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집값 하락기에 접어들자 신축 아파트 중에서도 분양가를 밑도는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주택시장 호황기 청약 당첨은 최대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일종의 '로또'처럼 여겨졌지만, 집값이 1년 새 급락하면서 분양이 곧 시세차익을 보장한다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5일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연합뉴스 의뢰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작년 하반기(7~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거래된 신축 아파트의 입주자모집 공고상 분양가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분양가(옵션 제외·층수 반영)를 밑도는 가격에 매매된 단지들이 올해 들어 잇따르고 있다.
분석 대상 단지는 2020년 1월 이후 분양된 전국 아파트다.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작년 하반기 분양가를 밑도는 가격에 거래된 단지는 20곳이었으나 올해 1월에는 한 달 만에 11개 단지가 분양가보다 낮게 거래됐다.
올해 1월 거래된 주요 단지를 살펴보면, 대구 달성군 화원읍 '화원신일해피트리꿈의숲' 전용면적(이하 전용면적 기준) 84㎡(21층)는 지난달 3일 2억7천300만원에 중개거래됐다.
이 단지는 2020년 8월 3억9천800만원에 분양됐지만, 분양 후 2년 5개월 만에 분양가보다 1억2천500만원이나 내려간 가격에 매매됐다.
분양 당시 37가구 모집에 193명이 몰려 5.2대 1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지만, 집값 하락 여파를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지난달 2일 거래된 울산 운주군 언양읍 'e편한세상울산역어반스퀘어' 84㎡(3층)는 2021년 3월 당시 분양가 4억200만원보다 6천200만원 낮은 3억4천만원에 직거래됐다.
이 단지도 청약 당시 11가구 모집에 627명이 몰려 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도 예외는 아니다.
인천 서구 경서동 '북청라하우스토리' 59㎡(8층)는 2020년 6월 3억1천850만원에 분양됐지만 지난달 30일 2억7천만원에 직거래됐다.
인천 중구 운남동 '운서SK뷰스카이시티2차' 78㎡(18층)도 2020년 7월 당시 분양가(3억7천500만원)보다 2천250만원 낮은 3억5천250만원에 중개거래됐다.
경기 파주시 파주읍 '파주연풍양우내안애에코하임' 59㎡(15층)는 2020년 3월 분양가(2억2천800만원)보다 2천300만원 낮게 팔렸다.
이 밖에도 직거래를 제외한 건을 보면, 충남 예산군 삽교읍 '내포신도시이지더원2단지' 84㎡(1층)는 2020년 8월 분양가(2억8천200만원)보다 4천200만원 낮은 가격에 손바뀜했고,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광혜원포레가' 74㎡(14층)도 분양가보다 4천400만원 낮게 팔렸다.
작년 7월에는 광주 서구 금호동 '금호지구대광로제비앙' 84㎡(10층)가 분양가 6억5천850만원보다 2억3천700만원 저렴한 4억2천150만원에 직거래됐다.
경기 시흥시 월곶동 '시흥센트럴헤센' 59㎡(4층)는 분양가(4억2천만원)보다 1억4천만원 저렴한 2억8천만원에 작년 12월 중개거래되기도 했다.
