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마스터'. 사진=이송렬 기자.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마스터'. 사진=이송렬 기자.
서울 강서구 집값 하락세가 무섭다. '제2의 판교'로 불리면서 무섭게 가격이 치솟았던 마곡동 신축 아파트도, 정비사업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강세를 보였던 재건축 아파트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1·3 부동산 대책'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2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마스터' 전용 84㎡는 지난 17일 10억90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결국 1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지난 7일 11억500만원에 거래됐는데 불과 열흘 만에 1500만원 더 내린 것이다.

이 면적대는 2021년 16억8000만원(8월)까지 거래되면서 당시 있었던 대출 금지선 15억원을 넘긴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2년 만에 6억원 가까이 하락하면서 2019년 8월(10억8000만원)과 유사한 수준으로 하락했다.

주변 집값도 내리고 있다. 마곡동 '마곡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11억6000만원에 새 주인 찾았는데 직전 거래 15억원(1월)보다 3억4000만원 낮다. 내발산동 '우장산힐스테이트' 전용 84㎡도 지난해 7월 13억6500만원에 거래돼 연초 14억원보다 3500만원, 집값 급등기였던 직전연도(2021년) 최고가 14억9000만원보다 1억2500만원 내렸다.

마곡동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집값이 급하게 치솟은 만큼 하락도 거센 것 같다"며 "지난해 집값 하락이 시작된 이후 어쩔 수 없이 쏟아진 '급매물'이 소화된 영향"이라고 했다.
'등촌주공5단지' 사진=네이버 거리뷰
'등촌주공5단지' 사진=네이버 거리뷰
재건축 단지 집값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등촌동 '주공3' 전용 58㎡도 지난해 11월 5억9700만원에 직거래 돼 직전 거래 7억8500만원(8월)보다 1억8800만원 내렸다. 같은 동 '주공10' 전용 58㎡도 지난해 10월 7억5000만원에 거래돼 직전 거래 7억9000만원(8월)보다 4000만원 내린 이후 전혀 거래가 없는 상황이다. 등촌주공2·3·8·10단지 등 4개 단지는 통합 리모델링을 검토하고 있다.

등촌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서 정비사업 기대감이 커지면서 일대가 들썩이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얘기가 없자 다시 조용해졌다"며 "이후 시장이 침체하다 보니 거래가 말라붙은 상황"이라고 했다.

강서구 부동산 시장에선 최근 규제가 완화되면서 바닥이 다져질 것이라는 주장과 당분간 부진한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이 혼재하고 있다.

마곡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규제가 풀리면서 실수요자 문의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일대 아파트 가격이 10억원대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인근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금리가 여전히 높아 당분간은 시장이 회복되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론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월 넷째 주(23일) 기준 강서구 집값은 0.66% 하락해 서울 25개구 가운데 하락률이 가장 높았다. 서울 집값 하락률은 올해 들어 0.67%→0.45%→0.35%→0.31%로 낙폭을 좁혀가고 있지만 강서구 하락률은 반대로 0.59%→0.60%→0.65%→0.66%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 내 4주 연속 낙폭이 커진 곳은 강서구가 유일하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