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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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이 전국 미분양 주택 10만가구까지는 각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 들어 미분양 주택 증가세가 가팔라지면서 건설사들이 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은 정부가 개입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원 장관은 21일 한 언론사 행사에 참석해 "(증가세) 기울기는 완만하겠지만 미분양 물량 10만가구까지는 예측 내지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359가구로 10년 2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선 시행사와 건설사의 동반 부실이 우려된다며 급증하는 미분양 주택 해결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원 장관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분양가가 미분양 주택 증가의 주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며 “높은 분양가와 주변 시세 간 괴리로 발생한 미분양 주택을 세금으로 해결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하다”고 전했다. 가격 할인 등 건설사의 자구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원 장관의 판단이라는 얘기다.

이날 원 장관은 미분양 주택이 몰린 대구를 예로 들면서 "미분양 주택이 1만7000가구라니 큰일이 날 것 같지만 대구는 2020~2021년 재건축·재개발 물량이 쏟아져 나온 곳"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활황기 때 나온 물량이라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30% 가량 비싼 데다 각종 세금도 내야 해 미분양으로 남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어 원 장관은 "대구의 미분양 60%는 비교적 대기업들이 갖고 있어 회사의 위기로까지 전이될 물량은 극소수"라며 "대기업의 우량 사업까지 미분양이 발생해 시장 전체가 마비되는 '미분양발 금융위기'와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부동산 시장에 대해선 "대세 반전을 얘기하기에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원 장관은 "아직도 분양가·호가가 주변 시세나 소비자들이 기다리는 것보다 높다"며 "매도자들은 배짱 분양, 배짱 호가를 부르고 매수인들은 어디까지 내리나 보자며 소위 '존버'(끝까지 버틴다는 뜻의 비속어)하는 상황이라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수요인 전·월세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하방 요인이 되고 있다”며 "민간이 너무 위축돼 있을 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물량을 당겨서 분양한다든지 해서 변동의 기울기를 완만하게 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원 장관의 이같은 발언에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내 미분양 주택 10만가구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며 "자재 가격과 인건비의 가파른 오름세 탓에 분양가를 낮추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전반적인 사업 추진에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