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증여 빠를수록 유리…상속개시일 10년 이내 땐 상속세에 합산
최근 몇 달간은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를 부채 없이 보유하고 있는 소유주라면 높은 상속세 때문에 고민이 적지 않다. 세법에서 각 세율을 적용하기 위한 과표 등은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보다 더욱 느리게 변동되기 때문이다. 부채 등의 금액을 차감한 후 금액 기준으로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는 10억원,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는 5억원까지 상속세 과세표준이 없으므로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상속 대상 자산이 과세 대상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상속재산 전체를 합산해 상속세를 계산하게 된다. 당사자로선 상속재산을 사전에 상속인에게 증여해 상속 대상 자산을 줄이려는 계획을 고민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세법에서는 이런 부분까지 반영해 상속인에게 사전 증여한 재산의 경우에는 상속개시일(사망일)로부터 10년 이내의 증여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재산에 합산해 상속세를 매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합산이 되는 경우에도 상속개시일 기준 시가가 아닌 사전증여일 기준 시가를 반영하도록 해 증여일 이후 시가 상승분에 대해서는 추가 세 부담이 없도록 하고 있다. 상속재산에 합산되는 경우에는 사전 증여 때 납부한 증여세 해당액만큼 차감해 중복 과세하는 부분을 조정해 주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상속세의 납부 부담으로 인해 특정 자산을 시장가격이 아닌 저가에 급하게 매도하게 되는 경우를 피할 수 있다. 세금을 검토할 때 납부할 금액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이 부분은 규정에 의해 정해진 항목이어서 융통성이 작다. 시기를 조절함으로써 자금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할 사항이다. 다만 사전 증여 때 증여세액 공제 금액은 직계 존속의 경우에도 10년간 5000만원으로 상속세 공제 금액에 비해 크지 않다. 증여 시기에 납부하는 증여세에 대한 고민은 별도의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통상적으로 사전 증여 대상이 되는 자산은 향후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을 대상으로 하는 게 좋다. 증여자와 수증자, 이해관계자(향후 상속인이 될 수 있지만 본 건 증여에서 제외되는 자) 간 의사가 합치돼 진행이 가능하다. 이해관계자들이 충분히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전증여가 오히려 분쟁의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상속세에 합산이 안 되려면 10년 전에 사전 증여해야 한다. 보통 나이가 들어서 상속세를 고민한다. 통상 상속을 고민하는 시기보다 더 빨리 사전증여를 추진하면 합산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최적 시기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사전증여를 적용해 납부할 세 부담을 분산시키는 방법은 현재 상속세 과세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상속재산 전체에 상속세를 부과하는 현행 방식을 개선해 각 상속인이 받은 상속재산의 범위 내에서 각자가 상속세를 부담하는 방법으로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 이르면 하반기 중 그 세부 내용이 발표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따라서 정책 변화 추이를 살펴보고 적용 여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김성일 리겔세무회계법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