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신청한 조합원, 부동산 침체기에 입장 바꿔 현금청산할 수 있을까
부동산 시장의 상황에 따라 정비사업 조합원이나 토지 등 소유자가 아파트 분양보다 현금청산을 선호하는 때가 있다.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로 알려진 서울 송파구의 거여2-1 재개발조합도 분양신청을 받던 당시에는 분양시장의 침체로 조합원이 현금청산을 택한 수가 상당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말인 2021년 상당히 높은 거래가격을 형성해 현금청산자의 한숨 소리가 커졌다.

최근 들어 분양신청을 한 조합원이 분양신청을 포기하고 현금청산자가 될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법률상담이 부쩍 늘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 중도금 대출 금액 제한을 없애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대출금리가 높고 전세 시세는 하락세여서 신축 분양이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다.

조합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분양신청 대신 현금청산을 선택하면 바보라고 했다. 그러나 1년 새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분양신청을 마친 조합원이 이제는 현금청산을 희망하는 것이다. 현금청산자의 장점은 바로 높은 보상금을 지급받는 것이다. 분양신청을 한 조합원은 현금청산자로 지위가 변경될 수 있는지, 또 현금청산자가 될 수 있다면 그 시기는 언제일지 알 필요가 있다.

도시정비법 제73조는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 분양신청 종료 기간 이전에 분양신청을 철회한 자 등에 관해 손실보상에 대해 협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분양신청을 한 조합원이 분양신청 절차가 마무리된 후 입장을 바꿔 분양신청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현금청산을 요구한 소송이 있었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분양신청을 철회한 자’라고 함은 분양신청 기간 내 분양신청을 했으나 그 기간이 종료되기 전 이를 철회해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와 마찬가지로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과정에서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 자를 가리킬 뿐, 분양신청 기간이 종료된 후 임의로 분양신청을 철회한 자까지 현금청산자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 번 분양신청을 한 조합원은 현금청산자가 되는 게 불가능한 것일까. 이에 대해 법원은 “조합의 정관이나 관리처분계획에서 조합원에게 분양신청 기간 종료 후 일정한 기간 내 ‘분양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 기간 내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에 대해서는 현금으로 청산한다고 정한 경우에는 추가로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다”고 했다.

만일 조합에서 재분양신청을 통해 일부 조합원에게 현금청산을 해주겠다고 약정한 경우는 어떨까. 이때도 대구지방법원은 “이미 고시된 관리처분계획에 반하는 내용의 조합과 조합원 사이 약정은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기존에 진행된 분양신청 절차를 무효화시키고 재분양신청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총회에서 의결하더라도 관리처분계획이 변경되지 않는 이상 그 효력을 쉽게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결국 법원의 판결을 종합하면 분양신청 기간이 종료된 이후 분양을 포기하고 현금청산자가 되려면 일방적인 분양신청 철회로는 불가능하다.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통해 관리처분계획의 변경까지 필요하다. 현금청산을 시켜주겠다는 조합과의 약정만으로 현금청산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고형석 법률사무소 아이콘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