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해소 위해 한시적 '거래세' 감소 카드 나오나 [김진수의 부동산 인사이드]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단기에 급증하면서 건설사의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파트 건설 공사는 계약자의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금융권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과 공사대금을 감당합니다. 업계에서는 미분양으로 건설사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해 한시적으로 거래세 감면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아직 시장이 감내할 수준"이며 '할인 분양' 등 업계의 자구적인 노력이 선제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분양 '위험수위' 넘어 7만5000여가구

2020년대 들어 아파트 미분양은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2021년은 1년 내내 1만가구대를 유지했습니다. 그해 9월 1만3842가구로 바닥이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는 6월 2만7910가구를 기록하는 등 완만한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기존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본시장에 유동성 위기가 겹친 데다 PF 대출 부실 우려가 확산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분양이 급증해 지난해 말 6만8148가구까지 불어났습니다. 정부가 '위험수위'로 판단하는 6만2000가구(20년 평균)를 껑충 뛰어넘었습니다. 물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해 미분양 물량(16만6000여가구)에는 아직 못 미치고 있습니다.

올해 1월은 7만5359가구로 불어났고 상반기 10만가구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미분양 대부분은 민간 부문에서 발생했습니다. 또 전체 물량의 84%는 지방에서 나왔습니다. 준공 후 미분양은 7330가구였습니다.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는 건설사

미분양이 누적되면 건설사는 유동성 악화로 도산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주택건설업체는 미분양이 증가해 분양대금 회수가 어려워지면 금융권의 PF 대출 자금 상환이 힘들어집니다. 금융 이자가 쌓입니다. 또 공사대금도 받지 못해 외상 공사를 해야 합니다. 대형 건설사야 토목 해외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택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중견 건설사는 미분양이 지속되면 유동성이 악화하고 부도가 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미분양뿐만 아니라 최근 1년 새 공사비가 30% 이상 인상된 것도 문제입니다. 수주한 프로젝트를 정상적으로 공사해도 건자재와 인건비 급등으로 대부분 현장에서 적자가 납니다. 그런데 미분양 문제까지 불거지면 건설사는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됩니다.
미분양 해소 위해 한시적 '거래세' 감소 카드 나오나 [김진수의 부동산 인사이드]

○중도금 무이자 등 판촉 시도

주택업체들이 미분양 해소를 위해 직접적인 분양가 할인 대신 중도금 무이자 전환, 발코니 무상 확장 등 다양한 판촉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할인 분양 자체가 대대적으로 미분양 단지라는 것을 광고하는 것이어서 부담스러운 데다 할인했는데도 분양이 안 될 경우 건설사가 입는 타격이 더 커져 할인 분양은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는 상황입니다. 건설사 관계자는 "할인 분양을 해서 미분양이 소진된다는 보장이 있으면 할인도 감수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구매심리 위축과 금리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미분양 소진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택건설업은 고용 유발,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대구 울산 등 지방의 미분양 증가 속도가 큰 만큼 지역 경제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취득세 양도세 카드 꺼내나

업계에서는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감면 등 거래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 미분양 해소에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현재 취득세는 취득 가액에 따라 1~3%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법인과 조정대상 지역 내 3주택자, 비조정대상지역 내 4주택자는 6%로 중과가 됩니다. 양도세의 경우 기본 세율이 6~45%입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2024년 5월9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을 유예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미분양 주택을 취득할 경우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해주고 거래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취득세는 2년간 한시적으로 지방은 50%, 상대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적은 수도권은 25% 정도 감면하는 방식이다. 양도세는 취득 후 5년간 100% 감면하고 5년 이후 양도 시 5년간 발생한 양도소득의 50%를 과세 대상으로 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시점에서 버티자 못하는 중소 건설사가 줄도산해 주택 생태계가 붕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다양한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