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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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대 건설사들이 올해 해외 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평균 50% 높게 잡았다. 일부는 전년 대비 114% 성장을 예상하는 등 모처럼 해외시장 공략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중동 등지에서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가 잇따르는 데 비해 건당 입찰 경쟁 업체 수는 줄고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2020년 351억달러 이후 2년 연속 쪼그라들었던 해외수주가 올해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8년 만에 '해외 최대실적' 내건 건설사들

건설사, 해외서 8년 만에 최대실적 목표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국내 상위 5개 대형 건설사의 올해 합산 해외 수주 목표는 27조3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해외 수주액 18조5210억원보다 50.0%(9조1190억원) 늘어난 규모다.

5개 대형사 중 GS건설의 해외 수주 증가 목표치가 가장 높다. 지난해 수주실적 2조3330억원보다 114.3% 증가한 5조원을 설정했다. DL이앤씨도 지난해(1조2280억원)보다 71% 늘어난 2조1000억원을 예상했다. 수주 1위인 현대건설은 전년 대비 46.7% 증가한 10조4700억원의 해외 수주를 기대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38.5% 늘어난 8조원의 해외실적을 내다봤다. 5대 건설사 중 대우건설은 가장 보수적인 1조8000억원(전년 대비 1.4% 증가)의 수주를 예상했다.

지난해 신규 수주의 대부분을 국내 주택으로 채운 것과 달리 올해는 해외 수주에 ‘올인’하겠다는 게 건설사들의 전략이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5개사 합산 기준 올해 해외 수주 목표는 2015년 이후 최대치”라며 “국내 주택시장 위축과 함께 해외 발주 시장 호조, 계열사 해외 공장 건설 추진, 신사업 강화 등이 맞물린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묻지마 수주’ 탈피한 핀포인트 전략

국내 건설사들은 2010년대 중반 무리한 저가수주 경쟁 여파로 차례로 대규모 손실을 떠안은 후 수년간 해외사업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한동안 해외보다 손쉽게 수주를 늘리고 이익을 낼 수 있는 안방시장에 집중했다. 해외 인력을 대거 국내 주택 부분으로 전환 배치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도 주택 중심으로 조정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7위(미국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 ENR 기준)까지 올랐던 국내 건설사의 해외 경쟁력은 포르투갈과 인도(설계 기준)에도 밀리는 실정이 됐다.

10여년 만에 해외시장에서 ‘공격모드’로 전환한 국내업체는 저가 출혈경쟁을 벌인 과거와 달리 건설사별 핀포인트 전략으로 사업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친환경 스마트 도시인 네옴시티에서 다수의 프로젝트 입찰을 완료했거나 준비 중이다. 필리핀 등에선 철도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 개발 사업부문 인력 확충에도 나섰다. GS건설은 2012년 인수한 GS이니마를 앞세워 해수담수화 사업과 모듈러(조립식) 주택 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DL이앤씨는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에서 화공플랜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도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동력을 찾고 성장 잠재력을 높여야 한다는 판단 아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해외 진출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풀고 신흥국 수주 외교를 지원, 300억달러 수준인 해외 수주액을 현 정부 내 500억달러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미분양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해외시장에서 얼마나 제대로 확인된 성과를 내는지에 따라 건설사에 대한 시장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