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업은 왜 이미지가 좋지 않을까 [김진수의 부동산 인사이드]
"건설과 부동산업은 왜 이미지가 좋지 않을까요"
한 국토교통부 공무원이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대기업이 사업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규제를 완화해주고, 금융위원회도 은행의 사업 걸림돌을 없애는데 적극 나섭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건설사나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려고 하면 국민의 따가운 눈총이 먼저 예상된다는 겁니다.

국토교통부는 국민의 일상과 관련이 깊은 주택 도시 교통 운송 등 다양한 인프라 정책을 만들고 실행합니다. 그런 업무를 할 때 건설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습니다. 건설사가 국토부의 주요 고객이자 카운터파트입니다.

건설업과 부동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긴 게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건설 및 부동산 관련 인터넷 댓글은 대부분 부정적인 지적 일색입니다. 심지어 건설사와 시행사(부동산개발업체)가 비리 집단이자 사익만 추구하는 악덕 기업군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건설·부동산업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이 잊을 만하면 벌어집니다. 최근 '빌라 왕' 전세사기 등으로 서민들의 전세보증금 손해를 입었습니다. 일부의 일탈이지만 다세대 연립 등 빌라 집주인까지 온통 사기꾼 취급받습니다. 연립과 빌라는 범죄의 온상이 된 것 같습니다.

2018년 제주도 기획부동산 사건이 발생해 온 나라가 들썩였습니다. 개발할 수 없는 제주 서귀포 곶자왈 땅을 저가로 매입해 투자자 모집한 사건입니다. 피해자 수가 1000여명, 피해 금액만도 1000억원 이상이었습니다. 지금도 지방 어디서 기획부동산이 활동할 수 있습니다.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도 비리 복마전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습니다. 조합장이나 조합 임원이 철거부터 인테리어 자재까지 편법으로 업체를 정하고 뒷돈이 오간다는 시각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비대위가 세워지고 조합 세력과 비대위가 소송전을 펼치면서 재건축 사업은 한없이 밀립니다. 모두가 피해자가 됩니다.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은 온데간데없어집니다.

최근 몇 년간 시장이 좋을 때 모델하우스 앞에 구름 인파가 몰렸습니다. 떴다방이 불야성을 이루면서 프리미엄 장사가 판을 칩니다. 국민과 실수요자 입장에서 떴다방은 불로소득을 얻는 투기꾼 그 이상도 아닙니다.

대기업이 건설 자회사를 두는 이유는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도 많이 회자됐습니다. 협력사(하도급사)를 통해 리베이트를 받는 등 불법으로 비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이죠. 4대강 사업 등에서 보듯이 건설 관련 사업이 정치 쟁점화하면서 범건설업이 토건족으로 매도되기도 합니다.

건설업은 좀 더 근본적으로 원가 셈법이 복잡합니다. 아파트를 지을 때 들어가는 건자재도 많고 인력도 공정별로 다양합니다. 투입비와 결과 사이 '공정의 함수'가 묘합니다. 저가로 수주한 뒤 설계변경 등을 통해 공사비를 더 청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적자가 난다고 해도 못 믿겠다는 소비자가 태반입니다. "어떤 회사가 어떤 프로젝트로 돈을 엄청나게 벌었다"는 유령 소문도 꼭 떠돌아다닙니다.

호황기 때 분명 돈을 많이 벌었을 텐데 지난해 이후 시장이 침체하면서 다들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공사비가 1년 새 30% 이상 올랐다고 하지만 대형 건설사 실적을 보면 그래도 수익이 꽤 납니다. 물론 공사는 3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아 한해에 인상된 모든 공사비가 반영되는 건 아닙니다.

건설·부동산업계가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미분양 증가로 힘든 상황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소비자의 불신이 팽배합니다. 가족(소비자)에게 행복의 공간을 짓는 건설사에 왜 이런 이미지가 덧칠해졌을까요. 건설·부동산업계에 종사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소비자의 불신'에 대해 고민해 볼 만한 것 같습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