를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지난달 미분양 주택 증가세는 크게 완화했다. 정부가 무순위 청약의 무주택·거주지 요건을 폐지하고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을 줄이는 등 분양 관련 규제를 대거 푼 영향이라는 분석이 많다. 또 미분양이 발생한 일부 아파트 단지가 서둘러 할인 분양에 나선 것이 미분양 둔화에 한몫했다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실제 미분양 주택 증가세가 잦아든 게 아니라 주택 물량 공급 축소에 따른 통계 착시라는 주장도 나온다. 금리 급등에 따른 청약 시장 냉각 분위기도 완연히 풀리지 않았다는 판단에서 건설사들은 올 1월과 2월에 예정됐던 분양 물량을 대거 연기했다. 분양 일정을 가급적 늦춰 ‘미분양 리스크’를 일시적으로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올 2월 누적 기준 전국 공동주택 분양 실적은 1만945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4233가구)에 비해 75.3% 급감했다. 수도권은 지난 1~2월 분양 실적이 8002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7.3% 줄었고, 지방은 2943가구로 85.1% 급감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예정된 분양 물량과 최근 금리 여건을 보면 미분양 주택 증가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악성 미분양’은 오히려 늘어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오히려 빠르게 늘었다.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는 8554가구로 지난 1월(7546가구)보다 13.4%(1008가구) 증가했다. 대구의 후분양 단지에서 700가구가량 미분양이 발생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크게 늘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021년 7월(8558가구) 후 최대다. 이들 주택은 대구, 전남, 경북, 부산 등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을 중심으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늘면서 자금력이 약한 중소 건설사의 도산 위기도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에서 912개의 건설사(종합건설사·전문건설사 포함)가 폐업 신고를 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784곳)에 비해 16.3% 증가한 수준이다. 전체 폐업 건설사 중 지방 건설사가 60%(542곳)를 차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서울 분양시장에 비해 지방은 여전히 청약 경쟁률이 낮은 데다 예정된 분양 물량도 적지 않아 미분양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