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조공사를 마치고 창호 설치 작업이 한창인 '평촌 센텀퍼스트' 공사현장.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골조공사를 마치고 창호 설치 작업이 한창인 '평촌 센텀퍼스트' 공사현장.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부동산 시장 냉각이 장기화한 가운데 경기도 안양에서 올해 수도권 첫 청약 접수가 시작된다. 단지는 규모가 큰데다, 입주를 1년도 안 남긴 단지로 둔촌주공 아파트를 재건축한 '올림픽 파크 포레온'과도 비교된다. 정부가 지난 3일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발표한 이후 첫 수도권 대단지 청약이기에 올해 분양시장 향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992-1번지 일원 덕현지구를 재개발한 '평촌 센텀퍼스트'가 9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청약 접수를 시작한다. DL이앤씨와 코오롱글로벌이 시공을 맡았고 지하 3층~지상 38층, 23개 동, 전용 36~99㎡ 2886가구 규모다. 이 가운데 전용 36~84㎡ 1228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전용 59㎡가 906가구로 가장 많고 전용 72㎡가 152가구, 전용 84㎡도 56가구가 배정됐다.

분양가는 전용 59㎡ 7억4400만~8억300만원, 전용 84㎡ 10억1300만~10억7200만원대다. 통상 유상 옵션인 발코니 확장과 천장형 시스템 에어컨, 붙박이장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계약금 10%, 중도금 10%, 잔금 80%이며 후분양 아파트로 공급돼 오는 11월 입주가 예정됐다.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에 들어서는 '평촌 센텀퍼스트' 위치도. 사진=DL이앤씨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에 들어서는 '평촌 센텀퍼스트' 위치도. 사진=DL이앤씨
수도권 제1 순환 고속도로와 주요 고속도로로 연결되는 평촌IC, 1번 국도, 47번 국도 등 도로 교통망도 갖춰져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개통이 추진 중인 지하철 1·4호선 금정역도 이용할 수 있다.

2027년 동탄인덕원선 호계사거리역(가칭)이 개통되면 역세권 단지로 거듭날 예정이다. 도심 내 재개발 단지이기에 주거 여건도 준수하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대학병원 등 1기 신도시 평촌 인프라를 고스란히 누릴 수 있고 경기 서남부 최대 규모인 평촌학원가도 도보권에 있다.

평촌 생활권 내 대단지 아파트…나흘 방문객만 2만5000명

도심 생활권 내 위치해 지역 주민들의 관심도 높은 편이다. 분양 관계자에 따르면 견본주택을 연 12월 30일부터 나흘 동안에만 2만5000여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 공급되는 신축 대단지이다 보니 이른 아침부터 200여명의 방문객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오픈런'도 벌어졌다.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에 공급되는 '평촌 센텀퍼스트' 견본주택과 아파트 모습. 사진=DL이앤씨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에 공급되는 '평촌 센텀퍼스트' 견본주택과 아파트 모습. 사진=DL이앤씨
평촌신도시에 거주 중이라는 방문객 한모씨는 "평촌 센텀퍼스트 자리는 주민들이 이용하는 호계시장과 붙어있다"며 "시장 자리라 교통이 잘 갖춰져 있고 기존 생활권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 청약에 넣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촌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지만,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는 데다 기존 단지들의 규모도 500~800가구 수준이라 향후에도 생활권 내에서 대단지가 나오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로 건너편 안양교도소가 마주하고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다만 이전이 예정된 만큼 큰 문제는 아니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호계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안양시와 법무부가 안양교도소를 강원도 태백으로 이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며 "일각에서 '교도소 뷰'라는 말도 있지만, 빈 건물이 될 것이기에 문제가 아니다. 되레 탁 트인 조망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분양가에 대해서도 "건축비가 계속 오르고 있다. 향후 평촌에서 신축 공급이 이뤄지면 더 높은 가격에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규제 완화 후 첫 수도권 대단지…올해 청약 시장 가늠자

이 단지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정부의 규제 해제 이후 처음 분양에 나선 수도권 대단지라는 점이다. 청약 접수를 앞둔 지난 3일 정부는 전매제한 기간 등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업무추진계획을 통해 현행 최대 10년인 수도권 전매제한 기간을 최대 3년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평촌 센텀퍼스트가 들어서는 안양시는 과밀억제권역으로, 전매제한 1년이 적용된다.
'평촌 센텀퍼스트'에서 가장 많은 523가구가 일반공급되는 전용 59㎡ A타입 거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평촌 센텀퍼스트'에서 가장 많은 523가구가 일반공급되는 전용 59㎡ A타입 거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현행 12억원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대출 보증 분양가 기준도 폐지해 분양가와 관계없이 중도금 대출을 보증해주기로 했다. 이는 기존 청약 접수 단지에도 소급 적용된다.

2~5년인 실거주 의무도 폐지하고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에게 부과되는 기존주택 처분 의무도 폐지한다.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에서도 지난해 11월 풀려났다. 이에 따라 청약통장 가입 12개월 이상, 지역·면적별 예치금을 충족한 만 19세 이상의 안양시 및 수도권(서울·인천·경기) 거주자라면 1순위 청약을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 1분기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도 예정됐다. 1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특례보금자리론은 현재 운용 중인 보금자리론과 달리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소득과 관계없이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금리는 연 4%대로 예상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청약 자격을 확대하고 금리 부담을 덜어낸 대출을 마련하는 등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대대적으로 규제를 풀었다"며 "규제 완화 이후 처음으로 공급되는 수도권 대단지인 만큼 평촌 센텀퍼스트의 경쟁률을 통해 올해 청약 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