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실수요자는 지금과 같은 시장 침체기에 경매를 통해 내 집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금리가 높아진 탓에 경매 시장 수요자가 줄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떨어진 데다 경쟁률도 낮기 때문입니다.”(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대전망 2023 부동산 시장] "집값 2.5~4% 더 빠진다…하락 뒤엔 완만한 L자 곡선 그릴 것"
집값 하락세가 거세지면서 주택 수요자의 관망세가 이어지고 거래도 급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경매 시장에 저가 매물이 나오고 있어 틈새 상품인 경매 물건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지역에 나오는 대단지 청약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2020년 101.6%에서 2021년 107.5%까지 올랐다가 지난해(12월 기준) 74.0%로 급감했다. 주택 매매심리가 위축되면서 경매 시장에 참가하는 수요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이 같은 경매 시장의 한파를 기회로 이용할 만하다. 기존 주택 급매물의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자가를 마련할 수 있어서다. 1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상급지 아파트로 갈아탈 수 있다.

경매 물건 중 아파트가 가장 안전한 상품으로 꼽힌다. 학군과 교통 여건이 좋을수록 향후 시장 반등 시 상승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상가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으로 전통 상권이 타격을 받은 이후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보장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공장 역시 경기 악화로 폐업하는 사업장이 크게 늘어 공실 위험성이 커졌다.

주택 중에서도 재개발·재건축 호재가 예정된 단지가 관심 대상이다. 특히 구역 지정이 됐거나 임박한 경우 프리미엄이 반영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받을 수 있다. 다만 사업 진행 단계에 따라 조합원 입주권을 승계받지 못하고 현금 청산을 받을 수 있어 조합에 문의하고 전문가에게 상담받는 등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평소 세컨드하우스 등을 짓기 위해 토지에 관심이 있던 수요자는 토지 매물을 노려봐도 좋다. 토지는 다른 부동산 상품에 비해 경기 침체의 영향이 덜하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높은 땅값 때문에 토지 매입을 망설였던 은퇴한 부부 등은 이번 기회에 눈여겨보던 지역의 토지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했다.

올해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아파트가 3만 가구 가까이 나올 예정이다. 서울 동대문구 래미안라그란데(이문1구역 3069가구), 휘경자이디센시아(휘경3구역 1806가구), 은평구 대조1구역(2083가구) 등 대규모 공급이 잇따를 전망이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만큼 실수요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 청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오피스텔, 생활숙박시설, 지식산업센터 같은 이른바 ‘수익형 부동산’ 매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률보다 금리가 높게 형성돼 있어 지역별 입주 물량과 분양가, 금융시장 환경 변화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