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줄어드는데 분양가는 급등…상반기 청약시장 '한파' 지속될 듯
부동산시장 침체가 깊어지면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물량은 약 6만8000가구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1만100여 가구(16.2%), 5대 광역시 2만3000여 가구(34.0%), 지방 3만4000여 가구(49.8%)로 조사됐다. 전월과 비교하면 충남이 3400여 가구 증가했고, 대구와 대전도 각각 1000여 가구 늘어났다.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면 단기적으로는 건설·부동산 산업의 실적 악화와 고용 축소로 경제에 부담이 가중된다. 장기적으로는 공급 물량이 감소해 주택시장의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서울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전 지역의 규제지역을 해제하고, 청약제도 개편을 통해 청약 당첨자에 대한 전매제한 기간 완화, 당첨자에 대한 실거주 의무기간 폐지 등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분양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우선 기존 아파트값이 하락하면서 분양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입주 2~3년 전에 선분양을 받는 청약 제도의 특성상 미래 가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청약 신청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부동산시장 침체로 기존 주택을 처분하기 어렵고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부담도 커졌다. 반면 신규 분양가는 최근까지도 급등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평균 아파트 분양가격은 3.3㎡당 1701만원으로 2021년 말 1522만원을 넘어섰고, 서울은 평균 3474만원으로 2021년(2798만원)보다 700만원가량 높아졌다. 물론 입지와 브랜드, 규모 등에 따라 분양가격은 편차가 있다. 하지만2021~2022년 아파트값 급등으로 분양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며 수요-공급자 간 희망 분양가격의 격차가 커진 것은 분명하다.

미분양 물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분양가 인하는 쉽지 않다. 통상 신규 아파트를 분양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체들이 1~2년 전부터 토지 매입, 건축 인허가, 공사계약 및 재원 조달 등을 진행하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맞춰 분양가를 조절하기 어렵다. 여기에 건설과 개발에 따른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른 지난해 12월 기준 잠정 건설공사비지수는 2021년 대비 7% 증가했다. 주거용 건물은 6.9% 불어났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상반기까지는 고비용 구조와 수요 감소에 따른 분양시장의 한파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수도권 외곽 지역과 지방의 미분양 물량 해소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 물량이 많았던 대구의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만3000여 가구를 기록했고, 충남(8500여 가구), 경북(7600여 가구), 경기(7500여 가구)도 이미 발생한 미분양 물량이 적지 않다.

다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의 재건축 단지는 일반분양 물량이 많지 않고, 일부 미분양이 발생하더라도 시간을 두고 해소될 전망이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이어지면서 부동산114 기준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값 변동률은 -0.23%로 한 달 전 -0.54%보다 하락폭이 둔화됐다. 시도별로는 서울과 부산의 하락률이 가장 크게 줄어들었다. 이들 지역에서는 청약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미분양 옥석을 가리려는 수요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혜현 알투코리아부동산투자자문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