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경. 사진=한경DB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경. 사진=한경DB
금리 인상 등 여파로 작년 하반기 수도권에서도 집값이 유독 큰 폭으로 떨어졌던 서울 송파구와 경기 과천시, 광명시 등에서 주택 매수세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3 부동산 대책’ 발표를 전후해 이전 대비 1억~2억원가량 오른 가격에 잇달아 매매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이런 실거래 사례를 근거로 “집값이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급매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금리도 여전히 높아 당분간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추격 매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잠실주공5, 한 달 새 2억원 반등

송파·과천 속속 반등…바닥? 계단식 하락?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2㎡는 지난 14일 24억46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의 같은 주택형 매매가는 2021년 11월 32억7880만원에 최고가를 기록했으나, 작년 하반기 하락을 거듭한 끝에 지난달 중순 22억6600만원까지 떨어졌다. 아직 최고가에 한참 못 미치지만 약 한 달 만에 시세가 2억원가량 상승한 것이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22억원대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호가도 소폭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아파트 매매 가격(한국부동산원 집계)은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한 작년 4분기 6.72% 내려 한강 이남 11개 구 중 하락률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1·3 대책 발표 이후 하락세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이달 셋째 주(16일 기준) 아파트값은 0.25% 내려 전주(-0.42%)보다 낙폭이 줄었다.

송파구 집값 하락을 이끌었던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달 중순 16억원까지 떨어졌지만, 규제 완화 기대가 커진 지난달 30일 17억원에 팔리며 1억원 올랐다. 가락동 B공인 관계자는 “헬리오시티는 95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여서 이 일대 집값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며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지난달보다 열 배는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잠실동 ‘대장주’인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에서도 거래가 늘고 호가가 오르는 추세다.

“본격 반등 아닌 ‘데드 캣 바운스’”

이달 5일 규제지역에서 벗어난 경기 과천시와 광명시 시장 흐름도 비슷하다. 이달 셋째 주 두 지역 집값은 각각 1.03%, 0.92% 떨어져 1·3 대책 발표 전인 첫째 주(-1.11%, -1.52%)보다 하락 폭이 축소됐다.

과천시 원문동 래미안슈르 전용 84㎡는 13일 14억2000만원에 팔렸다. 직전인 지난달 28일 실거래가(12억원)와 비교하면 2억원 넘게 올랐다. 현재 호가는 14억5000만~15억5000만원으로 뛴 상태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부분 규제지역 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많지만 일부는 실제 매수 의향도 내비치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 6~10월 월평균 5건에 그쳤던 과천시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달 19건으로 늘었다.

작년 4분기에만 집값이 12% 가까이 급락한 광명시의 철산래미안자이(철산동) 전용 84㎡도 14일 9억원에 거래되며 10억원 선에 다시 근접했다. 이 아파트 매매가는 작년 11월 7억8000만원까지 내려갔다. 철산동 C공인 관계자는 “7억~8억원대 저가 매물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 바닥론’에 대해선 여전히 신중하다. 규제 완화 효과로 일시적 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금리 불확실성이 큰 데다 거래량 자체가 워낙 적어 본격적인 집값 반등을 논하기엔 이르다”며 “최근 몇몇 상승 거래는 ‘데드 캣 바운스’(하락 장세에서 일시적 반등 현상)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