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로 한파를 맞았던 경매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한 달 사이 두 배 넘게 뛰었다. 잇따른 유찰로 입찰가격이 크게 낮아지자 경매에 나서는 실수요자가 많아지면서다.
31일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이 조사한 결과, 1월 법원에서 경매를 진행한 서울 아파트의 평균 낙찰률은 44.0%로 집계됐다. 전달(17.9%) 대비 26.1%포인트 올라간 수치다. 낙찰률이란 입찰된 물건 가운데 낙찰자가 결정된 물건 수의 비율이다.
낙찰 건수 역시 크게 늘었다. 1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 건수는 총 55건으로, 전달(24건)의 2.3배로 증가했다.
입찰자가 늘어난 이유로는 경매 물건의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지난해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거래절벽의 여파로 경매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면서 경매 물건들이 유찰을 거듭했다. 부동산 경매 물건은 유찰될 때마다 최저 응찰가격이 낮아진다. 서울의 유찰 저감률(유찰 시 최저가격이 낮아지는 비율)은 20%다. 한 차례 유찰되면 최저가격이 감정가의 80%, 두 차례 유찰되면 64%로 떨어진다. 인천과 경기의 유찰 저감률은 30%로 유찰 시 최저가격이 더 크게 떨어진다.
실제로 서울 주요 아파트가 감정가보다 3억~4억원 낮은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최초 감정가가 9억6000만원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16단지’ 전용면적 79㎡는 두 번 유찰된 뒤 지난 10일 6억4577만원에 낙찰됐다. 현재 이 단지 같은 주택형의 최저 호가인 7억5000만원보다 1억원 넘게 싼 가격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유찰이 반복된 물건들의 입찰가격이 확연히 낮아지면서 경매에 도전하는 실수요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당분간은 시세보다 가격이 크게 저렴한 매물 위주로 입찰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대주단 협약 등 연착륙 노력…DSR 원칙은 유지""특례보금자리론, 대환에도 활용 가능하고 금리 낮아…도움 될 것"김주현 금융위원장은 31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한 우려가 많지만, 아직 연체율과 미분양률 등은 2013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와 비교하면 굉장히 낮다"고 말했다.김 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TV 뉴스워치에 출연해 최근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라 과거 PF발 위기가 재연될 우려가 있다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그는 "급속한 금리 인상, 경기 둔화, 자산가격 하락 등을 보면 부동산 PF와 관련한 위험 요소가 있다"면서 "위기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위험 요소가 있는 것은 맞기에 연착륙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김 위원장은 "금융위 차원에서도 정상 사업장이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필요한 경우 사업자 보증 등 자금 지원을 해주고, 부실이 예상되는 PF에 대해서는 대주단협약을 추진하는 등 위험 현실화를 위한 연착륙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다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기본 원칙은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그는 "지금 경제 위험의 근본적 원인은 부채가 너무 많다는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부채를 늘리는 조치는 적절치 않고, 그런 측면에서 DSR 원칙을 계속하려 한다"고 말했다.전날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가 시중은행과 비교해 경쟁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연말 발표 당시보다 0.5%포인트(p) 낮춰 연 4.15∼4.45%로 출시했다"며 "주택 구입할 때뿐만 아니라 대환하는 데 쓸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특례보금자리론은 고금리 상황에서 주택 구입이나 '대출 갈아타기'가 필요한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 상품으로, 1년간 한시 운영된다.김 위원장은 "특례보금자리론은 주택 구입 시뿐만 아니라 대환이나 임차보증금 반환 등에도 쓰일 수 있다"면서 "시중은행 금리는 개인의 우대금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일률적으로 특례보금자리론과 유불리를 비교하기는 쉽지 않고, 특례보금자리론이 조금이라도 더 싸고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전날부터 코로나19로 1시간 단축됐던 은행의 영업시간이 정상화된 가운데 금융 노조가 반발을 지속하는 데 대해서는 "영업시간 정상화는 마스크 해제에 따른 상식적 조치"라면서 "은행업은 국민 서비스업이니 국민의 편의를 도모하는 측면에서도 정상화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중국 기업의 경기 전망이 넉 달 만에 확장 국면으로 돌아섰다.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에 따른 전염병 확산 충격이 예상보다 일찍 마무리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재정적자가 역대 최대로 불어난 가운데 중국 지도부는 민간 중심의 경제 활성화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고 있다. 제조업 경기 기대 이상중국 국가통계국은 1월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1로 집계됐다고 31일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48.0)를 크게 웃돌았다. 기업의 구매, 인사 등 담당자 설문으로 조사하는 PMI는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 그보다 아래면 경기 위축 국면에 있다고 본다.중국의 제조업 PMI가 50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9월(50.1) 이후 4개월 만이다. 