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러들었던 아파트 전세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금리 급등으로 심화했던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큰 폭의 전셋값 하락과 월세 가격 상승에 다시 주춤해진 영향이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둘째 주(지난 13일 기준)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65.2로 전주(64)에 비해 1.2포인트 올랐다. 아직 기준선인 100을 밑돌고 있지만 지난해 말까지 급락하던 전세수급지수는 올 들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90 안팎을 유지하던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하반기 금리 인상 국면에 본격 진입하면서 가파르게 떨어져 올초 60.1(1월 16일 기준)까지 주저앉았다. 전세대출 금리가 크게 높아진 데다 전세 사기 이슈까지 맞물려 수요가 위축된 영향이다.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비중이 전세를 앞지르면서 전세 소멸론과 전세 무용론까지 불거졌다. 단기간 내 전세 수요가 크게 줄고 대규모 입주 물량 증가가 맞물리면서 지난해 말까지 전셋값은 서울 곳곳에서 급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월세 수요 증가로 월세 가격은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전셋값이 2년 전에 비해 크게 낮아지자 올 들어선 전세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2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1만1272건으로 집계됐다. 1월(1만37건)에 비해 1235건 늘었다. 전세 거래량이 1만 건을 넘어선 건 지난해 10월(1만722건) 이후 4개월 만이다. 전체 임대차 계약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비중은 지난해 10월 57.7%에서 11월 53.2%, 12월 49.5%로 떨어졌다. 올 들어선 다시 비중이 커져 1월 56.5%, 2월 57.9%로 다시 50%대를 회복했다.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고덕자이(전용면적 84㎡)의 경우 2020년 4월만 해도 전셋값이 12억3000만원까지 치솟았는데 이달 6억원 선 아래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특히 올 1월 8억원에서 최근 2억원가량 추가로 떨어지니 문의가 늘고 계약률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 문의가 증가하면서 월세 수요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월세 수요가 전세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세대출 금리 상단이 연 4%대까지 내려와 이자 부담이 줄어든 데다 강남권 등 올해 서울 주요 도심에서 입주 물량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입주 물량이 늘어날수록 전셋값은 떨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셋값이 떨어진 틈을 타 신축이나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당분간 전세 거래는 증가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안정훈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