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 집값이 급락한 서울 강남권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매매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시세가 이전 최고가 대비 30% 넘게 급락하자 급매물을 노린 실수요자가 속속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구 은마 아파트는 지난달 4건(전용면적 76㎡)이 거래됐다. 아직 신고 기한(매매 계약부터 30일)이 4주가량 남아 있어 최종 거래량은 전달(6건)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마 아파트는 작년 6~10월 5개월간 거래가 총 7건에 불과했다. 수도권 집값 하락세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 작년 6월엔 매매 거래가 한 건도 없었다.
이 아파트 전용 76㎡는 작년 11월 17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2021년 11월 최고가(26억3500만원)보다 9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지금도 17억4000만~17억5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고점에 비해 6억원 넘게 떨어진 상태로 3개월 이상 지속된 데다 양천구 목동 등 인기 학군 지역과의 가격 격차도 많이 좁혀져 매수 대기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작년 10월 전용 84㎡ 기준 20억원 선이 무너졌던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도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고 실거래가도 오르고 있다. 이 아파트는 작년 7·8월 각 0건, 9·10월 각 3건, 11월 4건이던 거래량이 지난달 들어 6건으로 늘었다. 잠실동 B공인 관계자는 “인기 주택형인 전용 84㎡ 매물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나가고 있다”고 했다.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달 14일 20억6000만원에 팔리며 20억원 선을 회복했다. 현재 급매물 호가는 19억~19억8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인근 잠실주공5단지 역시 작년 11월 한 건이던 거래량이 지난달 4건으로 늘어났다. 잠실동 C공인 관계자는 “잠실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실거주자가 아니면 거래가 불가능하다”며 “집값 하락기를 틈타 ‘강남 진입’을 노리는 실수요자의 매수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거래량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강남권 집값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강남권 아파트도 가격 하방 압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실물경제까지 위축되면 주택 매수 수요는 작년보다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수도권 모든 지역의 부동산 규제를 해제한다.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시장이 침체해 자칫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2일 여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수도권 모든 지역의 부동산 규제를 해제할 방침이다. 부동산시장이 급격하게 냉각된 데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반의 집값이 빠르게 하락해 실수요자의 정상적인 주택 거래가 어려워졌다는 판단에서다.이에 따라 투기·투기과열·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일명 ‘규제 4종 세트’가 대거 풀릴 전망이다. 서울 전역과 경기 성남(분당·수정구)·과천·하남·광명은 중도금 대출 및 청약 제한과 분양가 상한제 등을 적용받는 투기과열지구, 강남 3구와 용산·강동·마포·영등포·노원구 등 서울 15개 지역은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부과하는 투기지역으로 묶여 있다. 서울 대치·압구정·잠실·목동신시가지 등은 실거주 목적의 매매만 가능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이다.여권의 한 관계자는 “계속된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여파로 주택 거래량이 역대급으로 급감하고 있어 서울 대다수 지역을 투기지역에서 풀어 거래를 되살리려는 의도”라고 말했다.김은정/양길성 기자 kej@hankyung.com
직장인 임모씨(36)는 최근 옮긴 회사에서 가까운 전셋집을 경기 안산시 주변에서 알아보다 막판에 포기했다. 경기도가 운영하는 ‘경기부동산 포털’에서 집을 조회해보니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에 육박하거나 높을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는 경고 문구가 떴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대형 전세금 편취 사건이 터져 불안했는데 거래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했다.경기도가 경기부동산포털에 마련한 ‘깡통전세 피하기’ 서비스가 도민에게 호평받고 있다. 경기부동산포털은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로 2011년 운영을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 등 부동산 관련 종합 정보와 필지 정보, 지도 서비스에 기반한 항공 지적도, 토지 이용계획지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도는 이 웹사이트에서 지난달부터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거나 같은 매물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깡통전세 알아보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단지별, 주택 가구별로 최근 2년까지 매매가와 전세가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일반 부동산 사이트와 비슷하다. 그런데 이 사이트에선 직전 달 전세 가격이 매매가의 70~80% 넘어서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경고 문구를 빨간색으로 나타낸다. 한 번 조회로 깡통전세 우려가 있는 집을 걸러낼 수 있는 것이다.깡통전세 전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방자치단체는 경기도가 처음이다.경기도 부동산포털 이용 건수는 작년 한 해 1억2000만 건에 달했다. 지난해 말 깡통전세 알아보기 서비스 도입 후 방문자가 더욱 늘었다.수원=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정부가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을 규제 지역에서 해제하면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부동산 규제가 완화된다. 지난해에만 총 세 차례에 걸쳐 규제 지역을 풀었지만 실효성이 작다는 판단에 과감하게 추가 해제를 결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남아 있는 규제 지역은 서울과 경기 성남(분당·수정구), 과천, 하남, 광명 등 5곳이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이들 5곳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의 규제를 해제했다. 당시 정부는 “서울마저 규제 지역에서 제외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했다.한 달 반 만에 정부가 입장을 바꾼 건 대거 규제 지역을 풀었지만 효과가 미비하다는 판단에서다. 서울 아파트값은 8주 연속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경신하는 등 침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경기 광명, 과천, 하남 등은 규제 지역 해제에 포함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집값 하락 폭이 더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광명은 지난해 11월 이후 집값 하락 폭이 확대되면서 한 달 반 만에 아파트 가격이 7% 가까이 떨어졌다.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을 규제 지역에서 풀지 않으면 규제 완화 효과가 덜할 수밖에 없고, 얼어붙은 부동산 매수 심리를 회복시키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해왔다.정부는 서울을 규제 지역에서 해제하더라도 강남 3구와 용산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거래절벽이 덜한 데다 주변 지역의 파급 효과, 주택 수요를 감안해 제외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정부의 이런 조치는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서민 주거 지역이 모여 있는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지역에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본격화한 이후 이들 지역의 집값 하락 폭은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정부가 이번 기회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서울 강남과 잠실 등지에 주택을 매매할 때 기초자치단체장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규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까지 규제 지역에서 대거 풀려나면 주택 시장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라고 말했다.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