서울에서도 지난해 8월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 20㎡(3층)가 분양가(2억1천800만원)보다 1천만원 저렴한 가격에 직거래됐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작년부터 전국적으로 집값이 조정되면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부족한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은 지방 지역의 일부 단지는 고분양가를 책정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권영훈의 집중탐구' 코너입니다. 집값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든 가운데 올 들어 강남 아파트 가격이 반짝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강남 집값 전망과 투자전략까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이번 주 집값은 어떻게 됐나요? 이번 주(1월 5주) 전국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38% 떨어져 지난해 5월 이후 39주 연속 내림세입니다. 다만 낙폭은 올 들어 5주 연속 줄었습니다. 지역별로 세종이 -1%로 가장 많이 하락했고, 경기와 부산, 대구 순으로 내렸습니다. 이번 주(1월 5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25% 떨어져 36주 연속 내림세입니다. 전국과 마찬가지로 낙폭은 5주째 줄어 회복세를 보였습니다.지역별로 내발산·가양·등촌·마곡동 주요 단지 위주로 매물값이 떨어진 강서구가 가장 많이 하락했고, 금천구와 관악구, 강동구 순으로 내렸습니다.지난주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을 전해드렸는데요. 다행히 이번주 전국 아파트 전셋값(-0.71%)은 전주(-0.75%)보다 낙폭이 줄었습니다. 서울(-0.96%)과 수도권(-1.01%), 지방(-0.43%) 모두 마찬가집니다. 오늘이 1.3 부동산대책이 나온지 정확히 한달된 날인데요. 규제완화 영향으로 집값이 올 들어 5주 연속 낙폭을 줄이고 있습니다. 특히 강남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 집값 상승기의 경우 강남이 가장 먼저 오르고, 서울과 수도권, 지방 순으로 확대됐고, 집값 하락기는 지방부터 내리다가 강남이 가장 늦게 하락한 경험으로 부터 강남 아파트 가격을 집값 바로미터라고 하는데요. 권 기자, 강남 집값 어떻게 될까요? 앵커는 '강남불패'란 말 아시나요? '강남 집을 사면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란 의미인데 시장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고 있습니다. 최근 1년간 아파트 가격이 많이 떨어진 단지를 보면 압구정현대 아파트가 13억원 떨어져 1위를 차지하는 등 강남3구 아파트가 4곳이나 포함됐습니다. 물론 절대값 자체가 높기 때문에 낙폭도 큰 건데요. 다만 '강남불패' 신화가 영원불멸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올 들어 시장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한 1.3 부동산대책이 나온 이후 서울 지역에서 강남3구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낙폭을 많이 줄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강남 아파트 가격은 단지 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략 30% 떨어졌는데요. 그러면서 집값 저점 인식이 생겨난 거죠. 거기에 정부 규제완화 조치가 기름을 부은 격인데 일부 급매물이 소화되고,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향후 금리 인상폭이 제한적이고 금리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 역시 집값 하락속도를 늦추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여기에 매매심리를 나타내는 매매수급지수를 보면 4주 연속 개선되고 있지만 기준선인 100을 밑돌아 매수우위 시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집값 상승기에서 매도자는 갑을 관계에서 '갑'이었지만 뒤바뀐 상황인데요. 쉽게 말해 지금 떨어진 가격에도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겁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 10월 역대 최저치를 보인 뒤 조금씩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1월은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여서 거래 건수는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거래절벽 상태는 여전합니다. 다시 말해 표본이 적어 집값 향배를 논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입니다.전문가들은 "지난해 5월부터 집값이 떨어지면서 1차 바닥은 다졌지만 고금리, 전셋값 하락, 미분양 증가로 수요가 많지 않다"며 "집값은 2~3년간 L자형 침체, 횡보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인터뷰 보시죠. 김인만 /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집값이)떨어지는 속도가 과거 2~3년 정도의 하락폭이었고, 규제완화 속도도 2~3년 빨랐기 때문에 1차 바닥 지지선은 확보한 것 같다. 바닥은 다졌다고 본다. 관건은 V자 반등을 하느냐, L자 침체로 가느냐인데 V자 반등으로 가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른 전문가는 "역사적으로 아파트가격 사이클상 6개월만 하락한 적은 없다"며 "강남 아파트 가격이 추가하락은 물론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인터뷰 보시죠. 이현철 / 아파트사이클연구소 소장 "지금 반등을 얘기하는 건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하락장이 5년 정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강남 아파트의 경우 고점대비 평균 40% 떨어질 것. 시간적으로 뒤늦게 떨어진다. 다른 지역은 완만하게 떨어지는데 강남 아파트는 급락할 수 있다" 때문에 강남3구와 용산구 규제지역 해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DSR 개편 등 규제완화 목소리가 적지 않은데요. 