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1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1
#. 전세로 2년을 거주하다 2년 전 묵시적 갱신으로 계약이 연장됐습니다. 이제 곧 만료일이 다가와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를 통보한 상황인데요. 문제는 집주인이 제가 이미 갱신 요구권을 사용해 계약이 연장됐다고 우기는 겁니다. 계약 연장 당시 분명 묵시적 갱신(자동 연장)이었습니다. 갱신 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았기에 더 억울합니다.

주택 임대차 계약에서 갱신을 두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갱신 요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세입자가 누릴 수 있는 권리입니다. 하지만 갱신 요구권보다 묵시적 갱신이 앞선 계약 갱신이라면 집주인은 혼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집주인들이 세입자와의 계약 기간을 연장할 때 갱신 요구권과 묵시적 갱신 차이를 인지하지 못해 법정 싸움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최초 계약 기간이 끝난 후 이어지는 계약 갱신이 갱신 요구권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묵시적 갱신에 의한 것인지에 따라 세입자가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집주인 가운데는 묵시적 갱신을 세입자의 갱신 요구권 행사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묵시적 갱신이란 계약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집주인과 세입자 간 계약 연장이나 해지 또는 조건 변경에 대해 언급이 없었다면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되는 형태를 말합니다.

이 경우 기존 계약과 동일한 기간과 조건으로 계약이 연장됩니다. 형태 자체는 갱신 요구권에 의한 계약 연장과 비슷하지만, 묵시적 갱신이 시작된 시점에 따라 법적 판단은 달라집니다.

주택 임대차에서 세입자는 1번의 갱신 요구권으로 계약을 연장할 수 있지만, 묵시적 갱신이 먼저 됐다면 법률상 세입자는 갱신 요구권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최초 계약 2년 이후 묵시적 갱신으로 계약이 연장됐다면 세입자는 묵시적 갱신 기간 이후에 1번의 갱신 요구권 기회가 남아 있게 됩니다. 이후 집주인에게 갱신 요구권을 거절할만할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세입자는 최초 계약 기간을 포함 최대 6년의 거주 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최초 계약이 끝난 후 세입자가 갱신 요구권을 행사해 계약이 연장됐다면 어떨까요. 이 경우에는 갱신 요구권을 행사한 기간이 지나면 세입자에게는 갱신 요구권이 없기 때문에 집주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 해지를 요구해도 법률상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최초 계약 이후 세입자가 갱신 요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임대한 부동산에 직접 거주할 목적일 경우를 말합니다. 이때는 최초 계약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갱신 요구권 거절 통보를 한다면 법적 효력을 인정받습니다.

또한 2기 이상 세입자가 월세를 연체했거나 임차한 목적물을 다른 사람에게 무단으로 전대하는 행위 그리고 집주인 동의 없이 이뤄진 구조 변경 등의 불법행위도 법률상 세입자의 갱신 요구권을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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