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 보류지' 이젠 안 팔려…조합원 "분담금만 늘어날 판"
‘배짱 가격’에 내놓은 재건축 아파트 보류지 매각이 연이어 무산되면서 조합원이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조합은 최근 조합원에게 추가 분담금 납부를 통보했다. 조합 보류지 매각이 실패한 데다가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추가 이자 비용이 발생해서다. 전용 84㎡를 분양받은 조합원은 평균 2500만원을 더 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류지는 조합이 조합원 수 변동 등에 대비해 분양하지 않고 유보해 놓은 주택이다. 조합이 보유 주택을 매각해야 분담금을 확정해 청산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보류지 매각에 성공하면 고지된 추가 분담금을 환급받을 수 있지만 당장 추가로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게 부담이다. 한 조합원은 “기존에 내야 하는 잔금에 추가 분담금까지 겹쳐 5000만원을 더 대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대출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보류지 매각 불발은 아쉽다”고 했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조합은 작년 10월 15가구에 대한 보류지 매각 공고를 냈는데 전용 84㎡의 최저 입찰가는 27억원이었다. 동일 면적의 분양권 매물이 24억원에 나오고 있어 추가 할인 없이는 매각이 어려운 상황이다.

사정은 서울 내 다른 재건축 단지도 마찬가지다. 보류지 매각이 유찰돼 다시 공고를 내놓는 조합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실제 매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의 대치르엘은 지난달 네 번째 보류지 매각 공고를 내며 전용 59㎡의 입찰 기준가를 19억2600만원으로 정했다. 앞선 공고 때보다 4억원 이상 낮춘 가격이지만 여전히 주변 시세보다 비싸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등포구 신길동의 더샵파크프레스티지 역시 조합이 전용 84㎡ 보류지를 16억원에 내놨다. 같은 주택형이 12억9000만원에 매물로 나오고 있어 업계에서는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평구 응암동의 녹번역e편한세상캐슬은 지난 1일 전용 59㎡ 보류지를 6억9000만원에 매각한다고 재공고했다. 지난해 4월 같은 주택형이 10억3000만원에 매각 공고됐는데 연이어 유찰되며 3억4000만원 낮은 가격에 다시 매물로 나왔다.

응암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해부터 높은 가격 때문에 유찰이 반복되던 단지로, 이제야 실거래가 이하로 매각 공고가 이뤄졌다”며 “경기 침체 탓에 매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