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증액을 두고 갈등이 빚어졌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래미안 원베일리'. 사진=한경DB
공사비 증액을 두고 갈등이 빚어졌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래미안 원베일리'. 사진=한경DB
국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그간 현금을 낳는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했던 국내 주택사업이 미운 오리로 전락했다. 자잿값과 인건비가 급등하며 공사해도 남는 게 없는 사업장이 증가한 여파다. 올해 1분기 실적도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등 주요 상장 건설사 5곳의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률이 5%를 밑돈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5개 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66조521억원, 영업이익은 3조2683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4.9%에 그쳤다. 쉬운 말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지난해 100만원어치를 팔아 5만원도 남기지 못한 셈이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현대건설이 21조2391억원으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7%로 가장 낮았다. 전년도 4.1%에서 급락했다. GS건설도 전년도 7.1%에 크게 못미치는 영업이익률 4.5%를 기록하며 평균 아래에 머물렀다.

DL이앤씨도 전년 12.5%에서 반토막난 6.6%를 나타냈고 대우건설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은 7.3%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지만, 전년 8.5%에 비하면 다소 낮아졌다. 삼성물산은 전년 2.2%에서 지난해 6%로 대폭 높아졌다. 삼성물산은 2021년 강릉 안인 화력발전소 관련 일회성 비용 2000억원이 발생하며 영업이익률이 대폭 낮아진 바 있다.

5대 건설사 평균 영업이익률 4.9%…"주택 이윤 급감"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률을 밑돈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전년도에 비해 매출액이 늘고 영업이익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건설은 전년에 비해 17.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820억원으로 22.8% 줄었다. GS건설도 매출액은 12조2990억원으로 36.1% 증가한 데 비해 영업이익은 5550억원으로 14.1% 감소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두 건설사의 매출액이 늘고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을 두고 국내 주택시장에서 공격적인 수주 활동을 한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국내 주택시장 수주를 늘리면서 매출이 증가했지만, 그만큼 남는 게 없는 공사까지 떠맡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공사비가 급증하며 이익을 낼 수 없는 공사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 한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콘크리트 타설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경DB
서울 시내 한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콘크리트 타설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경DB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두 건설사의 국내 주택사업 비중은 70%를 넘는다"며 "가뜩이나 마진이 적은 사업장이 많았는데, 최근 1~2년 사이 공사비가 매우 증가해 이익이 더 쪼그라들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률이 반토막난 DL이앤씨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DL이앤씨 매출액은 7조4968억원 1.8% 줄었고 영업이익은 4963억원으로 48.2% 감소했다. 주택 부문 마진 악화로 타격을 입은 여파다. 그나마 수익성 높은 사업장만 선별 수주한 덕에 평균치를 넘는 영업이익률을 낼 수 있었다.

건설사들이 사업을 수주하고 실제 공사하기까지는 시차가 있다. 때문에 계약을 맺은 이후 공사 기간 동안 비용이 급증하면 그 부담을 떠안게 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48.6을 기록했다. 2년 전보다 22%, 3년 전보다는 26% 상승한 수치다. 그만큼 공사비가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재료, 노무, 장비 등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 공사비에 대한 물가 변동을 추정하기 위해 작성되는 통계다.

올해도 공사비는 지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건설 경기 하락 국면을 맞아 시멘트, 철근 등 건설자재 생산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자잿값이 오를 것이라는 의미다.

계속 오르는 공사비…올해 실적도 먹구름

공사비가 늘어난다고 조합 등 사업 주체로부터 비용을 늘려 받기도 어렵다. 삼성물산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래미안 원베일리' 공사비 1560억원 증액을 요구했다가 조합과 갈등을 겪었다. GS건설·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마포구 공덕동에 시공하는 '마포자이힐스테이트'도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반년 넘게 착공을 미루고 있다.

결국 공사비를 건지기 어려운 사업장을 포기하는 일도 벌어지기 시작했다. 최근 대우건설은 회사가 보증한 440억원을 내고 울산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시공권을 포기했다. 공사를 지속하더라도 1600억원의 공사비를 받기 어렵다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건설사들의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실적이 악화하지 않은 건설사들도 올해는 타격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에프엔가이드는 대우건설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1681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DL이앤씨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9% 감소한 1154억원에 그칠 것으로 봤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의 경우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평택 3공장을 지으면서 영업이익이 34%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공사 원가율 85% 안팎을 적정 수준으로 보지만 지난해에는 90%를 초과했다"며 "호황기에는 주택 사업이 캐시카우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건설사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