물론 부동산 문제가 금융권이나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 더욱 나빠지면 해제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정부나 서울시가 집값안정을 지상최대 과제로 정한 만큼 투기가수요를 우려해 당장은 규제완화 조치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관련 대책'이 가장 빨리 나오고, 최악의 상황에서 '양도세 한시 면제' 조치가 가장 나중에 나올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렇다면 내집마련 실수요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앵커는 '산고곡심'이란 말 아시나요?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의미인데 지난 정권 5년동안 집값이 크게 뛰었고 강남 아파트값은 더 많이 올랐죠. 이 기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해 강남 집을 산 사람들은 요즘 밤잠을 설치실 것 같습니다. 현 정권 출범과 동시에 집값이 떨어지고 있어 그간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는 모양샙니다. 앞으로 집값이 계속 떨어진다는 전망 속에 내집마련을 계획하는 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결국 집값은 우상향할 것"이라며 "자금여력이 있다면 지금 가격 조정된 급매물을 사거나 2차 바닥을 확인한 뒤 매수에 나설 것"을 조언했습니다. 인터뷰 보시죠. 김인만 /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1차 바닥은 확인했는데 2차 바닥은 1차 하락보다 하락폭이 제한적일거다. 지금 고점대비 30% 정도 하락했고, 2차 하락은 10~20% 정도 추가하락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실수요자라면 입지, 학군, 편의시설이 잘 갖춰 있고 가격이 고점대비 30% 정도 또는 그 이상 조정된 급매물이라면 내집마련해도 좋겠다"다른 전문가는 "전셋값 움직임이 집값 방향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전세가율 지표를 눈여겨봐야 한다"며 "집값 반등이 예상되는 5년 뒤 내집마련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보시죠. 이현철 / 아파트사이클연구소 소장"전세가격은 1~2년 하락하고, 이후 2년은 안정권에 있다가 3~4년 뒤 전셋값이 오를 것. 전셋값 움직임으로 인해 지금으로 부터 5~6년 정도 지나면 매매가격이 상승쪽으로 턴할 가능성이 높다. 실거주자들은 그 때 지나서 사면 된다" '권영훈의 집중탐구',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권 기자, 수고했습니다.권영훈선임기자 yhkwon@wowtv.co.kr
“어차피 전세 보증금을 2년 전보다 깎아줘야 하는 상황이라 굳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필요가 없어졌습니다.”(서울 마포구 아현동 A공인 관계자)급격한 전셋값 인상을 막고 임차인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 제도가 무색해지고 있다. 전셋값 하락 여파로 임차인 우위 시장이 형성되면서다. 갱신요구는 급감하고 감액계약과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머쓱해진 계약갱신청구권3일 부동산중개업체 집토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주택(아파트, 오피스텔, 연립, 다가구, 단독주택 포함)의 갱신청구권 사용은 역대 최저치인 6574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1만4119건) 대비 53.4% 감소했다. 12월 사용 비중은 전체 전·월세 갱신계약의 36%를 차지했다. 나머지 64%는 합의에 의한 재계약이었다.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임차인은 청구권을 한 번만 쓸 수 있고 임대인이 청구권을 접수하면 전세금을 5% 이상 올릴 수 없도록 한 것이 골자다. 전셋값 상승 압박이 거셌던 2020년 7월 제도 도입 직후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전세 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하지만 가격 하락이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용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청구권을 사용한 계약은 1만4119건(전체의 58%)에 달했다. 2월 1만6255건으로 올랐다가 3월부터 계속 감소세를 보였다. 9월에는 합의재계약과 청구권 사용 비율이 50 대 50으로 같아졌고 10월부터는 합의갱신 비율이 더 높아졌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팀장은 “역전세난 속에서 갱신을 원하는 세입자가 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아도 임대인과의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계약 해지 쉬워 감액 갱신계약도 32%세입자들은 갱신청구권을 종전 계약 임대료보다 금액을 낮춰 재계약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5% 이내에서 전세금 증감이 이뤄지는데 감액한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12월 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갱신계약 중 종전보다 임대료를 감액한 계약은 1481건으로 전년 동월(76건) 대비 19배 이상 급증했다. 갱신청구권 사용 계약의 32%가 감액계약인 것으로 나타났다.보증금 증액이 아닌 감액을 하는데도 갱신권을 쓰는 임차인이 나오는 이유는 합의 계약보다 유리한 조건 때문이다. 세입자가 언제든 해지 통지 3개월 후 이사할 수 있는 조항이 있어서다. 큰 폭으로 보증금을 깎기는 어려워도 세입자가 계약해지권을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갱신계약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하반기(6~12월) 수도권 전·월세 재계약 중 전세를 월세로 변경한 재계약은 5971건으로, 전년 동기(3572건) 대비 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하락세에 전세보증금을 지키기 어렵게 되면서 전세보다 월세를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월세 거래 증가도 두드러진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보합 후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 8229건이었던 월세 거래량은 7월 8901건으로 소폭 늘었고, 10월 7701건으로 떨어졌다가 12월에 다시 8831건을 기록했다. 아파트 월세 거래량이 큰 변동 없이 월 7000~8000건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진 팀장은 “올해 수도권에 대규모 공급이 예정돼 있는 만큼 주택 임대 시장의 감액 갱신 및 갱신청구권 감소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