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이 2020년 69%에서 지난해 0%로 떨어진 서울 지하철 2·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상가가 30일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최혁 기자
공실률이 2020년 69%에서 지난해 0%로 떨어진 서울 지하철 2·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상가가 30일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최혁 기자
“코로나로 작년 초까지만 해도 손님이 거의 없었는데 지난 가을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1년 사이 매출이 두세 배 뛰었습니다.”

서울 지하철 2·4호선이 정차하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안에서 액세서리 등 잡화를 판매하는 A상점의 매출은 2021년 최저점을 찍은 후 지난해 말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입국 규제 완화 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서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활기를 잃었던 지하철 역사 내 상권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방역 규제가 풀린 뒤 지하철 승하차 인원이 늘고 외국인 관광객까지 찾아오자 코로나 초기 2년간 치솟았던 공실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1년 새 낙찰률 20%대 → 40%대

살아나는 '전철역 상가'…공실률 0% 등장
30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19년(47.1%)까지 40%대 중후반을 유지하던 서울 지하철 역사 내 개별 상가 낙찰률은 코로나가 본격 확산한 2020년 24.5%로 곤두박질친 데 이어 2021년에도 26.4%에 머물렀다.

2년간 꽁꽁 얼어 있던 역 내 상가는 방역 규제 완화에 힘입어 지난해 43.7%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하철 이용 인구가 늘어나자 역사 내 상가 입찰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9년 약 979만 명이던 서울 지하철 하루평균 승하차 인원은 2020년 약 708만 명, 2021년 약 716만 명에서 2022년 약 787만 명으로 증가했다.

서울 주요 전철 역 가운데 2·4호선이 지나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이 가장 극적인 반전을 보였다. 2020년 이 역의 개별상가 공실률은 69%까지 치솟았다. 2021년에도 38%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공실률은 ‘0%’로 뚝 떨어졌다. 현재 모든 상가가 운영 중이다. 인기 관광지인 DDP 방문객이 상가의 주요 고객이다.

역 내 B화장품점 관계자는 “역 상권 매출은 외국인 관광객 수요에 달려 있다”며 “최근에는 일본, 싱가포르에서 오는 관광객이 많은데 중국인 관광 수요까지 회복되면 매출이 추가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이 몰려 있는 2호선 신촌역도 회복세가 두드러지는 곳 중 하나다. 연세·서강·이화여대 등 대학가 밀집지역임에도 신촌 역 상가 공실률은 2020년 44%로 올라갔다. 2021년 22%로 낮아진 데 이어 지난해에는 공실률이 0%로 떨어졌다. 신촌역 한 꽃집 직원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작년부터 오프라인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세 배 정도로 뛰었다”며 “새 학기가 시작되면 매출이 더 늘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가치 하락에 임대료는 ‘뚝’

상가 가격이 내려가면서 임대료 부담이 줄어든 것도 공실률이 떨어진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 지하철 개별상가의 3.3㎡당 월평균 임대료는 2020년 35만원에서 2021년 33만원, 2022년 31만원으로 떨어졌다. 약 10㎡ 넓이의 개별 상가를 기준으로 월 임대료가 2년 사이 106만원에서 93만원으로 약 11.4% 낮아진 셈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역사 내 개별 상가의 임대료를 결정짓는 감정평가액이 떨어지면서 낙찰률은 올랐지만 임대료는 하락했다”며 “임대료가 낮아진 것도 최근 상가 입찰 문의가 많아진 데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하철 역사 내 상권이 올해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대표는 “상권의 성패는 유동 인구에 달린 만큼 지하철역 밖 주요 상권이 살아난 곳들 위주로 회복세를 타고 있다”며 “마스크 규제까지 풀린 만큼 올봄부터 가을까지 상권이 더욱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