중국 제조업 경기 전망은 작년 10월 공산당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방역 통제를 강화하면서 49.2로 떨어졌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도 각각 48.0, 47.0으로 위축 국면이 이어졌다. 갑작스러운 방역 완화에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경기가 더 냉각된 탓이다.중국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확장으로 돌아선 것은 당초 2~3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조기에 끝난 덕분으로 분석된다. 중국 보건당국은 최근 인구의 80%(11억 명 이상)가 감염돼 두세 달 내에는 2차 파동이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자오칭허 국가통계국 고급통계사는 “기업의 자신감은 바닥을 치고 상승하는 추세이며 남은 문제는 국내외 수요의 회복 여부”라고 말했다.세부 지표를 보면 생산예측 55.6, 신규 주문 50.9 등 생산 관련 지표가 호조를 나타냈다. 다만 신규 수출 주문은 46.1에 그쳐 최근 수출 감소세가 확인됐다. 공급망 배송시간은 지난해 12월 40.1에서 1월 47.6으로 뛰며 물류가 정상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고용도 44.8에서 47.7로 회복했다.서비스업과 건축업을 포괄하는 비제조업 PMI도 54.4로 시장 예상치(52.0)를 넘어섰다. 역시 넉 달 만의 확장 전환이다. 1월 21~27일 춘제 연휴에서 여행, 영화 등 소비가 2019년 수준으로 회복한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 최대 재정적자는 부담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내고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4%에서 5.2%로 높였다. 중국 경제 리오프닝(재개) 기대 등을 반영해서다. 다만 낮은 백신 접종률과 부동산 위기가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내년 중국 경제 성장률은 4.5%로 올해보다 둔화하고 이후 중기적으로 4% 이하를 기록할 것으로 IMF는 예상했다.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재정부의 월간 발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중국의 재정적자가 8조9600억위안(약 1632조원)으로 집계됐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기존 역대 최대였던 2020년의 8조7200억위안을 웃도는 규모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재정적자율)은 지난해 목표인 2.8%를 크게 넘어선 7.4%로 나타났다.지방정부가 지난해 지방채 이자로 지급한 금액도 역대 최대인 1조1200억위안(약 204조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9280억위안에 비해 20.8% 증가했다.중국 지도부는 ‘민영 경제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행정부인 국무원은 최근 상무회의에서 민영 기업 권익 보호, 플랫폼 경제의 지속적이고 건전한 발전 등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경제의 25%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대출 제한 등 규제를 잇달아 철폐하고 있다. 2년 이상 끌어온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견제도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베이징=강현우 특파원/강진규 기자 hkang@hankyung.com
가파른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던 서울 송파구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아파트값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1·3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이전 대비 많게는 1억~2억원가량 오른 가격에 잇달아 매매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급매물 매수 유입에 따른 일시적 반등일 뿐 주택 매수 심리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강남권 알짜 재건축 추진 아파트로 꼽히는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2㎡는 지난 14일 24억7600만원에 팔렸다. 이 아파트 같은 주택형은 2021년 11월 최고가인 32억7880만원에 거래됐지만, 주택시장 침체가 본격화한 작년 하반기 이후 급락해 지난 3일 21억7500만원까지 내려앉았다. 3일 거래가와 비교하면 약 열흘 만에 시세가 3억원 넘게 오른 것이다.95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도 1월 초 15억30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14일 17억1500만원에 팔리며 2억원가량 올랐다. 이 아파트 전용 59㎡ 역시 한 달 새 매매가가 12억원대에서 14억원대로 뛰어올랐다. 잠실동 인기 아파트인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에서도 최근 1년간 최저가 대비 1억원 넘게 오른 가격에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작년 12월 송파구 아파트 거래량은 총 87건으로 전월(51건)보다 70%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량 증가율(13%)을 크게 웃돌았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급매물이 쏟아지는 기회를 활용해 ‘강남 진입’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했다.2021~2022년 20·30세대 ‘영끌족’이 중저가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매수했던 노·도·강의 집값도 급락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재건축을 준비 중인 노원구 월계동 미륭·미성·삼호3차(월계 시영) 전용 59㎡는 지난 21일 작년 최저가(5억1000만원)보다 1억8000만원 오른 6억9000만원에 팔렸다. 현재 호가는 8억원대까지 뛰었다.강북구와 도봉구에서도 미아동 꿈의숲롯데캐슬,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와 창동 주공17단지 등의 매매가가 소폭 상승했다.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 경기 핵심 지표인 거래량은 여전히 턱없이 적은 수준”이라며 “급매물 소화와 규제 완화 효과에 따른 일시적 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