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이 8개월 만에 3.3㎡당 3000만원대로 올라섰다. 가파르게 치솟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로 인해 미분양이 쌓이는 와중에도 분양가는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이다. 올해 분양예정 아파트의 절반가량이 재건축·재개발단지 물량인 점을 감안하면 분양가 오름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미분양 쌓이는데…분양가는 10% 급등

○아파트 분양가, 1년 새 10.90% 뛰어

15일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전국 민간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격(분양보증서 발급된 민간 사업장 기준)은 3.3㎡당 1571만4600원을 기록했다. 작년 12월(1546만500원)에 비해 1.65% 올랐으나 작년 1월과 비교하면 오름폭이 10.90%에 달했다.

서울의 1월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3063만600원으로 전월에 비해 2.86% 올랐다. 서울 민간 아파트의 3.3㎡당 분양가격은 지난해 5월(2821만5000원)부터 2000만원대를 유지해왔지만 8개월 만에 3000만원대로 다시 올라섰다.

수도권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격도 2149만6200원으로, 전월 대비 1.40% 올랐다. 5대 광역시와 세종은 1662만2100원으로 지난해 12월과 비교했을 때 2.93% 상승했다. 기타 지방도 1286만6700원으로 한 달 새 0.60% 올랐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7만 가구에 육박하는 상황이지만 건설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분을 반영한 분양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철근 등 자재값이 정점을 찍으면서 가장 최근에 공사비를 산정한 사업장은 3.3㎡당 공사비가 700만원대 중반으로 책정됐다”며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500만원대 중후반이었다”고 말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건설공사비지수(2015년=100)는 148.60을 기록했다. 1년 새 6.99% 올랐다. 2년 전에 비해선 22% 뛰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 직접공사비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수다.

○기본형 건축비 인상, 정비사업 물량↑

당분간 아파트 분양가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연초부터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분양가격 기준이 되는 기본형 건축비가 1% 넘게 올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초 ㎡당 기본형 건축비(16~25층 이하, 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 기준)는 지난해 9월 고시된 190만4000원에서 192만5000원으로 1.1% 올랐다. 이달 10일 이후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된다.

기본형 건축비는 매년 3월과 9월 정기적으로 조정되는데 최근 레미콘 가격이 15% 이상 급등하자 선제적으로 반영했다. 국토부는 다음달 2일 건설자재와 노무비 등의 가격 변동을 종합 반영한 기본형 건축비를 추가로 인상할 예정이다.

재개발·재건축 예정 물량이 2000년 이후 최대인 점도 분양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분양 예정인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전국 12만8553가구다. 올해 전체 예정물량(임대 제외) 27만390가구의 47.5%에 달한다. 수도권이 7만5114가구(56.0%)로 지방 5만3439가구(39.2%)에 비해 많다. 정비 사업장 아파트는 조합 수익성 확보 때문에 일반 아파트 분양가보다 높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금리·집값 여건을 봤을 때 고분양가 단지 위주로 미분양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위축된 청약 수요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어 건설사들이 분양가 책정에 고심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유오상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